CHAPTER 6_결혼이 행복을 보장해줄까
정신 건강과 사랑하는 능력은 관련이 있지만 그 관련성을 밝혀내기는 매우 힘들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저울로 재거나 특수 렌즈로 관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친밀하고 따듯하고 상호적인 애착(단순히 육체관계나 에로스라고 하는 생물학적 본능적 욕망만을 말하는 것이 아님)이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그랜트 연구가 주는 세 번째 교훈이다.
사랑을 구체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하여 우리가 사랑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정열적인 사랑뿐만 아니라 가까운 인간관계가 가져다주는 계속적인 따스함과 위안을 느끼며 살 수 있다.
타인과 함께하며 느끼는 이러한 즐거움은 에릭슨이 말한 친밀감과 다르다. 에릭슨이 말한 친밀감은 사춘기를 경험하는 것 같은 발달 과업의 하나이다. 찾아오는 시기는 다르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과정을 겪는다. 하버드 대학교 성인발달연구는 에릭슨의 친밀감을, 관계 속에서 필요한 기능을 다하며 10년 이상 서로 의지하며 헌신하는 관계로 정의했다. 그러나 그 헌신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발현될 수 있다.
에릭슨의 친밀감은 육체적이고 실제적인 가까움을 의미한다. 깊이 연결된 감정적인 친밀감과는 다르다. 어떤 부부는 계속 서로의 감정을 나누며 산다. 이는 경계가 불명확한 상호 의존적 관계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자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명확히 인식하는 상호관계를 말한다.
이 장에서는 네 가지 밀문에 대한 답을 찾아갈 것이다. 정서적 친밀감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50년 이상 지속된 결혼 생활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지속되지 못한 결혼 생활이 가르쳐주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친밀감과 정신 건강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그랜트 연구가 결혼에 대해 연구한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1] 내가 <애틀랜틱>지에 성급하게 사랑이 있는 애착 관계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쓴 생각을 바꾸지는 않았지만, 내가 처음으로 쓴 책에서 “그랜트 연구에서 오랜 세월 행복하게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능력만큼 명확하게 정신 건강을 예견해주는 종단적 변인은 아마 없을 것이다.”라고 한 내 생각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이혼이 미래 발전과 행복에 통계적으로 나쁜 영향을 준다는 생각을 확고히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생각이 또 다른 성급한 결론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표6-1>에 그랜트 연구 대상자들의 결혼 이력을 요약해놓았다. 표에 나타난 숫자들은 2010년까지 또는 한쪽 배우자가 죽을 때까지 결혼생활을 계속한 대상자의 수를 뜻한다.
결혼 생활 형태 |
N = 237* |
비율 |
결혼 생활 중; 첫 결혼 후 매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함 ** |
51 |
21% |
이혼했지만 행복한 재혼생활을 함 |
23 |
10% |
첫 결혼 후 그저 그런 결혼 생활을 함 |
73 |
30% |
첫 결혼 후 행복하지 않은 결혼 생활을 함 |
49 |
20% |
이혼; 현재 독신으로 살거나 불행한 재혼생활을 함 |
39 |
16% |
결혼한 적 없음 |
7 |
3% |
합계 |
242 |
100% |
* 처음 대상자 수인 268명에서 26명은 빠져 있다. 4명은 전쟁 중 사망했고, 3명은 결혼한 적이 없으며, 19명은 연구를 탈퇴했기 때문이다. ** 한 대상자는 결혼한 적은 없지만 동성인 다른 남성과 평생 동안 친밀한 관계로 지냈는데, 우리는 이 대상자를 “첫 결혼 후 매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함”이라는 범주에 포함시켰다. |
1. 결혼 생활 평가 방법
그렇다면 우리는 누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누가 행복하지 않는 결혼 생활을 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연구팀에서는 그 기준으로 대상자 가운데 반복적으로 같은 말을 한 사람의 말을 신뢰하여 평가했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하지 않고 똑같은 거짓말을 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우리는 대상자들이 설문지에 답한 질적 자료와 면담 자료를 주된 평가 자료로 삼았다.
[2] 연구팀에서 미래에 연구를 위한 투자의 일환으로 만든 면담 녹화 자료는 언젠가 새로운 연구를 위한 자료로 쓰기 위해 보관하고 있다.
응답을 평가 할 때는 언제나 복수의개별 평가자들이 평가하게 했는데, 이 방법을 통해 우리는 종단 연구에서 평가자들의 평가가 과거의 성공과 실패를 알기 때문에 객관성을 해칠 수 있다는 고질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후광 효과(halo effects)를 방지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연구팀은 객관식 질문을 통한 자료를 만들었다.
[3] 결혼 생활 만족도와 가장 깊은 관계를 나타낸 답을 낳은 4개의 질문은 아래와 같다.
1. 의견 차이에 대한 해결이 : 1 = 쉽다, 2 = 조금 어렵다, 3 = 언제나 어렵다, 4 = 해결하지 않은 채 산다.
2. 결혼 생활이 얼마나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가 : 1 = 매우 안정적이다, 2 = 사소한 약점이 있다, 3 = 어느 정도 약점이 있다, 4 = 주요한 약점이 있다, 5 = 불안정하다.
3. 전반적인 성관계는 : 1 = 매우 만족스럽다, 2 = 만족스럽다, 3 = 때때로 원하는 만큼 만족스럽지 않다, 4 = 만족스럽지 않은 편이다.
4. 이혼이나 별거를 생각해보았다 : 1 = 전혀 아니다, 2 = 아주 가끔 생각해보았다, 3 = 심각하게 생각해보았다.
위 질문에 대한 점수는 전체 결혼 적응도 평가에 합산되었다. 점수가 낮을수록 결혼 생활은 만족스럽다.
연구팀은 대상자들이 자신들의 결혼 생활에 대해 내린 주관적인 평가를 세 번째 자료로 삼았다. 대상자들은 70세와 90세 사이에 세 번에 걸쳐 자신의 결혼 생활을 1점(매우 행복하지 않다)에서 6점(매우 행복하다)까지 평가했다.
약 60세 때 남편과 아내는 표에 지난 5년의 결혼 생활이 어떠했는지 1점에서 4점으로 평가했다. 1 = 매우 즐거움, 2 = 가장 좋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움, 3 = 위태위태함, 4 = 이혼을 고려함.
연구팀에서 사용한 마지막 평가 자료는 결혼 생활과 특별히 관계가 없는 사실들에 대해 대상자들이 말한 자료였다. 이 자료를 통해 그들이 내놓은 객관식 답변 자료의 신뢰성을 검증할 수 있었다. 자신의 결혼 생활이 매우 만족스럽지 않다고 평가한 대상자들이 무의식적으로 한 말의 예는 다음과 같다.
“아내는 열등감이 있어요.” “제가 아내보다 더 따듯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따로 자요.” 등
아래 인용문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특징짓는 말이다.
“아내는 내가 아는 누구보다 친절하고 생각이 깊어요.” “우리 결혼 생활은 도전적인게 많고, 정말 재미있기도 합니다.” “아내가 자랑스러워요.”
사람의 감정이 순간순간 변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결혼 생활을 이분법적으로 좋다 나쁘다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오랜 세월 계속된 연구 자료를 살펴보면 진실이 드러난다.
우리 자료는 두 가지 점에서 약점을 안고 있다. 첫째는 성생활을 특정하게 묻는 설문지는 회수율이 낮았다는 것이다. 한 가지 더, 결혼 생활이 나쁠수록 남편이나 아내 중 한쪽이 보낸 정보가 더 적었다는 것이다.
2. 장기적인 관점의 연구가 알려주는 것들
나는 1977년 출판사에 <성공적인 삶의 심리학>의 원고를 넘겨주었다. 리틀 브라운 출판사의 르웰린 하울랜드는 이혼이 정신 건강을 해치는 심각한 요인이라는 내 생각에 반대했다. 이후 2010년이 저물 즈음 대상자들은 팔십대를 훌쩍 넘어섰고, 연구도 견고히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재혼한 많은 대상자들의 삶도 행복했다. 나는 르웰린의 생각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노화에 대한 연구 뒤에, 2010년에는 결혼 생활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 결과, 르웰린 하울랜드가 매우 현명한 사람이라는 것이 판명되었다.
생애 연구라는 새로운 계산법이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을 없애버렸다. 이 계산법을 통해 우리는 그랜트 연구 대상자들이 이혼하게 된 단 하나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알코올리즘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혼한 대상자 가운데 57퍼센트를 차지하는 34건의 이혼사례에서 부부 가운데 최소한 한 사람이 알코올을 남용했다.
내가 1977년 이혼에 대한 단정적인 말을 했을 무렵의 자료에서는 결혼이 실패하는 이유가 미성숙한 방어기제, 인간관계를 만드는 기술의 부족, 그리고 정신 질환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4] 당시에는 한 번 이혼했다는 사실은 이혼한 사람이 재혼한다고 해도 또 다시 결혼 생활에 영향을 미칠 정신이상 같은 특징이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것처럼 보였다.
2010년 내가 알코올리즘 변인을 처음으로 통제한 뒤 연구했을 때, 1977년에 주장한 나쁜 결혼 생활의 세 가지 원인은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5] 그러나 결혼에 관한 500쪽이 넘는 유명한 저서로 루이스 터먼이 1938년에 발표한 <결혼 샐활의 행복을 위한 심리적 요인 Psychological factors in marital happiness>과 존 고트먼이 1994년에 발표한 <이혼을 예견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What Predicts divorce?>의 색인에도 알코올리즘은 나오지 않는다.
논쟁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알코올리즘은 현대 사회과학계에도 가장 주목받지 못하는 요인이다.
[6] 그리고 그랜트 연구에서는 연구를 시작한 지 60년이 지나고 나서야 결혼 생활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알코올리즘임을 주목했다.
알코올 남용이 이혼과 관계있다는 연구 결과는 시간이 연구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모든 연구에서는 장기적인 후속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7] 필드와 비샤우스는 이렇게 지적했다. “최근까지는 결혼 생활을 20년 이상 유지하면 일률적으로 장기적인 결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같은 결혼 생활이라고 하더라도 20년 된 결혼 생활과, 40년 된 결혼 생활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
이 말은 수많은 심리학적 사회학적 연구에 들어있는 불완전함을 압축해 보여주며, 결혼에 대한 장기적 관점으로 진행된 연구 자료가 있을 때 그 자료들이 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자료인지 잘 말해준다. 그랜트 연구는 장기적 관점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육십대의 결혼 생활이 20년 전의 결혼 생활보다 좋아질수도 나빠질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8] 예컨대 레프 톨스토이의 이야기는 좋았던 결혼 생활이 수십 년이 흘러 13명의 아이를 낳은 후에 망가진 주목할 만한 예이다.
– 프레드릭 칩과 캐서린 칩 : 서로의 허물까지 사랑하다.
그랜트 연구팀이 1986년 대상자들의 자녀에게 보낸 설문지 중 회수된 수백 장 가운데, 자기 부모의 결혼 생활이 “친구들 부모의 결혼 생활보다 좋다”고 말한 설문지는 단 하나였다.
프레드릭 칩이 80세 때, 그와 그의 아내는 60년간 이어진 자신들의 결혼 생활이 최고라고 말했다.
결혼 50주년 기념일에 그는 십대 때 쓴 일기장을 찾아냈다. 그 ks에는 자신의 미래의 아래가 “정말 멋진 여자”라고 쓴 내용이 있었다. 우리는 그가 결혼 60주년을 맞은 해에 면담했는데, 다음 날 부부는 2주간의 크루즈 여행을 떠날 계획이었다.
그들은 삶의 순간순간을 즐겼고, 힘든 일이 있을 때에도 둘이서 함께 극복하는 한 그들의 삶은 행복이 넘쳤다.
그러나 칩 부부는 서로의 삶에 지나친 간섭을 하지는 않았다. 칩 부부는 서로에게 책을 일거주기도 했는데, 개인 활동인 독서까지 관계 형성에 이용했다. 게다가 부부는 가장 성숙한 적응기제 가운데 하나인 유머 감각이 뛰어났다.
이들 부부에게 심각한 의견 충돌은 없었을까? 프레드릭은 개인 면담에서, 문제가 생기면 드러내놓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도 때로는 화를 냈다. 수동 공격성은 불행한 결혼 생활과 관련이 있는 대처 기술이지만, 이들 부부는 말하지 않는 적대감은 조금도 품고 살지 않았다.
프레드릭이 83세일 때 그는 아내와 함께 결혼 친밀도에 대한 로버트 웰딩거의 연구에 참여했다. 그랜트 연구에서 개발한 이 연구는 21세기의 사회과학이 애착 관계를 어떻게 가시화하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예이다. 이 집중적인 재 연구가 있은 뒤에 칩 부부는 85세 때, “안정적 애착 관계”라는 평가를 받았다.
[9] 이 평가는 가장 건강한 관계를 의미하는 평가로 갈등과 분열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를 견디게 하는 신뢰와 평온함이 있는 관계를 의미했다.
이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은 “상대방을 폄하함”을 의미하고 높은 점수는 “분명한 만족”, “돌봄”, 그리고 “사랑스러운 행동”을 뜻한다.
– 존 애덤스와 낸시 애덤스 :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노력하다.
다음 사례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을 견뎌야 했던 부부의 이야기다. 존 애덤스는 네 번째 아내를 45세 때 만나 42년간 매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다. 이들과 비교하기 위해 역시 네 번째로 재혼한 칼튼 태리튼 박사의 이야기를 하겠다.
태리튼과 애덤스는 스무 살 때까지는 비슷한 삶을 보냈다. 모두 우울하고 쓸쓸한 아동기를 보냈으며 그랜드 연구 평가 기준에서 하위 10분의 1에 속했고 연구원들의 성격 평가에서 “통합되지 않은 성격”, “가치와 목적의식이 결여된 성격”이라고 평가된 소수자들이였다.
그렇지만 둘은 커다란 차이가 두 가지 있었다. 존 애덤스는 가깝게 지내는 형제가 하나 있었고, 그가 정말로 사랑했던 양아버지와 함께 십대를 보냈다. 그렇지만 태리튼은 외아들이었고 좋아하는 부모의 상이 없었다.
30세가 되자 그들의 삶은 서로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태리튼은 의과 대학에 진학했지만 하루에 위스키 병의 5분의 1을 마시는 일이 잦았다. 그는 알코올리즘 환자가 되었고 술을 끊으려고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해, 행복하다고 말했던 네 번째 결혼 생활을 망치고 말았다.
애덤스도 술을 많이 마셨으나 그는 술을 통제할 수 있었으므로 삶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그는 왜 자신의 결혼 생활이 실패했는지 알아낼 수 있는 직관력이 있었다. 그는 “나의 정서적 미성숙 때문에, 그리고 나보다 더 불안정한 감정 상태를 가진 사람에게 끌리는 버릇 때문에 결혼 생활에 실패했다.”라고 생각했다.
세 번째 이혼 뒤에 그는 술을 줄이고 운동 시간을 늘렸다. 그리고 네 번째 아내가 된 낸시를 만났다. 매우 유능하고 정서적으로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성격을 가진 낸시는 남편에게 늘 같이 있어달라고 요구하기보다 애덤스를 따듯이 보살펴주겠노라고 말했다.
그리고 낸시와 결혼한 지 32년이 지난 뒤 애덤스는 자신의 인생을 “기쁜으로 바꾼” 것은 직장 생활이 아닌 결혼 생활이라고 썼다.
애덤스는 젊은 나이에 은퇴해 자전적인 단편 소설을 쓰며 인생 전반기에 겪은 고통을 어느 정도는 예술로 승화시켰다. 80세때 애덤스는 낙천주의의 긍정적 영향을 믿지 않던 마렌 배털든에게 면담을 받았다. 그녀는 그의 낙천적인 주장에 어느정도 과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과장을 좀 하면 어떤가?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한 대상자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 대상자를 비교했을 때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 대상자 가운데 낙천주의자가 3배나 더 많았다.
나는 쓸쓸한 아동기 환경을 경험하고 자란 사람이 언제나 쓸쓸한 결혼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적잖이 놀랐다. 4장에서 보앗듯 따듯한 아동기 환경은 미래에 형성할 세상에 대한 신뢰와 우정 관계를 예견하는 예견력이 있다. 사실 결혼은 불행한 아동기를 메워주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약 50년 동안 불행한 환경에서 자란 청소년을 연구한 심리학자 에미 베르너(Emmy Werner)는 이렇게 말했다.
[10] “곤란을 겪은 대다수 개인들에게서… 가장 두드러진 전환점은 돌봐주는 친구를 만나고 이해심 많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었다.”
아동기의 상처가 우리의 삶을 언제나 황폐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일어난 좋은 일은 삶의 끝까지 좋은 영향을 준다. 상처를 치유하는 결혼화 성숙한 방어기제는 회복 탄력성과 외상 후 성장이 자라나는 옥토이다.
이는 하버드 집단과 이너시티 집단에게 똑같이 적용되었다. 정말 훌륭한 결혼은 두 명의 정신병자가 운이 좋아 서로에게 맞는 상대를 만나는 것이라고 했다.
[11] 연구 대상자 가운데 이처럼 운이 좋은 사람들은 다른 곳에 소개해놓았다.
– 에번 프로스트와 퍼트리셔 프로트스 : 관계의 한계에 부딪히다.
54명의 그랜트 연구 대상자가 “그저 그런” 결혼 생활 속에서 결혼 50주년을 맞았다. 여기서 “그저 그런” 결혼 생활이란 특별한 문제는 없지만 그렇다고 서로 각별하게 사랑하지도 않는 결혼 생활을 말한다.
이들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 대상자보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소원했으며, 객관적인 건강 상태도 더 좋지 않았다. 그리고 이들은 결혼 생활 중이든 그렇지 않든, 속에 있는 말을 할 만한 가까운 인간관계를 갖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에번 프로스트의 이야기를 통해 명확히 보게 될 가장 중요한 차이는 모든 사람이 결혼 생활을 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을 지니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프로스트는 가정에서는 따듯함을 느낄 수 없었다. 가족은 서로 사랑했지만 그런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프로스트는 “그저 그런” 결혼 생활을 한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의 결혼 생활을 서로에게 충실하고 다툼없이 오랜 세월 지속됐지만 서로가 따듯한 관계 속에서 살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이 감정을 숨겨서 아내가 힘들어한다는 것은 알았다. 그래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프로스트는 본디 그런 사람이었다.
프로스트는 건강 상 문제가 없었으나 감정을 숨겨서 생기는 건강상의 위험은 봉쇄되어 있었다. 에번 프로스트는 살면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을 만한 사람을 발견하지도 못했고 찾으려 하지도 않았다.
프로스트가 47세 때 나는 그가 적응도 평가 연구에서 대상자 가운데 상위 3분의 1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그 뒤 10종 경기 평가에서 그는 상위 10분의 1에 속했다.
프로스트는 거듭해서 자신이 “누구보다도 타인들과 쉽게 어울리는 성격”을 가졌다고 말했지만, 집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그는 서로에게 의지하려 하지 않아서 둘 사이에 문제가 생긴다는 점과 “내 마음속으로 아내가 들어오도록 허락하지 않아서 그녀가 느끼는 좌절감” 때문에 결혼 생활이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프로스트는 부인처럼 상대방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프로스트는 통찰력이 매우 뛰어나서 자신에 대해서도 매우 잘 알고 있었지만, 정작 자신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그의 결혼 생활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 하나는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선택한 하버드 집단 연구를 통해서도 누가 가까운 인간관계를 즐기고 살 것인가는 예상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인간관계는 아동기 환경이나 다른 것과 명확한 연관을 드러내지 않는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능력은 가까운 우정을 쌓는 능력과 유사하다. 가까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은 음악적 재능 같아서 서서히 발전한다. 그것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은 어느 정도 까지는 연습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에번 프로스트는 에릭슨의 친밀감 형성 과업을 어느 정도 완수했다. 그러나 다른 영역에서는 친밀한 관계를 이루려는 데 관심이 없었다. 프로스트는 가까운 인간관계를 반드시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삶을 즐겼다.
프로스트 같은 사람이 편안하고 생산적이고 지속된 결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점을 생각한다면 프로스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의 결혼 생활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프로스트 부ㅜ는 결혼 생활을 통해 자신들이 찾고자 했던 동반자 관계를 어느 정도 이루었다.
또 다른 문제 하나는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위해 서로에게 얼마나 의지하며 살아야 하는가이다. 서로가 의존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연구 자료들을 살펴보면 상호의존은 사실 치유 효과가 있는 적응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완벽한 결혼 생활이 아니더라도 쓸쓸한 아동기 환경에서 느꼈던 외로움을 달래주는 효과가 있다. 80세 이후의 행복한 결혼 생활은 따듯한 아동기 환경이나 성년기 초기에 성숙한 방어기제를 가졌던 것과는 상관관계가 없음이 밝혀졌다. 다시 말해 인생 초반에 좋은 환경에서 자라거나 심리적인 안정을 누려야만 노년에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상처를 치유할 필요가 없다 하더라도 서로 의지하며 지내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움을 가져올 수 있다. 에번 프로스트의 이야기는 상대방에게 의지하고 사는 것을 너무 부정하면 가까운 관계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우정과 결혼 관계에서의 상호의존은 세월이 가면서 더욱 깊어진다. 여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나이가 들면 자녀들이 성장하여 떠나기 때문에 부부 사이의 관계가 더 좋아질 수 있다.
둘째, 노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호르몬의 변화로 여성은 남성적으로 남성은 여성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부부 사이에 신체적 감성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진다.
셋째, 노화에서 비롯된 신체적 장애를 통해 부부는 서로 의지하는 것이 더 이익이 된다고 생각한다.
3. 좋은 결혼과 나쁜 결혼의 몇 가지 통계적 차이
<표 6-2>는 연구에서 사용한 변인들이 결혼 생활의 만족도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보여준다.
변인 (n = 159)* |
행복한 결혼 : n = 50 |
불행한 결혼을 견디며 지냄 : n = 48 |
결혼 생활을 하다 이혼함 : n = 61 |
A. 행복한 결환과 관계있는 변인 |
|||
자상한 아버지 |
38% (명확한 관련) |
21% |
16% |
10종 경기 평가 점수 5점 이상 |
41% (매우 명확한 관련) |
7% |
5% |
성숙한 방어기제 |
42% (매우 명확한 관련) |
16% |
11% |
생산성 과업 수행 |
74% (매우 명확한 관련) |
46% |
38% |
B. 불행한 결혼이나 이혼과 관계 있는 변인 |
|||
목적의식과 가치 결여 |
12% |
11% |
35% (명확한 관련) |
70세 때 사회적 원조 못받음 |
2% |
47% (매우 명확한 관련) |
50% (매우 명확한 관련) |
결혼 생활 중 알코올리즘 |
4% |
46% (명확한 관련) |
57% (매우 명확한 관련) |
심각한 우울증 |
2% |
27% (명확한 관련) |
20% |
30일 이상 진정제 복용 |
12% |
38% (매우 명확한 관련) |
31% (명확한 관련) |
C. 예상 외로 관련성 없는 것으로 드러난 변인 |
|||
부모의 안정적 결혼 생활 |
78% |
54% |
57% |
부모의 불안정 결혼 생활 |
14% |
19% |
24% |
종교에 깊이 빠짐 |
20% |
20% |
24% |
쓸쓸한 아동기 환경 |
16% |
38% |
30% |
부모의 종교가 가톨릭인 경우 |
14% |
13% |
10% |
* <표6-2>에 있는 전체 숫자가 242가 아니라 159인 이유는 그저 그런 결혼 생활을 한다고 대답한 73명과, 결혼을 전혀 하지 않은 7명, 그리고 자료를 잃어버린 3명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
4. 성적 행복감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
그랜트 연구 자료에는 명백하게 빠진 것이 있다. 대상자들이 성인으로서 행하는 성적 행동에 관란 자료가 그것이다. 초기 연구자들은 대상자의 성적 태도가 주요 관심 분야였기 때문에 우리는 대상자들이 대학 2학년 때 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그들이 받은 성교육은(혹은 제대로 받지 않은 것은) 성에 대해 매우 억압적인 생각을 갖게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연구팀에서는 대상자들이 성인이 되어 성적으로 어떻게 적응했는가에 깊은 관심이 있었다. 그렇지만 곧 대상자들의 성생활에 대해 깊이 있게 묻는 설문지는 회수율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세월이 지나며 얻은 정도는 간단하고 어느 정도는 형식적인 질문을 통해 알게된 정보들이다.
우리는 성에 대해 명백한 두려움을 가진 대상자들이 결혼 생활에서 부부 관계에 만족하지 못하는 대상자들보다 정신적 문제를 더 많이 갖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았다. 결국 결혼 생활에서의 성적 적응은 상대방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대상자들이 85세일 때 우리는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성관계를 한 것이 언제인지 물었다. 약 3분의 2인 62명이 응답했다. 30퍼센트는 성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 한정된 자료에서 지속적인 성생활을 말해주는 예견 변인은 60세와 70세의 건강과 65세 이전의 삶에서 보여준 전반적 적응(그렇지만 65세 이후는 아님), 그리고 심혈관계 질환을 앓지 않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내가 성적 조기 불능을 방지해준다고 생각했던 조상의 장수, 방어기제 성숙도, 80세의 신체적 건강, 결혼 생활의 만조도 같은 변인은 80세의 성생활에 명확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5. 이혼하는 사람들과 불행한 결혼을 견디는 사람들
35년 전 내가 이혼을 중요시했던 생각은 전반적으로 틀렸다. 이제 나는 이혼한 사람도 에릭슨이 말한 친밀감 형성 과업을 완수할 수 있고 매우 가까운 관계를 누리며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결국 한 사람이 자신의 부모, 형제, 자녀, 친구, 최소 한명의 동반자를 소중히 생각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잘못된 선택으로 이혼했다는 사실보다 그 사람의 정신 건강과 생산성을 더 정확하게 예견해주는 변인이다.
[12] 어떤 종류이든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 이혼을 더 많이 한다는 명확한 증거들이 있다.
그러나 이혼했다고 하여 정신병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반대로 결혼 생활이 지속적으로 불행할 때에는 이혼을 통해 새롭도 더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이혼 뒤 재혼한 사람들의 결혼 생활과, 이혼하지는 않았지만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결혼을 비교하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연구가 될 수 있다.
두 집단은 적응 방법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불행하지만 결혼 생활을 유지한 이들은 과감히 이혼을 결심한 이들보다 삶의 다른 면에서도 수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이혼 뒤 행복한 재혼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 견주어 방어기제로 유머 감각을 사용하는 비율이 낮았다. 정신 건강 상태도 좋지 않았는데,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기분 전환용 약물을 스스로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씩 때문이다. 또 이들은 불행한 아동기 환경에서 자랐을 확률이 높았고, 노년에 사회적 도움을 받고 사는 확률도 낮았다.
그러나 불행한 결혼 생활을 견디며 사는 사람들은 우울증을 앓는 배우자나 알코올리즘에 빠진 배우자를 저버리지 않는 충실성을 가진 것으로 보였다. 불행한 결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평생 똑같은 생각으로 살지는 않았다.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한 대상자 가운데 3명은 최소한 한 기간에는 자신의 결혼 생활이 매우 행복하다고 보고했다. 이 경우에는 희망이 어느정도 살아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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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75년 동안 이어진 그랜트 연구는 결혼, 친밀감 형성, 정신 건강에 관해 어떤 사실을 가르쳐줄까?
첫째, “오랫동안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는 르웰린 하울랜드의 생각이 결국 옳다는 것이다. 성숙한 방어기제와 최적의 적응 기술이 발달하기 위해 받드시 있어야 하는 사랑과 사회적 지능의 발전적인 합성 과정이다.
둘째, 그랜트 연구에서는 결혼 생활이 불행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심으로써 결혼 생활이 불행해진다는 것을 규명했다. 자신이 술에 대한 자제력을 잃은 것을 실패한 결혼 탓으로 돌리고자 자기합리화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우리는 70세 이후에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다고 말하는 사람의 비율이 왜 증가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냈다.
[13] 나이가 들어가며, 그리고 결혼 햇수가 증가하며 이혼율이 감소한다는 사실은 일반인 연구를 통해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이유는 위태로운 결혼 생활을 하면서 나쁜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제거한 것이 그 중 하나이다. 또 나이가 들어가며 상대방에 대한 헌신도가 높아져 무언가를 바꾸려 하지 않는 성향이 강해지고, 공동 소유 재산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우리 연구 자료들을 보면 결혼 생활의 행복도는 증가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4] 이처럼 결혼 생활 만족도가 증가한 데는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가며 나쁜 일 보다는 좋을 일을 기억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로라 카스텐센의 사회감성적 선택이론과 분명히 관계 있다.
또한 사람들이 나이가 들며 상호 의존적 관계를 더 잘 견디게 된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그랜트 연구에서는 초기의 결혼도 노년에는 더 좋아진다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알아냈다. 이러한 결과는 단기간 제한된 주제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얻기 힘든 결과였을 것이다. 70세 이후의 대상자들은 자신의 결혼 생활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가 결혼에 관해 가졌던 생각을 바꾸게 해준 존 애덤스 같은 사람의 삶을 통해 사람은 평생 동안 변화를 멈추지 않고 성장한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된다. 한 면담자는 언젠가 마가렛 미드에게 결혼에 세 번 실패한 까닭이 무엇인지 물었다. 미드는 대답했다.
[15] “무슨 말씀인지요? 나는 내 삶의 발달 국면에 따라 세 번이나 성공적인 결혼을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