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_나를 방어한다는 것
(Epigraph) 방어기제는 위험에 빠지는 일을 방지한다. 그리고 확실히 인간의 방어기제는 이런 역할을 매우 잘 해낸다. 자아가 방어기제 없이 발달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그련트 연구의 두 번째 교훈, 그리고 아마도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교훈은 긍정적인 정신 건강과 정신 병리의 관계를 설명하려면 대응기제를 이해해야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장에서 적응(adaptation), 회복탄력성(resilience), 대응(coping), 방어(defense)와 무의식적(unconscious), 비자발적(involuntary) 같은 용어를 구분없이 쓰겠다. 우리는 누구나 의식적 대응 전략을 갖고 있고, 이에 대해 안다. 나는 비자발적 대응 방법에 흥미를 느꼈다. 이것은 피가 나면 혈액이 응고되고 백혈구를 보내 감염을 막는 것과 유사하다. 또 롤러코스터를 타며 공포를 즐거움으로 전환시키는 것과도 유사하다.
방어기제를 연구하는 것이 흥미로운 이유는 적응과 정신병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심리적 방어기제의 결과로 나오는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는 정신병적 증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의 뇌가 내외 환경에서 일어나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너무 심한 걱정이나 우울함을 느끼지 않은 상태로 대응하려는 노력의 결과이다.
과학계는 방어기제를 정신분석의 낡은 주제로 무시한 채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방어기제는 명확한 실체가 있다. 일시적이긴 해도 그 실체를 볼 수 있으며,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무엇보다도 설명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랜트 연구가 학자들로부터 가장 인정받는 중요한 업적은, 과학자들이 방어기제에 대한 생각을 달리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1. 심리적 적응과 방어기제
[1] “우리가 병리학적 증상에 대한 설명과 정상적이고 활기찬 정신 현상에 대한 설명을 구분하지 않고서는 의학은 존재 가치가 사라질 것이다.”
1856년 프랑스 생리학자이자 실험의학의 선구자 클로드 베냐(Claude Bernard)는 이러한 말로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적응 문제를 제기했다.
생리적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병리적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반응이 외부로 표출된 증상들(고름, 기침, 발열 등)은 많은 경우 생명을 유지하게 한다.
[2] 1925년 현대 미국 심리학계의 선구자이자 초기 그랜트 연구의 연구원이었던 에덜프 메이어는 인간에게 정신병은 실체로 존재하지 않고 오직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특정한 반응 증상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몸에서 발열, 혈액 응고, 염증 같은 증상이 치료를 위해 몸의 정상적인 균형 상태를 파괴하는 것처럼 방어기제들은 정신적인 치료를 위해 정상적인 인식 과정을 파괴한다.
<도표 8-1>에서 볼 수 있듯이 방어기제는 청소년들의 공격성이 증가하고 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경우처럼 감정적이거나 생물학적인 강도가 갑자기 증가하는 것을 굴절시키고 부인한다. 이러한 갈등의 원천을 정신분석학자들은 이드(id)라고 하고,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은 죄(sin)라고 하며, 인지심리학자들은 뜨거운 인지(hot cognition)라고 표현한다. 또 신경해부학자들은 뇌의 시상하부와 대뇌변연계에서 갈등을 일으켰다고 말한다.
또한 방어기제는 자식이 부모님을 양로원에 맡겼을 때처럼 갑작스럽게 늘어나는 죄의식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갈등의 원천을 정신분석학자들은 초자아(superego)라고 하고, 인류학자들은 금기(taboo)라고 하며, 행동학자들은 조건과(conditioning)라고 하고, 일반인들은 양심(conscience)이라고 한다. 신경해부학자들은 전두엽과 편도체에서 이러한 감정을 일으킨다고 한다. 양심은 인간이 5세 이전에 부모에게서 받은 책망에서 생길 뿐만 아니라 문화적 동질화의 결과이다. 또한 진화에서도 형성되고, 때로는 압도적인 외상(trauma)으로 생긴 돌이킬 수 없는 학습에서 형성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방어기제는 즉각 받아들이지 못하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을 필요할 때 받아들이기 위한 심리적 유예 기간을 제공한다. 이러한 유예 기간은 정신적인 휴식 같은 역할을 해서 한 개인이 극단적으로 걱정하고 우울해지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아준다.
[3] 프로이트는 40년 동안 연구하여 오늘날 우리가 알고있는 대부분의 비자발적 대응 기제를 알아낸 뒤, 이를 다섯 가지 특징으로 설명했다.
– 방어기제는 격렬한 감정과 인지의 불균형으로 인한 스트레스 효과를 줄여주는 주요한 수단이다.
– 방어기제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 방어기제는 서로 영향을 주지 않은 채 개별적으로 일어난다.
– 방어기제로 일어나는 현상은 정신병 증상 같기도 하고 때로는 매우 심각한 정신 질환으로 보이지만 이들은 역동적이고 되돌릴 수 있는 현상이다.
– 방어기제는 병리적 증상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심리적 적응력이 있으며, 창조적이기까지 하다.
위 다섯가지 특징에 내 이론 하나를 더하자면,
– 방어기제를 쓰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방어기제가 보이지 않지만, 관찰자에게는 이 방어기제가 대체로 비정상적으로 보인다.
[4] 1971년 그랜트 연구에서는 정신병적인 것에부터 숭고한 것까지 여러 방어기제의 위계를 발표했다.
[5] 1977년과 1993년 우리는 방어기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저 설명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줄 수 있었다.
[6] 지난 20년 동안 크레이머(Cramer)와 스코돌(Skodol) 그리고 페리(Perry)는 프로이트의 망각(Freudian Oblivion)으로부터 방어기제를 되찾아 오는 것의 임상적 가치를 탐사하면서 경험적 연구들을 검토했다.
[7] 그 결과 미국심리학회의 DSM-IV에서는 우리 연구팀이 했던 것과 비슷하게 방어기제를 상대적 정신병적 증상으로 분류했으며, 정신 질환 판단을 위한 선택적 기준에 공식 포함했다.
2. 방어기제의 스펙트럼
모든 방어기제는 갈등, 스트레스 변화에 대한 경험을 효과적으로 최소화시킬 수 있지만 각각의 방어기제가 장기적으로 심리 적응에 미치는 결과는 매우 다르다. 다름은 심리적 방어기제를 가장 미성숙한 것에서부터 가장 성숙한 것까지 네 단계로 나눈 것이다.
2-1.정신병적 방어기제
정신병적 방어기제에는 망상적 투사(delusional projection), 정신병적 부인(psychotic denial), 정신병적 왜곡(psychotic distortion)이 있다. 이 기제들은 외부적 현실을 상당히 부인하고 왜곡한다. 이러한 정신병적 방어기제를 바꾸려면 성숙이나 자각, 신경이완성 약물로 뇌를 변화시켜야 한다.
2-2. 미성숙한 방어기제
미성숙한 방어기제에는 행동화(acting out), 자폐적 환상(autistic fantasy), 해리(dissociation), 건강염려증(hypochondriasis), 수동공격성(passive aggression), 투사(projection)가 있다. 미성숙한 방어기제는 책임을 자신의 바깥에 두어 성격 장애를 일으키는 요소가 된다. 잘 관찰하면 우리에게도 흔히 볼 수 있다. 이 범주에 속한 방어기제를 가진 사람들은 타인이 자신에 대해 하는 말에 반응하는 일이 거의 없다.
2-3. 중간적 방어기제 (intermediate defenses)
중간적 방어기제에는 전이(displacement,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것), 정서의 분리(isolation of affect) 또는 주지화(intellectualization, 감정에서 생각을 분리하는 것), 반동 형성(reation formation, 모욕감이나 화를 참는 것), 억압(repression, 정서는 가시화한 상태로 유지하지만, 거기서 비롯된 생각은 잊어버리는 것)이 있다. 중간적 방어기제는 위협적으로 변할 수 있는 생각, 느낌, 기억, 바람, 자각에 따른 두려움을 지체시킨다. 중간적 방어기제는 다섯 살 때부터 사망에 이를 때까지 누구에게나 흔히 일어나며 심리 치료적 해석에서 볼 때 낮은 수준의 방어기제를 가진 사람보다 일관된 반응을 한다.
2-4. 성숙한 방어기제
성숙한 방어기제에는 이타주의(altruism), 예측(anticipation), 유머(humor), 승화(sublimation), 억제(suppression)가 있다. 이들은 불한안 느낌과 생각을 의식 안에 담아둠으로써 갈등을 일으키는 동기들 사이에 최적의 균형 상태를 만들어내고, 복잡한 상황에서도 만족감을 느낄 가능성을 극대화한다. 이들은 긍정적인 정신 건강 상태에서 나타난다. 이러한 성숙한 방어기제가 의식적 조절 아래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의지력 하나만으로는 이끌어낼 수 없다.
성숙한 방어기제는 느낌, 의식, 인간관계, 적응해야 하는 실제 상황을 변형시키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형은 매우 우아하고 탄력적인 과정을 통해 일어난다. 적응 방어기제는 덕으로 생각되고, 다름 사람들은 이들의 행동에 공감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유머나 이타주의에서 볼 수 있듯이 타인과의 민감한 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다. 미성숙한 방어기제는 전혀 덕으로 보이지 않으며, 대개 자기애의 표출로 나타난다.
3. 방어기제의 성숙도 평가 방법
우리가 어떤 방어기제를 갖고 있는지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자기 보고적 측정으로는 타당성에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방어기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알아내려는 관찰자는 현재의 행동, 주관적 보고, 과거의 사실 세 가지를 평가해야 한다. 방어기제는 무의식적으로 발현한다. 방어기제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어릴 적의 기록, 그들의 어머니가 하는 설명, 그리고 현재 취한 행동을 알아야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정신건강의 많은 다른 면과 비슷하게 믿을 만한 비자발적 대응기제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종단 연구가 필요하다.
[8] 이에 대해서는 내 책 <자아의 방어기제 : 정신과 의사와 연구자들을 위한 지침서 Ego mechanisms of defense : A guide for clinicians and researchers>에서 자세히 소개했다.
그랜트 연구는 대상자들이 자신에 대해 말한 수많은 정보를 갖고 있으며, 대상자의 생애를 관찰해 만든 객관적 자료가 풍부하다. 연구팀은 이러한 자료 가운데 몇 개를 선별하여 방어 방법을 평가했다.
우리는 선정한 자료를 검토하여 방어 기제와 관련된 사항을 취합한 자료를 100개의 단어로 짧게 요약했다. 연구팀은 각 대상자들에게 평균 24개 정도의 100단어 요약문을 얻었다. 그리고 익명의 평가자에게 그 요약문을 읽고 당사자가 앞서 말한 방어기제의 위계에서 어떤 방어기제를 갖고 있는지 평가하도록 했다.
방어기제를 조사한 그랜트 연구에는 두 가지 약점이 있었다. 하나는 대상자가 겨우 200명 뿐이라는 것이다. 둘째, 평가자의 평가 신뢰도는 방어기제 가운데 해리에 대한 평가에서는 정확도가 떨어졌다. 그러나 약 5분의 4에 해당하는 대상자들은 광범위하고 신뢰성 있게 평가해서 어떤 방어기제를 가졌는지 알아냈다.
<표 8-1>은 연령에 따라 100단어 요약문에 반영된 방어기제의 성숙도가 어떤지 나타낸다. 35세에서 50세 사이의 각 대상자는 청소년기보다 성숙한 방어기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4배 더 높았다.
발췌문으로 판단한 적응 방법 범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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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성숙한 방어기제” |
“중간적/신경증적 방어기제” |
“성숙한 방어기제” |
청소년기 |
25% |
61% |
14% |
19~35세 |
12% |
58% |
30% |
35~50세 |
9% |
55% |
36% |
50~75세 |
6% |
32% |
62% |
* 발췌문은 대상자의 대응 행동을 보여주는 예를 발췌한 짧은 글을 가리킨다. 이 글을 통해 대상자가 어떤 방어기제를 어느 정도 사용했는지를 판단했다. |
우리는 한 사람이 얼마나 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가는 그 사람이 자란 환경과는 관련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적응기제는 좋지 않은 환경에 있는 자아에게 해독제 같은 역할을 한다. 그리고 자아가 적응 능력이 있다는 것은 그 능력을 갖기 위해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점과, 그가 어려움을 극복할 능력이 있는 축복받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성장 과정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은 어린 시절의 결핍을 보상받으려는 독창적 방법을 찾을 수 있다.
[9] 노스웨스턴 대학의 심리학 교수 댄 맥애덤스(Dan McAdams)는 이런 현상을 “자기구원 redemptive self”라고 했다.
[10] 한 사람이 얼마나 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가는 그 사람이 얼마나 따듯한 인간관계를 맺고 사는가와 정신이 얼마나 건강한지 보여주는 변인들과 높은 관련성이 있다.
4. 방어기제의 성숙도와 성인 발달의 관계
방어기제의 성숙도를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알아 낸 뒤 연구팀이 품은 다름 질문은 어떤 방어기제를 선택하느냐가 과연 한 사람의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가였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3개의 집단에서 자주 사용하는 18개의 방어기제를 정신병적 방어기제, 미성숙한 방어기제, 중간적 방어기제, 성숙한 방어기제 등 네 범주로 나누었다. 그리고 방어기제의 성숙도와 성공적인 성인 발달을 발해주는 다른 지표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했다.
<표 8-2>는 이 둘 사이의 관련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어떤 비자발적 방어기제를 선택하느냐는 인생의 행복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게다가 방어기제의 성숙도와 정신 건강 사이의 관련성은 다른 성숙도 평가 결과와 마찬가지로 대상자의 사회적 위치, 교육 정도, 성별과는 관련이 없었다.
변인 |
터먼 여성 집단 n = 37 |
하버드 집단 n = 186 |
이너시티 집단 n = 307 |
60~65세의 삶에 대한 만족도 |
0.44 명확한 관련 |
0.35 매우 명확한 관련 |
n.a |
심리적 안정도 (에릭슨 발달 단계) |
0.48 매우 명확한 관련 |
0.44 매우 명확한 관련 |
0.66 매우 명확한 관련 |
DSM-IV Asix V 평가 결과 |
0.64 매우 명확한 관련 |
0.57 매우 명확한 관련 |
0.77 매우 명확한 관련 |
47세의 직업적 성공 |
0.53 매우 명확한 관련 |
0.34 매우 명확한 관련 |
0.45 매우 명확한 관련 |
47세의 결혼 생활 안정도 |
0.31 명확한 관련 |
0.37 매우 명확한 관련 |
0.33 매우 명확한 관련 |
47세의 직업적 만족도 |
0.51 매우 명확한 관련 |
0.42 매우 명확한 관련 |
0.39 매우 명확한 관련 |
직업을 가진 비율 |
0.37 명확한 관련 |
n.a. |
0.39 매우 명확한 관련 |
매우 명확한 관련 = p < 0.001; 명확한 관련 = p < 0.01; NS = 명확한 관련 없음 n.a. = 이용할 만한 자료가 없음(data not avilable). |
추상적인 담론을 떠나 각각의 방어 방법이 실제 삶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되는지 알아보다. 다음은 <성공적인 삶의 심리학>에 소개한 두 사람의 이야기다.
승화, 억제, 주지화, 억압은 받아들이기 힘들거나 위험한 경험에서 생긴 욕망과 충동을 다루는 네 가지 방ㅃ이다. 승화는 욕망을 자극하는 감정적 에너지를 사회에서 용인되는 다른 목표를 위해 쏟는 것이다. 억제는 욕망과 감정적 에너지가 의식 속에 묶인 상태로 있고, 이런 감정을 안전하고 적당하게 추구할 방법이 발견될 때까지 걱정과 분노를 참거나 무시하는 것이다. 주지화는, 금지된 생각이 의식 속에 머물러있지만 감정적 격정과는 분리된다. 억압은 바람직하지 않은 욕망이나 충동 그리고 이것들과 관계된 생각을 자각하지 못하지만 이 감정은 즉각적인 또는 미래의 만족을 공급받지 못한 채 현재에 남아있다.
억압은 복잡하고 모순된 감정에 대한 단기 해결책이다. 우리는 욕망과 충동을 주의해서 다루어야 한다. 그러나 욕망과 충동을 의식 속에서 대거 떨쳐버리면 감정의 활력도 함께 달아난다. 그러므로 억압은 갈등과 혼란에 유예기간을 주고,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더 안정적인 방법을 찾을 때까지 대비하는 것으로서 가장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 주지화도 비슷하다. 주지화는 지적인 만족감을 줌으로써 때로 이해력을 넓혀주는 가치가 있다.
승화와 억제는 장기적으로 더 바람직한 적응 기술이다. 열정 배출구를 다른 곳에서 찾는 승화는 성공한 예술가들이 사람들의 뼛속 깊은 곳까지 파고드는 예술 잡품을 만들어내는 재능에서 볼 수 있다.
다른 세 방어기제보다 애매하지 않은 억제는 적응을 끌어가는 말과 같은 역할을 하며, 매우 효과적이다. 대학 시절 성격 평가에서 받은 “잘 통합된” 이라는 평가, 그리고 30년 뒤의 10종 경기 평가에서 받은 높은 점수는 다른 방어기제보다도 억제와 관련성이 컸다.
– 딜런 브라이트 : 감정의 ‘승화’로 행복을 찾다.
딜런 브라이트 교수의 이야기는 승화라는 방어기제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는 다른 대상자들과 비교해 지적 능력이 떨어졌는데도 그의 인생은 흥미로운 섬광으로 넘쳤다.
브라이트는 미식축구 공격수와 레슬링 챔피언을 지내고, 나중에 생각을 바꾸어 영시를 전공한 영문과 교수가 되었다. 그는 낙제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반항적인 학생이어서 퇴학당할 위기에 놓인 적도 있었다. 브라이트가 가진 강렬한 경쟁심은 소멸하지 않고 결국 놀라운 성적을 거두는 동력으로 승화되었다.
억제나 예측과는 다르게 승화는 행복한 아동기 환경과 관련이 적다. 브라이트는 혼란스러운 가정에서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알코올리즘 환자였고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으며 사냥이 취미였다. 딜런의 어머니는 딜런에게 본능에 따른 즐거움을 경계하도록 가르쳤다.
두려움을 정복하려는 일생의 노력으로 딜런이 어머니의 품안에서 벗어났을 때, 그는 범죄자에 가까운 말썽꾸러기 아이가 되어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그의 거친 지배력은 좀 더 우아하게 변했다. 18세 이후에 그는 “책임감을 갖고 하는 흥미진진한 일”인 배움에 집중했고, 더는 다치지 않았다.
브라이트는 자신의 감정을 타인과 공감하며 창조적으로 바꿀 줄을 몰랐다. 그러나 그와 그의 자아가 성숙하면서 행동화(어린 시절의 반항)라는 대응 방법을 반동형성(반대되는 행동을 함으로써 감정적 충동을 가두어두는 것)으로 바꾸었다.
브라이트는 엄격한 자기 통제가 실제로는 자신을 보호하지 않을 수 있거나 삶에서 공허함을 느끼는 재앙으로 치닫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반동 형성이 승화로 바뀌면서 그의 인생에 불이 붙었다. 그는 아마추어 레슬링 경기에서 불법적인 돈을 받아 바이올린 레슨비로 씀으로서 “신성화”했다. 19세 때 성관계를 자제하는 동안 흥미롭고 지적인 우정을 쌓았고 처음으로 시에 흥미를 가졌다. 그는 대학원에서 최고 성적을 받고자 분투했지만, 박사 학위 논문 주제로 셸리의 시를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야욕을 순화시켰다.
브라이트가 사용한 적응 반응은 사실 독창적이었다. 그는 자신이 패배하리라고 예상한 학문 분야에서 성공하려는 생각을 버렸다. 대신 최소한의 위험 요소를 감수하며 모험할 수 있는 활동을 했으며 여기서 느끼는 흥분으로 자신의 슬픔을 잠재웠다. 그는 승화 능력이 있었기에ㅔ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었다.
– 프랜시스 드밀 : 세월과 함께 성숙해가다.
사업가였던 그의 아버지는 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가정을 버리고 떠나 이내 사망했다. 부계의 친척들은 드밀이 자라는 동안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다. 드밀의 가정은 드밀과 어머니, 결혼하지 않은 두 이모가 전부였다.
1940년 그랜트 연구의 대상자가 되었을 때, 드밀은 대학생치고는 너무 어려보였다. 그러나 연구원들은 그를 매우 매력적인 학생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행동거지는 개방적이고, 사람의 마음을 끌고, 직설적이었으며, 연극에 관심을 교양 있는 말투로 사람들과 토론했다.
그는 억압이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한 전형적인 사례였다. 그는 대학생으로서는 놀라울 만큼 성적 환상이나 충동적 공격성, 어머니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생각을 “잊고” 있었다.
그는 “이성적 사고보다는 감성적 사고를 더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억압을 주요 방어기제로 삼는 사람들의 특징이었다.
불안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는 성숙 과정을 촉진한다. 시간이 흐르며 드밀은 억압과 해리를 승화로 바꾸었다. 그는 연구팀에게 자신이 해군 시절에 반항적이었다고 말했는데, 자신과 동료들의 개별성을 보호하고자 맞섰기 때문이라고 했다. 순응적이었던 드밀은 적어도 하나의 반항을 군대에서도 인정해주는 진정한 업무 능력으로 변화시켰다.
드밀은 또한 자신이 방어기제로 억압을 사용하고 있음을 점차 알아차렸다. 비자발적 대응기제는 의식하는 순간 “작동”을 멈춘다. 그리고 저항과 함께 통찰이 따라온다.
(이후 내용은 나이먹음에 따라 어떻게 활동했는지를 서술하엿음)
드밀은 90세까지 살았지만 양로원에서 거동하지 못한 채 말년을 보내야 했다. 성숙한 방어기제는 우리가 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해주지만 100세까지 살다가 한순간에 세상을 떠나도록 해주지는 못한다.
5. 방어기제의 위계에 대한 전향적 진실
성숙한 방어기제가 있으면 삶에서 즐거움을 찾기가 더 쉬워질까? 아니면 반대로 삶을 즐겁게 살다 보면 성숙한 방어기제가 생기는 것일까? 나는 방어기제의 성숙도가 <표 8-2>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한결 같은 긍정적 상관관계 뿐만아니라 예견적 진실성도 갖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우리는 이 문제에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접근했다.
[11] 하버드 집단 대상자들이 50세가 되기 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는 평가자들이, 대상자가 직업에서 느끼는 행복감, 50세에서 65세 사이의 정신과 진료 이력과 신경안정제 복용 여부, 결혼 생활의 안정도, 47세 이후 직업에서의 발전 경로(그들이 직업에서 승진했는가 아니면 밀려났는가)를 평가했다.
그런 다음 이 평가 자료를 방어기제에 대한 평가 자료와 비교해 둘 사이의 관련성을 조사했다.
성숙한 방어기제를 가진 것은 65세의 삶의 질에 대한 매우 명확한 예견력이 있었다. (표 8-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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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 154 * |
1. 객관적 증거 |
방어기제의 적응도 |
수입 (55~55세) |
매우 명확한 관련 |
심리사회적 적응도 (50~65세) |
매우 명확한 관련 |
사회적 도움 |
매우 명확한 관련 |
10종 경기 평가 점수 (60~80세) |
매우 명확한 관련 |
정신 건강 (64~80세) |
매우 명확한 관련 |
행복한 결혼 생활 (50~85세) |
매우 명확한 관련 |
2. 주관적 증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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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느끼는 즐거움(75세) |
매우 명확한 관련 |
매우 명확한 관련 = p < 0.001; 명확한 관련 = p < 0.01; NS = 명확한 관련 없음 * 이 숫자는 모든 변인에 관한 모든 대상자의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
<표 8-4>에서 보듯이 우울증을 가장 적게 겪은 대상자들이 61퍼센트가 성숙한 방어기제를 가졌으며, 가장 심한 우울증을 앓는 대상자들 중에서는 9퍼센트만이 성숙한 방어기제를 갖고 있었다. 불행한 아동기를 보낸 많은 사람들이 성년기에는 성숙한 방어기제인 이타주의를 사용했다.
[12] 그러나 우울증을 앓았던 대상자중에 주요 적응 방법으로 이타주의를 계속 사용한 사람은 1명도 없었다.
그 대신 우울증을 가장 많이 알았던 대상자들은 분노를 타인이나 자신에게 표출하는 반동 형성과 수동 공격성을 사용하는 빈도가 매우 높았다.
단순한 상관관계가 원인을 증명하지는 못한다. 미성숙한 방어기제는 알코올 남용과 뇌 손상과 관련있지만, 미성숙한 방어기제가 알코올 남용과 뇌 손상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반대로 알코올 남용과 뇌 손상은 방어기제의 성숙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정서 장애와 방어기제의 성숙도 사이의 관련성에 대해 명확하게 알려면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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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방어기제를 주요 대응 방법으로 사용한 비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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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기제의 종류 |
우울증이 심한 대상자 (n = 17) |
우울증이 적은 대상자 (n = 59) |
중요도 |
억제 |
18% |
63% |
매우 명확한 관련 |
이타주의 |
0% |
19% |
NS |
반동 형성 |
28% |
2% |
명확한 관련 |
해리 |
59% |
25% |
명확한 관련 |
투사 |
24% |
3% |
매우 명확한 관련 |
가장 성숙한 방어기제 |
0% |
31% |
매우 명확한 관련 |
가장 미성숙한 방어기제 |
53% |
9% |
매우 명확한 관련 |
매우 명확한 관련 = p < 0.001; 명확한 관련 = p < 0.01; NS = 명확한 관련 없음 |
6. 방어기제의 성숙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내가 그랜트 연구에서 주로 알아내려 했던 것은 인간이 경험하는 사회문화적 변화 속에서 회복탄력성을 갖도록 도와주는 심리적 항상성의 작용 원리를 파헤치는 것이었다.
방어기제의 성숙도가 사회 경제적 지위, 지능, 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이 점에 있어서 이너시티 집단보다 하버드 집단이 조금 낫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 두 집단 사이에 나타난 이러한 차이는 대상자 선정 과정의 차이 때문에 생겼다고 말할 수 있다. 즉, 하버드 집단은 본래 정신적으로 문제 없는 사람들은 선정한 반면, 이너시티 집단은 그러지 않았다.
방어기제에 사회적 특권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해 덜 왜곡된 결과를 알아내려면 동질 집단 비교, 즉 한 집단에 속한 대상자들을 같은 집단에 속한 다른 대상자와 비교해야 한다. <표 8-5>는 서로 다른 세 집단에서 사회적 계급, 지능, 교육 수준의 영향에 따라 방어기제의 성숙도가 어떻게 다른지 검토해서 그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심지어 따듯한 아동기 환경과 방어기제의 성숙도 사시의 관련성도 생각보다 약하게 나타났다.
문화적 다양성의 영향도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검사했다. 부모의 인종적 차이는 성년기 삶의 어떤 면에 매우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예를 들어 앵글로색슨계 미국 신교도인 와스프(WASP)와 아일랜드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난 대상자들은 이탈리아계 출신보다 알코올 남용에 빠질 가능성이 5배 더 높았다.
[13] 그리고 앵글로색슨계 미국 신교도 부모를둔 대상자들은 주요 방어기제로 해리를 선택한 비율이 이탈리아계 대상자들보다 매우 높았다. (해리에 대한 평가신뢰도가 가장 낮았다.)
문화적 요인이 대응기제에 주는 영향이 경미해 보이긴 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배경 변인 |
터먼 여성 집단 n = 37 |
하버드 집단 n = 186 |
이너시티 남성 집단 n = 277 * |
부모의 사회적 계급 |
NS |
NS |
NS |
IQ |
NS |
NS |
NS |
교육을 받은 햇수 |
NS |
– |
명확한 관련 |
아버지와의 따듯한 관계 |
NS |
명확한 관련 |
NS |
따듯한 아동기 환경 |
명확한 관련 |
명확한 관련 |
NS |
어머니와의 따듯한 관계 |
NS |
명확한 관련 |
NS |
매우 명확한 관련 = p < 0.001; 명확한 관련 = p < 0.01; NS = 명확한 관련 없음 * IQ 80이하의 대상자는 제외한 수이다. |
—-
연구팀이 비자발적 대응기제에 관해 갖고 있던 세 가지 의문점은 실험 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은 명확한 답을 찾았다. 첫째, 방어기제의 성숙도는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둘째, 방어기제의 성숙도는 미래의 정신 건강에 대한 예견력이 있다. 셋째, 방어기제의 성숙도는 사회적 계급이나 성별과는 관련이 없으며 유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방어기제는 정신분석학계의 도그마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랜트 연구를 통해 이번 장에서 말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의 연구가 장기간에 걸쳐 종단적으로 이루어졌으며, 대상자들을 인위적인 연구 환경 속에 제한하지 않고 그들의 삶에 자연적으로 일어난 사실을 자료로 삼아 조사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방어기제를 사용할 때 인간의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아내려는 뇌 영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14] 그러나 과학자들이 뇌영상 촬영 기술을 통해 더 확실한 사실을 알아내려면 과학 기술이 더 발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