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_알코올리즘의 유혹을
뿌리치지 않는다면
(Epigraph) – 우리는 교활하게 인간을 좌절로 모는 강력한 적과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알코올리즘 환자 모임
알코올리즘은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질병이다.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이 질병은 전체 미국인의 6퍼센트에서 20퍼센트가 사는 동안 한 번은 겪는 질병이다.
[1] 미국에서 알코올리즘은 종합병원에 오는 전체 환자 중 4분의 1이 가진 증상과 관계되어 있고, 20세에서 40세 사이의 남성의 네 가지 주요한 사망 원인인 자살, 사고, 살인, 간경화와 관계 있다.
우리는 알코올 사용과 남용에 대한 전향적 종단 연구를 통해 많은 부분을 알게 되었다.
누가 알코올리즘 환자이고 누가 아닌지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2] 지금까지 건강에 대한 중요한 종단 연구(메사추세츠의 프레이밍햄 연구와 캘리포이아의 앨러미다 카운티 연구)는 오로지 알코올 소비에 대한 연구였지 알코올 남용에 대한 연구 자료가 아니었다.
알코올에 대한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아니라 그들이 하는 행동을 보고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연구를 통해 알코올과 관계된 일곱가지 주요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냈다. 연구팀이 술과 관계되어 알아내고자 했던 문제는 아래와 같다.
1. 알코올리즘은 증상인가, 병인가?
2. 알코올리즘은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가,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가?
3. 알코올리즘 환자는 발병하기 전부터 비 알코올리즘 환자와 다른 특징이 있는가?
4. 알코올리즘을 치료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금주여야 하는가?
5. “진짜” 알코올리즘 환자가 다시 안전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가?
6. 알코올리즘의 재발을 막을 방법은 무엇인가?
7. 알코올리즘 환자 모임을 통한 병의 회복은 예외적인 현상인가, 아니면 규칙적인 현상인가?
여러 사례에서 연구팀이 종단 연구를 통해 알아낸 사실들은 명성 있는 횡단 연구가 알코올 문제에 대해 찾아낸 사실과는 다르다.
1. 알코올리즘 연구 방법
그랜트 연구가 가진 독특한 구조는 단순한 의견을 과학적 사실로 전환하고자 할 때 세 가지 이점을 주었다.
첫째, 연구팀에서는 대상자들을 그들의 전 생애를 통해 후속 연구했다. 알코올리즘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고 진화하는 질병이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방법이다.
둘째, 연구에서는 알코올리즘을 술을 마시는 양이나 빈도로 판단하지 않고 술과 관계된 문제들이 객관적으로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가에 따라 수치화했다.
셋째, 연구가 계속되는 동안 연구팀은 각각의 대상자들과 30회에서 50회가량 접촉했는데, 이렇게 해서 쉽게 자료를 수집했다.
대상자들을 조사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2년마다 보내는 설문지에 자신, 친구들, 가족들 또는 의사들이 대상자의 음주에 관해 걱정을 표시한 적이 있느냐를 질문했으며, 또한 술을 끊은 적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오랫동안 끊었는지 물었다. (술을 끊을 만큼 자제력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술을 끊었다가 다시 마셨다는 사실을 통해 대상자들이 자제력을 갖고 있지 않음을 알아보기 위한 질문이었다.)
면담에서는 알코올 남용을 하거나 하지 않았다는 것을 매우 자세히 기록했다.
[3] 대상자들이 47세가 되었을 때 87퍼센트의 대상자들은 2시간 동안 진행된 어느정도 조직화된 면담에 참여하여 평생 동안의 음주 문제에 관해 23개의 질문을 받았다.
또한 대상자들은 47세 이래로 5년마다 한 번씩 신체검사를 받았다. 질문에 연속 두 번으로 “그렇다”라고 답하거나 4개 이상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한 사람, 또는 면담에서 스스로 알코올 남용자라고 인정했거나 신체 검사에서 남용의 증거가 드러난 사람은 알코올 남용자로 분류되었다.
[4] (이너시티 집단이 하버드 대학교 성인발달 연구에 참여하기 전인 1962년, 알코올리즘 위험성이 높은 95퍼센트 이상의 체포 기록과 정신병원 입원 기록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앞 두 세대 가족의 기록도 함께 조사했다.
이 자료는 다른 연구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왜냐하면 최근에 입법한 개인정보보호법이 이러한 조사 자체를 금지하기 때문이다.)
알코올리즘에 대한 평가는 DSM-III를 기준으로 판정했다.
[5] DSM-III는 알코올리즘에 관한 분석을 하던 1977년에서 1980년 사이에 통용되던 알코올리즘 판정 기준이었다.
DSM-III는 알코올 사용을 사교적 음주(Social Drinking, 알코올 사용과 관계된 고질적 문제가 없는 상태), 알코올 남용(Alcohol abuse, 알코올 사용과 관계된 고질적 문제는 있지만 생리적으로 의존 단계에는 이르지 않은 상태), 알코올 의존(Alcohol dependence, 금단 증세나 알코올리즘 치료가 있는 상태)이라는 세 가지 상태로 분류했다. 이 장에서 나는 알코올 남용, 의존 둘 다 알코올리즘 범주에 포함시켰다.
[6] 문제음주등급(PDS: Problem Drinking Scale)이라는 평가에서는 문제음주 판단을 위해 동일한 중요성을 띤 16개 질문(미시간 알코올리즘 분석 검사에 있는 질문과 비슷하다)을 통해 음주의 심각성 정도를 평가했다.
문제음주등급은 알코올 남용에 의해 일어난 사회적, 법적, 의료적, 그리고 직장문제에 대해 물었다. 그 후 일시적인 의식 상실, 술을 끊은 경험, 치료받은 경험, 금단 증세, 자기 통제 문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문제음주등급에서 4~7점은 DSM-III 평가의 “알코올 남용” 판정과 대체오 일치했고, 8~12점은 “알코올 의존” 판정과 대체로 일치했다. 4점 이하는 “사교적 음주”에 해당했다.
우리는 탁월하고 포괄적인 사망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이 자료는 외국에서 사망한 2명만을 제외하고, 탈퇴한 대상자까지 포함해 모든 대상자의 사망증명서를 망라한다. 사망증명서 자료와 최근의 신체검사 자료는 주요 사망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사용되었다.
우리는 연구에 협조하는 모든 대상자의 음주 습관을 그들이 과거에 알코올리즘 환자였건 아니건 20세부터 70세 사이에 해마다 평가했다.
연구팀에서는 알코올리즘을 다음과 같이 범주화했다. 일 년 동안 한 달에 한 잔 이하(0.5온스; 약 14.17그램)는 절제(Abstinent), 과거 3년 동안 한 달에 한 잔 이상 마신 알코올 남용자였지만 그와 관련에 문제가 없었다면 통제 음주로의 복귀(Return to controlled drinking), 알코올을 게속 남용한 사실이 확실하고 지난 3년 동안 알코올과 관련된 문제가 하나 이상 있었다면 지속적인 알코올 남용(Continued alcohol abuse)으로 분류했다. 3년 동안 자료가 없는 경우에는 한 해의 음주 습관 상태를 알려지지 않음(Unknown)으로 평가했다. 연구에서 탈퇴했거나, 10년 이상 설문지에 답하지 않았거나, 전화 면담을 거부한 대상자는 낙오(Dropped)로 분류했다.
[7] <도표 9-1>은 대상자들이 60세일 때의 음주상태를 보여준다.
<도표 9-1>은 왜 알코올리즘 환자의 수가 시간이 지나며 감소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시간이 지나며 알코올리즘 환자들이 절제 상태로 가거나 사망했기 때문이다.
능동적인 알코올리즘 환자는 절제하는 사람보다 2배 더 빨리 사망하지만 절제적 음주자도 사교적 음주보다 명확하게 더 빨리 사망한다. 왜냐하면 알코올 소비를 멈춘 뒤에는 흔히 흡연이 따르기 때문이다.
2. 알코올리즘의 진실에 관한 7가지 질문
2-1. 알코올리즘은 사라지는 증상인가, 아니면 고질적인 만성 질환인가?
알코올리즘은 의학적으로는 멈추지 않고 진행하는 질병이다.
[8] 이것은 윌리엄 호가스의 <방탕아적 행각 The Rake’s progress>이라는 동판화 연작을 통해 유명해졌다.
[9] 또한 E.M. 젤리넥 (E.M. Jellinek)도 잘 연구해 놓았다.
[10] 알코올리즘 환자 모임에서 확고히 믿는 사실이기도 하다.
[11] 그렇다면 알코올리즘을 멈출 수 없는 질병으로 보는 이 의학적 모델을, 알코올리즘이 예상할 수 없는 진자운동과 같다는 여러 뛰어난 전향연구의 결과들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
성인발달연구의 모든 알코올 남용 대상자들은 얼마나 고질적인 알코올 남용자인가와 관계없이 한 달이나 한 달 이상 수을 절제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생리적으로 알코올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알코올리즘과 관계된 증상이 많은 사람일수록 술을 끊으려는 시도를 한 번 이상 했을 가능성이 많다.
하버드 성인발달연구는 70년간 이루어진 연구를 통해 음주자들은 계속 금주하지 않으면 조기에 사망할 때까지 술과 관계된 문제를 대체로 버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하버드 집단에서 사교적 음주를 하던 대상자 72퍼센트가 80세까지 살았지만, 알코올을 남용한 대상자에서는 그 비율이 47퍼센트, 알코올 의존자에서는 14퍼센트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알코올 소비 형태는 대상자의 수명에 명확한 영향을 주었다.
한편 그랜트 연구는 알코올 남용이 발병 초기 단계에만 거침없이 진행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80세에 이른 하버드 집단 알코올 남용자 가운데 7명이 수십 년 간(평균 30년) 술을 마셨지만 이들에게서 그동안 상태가 점점 악화되었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비슷한 현상은 담배 의존에서도 보인다.
나는 알코올리즘을 질병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고 또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알코올리즘 진단에서 환자가 평가받은 알코올리즘 단계가 낮다고 하더라도 환자에게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나쁜 사람”이 아닌 “아픈 사람”으로 불리면서, 자신이 술도 통제하지 못하는 한심한 사람이라는 절망감을 덜 느끼고, 자존감이 높아지며, 병을 고치기 위해 스스로 더 많이 노력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병을 치료하도록 협조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 해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알코올리즘 환자들은 술집에 있을 때나 운전할 때 겁 없이 행동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안전한 성생활에도 주의하지 않으며 흡연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알코올리즘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간경화, 사고, 자살, 인두암으로 사망한 비율이 높았다.
[12] 이러한 연구 결과는 알코올리즘 환자의 조시 사망을 조사한 다른 8개의 종단 연구에서 알아낸 결과와도 매우 비슷하다.
2-2. 알코올리즘은 환경에 의한 것인가, 유전에 의한 것인가?
그랜트 연구가 시작되었을 때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정신과 의사였던 칼 메닝거(Karl Menninger)는 매우 대담한 발표를 했다.
[13] “나이가 많은 정신과 의사일수록 알코올리즘이 유전 형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오늘날 이 사실을 믿는 과학자는 없다. 이런 이론들이 여전히 인기를 얻는 것은 사실이지만 알코올리즘은 유전에 의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버지가 알코올리즘 환자라면 아들이 성인이 되어 똑같은 방법으로 술을 마셔서 복수하는 법을 쉽게 배운다.”
메닝거의 생각은 틀렸다. 알코올리즘에서는 유전적 요인이 환경적 요인보다 더 강하게 작용한다. 우리의 자료를 보면 가족 가운데 알코올리즘 환자가 있는 대상자가 자신도 알코올리즘 환자가 된 비율이 그렇지 않은 대상자들보다 2배 더 높았다. 다른 원인(인종, 사회적 지위 등)을 통제하고 한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알코올리즘 환자 양부모를 가졌던 아이들은 알코올리즘이 될 확률이 떨어졌다.
최근까지 대부분의 사회과학자들은 불행한 아동기 환경이 알코올리즘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 연구 자료를 보면 취약한 아동기 환경을 보낸 대상자들이 미래에 알코올 남용자가 된다는 개연성은 부모가 알코올 남용을 했던 대상자들이 미래에 알코올 남용자가 될 개연성과 수평 관계를 이루고 있었다. 아이에게 알코올리즘이 저달되기 위해 알코올리즘을 앓는 친부모가 꼭 아이와 함께 살아야 할 필요도 없었다.
알코올리즘이 유전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고 하더라도 환경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2-3. 알코올리즘 환자들은 병이 생기기 전부터 다른 특징이 있는가?
질문은 본질적으로 알코올리즘이 정신 질환의 증상인지, 아니면 정신 질환의 원인인지 묻는 것이다. 학자들은 오랫동안 정신 질환의 증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랜트 연구가 출발하던 해 오스틴리그스 센터(Austen Riggs center)의 저명한 정신분석학자 로버트 나이트(Robert Knight)는 이렇게 말했다.
[14] “알코올리즘은 병이라기 보다는 병의 증상이다. … 알코올리즘 환자들을 보면 언제나 뚜렷한 부적응 증상, 신경증적 성격 특징, 감정적 미성숙이나 유아증 같은 성격 장애가 있다.”
[15] 1940년 자신의 이름을 네 가지 질병에 붙인 오스트리아의 정신과학자 폴 쉴더(Paul Schilder)도 “고질적인 알코올리즘 환자는 아동기 초기부터 매우 자신감 없는 상태에서 살아온 사람”이라며 같은 의견을 냈다.
20년 후 예일 대학교의 뛰어난 알코올리즘 학자인 E.M. 젤리넥은 이렇게 썼다.
[16] “알코올리즘 환자들의 성격 구조는 매우 다양하지만 대체로 긴장을 참는 인내력과 심리적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
그리고 1980년 정신과 의사 마이클 셀저(Michael Selzer)는 가장 많이 쓰이는 정신과학 교과서에 이렇게 썼다.
[17]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알코올리즘 환자들은 임의로 선정한 사람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이름난 이 학자들 중 누구도 알코올리즘 환자들이 그 전에 어떤 사람이었는가에 대해 전향적으로 축적한 자료를 갖고 있지는 않았다.
[18] 발병하기 전의 세 가지 인성 특성이 꾸준히 제기되었는데, 의존성, 우울증, 반사회성이었다.
그랜트 연구에서는 위의 세 특징 가운데 어느 것도 알코올리즘과 관계가 없음을 밝혀냈다.
그랜트 연구에서 성년기 초기에 의존적인 성향이 많이 나타나고, 사랑과 인내와 만족 지연 문제에서 어려움을 보이는 대상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성년기 초기에 이런 특징을 가졌다고 해서 다른 사람보다 알코올 의존 상태가 될 확률이 높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었다. 그러나 일단 알코올을 남용하기 시작한 하버드 집단 대상자들은 구강 의존적 특징을 많이 나타냈다.
알코올을 남용하는 하버드 집단 대상자들은 그렇지 않은 대상자들보다 우울증을 앓는다고 보고한 비율이 5배나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이들 중 많은 수가 우울한 감정을 없애기 위해 알코올리즘에 빠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19] 그러나 1990년 종단적 자료에 대한 맹검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 내가 가졌던 생각이 단순한 착각이었음이 드러났다.
오직 4명의 사례에서만 대상자의 우울증이 알코올 남용이 발생하기 전에 나타났다. 하버드 집단 대상자 268명 가운데 알코올리즘과 성격 장애가 흔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우울증 때문에 알코올리즘 환자가 되었다고 판단한 4명의 사례는 우연의 일치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20] 반사회적 성격에 관해 말하자면 알코올리즘 환자들은 발병 전 반사회적으로 될 가능성이, 증상이 없는 음주자보다 어느 정도는 높다.
그러나 대부분의 알코올리즘 환자들은 알코올리즘 환자가 되기 전부터 반사회적 성향을 지닌 것은 아니다. 이들은 환자가 된 이후에만 반사회적으로 변한다. 알코올리즘에서 반사회성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
[21]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곳에서 자세히 말한 바 있다.
|
의존적 특징 (N = 95) |
알코올 남용 (N = 185) |
알코올리즘 가족력 |
NS |
명확한 관련 |
열악한 아동기 환경 |
매우 명확한 관련 |
NS |
빈약한 아버지–자식 관계 |
명확한 관련 |
NS |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도 낮음 |
명확한 관련 |
NS |
대학 시절 “심리적 안정도” 낮음 |
명확한 관련 |
NS |
매우 명확한 관련 = p < 0.001; 명확한 관련 = p < 0.01; NS = 명확한 관련 없음 |
하버드 집단 대상자들에게서 얻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쓸쓸한 아동기 환경이나, 아동기에 경험한 심리적 문제들이나, 좀 더 긍정적인 면으로는 대학 시절에 검사한 심리적 안정도 결과들을 통해 어떤 사람이 미래에 알코올 남용자가 될지, 사교적 음주자가 될지 구분하지 못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미래에 알코올리즘 환자가 된 대상자 대부분은 발병 전의 심리적 안정도 면에서 알코올리즘 증상이 없는 음주자와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행복하지 않은 불안한 사람들이 기분을 바꾸려고 알코올에 빠진다는 잘못된 생각은 너무나도 강력한 설득력이 있었고, 우울증과 알코올 애호 성향이 알코올 장애에서 부수적인 요인일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양의 알코올은 활력제도 안정제도 아니고 그 반대일 뿐이다.
[22] 술은 불면증과 우울증을 악화시킨다.
이너시티 대상자 표본 가운데 성인의 긍정적인 정신 건강을 가장 강력하게 예견해주었던 세 가지 아동기 변인, 즉 따듯한 아동기 환경, 아동기에 감정적 문제를 경험하지 않은 것, 그리고 경쟁력 있는 소년기를 보낸 것도 미래에 알코올리즘 환자가 되지 않는다는 예견력을 갖지 못했다. 비슷하게 알코올리즘을 강력하게 예견해주는 알코올리즘 가족력, 인종, 사춘기 시절 문제 행동이, 앞날의 나쁜 정신 건강을 예견하지도 못했다. 그러므로 알코올리즘과 좋지 않은 정신 건강은 언제나 함께 일어난다고 할 수 없다.
행복하지 않았던 아동기, 문제가 많았던 가족, 우울증, 불안 같은 요인들이 알코올리즘의 주요 원인이 아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요인들이 알코올리즘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요인들은 언제나 알코올리즘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모든 만성 질환을 악화시킨다.
다른 자료들을 보면 알코올리즘 환자들은 발병하기 전에 알코올리즘 증상이 없는 음주자와 두 가지 점에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23] 알코올 남용자가 되기 전에 미래에 알코올리즘 환자가 된 사람들은 통제집단보다 숙취, 구토,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증상 등이 없이 더 많은 양의 알코올을 견딜 수 있었다.
이 차이점은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알코올리즘이 유전적 요인을 갖고 있다는 또 다른 사실을 말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두 번째 차이는 미래에 알코올리즘 환자가 된 사람들은 성인이 술에 취하는 것을 관대하게 이해하는 반면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안전한 보호아래 있더라도 술을 마시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 환경에서 자란 비율이 더 높다는 것이다. 논쟁을 불러일으킨 결과 중 하나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언제부터 마셔도 된다는 것보다 어떻게 마셔야 한다는 것을 모범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많은 영향을 주었다.
2-4. 알코올리즘 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은 절제여야 하는가?
그랜트 연구가 시작되었을 때 우리 연구원들은 알코올리즘에 대해 아는 것이 암에 대해 아는 것보다 적었다. 심지어 연구원들은 알코올리즘의 임상적 결과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24] 그렇다면 시간이 경과하면서 단순히 알코올리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뿐만 아니라 알코올리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치료를 받지 않았던 환자들에게는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나이가 들며 알코올 남용이 급격히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몸이 “소진”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다) 증상이 없는 음주 상태로 돌아갔기 때문일까?, (아니다) 아니면 안정적인 절제 상태에 돌입했기 때문일까, (그렇다) 알코올리즘 환자들의 사망률이 높기 때문일까? (그렇다) 또 다른 질문 하나는 한 사람이 알코올리즘에서 회복하여 비로소 안정기에 돌입했다고 보기까지 얼마나 술을 절제하고 통제 음주해야 하는가이다.
하버드 대학교 성인발달연구에서는 6개월이나 1년은 너무나 짧은 기간이어서 알코올리즘으로부터 회복을 판단하는데 현실적인 기준이 될 수 없음을 증명했다.
[25] 최소 5년 동안은 술을 절제해야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표 9-2>는 하버드 집단과 이너시티 집단 대상자 148명을 사망한 시점이나 70세까지 후속조사하여 알아낸 결과를 보여준다.
우리는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이너시티 집단의 알코올리즘 환자들은 하버드 집단의 알코올리즘 환자들보다 절제 상태로 가는 비율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
하버드 집단 |
이너시티 집단 |
||||||
|
70세 생존자 |
70세 사망자 |
70세 생존자 |
70세 사망자 |
||||
|
수 |
비율 |
수 |
비율 |
수 |
비율 |
수 |
비율 |
안정적 금주 (3년 이상) |
4 |
14% |
5 |
26% |
34 |
64% |
17 |
36% |
통제 음주로 복귀 (3년 이상) |
5 |
14% |
2 |
11% |
3 |
6% |
8 |
17% |
만성적 알코올 남용 |
20 |
9% |
12 |
63% |
16 |
60% |
22 |
47% |
총계 |
29 |
100% |
19 |
100% |
33 |
100% |
47 |
100% |
2-5. “진짜” 알코올리즘 환자가 다시 안전하게 술을 마실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 그러나..”이다. 내가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는 이유는 함부로 단정하기에는 네 가지 위험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한가지는 일반적인 학계의 이론이고 나머지 세 가지는 성인발달연구에서 발견한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26] 알코올리즘에 대해 연구한 50년 동안의 학계 자료에서 성공적으로 사교적 음주자로 돌아갔다고 발표한(이들은 치료 도중에 저녁 뉴스의 기사거리가 되기도 했다) 보고서들은 10년 뒤의 후속 조사에서 틀린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에 관해 자주 이용되는 사례는 오드리 키실린의 사례이다.
[27] 키실린은 1994년 ‘적절한 음주자 모임 Moderation Management’을 설립했지만, 정작 자신은 2000년 월에 음주 운전을 하다 맞은편 차에 탄 두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
둘째, 사교적 음주 상태로 성공적으로 돌아가싿고 주장한 대상자 대부분은 알코올리즘 진단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러한 사실은 이너시티 집단과 하버드 집단에서 동일했다.
셋째, 3년 이상 사교적 음주자에 머무른 사람 가운데 절반은 알코올리즘이 재발했거나 절제 상태로 다시 돌아갔다.
넷째, 사교적 음주자로 돌아가는 데 성공한 사람(후속 조사에서도 더 이상 문제없는 사람들)도 사교적 음주자들이 말하는 상태인 걱정하지 않고 술을 마시는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대체로 불가능함을 발견했다.
1977년은 20세에서 47세까지 이너시티 집단에 대해 이루어졌던 후속 연구가 끝난 해이다.
[28] 이들 가운데 21명은 3년 이상 안정적으로 금주했고, 22명은 3년 이상 통제 음주로 되돌아갔다.
[29] 1992년까지 후속 연구한 결과에서는 안정적 그주자 21명 중 18명이 60세까지 혹은 사망할 때까지 술을 마시지 않았다.
<도표 9-2>는 음주 고나련 문제의 개수와 사교적 음주 상태로 복귀할 가능성 사이의 관계를 보여준다.
2-6. 다시 알코올리즘에 빠지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인간 본성에 대해 연구해온 사람들은 한 사람이 새로운 종교로 “개종”하거나 갑자기 삶의 방향을 바꾸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했다.
성인발달연구에서는 알코올리즘의 경우에 이러한 전환이 병원 치료로 일어나는지, (아니다) 의지력만으로 일어나는지, (아니다) 지긋지긋해서 일어나는지, (아니다) 다른 중독 증상에서처럼 재발에 영향을 주는 임상적 요인을 통해 일어나는지, (그렇다) 연구했다.
[30] 성인발달연구에서는 알코올리즘 환자 집단 2개를 50년 이상 연구함으로써 누가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았는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성인발달연구에서는 상담 치료나 해독 치료, 심지어는 입원도 순간적인 치료에 불과할 뿐 알코올리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표 9-3>은 모든 중독에서 재발을 방지해준다고 알려진 네 가지 방법을 보여준다. 안정적으로 금주한 대상자들은 술을 마시지 않은 첫 해에 이 네 가지 가운데 평균적으로 두 가지를 실천했다.
[31] 담배, 음식, 마약, 술의 남용에서 차도를 보인 자료들은 연구한 스톨(Stall)과 비르나키(Biernacki)도 위의 네 요인들이 차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아냈다.
<표 9-3>에 있는 네 가지 요인들은 재발 방지를 위한 중요한 열쇠인 것처럼 보인다.
|
병원 치료를 받지 않은 알코올리즘 환자 (n = 49) |
병원 치료를 받은 알코올리즘 환자 (n = 29) |
강제적 감독 |
49% |
34% |
술을 대신할 만한 것을 찾음 |
53% |
55% |
새로운 인간관계 |
32% |
31% |
술을 끊도록 도와주는 모임에 참여함 (대개 알코올리즘 환자 모임) |
49% |
62% |
2-7. 알코올리즘 환자 모임을 통해 술을 끊는 것은 예외적인 현상인가 아니면 규칙적인 현상인가?
하버드 집단과 이너시티 집단을 모두 보았을 때 알코올리즘 환자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술을 끊은 경우가 많았다.
<표 9-3>에 있는 네 가지 요인들은 알코올리즘 환자 모임 프로그램과 비슷한 목적으로 만든 여러 “자활” 프로그램에도 있다.
성인발달연구 대상자들이 알코올리즘 환자 모임에 참여한 것과 관계 있는 네 가지 변인은, 알코올리즘의 정도, 아일랜드계, 어머니의 방치가 없는 상태, 따듯한 아동기 환경이었다.
<표 9-4>는 알코올리즘 환자 모임과 안정적으로 술을 끊은 사람들의 관계를 보여준다.
|
하버드 집단 |
이너시티 집단 |
||
|
금주 n = 9 |
만성적 중독 n = 32 |
금주 n = 57 |
만성적 중독 n = 44 |
평균 금주 기간 |
15년 |
1년 |
16년 |
1년 |
알코올리즘 기간 |
20년 |
23년 |
18년 |
22년 |
문제음주등급 |
9점 |
6점 (매우 명확한 관련) |
10점 |
8점 |
알코올리즘 환자 모임 참석 횟수 |
137회 |
2회 (매우 명확한 관련) |
143회 |
8회 (매우 명확한 관련) |
매우 명확한 관련 = p < 0.001; 명확한 관련 = p < 0.01; NS = 명확한 관련 없음 |
– 제임스 오닐 : 알코올리즘을 부정하다
제임스 오닐의 이야기는 알코올리즘의 원인과 결과라고 흔히 생각하는 것들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알코올리즘이 인생에서 생기는 문제들의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라는 사실도 말해준다. 그가 알코올을 남용하기 전 1950년 연구원들은 그를 “완전무결한” 도덕적 성격으로 평가했으며, 학생보건국의 책임자는 그를 “솔직하고, 예의 바르고, 정직하고, 어떤 조직에서도 제 몫을 할 학생”이라고 평가했다.
제임스 오닐은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13년 뒤인 1957년 정신적인 문제로 처음 보훈병원에 있는 정신과 병동에 입우너했다. 입원 기록에는 “현재 과도한 음주, 불면증, 죄책감과 불안을 느끼고 있음” 이라고 적혀 있으며, 그의 진단명에는 “행동 장애와 성격 장애”였다.
오닐은 박사 과정 성적이 좋지 않아 우울증에 빠졌던 1948년 여름에 술과 도박에 빠졌다. 그는 낮에도 술을 마셨고 강의에 빠지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계속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가정 생활을 유지했다.
병원에 입원할 때 오닐은 그의 삶에서 중요한 사람들에 대한 의심과 분노를 표출했다.
퇴원 진단서에는 “가족, 부모, 일에 대한 양가적 감정에서 비롯된 불안 반응이 있다”고 적혀있다. “환자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장기간 음주와 도박과 빚에 찌들어” 산 것이 그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더 악화시켰을 것이다. 의사들은 그가 알코올리즘을 가졌다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랜트 연구 기록은 오닐에 대해 병원 기록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그랜트 연구가 원했던 최상의 건강과 능력을 가진 이상적인 학생이었으며 오닐의 아동기 환경을 상위 3분의 1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오닐의 전향적 기록을 평가한 아동정신과 의사는 오닐이 연구 대상자 가운데 모자관계가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1950년 어머니가 사망하고 6개월 후, 한 연구원은 오닐이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매우 상심했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7년 후 오닐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자신은 어머니에 대한 감정이 없으며 자신이 이렇게 불행해진 것은 어머니가 자신을 차갑게 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며 알코올리즘이 어머니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키웠던 것이다.
1972년이 되어서야 마침내 연구팀에게 자신의 지난 삶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알코올리즘 환자라는 사실에 대해 알렸다.
1972년 면담할 때까지 아내를 제외하고 그의 인생을 끌어준 가장 중요한 힘은 알코올리즘 환자 모임이었다.
오닐은 자신을 사이코패스로 묘사했다. 나는 그가 차갑고 자기 생각에 빠진 사람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게 아니라 사실은 지나치게 양심적이어서 힘겨워 했다. 우리는 술이 불면증, 불안 장애, 우울증에는 효과가 없지만 죄책감을 없애는 데는 가장 좋은 약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면담을 마치고 떠날 때 그의 책장에서 도박에 관한 책 몇권을 보았다. 그렇다면 오닐은 도박 때문에 자신에게 아직 반사회적 성향이 남아있다고 말했을까? 아니었다. 금주하면서 그는 술 생각을 도박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루이지애나 주가 복권 사업을 시작할 때 주지사에게 자문을 해주었다. 이 일은 경제학자인 오닐에게는 도박장을 드나드는 것보다 훨씬 더 생산적인 일이었다. 그는 도박을 실제로 하지 않고 자신의 열정을 전공인 경제학과 연결하며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건설적인 방법으로 이로운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었다.
– 프랜시스 로웰과 빌 로먼 : 다른 이름으로 기록된 한 사람
나는 내가 연구한 사람이 15년 전에 연구한 적 있는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프랜시스 로웰은 매우 유능하고 높은 연봉을 받는, 뉴욕 상류층을 고객으로 하는 변호사였다.
[32] 1995년 나는 로웰의 사례를 알코올 오용이 흡연처럼 병이 아닌 생활 속의 선택이라는 증거로 사용했다.
로웰은 원하면 얼마든지 술을 마실 수 있었다. 대학시절 그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술을 많이 마셨으며, 그랜트 연구에서 술과 관련된 질문에 답하기를 꺼렸다. 주말에는 술을 마시고 주중에는 전혀 마시지 않는 습관을 세우고 이 습관을 40년 동안 유지했다. 주말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주중에 하루 이틀은 일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로웰은 30세부터 70세까지 술을 남용했다. 그렇지만 건강이 눈에 띄게 악화되거나 변호사라는 직업에 심각한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서른 살이 되었을 때 로웰은 술 때문에 자신에게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로웰은 39세때, 그리고 47세 때 음주 운전으로 체포되었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건강한 편이었고 간 수치도 정상이었다. 56세때 프랜시스는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건 확실하다고 진술했으나 술을 끊지 못했다. 59세에 프래시스 로웰의 연봉은 20만 달러였다. 60세 이후에는 직업에서 발전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때까지는 술이 로웰의 직업 경력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또한 술이 인간관계를 방해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그가 가장 좋아했던 여자와 헤어진 것은 술 때문이었다. 그는 이후 독신을 유지함으로써 더는 그런 상처를 받지 않았다. 간단히 말해 나는 프랜시스 로웰이 일생 동안 술 때문에 문제를 갖고 살지만 “진행성 병”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알코올리즘은 시시각각 변하는 카멜레온 같은 습성을 갖고 이싿. 나느 로웰에 대한 처음 기록한 내용을 잊은 채, 빌 로먼이라는 사람을 고질적 알코올리즘이라고 기록했다. 둘이 같은 사람이라고 알게된 1980년에냐 그의 삶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었고 두 번째 가졌던 생각과 매우 다른 점에 주목했다. 빌 로먼은 아무리 전도유망한 사람일지라도 알코올리즘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인생에서 잘못된 길을 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빌 로먼은 좋은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알코올리즘이라는 물리칠 수 없는 적을 품고 산 끝에 비극적인 인물이 되었다. 그는 모범적인 사람이었다. 30세 때 로먼은 상류층 출신 미식 축구 주장이 슈퍼스타가 되어 살 만한 인생을 살고 있었으나 그렇게 살지 않았다. 도화선 하나가(술) 빌 로먼의 인생을 관통하고 있었다. 로먼은 주말마다 술을 마셨다.
친밀감 형성, 직업적 안정, 생산성은 빌 로먼의 앞날에서 기대할 수 없었다. 로먼은 매우 우울했다. 로먼이 50세 때, 역시 그랜트 연구 대상자로 훗날 대스타가 된 동생은 형이 새로운 친구를 더는 사귀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먼의 알코올리즘은 계속 악화되었다. 한때 사교적이었던 빌은 65세까지 건강했지만 자신이 다니던 클럽에 나가지 않았다. 그는 새로운 것을 배울 수도 없었다. 그는 살면어 잃어버리는 것들을 대체할 만한 것을 찾지 못했다.
로먼은 알코올리즘 때문에 간이 나빠지지는 않았지만, 인생이 망가졌다. 30세 때 로먼과 그가 사랑했던 여성은 모두 그의 음주에 대해 걱정했다. 40세 때 세 번의 음주 운전으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한 뒤에는 모두 그가 위험할 정도로 술을 마신다고 생각했다. 53세 때 그는 처음으로 술을 끊으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60세에도 여전히 일주일에 닷새는 위스키 4분의 1병을 마셨다. 그 후로도 술을 끊으려 여러번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의 아동기 환경은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대상자 집단에 속하지 않았지만, 그의 인생은 결국 사랑받지 못한 채 저물었다.
독자들은 내가 두 사람의 기록 초점과 세부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기록은 사람의 의도에 따라 변질될 가능성이 더 많다. 오랜 세월 동안 나는 알코올리즘을 다르게 바라보는 두 주장을 이해하려고 애썻다. 그것은 알코올리즘이 질병이라는 주장과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현상이라는 주장이었다. 나는 로웰/로먼의 사례를 통해 알코올리즘의 본질적 실체가 무엇인지 정의하기 어려운지 이해하게 되었다. 생의 말년에 이르러서야 알코올리즘이 그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영향을 주었다는 증거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생애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
우리는 전향 연구를 통해 알코올리즘이 의존적, 정신질환적, 신경증적, 공격적 성격 장애의 결과가 아닌 이러한 증상들을 이끌어애는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알코올리즘은 또한 불행한 결혼생활에서 비롯된 결과가 아니라 불행한 결혼 생활을 만들어낸 원인이었다. 그리고 알코올리즘은 음주운전에 따른 자동차 사고 뿐만아니라 자살, 살인, 암, 심장병, 면역력 저하와 같은 결과를 초래해 많은 죽음을 낳는다.
알코올 의존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가와 관계없이 알코올 의존 상태에서 회복하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요인들에는 알코올을 대신할만한 대체물을 찾거나(약물이 아니라면 더 좋다), 강제로 누군가의 보호 감독 아래서 술을 억지로라도 마시지 않거나(단 다시 마시면 즉각 부정적인 결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귀거나 술을 끊는 데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 등이 있다.
우리는 지속된 후속 연구를 통해 알코올리즘을 예상하는 데에는 두 가지 근본적인 역설이 있음을 알아냈다. 사회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남성, 다시 말해 가족 가운데 알코올리즘 환자가 많은 남성과 심각한 알코올 의존증을 매우 이른 나이에 갖게 된 남성은 다른 남성보다 안정적으로 술을 절제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반대로 훌륭한 사회적 도움을 받고, 교육 수준이 높고, 건강과 관련해 좋은 습관이 있고, 경미한 알코올 남용 상태가 매우 이른 나이에 찾아온 사람들은 만성적인 알코올 남용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이들이 가진 알코올 문제가 경미하다면 사교적 음주자로 복귀할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간단히 말해, 오랜 시간에 걸쳐 병의 소강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은 가장 심각한 알코올리즘 환자와 가장 경미한 알코올리즘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