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1_우리, 행복할 수 있을까
생애 연구를 통한 배움은 삶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전향적 자료들은 이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다시 들여다 볼 필요와 기회를 선사한다.
성인 발달 연구는 매번 살아남아 새로운 사실을 가르쳐주어 우리를 놀라게 했으며, 무언가 생각하고 연구할 재료를 늘 제공했다. 연구비를 지원하는 기관은 신중해야하지만 어떤 연구에 지원할지도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연구의 첫 번째 공헌은 성장기가 지난 성인도 계속해서 발달하며 성격이 변한다는 사실을 완벽하게 입증했다는 것이다.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중년의 삶을 보낸다 하더라도 노년에는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
[1] 이러한 극적인 변화는 책으로만 하는 연구나, 10년 정도 이루어진 연구를 통해서는 알아내지 못하는 결과이다.
둘째, 세상의 어떤 문헌을 보아도 알코올 남용을 이렇게 뛰어나게 조사한 연구는 없다
셋째, 비자발적 방어기제의 실체를 찾아내고 이것들이 발현되는 단계를 체계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을 제공했다.
1.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계속 성장한다.
성인 발달은 인생 전체를 통해 일어나는 과정이다.
[2] 성인 발달을 연구한 학자들, 그 가운데 특히 뛰어난 워너 샤이에(Warner Schaie)가 이끄는 시애틀 종단 연구에서는 좀 더 빠른 시기에 성인 발달 과정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다양한 연령 집단을 10년에서 20년 이상 연구했다.
이를 통해 샤이에는 지적 능력이 상승하고 떨어지는 것에 관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는데, 이러한 연구는 집단 안에 있는 대상자들을 조사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이 성격 연구에서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데, 성격은 사람마다 독특하기 때문이다. 특히 노년층연구를 위해서는 인내와 공감이 필요하다. 인내와 규제가 없다면 삶이 저물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계속 변화하는 세밀한 발달 과정을 알아낼 수 없다.
피아제와 스포크가 아동 발달 과정을 밝혀낸 이래로 자녀 양육 방식은 완전히 변했다.
[3] 에릭슨이 성인의 발달을 고착된 쇠퇴 과정이 아닌 역동적인 성장 과정으로 설명한 뒤로 성인 발달에 대한 패러다임도 바뀌었다.
그러나 피아제, 스포크, 에릭슨은 경험에 바탕을 두어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지 않았으므로 이들의 생각이 우리에게 확실한 지식을 주었다기보다는 더 많은 이론과 의심을 낳았다고 하는 것이 옳다.
생각, 인생 이야기(회고적 이야기), 또는 일기만으로는 성인 발달의 실체를 규명하지 못한다. 그러나 성인 발달을 연구한 이론가들은 다른 자료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자료에 의존해야 했다. 매우 뛰어난 터먼 종단 연구와 버클리 종단 연구에는 사례 연구가 거의 없었다. 그랜트 연구가 나오기 전에는 성인 발달에 대한 정확한 개인 기록이 없었다.
우리가 가진 모든 신념 체계가 견고하지 않아서 생기는 모순을 자세히 보여주는 예가 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앉아 있는 동안 나는 일련의 목록이나 설문지나 심리학 분야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연구 방법”으로는 사람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이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 사람의 행동을 후속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4] 폴 코스타와 로버트 맥크래이는 한 사람이 가진 NEO 성격 특성이 30년 동안 변하지 않았으므로 그 사람의 성격도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나는 NEO가 변하지 않는다는 주장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5] 실제로 하버드 집단의 대상자들의 NEO는 45년 넘게 변하지 않았다.
나는 심지어 통계 수치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신경증적 성격(부정적 성격)과 외향적 성경(긍정적 성격)은 10종 경기 평가 점수에 대한 예견력이 있음을 알아냈다. 그러나 NEO가 변하지 않는다고 하여 사람의 성격이 변하지 않는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NEO 성격 특성 분류는 성장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
그러나 코스타가 정적 측정과 역동적 과정의 차이를 알아보지 못함으로써 자신의 이론의 정당성을 헤쳤듯이 나도 그의 이론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내 이론의 정당성을 해치는 일을 범했다.
<표 11-1>이 보여주듯이, 21세 때 신경증적이 않은 외향성이 있다고 평가된 대상자는, 이후 40년에서 60년 간 조사한 자료를 근거로 평가한 10종 경기 평가 점수에서도 예견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20년 뒤에 실시한 적응 방법에 대한 평가 결과에도 예견력이 있었다. 내가 정확하다고 믿었던 이론들이 암초에 부딪쳐 무너졌지만 진실은 살아남았다.
10종 경기 평가 기준 |
방어기제의 성숙도 (20~47세) |
따듯한 아동기 환경 |
외향적 성격에서 신경증적 성격을 뺀 성격 특성 (21세) |
외향적 성격에서 신경증적 성격을 뺀 성격 특성 (68세) |
10종 경기 평가 점수 |
매우 명확한 관련 |
매우 명확한 관련 |
매우 명확한 관련 |
매우 명확한 관련 |
후즈후 명단 등재 여부 |
매우 명확한 관련 |
NS |
매우 명확한 관련 |
NS |
최고 수입 |
NS |
NS |
매우 명확한 관련 |
명확한 관련 |
삶의 곤경 적음 |
매우 명확한 관련 |
NS |
명확한 관련 |
매우 명확한 관련 |
직장, 사랑, 여가 활동을 즐기고 성공함 (65~80세 사이) |
매우 명확한 관련 |
매우 명확한 관련 |
명확한 관련 |
매우 명확한 관련 |
생산성 과업 완수 |
명확한 관련 |
명확한 관련 |
명확한 관련 |
매우 명확한 관련 |
주관적 건강 (75세) |
매우 명확한 관련 |
NS |
NS |
명확한 관련 |
성공적인 노화 (80세) |
명확한 관련 |
NS |
NS |
매우 명확한 관련 |
사회적 도움 (부인과 자녀의 도움은 제외) (70~75세) |
매우 명확한 관련 |
NS |
NS |
명확한 관련 |
행복한 결혼 생활 (60~85세) |
명확한 관련 |
NS |
NS |
매우 명확한 관련 |
자녀와 가까움 (60~75세) |
NS |
명확한 관련 |
NS |
NS |
매우 명확한 관련 = p < 0.001; 명확한 관련 = p < 0.01; NS = 명확한 관련 없음. |
그랜트 연구와 글루엑 연구는 성격 특성 목록이나 심지어는 회고적 연구와 횡단적 연구에서도 알아내지 못했던 역동적인 실체 하나를 밝혀냈다. 그것은 아동기에 경험한 상처가 시간이 지나며 사람의 인생에 주는 영향력이 감소하지만, 아동기에 경험한 좋은 경험은 계속해서 영향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6] 이너시티 집단 연구에서는 456명의 도시 거주 백인 남성에 한정해 이루어진 연구 결과이긴 하지만, 따듯한 아동기 환경이 아동기 지능, 부모의 사회 복지 의존도, 가정의 복합적 문제 같은 요인보다 미래의 사회적 계층과 고용 여부에 대한 더 좋은 예측 변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너시티 집단에서 고용 비율은 성인발달연구가 가진 가장 객관적인 정신 건강에 대한 예측변수였으며, 고용은 사회적으로 불리한 환경에서 태어난 것과는 상관관계가 없었다.
또 흥미로운 사실은 생애연구를 통하여 미래를 탐구하는데 필요한 도구를 발견했다는 점이다.
[7] 거의 틀림없이 인간 성장에 대한 가장 뛰어난 연구인 버클리 성장연구와 오클랜드 성장연구의 연구 결과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저명한 사회학자 존 클로센(John Clausen)은 대상자들이 65세에서 85세 사이일 때, “계획 능력과 신뢰성”이라는 아동기 성격 특성이 미래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가장 중요한 예측변수였음을 알아냈다.
하워드 프리드먼도 터먼 남성 집단의 수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8] 나는 “잘 통합된” 성격과 “자기주도적인” 성격 특성을 가진 그랜트 연구 대상자의 예상 수명에 대한 예측 변수를 찾는 과정에서 그의 연구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터먼 연구, 버클리 성장연구, 그랜트 연구가 충분히 자리를 잡을때까지는 수명에 대한 어떤 연구자료도 하워드 프리드먼이 “양심적Conscientiousness”이라고 한 성격 특성의 중요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성인발달연구는 결혼에 대해서도 중요한 발견을 했다. (6장)
2. 알코올리즘에 관한 역사상 가장 긴 연구
우리가 삶을 돌아보여 유추한 것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다. 이 점을 가장 명확히 말해주는 분야가 알코올리즘에 대한 생애 연구이다.
1980년 이미 성인발달연구는 알코올리즘에 대해 역사상 가장 장기간 이루어진 연구로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9] 그리고 알코올리즘 연구에 대해 2년마다 상을 주는 젤리넥 상(Jelinek Prize)을 받았다.
[10] 그러나 성인발달연구가 이에 만족하고 조사를 그만두었다면 훗날에 발표할 두 가지 중요한 발견은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신체 건강에 미치는 심리사회적 영향을 연구한 많은 유명한 연구들에서 알코올리즘이 숨겨진 교란 요인이 작용했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사람들은 흔히 파산, 실직, 이혼 같은 일을 겪게 되는 이유가 건강이 좋지 않아서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이러한 일들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알코올리즘이다.
3. 회복탄력성의 실체를 밝히다.
그랜트 연구가 지금까지 지원 받을 수 있었던 세 번째 이유는 연구를 통해 회복탄력성의 실체를 밝혀냈기 때문이다.
[11] 그랜트 연구를 통해 상세히 들여다본 인간의 발달 과정은 프로이트가 발견한 것 가운데 가장 위대하다고 할 수 있는 비자발적 대응기제와, 이러한 대응기제가 성인의 삶에 깊은 영향을 끼친다는 이론이 옳음을 실증해 보여주었다.
[12] 2010년 인간 발달 분야에서 가장 잘 알려진 교과서에도 2,500명의 연구자나 1,200개의 주제 중 방어기제에 관해 말하는 부분은 한 곳도 없다.
그렇다면 왜 지금도 비자발적 대응기제가 회복탄력성을 다룬 문헌에서 인간의 삶에 대한 강력한 예견력이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것일까?
[13] 일반적인 이유 하나는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교과서인 카일과 캐버너(Kail and Cavanaugh)의 <인간의 발달 Human Development>와 윌리엄 크래인(William Crain)의 <발달 이론 Theories of Development>의 최신판도 실험에 바탕을 둔 종단적 생애 연구 자료를 전혀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확실히 그랜트 연구는 지금까지 프로이트가 귀납적 연구를 통해 발견한 방어기제를 인간 발달의 일부로 포함시키지는 못했다. 그리고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증거가 나오기 전에는 방어기제는 연구는 완벽한 설득력을 갖지 못할 것이다.
[14] 비자발적 방어기제가 미국심리학회에서 만든 DSM-IV에 포함된 것, 그리고 2009년 <애틀랜틱> 표지 기사에 방어기제를 다룬 그랜트 연구에 대해 쓴 조슈아 셴크(Joshua Shenk)의 글이 실려 많은 사람들이 읽은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비자발적 대응 방법으로서 방어기제가 가진 개념적 체계가 회복탄력성과 발달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가 여부는 앞으로의 과학사가 결정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판정된 바가 없다. 그런데도 나는 비자발적 대응기제가 매우 중요한 연구라고 생각하므로 책을 마치며 비자발적 대응기제가 인간의 회복탄력성과 발달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일례를 소개하겠다.
– 어니스트 클로비스 : 책임감 있는 명예교수와 할아버지
8장에서 소개한 딜런 브라이트와 3장에 나온 아트 밀러처럼 하버드 집단의 성공한 학자들은 승화에 능숙했지만, 비자발적 대응의 형태로 보았을 때 진정한 예술가는 어니스트 클로비스 교수였다. 클로비스에 관해 가장 놀라운 사실은 그가 하버드 집단의 어떤 대상자보다 개인적인 비극을 많이 겪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방어기제에 대해 이해하면 클로비스가 보인 회복탄력성을 부인이 아닌 대응 기술의 하나로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어니스트 클로비스는 아동기에 가졌던 건강한 방어 전략(자기도취적 환상)을 성숙한 승화로 전환했기 때문에 회복탄력성을 가질 수 있었고 수 백명의 학생들의 능력을 높여줄 수 있었다.
칼뱅 교도였던 어니스트의 가족들은 “이기적인 행동”을 용납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자신을 다른 사람과 구별하여 개성을 갖추려고 일시적으로 하는 행동도 용납하지 않았다. 너덧 살 때 어니스트는 상상 속에서 위안을 찾았다.
어니스트는 성장하면서 상상을 실체로 바꾸었다. 어니스트는 실제 삶에서 즐거움을 가져오는 방법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테니스 경기에서 아버지를 이기게 되었고, 이렇게 공격성을 승화시키자 아버지와 매우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대학 때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피터 펜 같은 학생들은 대개 돈이 없어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못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시 돈이 없는 클로비스는 여자친구를 잘 사귀었다. 그는 입장료 받지 않는 미술관에서 여자 친구와 만났다. 승화는 돈의 자리를 낭만의 관문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그는 교수, 저술가, 학자로서의 경력은 확실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의 가정생활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 첫 번째 부인은 뇌염에 걸려 성격이 변했으며, 정신에 문제가 있는 상태로 평생을 침대에서 지냈다. 이들 부부는 점점 서로에게 지쳐갔다. 클로비스의 부모는 어떠한 경우에도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아내를 대신한 여성과 가깝게 지냈다. 여러 해가 지나 클로비스는 이혼했고, 아내와 이혼한 것에 깊은 죄책감을 느꼈지만 결국 행복하게 살았다.
1972년 클로비스의 딸은 홍반성 낭창에 걸렸다. 원인이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이 병은 관절염, 신장 손상, 우발적 감정 불안을 일으키는 병이었다. 그는 게속해서 자신의 힘으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있는 일을 멈추지 않고 했다.
클로비스는 자신의 학문적 업적으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 감정을 승화시키는 동안에는 동물 같은 활력과 삶의 기쁨을 유지할 수 있었다.
1966년에 클로비스를 다시 만났을 때 그는 75세로 여전히 행복한 재혼생활을 하면서 네 자녀와도 가깝게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후견인의 위치에 이르러 있었다. 그렇지만 모든 발달 과업 성취에는 어두운 면이 있다. 친밀감 형성의 어두운 면은 고립이고, 생산성의 어두운 면은 침체성이다. 후견 과업의 어두운 면은 축적(hoarding)인데, 이 현상은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보존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클로비스는 저장 상태에 빠져들었다.
이 책에서 본 다른 후견인과는 다르게 클로비스는 자기 내부의 풍부한 삶을 뒤로하고 늦은 중년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했다.
승화는 초자아와 협상하는 방법이며, 죄책감을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고, 금지된 정원이 아니라 열린 정원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다. 오랜 동안 승화는 클로비스의 삶에서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결국에는 칼뱅 교도로서 가진 양심이 그를 괴롭혔다. 그는 병상에 있던 첫 번째 부인과 이혼한 일에 대해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았다.
클로비스에게는 수행자적 모습이 많았다. 사람은 변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변하지 않기도 한다.
클로비스 교수와 브라이트는 승화라는 대응기제를 쓰는데 매우 뛰어났지만 베토벤보다 더 이상적인 승화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랜트 연구에서 가장 좋은 삶을 살지도 않았다. 사실 승화는 10종 경기 평가에서 정신병적 방어기제보다 조금 더 좋은 영향을 주는 요인이었을 뿐이다. 승화가 모든 병을 고쳐주지도 못한다.
성숙을 통해 변할 수 있는 역동적인 방어기제를 확실한 빅파이브 성격 특성으로 대체하는 일은 대학 시절에 어떤 여자 친구와 사귀고,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였는지 알아보지 않고 오직 그들의 체형만을 연구하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짓이다. 그랜트 연구도 그런 실수를 했기 때문에 다른 학자들이 이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하고 싶다. 그랜트 연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대응 방법이 중요한 가치가 있음을 현대 사회과학계에 증명해 보였다.
4. 생애 연구를 처음부터 만든다면
첫째, 100년 동안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연구비를 요구하겠다.
둘째, 대상자를 선정할 때 포괄적인 다양성을 추구하지 않겠다. 그러나 최대 2개의 대조적인 인종에 속한 남녀 어린이를 포함할 것이다. 사회학 연구에는 커다란 대표 표본이 필요하지만 생물학 연구에는 소수의 동질적인 표본이 필요하다.
셋째, 대상자들의 DNA 정보와 사회보장번호뿐만 아니라 이름, 생일, 대상자와 함께 살지 않는 친척 5명의 주소 같은 정보를 확보하고 싶다. 잃어버린 대상자들을 추적하는데 노력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기쁨, 연민, 신뢰, 희망 같은 긍정적 감정과 애착을 평가하기 위한 가능한 최고의 측정법을 찾아내고 사용하는 데 연구를 집중하고 싶다.
다섯째, 내가 사용했던 발췌된 짧은 글 대신 20년 마다 부부를 면담해 2시간 동안 녹화한 자료를 통해 비자발적 적응 형태를 평가하고 싶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실시간 평가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발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편견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안전한 X선 노출 범위를 넘지 않는 선에서 5년마다 대상자의 신경촬영영상 자료를 확보하고 싶다. 뇌에서도 변화가 생기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자료들을 축적한 뒤 그 자료들을 50년 뒤의 연구자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정리하고 싶다.
—-
나는 40년 동안 종단 연구라는 망원경을 통해 인간의 삶을 관찰한 결과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확신들을 품게 되었고, 그 확신들을 경험적으로 정밀 조사했다. 그 중 세가지 확신이, 완벽하지는 않아도 지금까지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첫 번째는 따듯한 아동기 환경이 불운한 아동기 환경보다 더 중요한 예견력을 가진 요인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내가 <애틀랜틱>에서 주장했던 거서럼 성인의 삶에 기쁜과 성공을 안겨주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확신은 성인의 행복에 사랑 다음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비자발적인 적응에서 일어나는 “방어기제의 작용”이라는 것이다.
성숙한 방어기제는 따듯한 인간관계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방어기제는 건강을 유지하고 성공적인 노년을 사는 데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조건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가설 중에는 대상자들이 노인이 될 때까지 연구하는 동안 그 정당성을 잃은 것들이 있는데, 이 발견도 거기에 속한다.
우리의 작업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과 타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마련해주었다고 생각한다. 통계 수치로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더 많은 호기심과 더 많은 흥미와 더 많은 친절함을 갖고서. 나쁠 것이 없는 결과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