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02_의미있는 삶
Chapter 05_의미와 쾌락의 차이
1. 젊어서는 쾌락 vs. 나이 들면 의미
일을 잘하는 것(성공 가능성)과 자기다움의 삶을 사는 것(통합)이 우리를 행복과 의미로 이끄는 두 개의 트랙임을 앞에서 소개했다. 흥미롭게도 이 두 가지 트랙이 나이가 들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면 자신에 충실한 것(통합)이 의미뿐 아니라 행복에도 중요하게 작동하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신이 하는 일들이 ‘나는 누구인가?’와 긴밀하게 통합되어 있어야 행복(즐거움)과 의미 모두를 강하게 경험한다.
우리 연구팀은 앞서 소개한 브라이언 리틀의 개인 프로젝트 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쾌락과 의미의 상대적 중요성이 나이와 함께 변하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이 책에서는 쾌락과 즐거움을 동의어로 사용함)
즐거움과 의미의 상대적 중요성은 두 가지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과 의미를 경험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과 의미를 추구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굿 라이프에 중요한 것이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는지 의미라고 생각하는지에 관한 개인의 생각을 측정한 후, 그 생각의 차이가 건강이나 성취 같은 삶의 결과에 차이를 가져오는 정도를 알아보는 것이다.
[1] 우리 연구팀은 두 번째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일련의 연구를 시리즈로 수행했다.
먼저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굿 라이프에 대한 신념을 측정하기 위해 웰빙 신념 척도(Beliefs about well-being scale)를 이용했다. 이 척도는 쾌락주의와 의미주의라는 두 개의 하위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자는 즐거움이 중요하다는 정도고 후자는 의미가 좋은 삶에 중요하다고 믿는 정도를 잰다고 할 수 있다.
쾌락의 의미에 대한 개인의 신념이 좋은 삶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해보기 위하여, 우리는 참가자들의 주관적 안녕감을 결과 변인으로 측정했다. 즉, 삶에 대한 만족감(足)과 정서적 균형(快)을 잰 것이다.
분석 결과, 개인의 주관적 안녕감과 쾌락주의는 부적(-) 관계를 보였고, 주관적 안녕감과 의미주의는 정적(+) 관계를 보였다. 다시 말해, 굿 라이프가 ‘즐거움을 경험하고 고통을 피하는 것’이라고 믿을수록 역설적으로 즐거움과 만족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 결과가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의미주의(‘자기가 성장하는 것과 타인의 삶에 기여하는 것’)가 좋은 삶이라고 생각할수록 행복이 증가하는 패턴이 존재하는데, 이 패턴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강해진다는 것이다.
매우 흥미롭고 고무적인 결과였지만, 우리 연구팀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는 이 결과가 한국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중요한 삶의 결과물로 우리 연구에서 측정한 것이 오직 주관적 안녕감 하나였기 때문이다. 더 다양한 결과 변인이 있어야만 결과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다.
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인을 새로운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또 주관적 안녕감과 함께 실생활의 스트레스 수준을 추가로 측정했다. 우리는 미국인들에게서도 동일한 패턴을 얻을 수 있었다.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과 고통을 피하는 것이 굿 라이프에 중요하다고 믿는 미국인들이 자기 성장과 타인에 대한 기여가 굿 라이프에 중요하다고 믿는 미국인들보다 훨씬 낮은 행복감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패턴은 스트레스 측정치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미국인들에게도 나이가 들수록 중요해지는 것은 쾌락에 대한 추구가 아니라 의미에 대한 추구였다.
우리 연구는 쾌락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의미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2. 연약한 쾌락 vs. 강인한 의미
쾌락과 의미의 상대적 중요성을 비교해보는 더 직접적인 방법은 사람들이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쾌락적 행복과 의미적 행복을 측정한 후에, 각각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해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질문에 하나의 답이 존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많은 방법론적 난관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들이 갖는 중요성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2] 실제로 그에 답하고자 하는 연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연구가 2013년에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되었다.
논문을 제출한 연구팀은 80명의 건강한 미국 성인의 쾌락적 행복과 의미적 행복을 측정했다. 쾌락적 행복과 의미적 행복을 측정하기 위해서 참가자들에게 아래 질문들에 답하게 했다.
<쾌락적 행복 측정을 위한 질문들>
– 지난 일주일 동안 얼마나 자주 당신이 행복하다고 느끼셨습니까? 快(쾌)
– 지난 일주일 동안 얼마나 자주 당신의 삶에 만족하셨습니까? 足(족)
<의미적 행복 측정을 위한 질문들>
– 지난 일주일 동안 얼마나 자주 당신의 삶이 의미가 있다고 느끼셨습니까?
– 지난 일주일 동안 얼마나 자주 당신 삶의 경험들이 당신을 성장시키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느끼셨습니까?
– 지난 일주일 동안 얼마나 자주 타인과 공동체를 위한 일을 하셨습니까?
이런 질문에 답하게 한 후에 연구팀은 이 두 가지 종류의 행복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하여 매우 독특하고 전문적인 분석을 시도했다. 백혈구의 ‘역경에 대한 보존 전사 반응(CTRA: Conserved Tranional Response to Adversity)’이라고 불리는 역할(우리 몸에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그것과 싸우는 좋은 역할을 하거나 염증을 유발하여 악화시키는 나쁜 역할을 하는데 관여하는 유전자들의 역할)을 측정했다.
측정 결과, 쾌락적 행복 점수가 높은 사람들일수록 항바이러스를 위한 유전자 발현이 약하고 염증과 관계된 유전자 발현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건강하지 않은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의미적 행복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항바이러스에 관여하는 유전자 발현이 강하고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유전자 발현은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의미적 행복을 더 많이 경험하는 것이 몸의 역경을 이겨내는 건강한 유전자 활동과 관련 있음을 시사한다.
이 연구에만 기초해서 쾌락보다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지만 굿 라이프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쾌락을 중시하고 의미를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태도가 좋지 않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3. 함께하는 쾌락 vs. 홀로인 의미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것이 즐거움과 의미다.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지에 대해서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이 존재한다. 하나는 쾌락적 행복과 의미적 행복이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유형의 행복이 존재한다는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두 가지 서로 다른 행복이 있다기보다는 행복에 대한 두 가지 견해가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후자의 입장은 쾌락 경험과 의미 경험이 서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둘을 구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자의 입장은 두 가지가 경험적으로 관련 있다고 해서 그 두 가지를 구분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쾌락의 의미가 정말로 구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려면, 쾌락 경험과 의미 경험이 어떻게 유사하고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야 한다.
[3] 우리 연구팀은 쾌락 경험과 의미 경험의 유사성과 차별성을 알아보려고 18세부터 63세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 603명에게 모바일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를 다섯 시간 단위의 세 구간으로 나눈 후, 컴퓨터가 각 구간 내에서 임의적으로 시간을 선정해 참가자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참가자들은 먼저 그 순간에 경험하고 있는 쾌락과 의미를 100점 척도에서 각각 보고했다. 또한 그 순간에 어떤 활동을 하고 있었는지를 총 35개 활동 리스트 중 하나를 택하여 보고했다. 만일 해당 리스트에 없는 활동이면 자유롭게 기입하도록 했다. 제공된 35개의 활동은 다음과 같다.
<35개 활동 목록> |
||
SNS |
TV 시청 |
게임 |
공부 |
그냥 있기 |
낮잠 |
대화 |
데이트 |
독서 |
라디오 듣기 |
먹기 |
문자 |
병원 진료 |
사교 활동 |
산책 |
세면/목욕/화장 |
쇼핑 |
수업 |
여행 |
영화 시청 |
요리 |
운동 |
육아 |
음악 듣기 |
음주 |
이동 중 |
일 |
자원봉사 |
전화 통화 |
종교 활동 |
집안일 |
취미/여가 |
컴퓨터 |
회식 |
흡연 |
기타 |
또한 그 순간 누구랑 함께 있는지를 총 열 명의 가능한 후보(친구, 배우자, 자녀, 상사, 부하 등)가 제시된 리스트 중에서 고르도록 했다. 해당하는 사람이 없으면 자유롭게 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인구통계학적 정보들은 미리 수집하였다.
우리는 일상에서 경험하는 의미와 쾌락이 얼마나 중첩되는지를 보기 위해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순간순간의 시점에서, 하루하루의 시점에서, 그리고 개인차 수준에서 각기 계산했다.
순간순간 시점에서의 상관관계란 한 개인의 특정 순간에 경험한 쾌락과 의미의 중첩 정도를 의미하고, 하루하루 시점에서의 상관관계란 하루 동안(순간이 아닌) 경험한 의미와 행복을 다 합쳐서 계산한 서로의 중첩 정도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개인차 수준에서의 상관관계란 연구 기간 내내 한 개인이 경험한 즐거움의 총합과 의미의 총합 사이의 상관이다.
분석 결과, 놀랍게도 하루 시점과 개인차 수준에서는 쾌락과 의미의 상관계수가 .75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의미를 많이 느낀 날에는 즐거움도 많이 느꼈고(하루 수준), 연구 기간 내내 의미를 많이 느낀 사람은 즐거움도 많이 느꼈다는 것을 뜻한다(개인차 수준). 이 결과만 놓고 보면 쾌락 경험과 의미 경험은 서로 중첩되는 정도가 커서 두 개를 굳이 따로 구분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반전은 순간 시점의 의미와 쾌락의 상관관계에서 나타났다. 이 상관계수는 겨우 .36 이었다! 이는 순간에 경험한 즐거움이 높다고 해서, 그 순간에 반드시 의미를 많이 경험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나타낸다. 가령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순간에 즐거움은 강하게 느끼지만 의미는 별로 경험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쾌락과 의미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순간의 경험이라는 측면에서는 설득력이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연구가 밝혀낸 쾌락과 의미의 차이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나이 효과다. 나이가 들수록 쾌락과 의미 경험이 모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이 효과는 의미에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결혼 여부는 쾌락 경험과는 큰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하루하루의 삶에서 기혼자가 미혼자보다 더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의미 경험에서는 기혼자들이 미혼자들보다 순간순간 경험하는 의미의 정도가 크게 나타났다. 기혼자가 결혼으로 얻는 일상적인 이점이 쾌락보다 의미에 있음을 시사 하는 결과다.
셋째, 각각의 구체적인 활동들이 제공하는 쾌락과 의미 경험의 정도가 달랐다. 어떤 경험은 즐거움은 많이 주지만 의미는 주지 못했다.(TV시청, 회식, 게임이 대표적) 반대인 경우도 존재했다.(수업 듣기, 병원 가기, 일하기) 즐거움과 의미 모두에 정적(+) 관계에 있던 ‘아이 돌보기, 요리하기, 운동하기, 기도하기, 자원봉사’는 의미와의 관계가 더 강했다. 반대로 둘 다 정적 관계이나 즐거움과의 관계가 강한 활동에는 ‘영화보기, 술 마시기, 수다 떨기’ 등이 있었다.
특히 흥미로운 변수는 ‘혼자 있는 것’의 효과였다. 혼자 있는 상태는 우리의 기분을 저하시키는 힘이 강하지만, 의미를 떨어뜨리는 효과는 약했다. 스스로를 자발적으로 격리시킨 상태에서 경험하는 성찰의 시간이 성장과 의미 경험을 제공했기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주는 행복을 부정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반면에 즐거움 혹은 쾌락은 혼자 있을 때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훨씬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우리 연구는 쾌락과 의미가 상당히 중첩되는 경험이면서 동시에 매우 구별되는 경험임을 보여준다. 즐거움과 의미 모두를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4. 지금은 쾌락 vs. 나중엔 의미
우리는 즐거움과 의미, 쾌락과 탁월함, 향유하는 삶과 성찰적 삶 가운데서 꼭 하나를 택해야 하는 존재일까?
쾌락과 의미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비록 이 둘의 상대적 중요성을 평가하는 개인차(의미형 인간과 재미형 인간)와 문화 차이(한국은 대표적인 의미 중심의 국가)가 존재하지만, 이 가운데 한 가지만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우리의 삶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
[4] 우리 연구팀은 ‘시간’이 중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해보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사람들이 지금 당장은 즐거운 경험을 하고 싶어 하고, 나중에는 의미있는 경험을 하고 싶어 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현재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가까운 미래(혹은 현재)에는 즐거움을, 먼 미래에는 의미를 추구하는 내적 장치가 우리 안에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것이다.
[5] 우리의 이런 생각은 ‘해석 수준 이론(Construal Level Theory)’이라고 불리는 아주 매력적인 심리학 이론으로부터 비롯했다.
해석 수준 이론은 ‘거리’가 인간의 심리에 만들어내는 극적인 차이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거리는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시간적 거리와 관계적 거리도 포함한다.
거리가 멀어지면 우리는 어떤 대상이나 사건의 큰 그림을 보게 되지만, 거리가 가까워지면 그 대상이나 사건의 구체적인 특성들을 보게 된다. 물리적 거리에 적용되는 이 사실이 시간적 거리와 관계적 거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 해석 수준 이론의 핵심이다.
해석 수준 이론에서는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을 때 보이는 부분을 상위 표상이라고 부르고, 가까이 있을 때 보이는 부분을 하위 표상이라고 부른다. 상위 표상과 하위 표상의 대표적인 대비는 중요성(Desirability)과 가능성(Feasibility)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두 가지를 동시에 고려한다. 그러나 거리가 증가할수록, 특히 시간상 거리가 증가할수록 사람들은 어떤 일의 중요성을 중시하고, 시간이 임박할수록 그 일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우리 연구팀은 해석 수준 이론에 착안하여 즐거움은 하위 표상이고, 의미는 상위 표상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해보기로 했다. 이 가설이 옳다면 사람들은 임박한 시점에서는 즐거운 일을 선호하고 상대적으로 먼 미래를 위해서는 의미있는 경험을 선호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연구 결과는 우리의 가설이 타당함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당장은 신나고 즐거운 일을 하고 싶어 하지만 나중에는 가치 있고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은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가 즐거움과 의미 사이에서 큰 갈등을 겪지 않고 두 가지 본성을 효과적으로 충족시키며 살아갈 수 있는 까닭은 시간의 중재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마음속에서 현재는 쾌락의 시간이고, 미래는 의미의 시간이다.
5. 한 번 사는 인생은 쾌락 vs. 한 번 죽는 인생은 의미
즐거움과 의미를 중재하는 시간의 힘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현재 시점으로부터의 거리뿐만 아니라 어떤 경험의 ‘지속 시간‘도 중요한 중재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어떤 경험이 짧게 지속될 경우 사람들은 쾌락적 경험을 선호하고, 어떤 경험이 오래 지속될 경우에는 의미있는 경험을 선호한다.
[6] 우리 연구팀은 삶의 짧음과 덧없음에 대한 자각은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적 삶을 추구하게 하고, 반대로 삶의 무한성에 대한 자각은 요도(YODO: you only die once)적 삶(“한번 죽을 인생이니 의미 있게 살자”)을 추구하게 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일련의 연구를 수행했다.
첫 연구에서는 한 조건에서 ‘단 하루 동안 하게 될 활동을 선택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고 즐겁고 신나는 일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 중 하나를 택하게 했다. 다른 조건에서는 6개월 동안 하게 될 활동을 선택하게 했다.
결과는 매우 분명했다. 단 하루 동안 할 일을 선택하게 하면, 미국 사람이든 한국 사람이든 절대 다수가 즐겁고 신나는 일을 선택했다. 그러나 6개월 동안 하는 일을 선택하게 하면, 두 가지 일을 선택하는 비율이 매우 비슷해졌다. 지속 시간이 긴 일일 경우 의미를 경험하려는 경향성이 강해진 것이다.
우리는 지속 시간을 더 다양하게 변화시켰다. 결과는 동일했다. 지속 시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신나고 즐거운 활동보다는 가치 있고 의미있는 일을 경험하려는 선택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짧은 시간을 위해서는 즐거운 경험을 선호하고 긴 시간을 위해서는 의미있는 경험을 선호한다는 위 결과들이 고무적이기는 하지만, 인생이 짧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쾌락을 추구한다는 가설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제공해주지 못한다. 이 가설을 보다 직접적으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인생을 짧다고 보는지, 혹은 길다고 보는지를 직접적으로 측정해야 한다.
이뿐 아니라 ‘즐겁고 신나는 일’과 ‘가치 있고 의미있는일’이란 표현에 대한 해석이 각자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활동들 자체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인생에 대한 당신의 관점> |
|
인생은 짧다 |
인생은 길다 |
0 |
100 |
이를 위해 우리는 위와 같은 척도를 제시하고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곳에 표시를 하게 하여 인생의 길이에 대해 측정했다. 결과는 우리의 가설과 일치했다. 인생이 짧다고 생각할수록 ‘키스하기’와 ‘술 마시기’ 같은 활동을 평소에 자주한다고 보고했고, 인생이 길다고 생각할수록 ‘공부’를 하거나 ‘고전을 자주 읽는다’고 보고했다.
사람들은 즐거움과 의미를 양자택일의 문제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 연구는 이분법적 구분보다는 한 개인 내에서도 경험의 지속 시간에 따라 즐거움과 의미에 대한 선호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Chapter 05를 나가며—
굿 라이프란 의미와 쾌락을 균형 있게 추구하는 삶이다. 의미의 중요성은 나이와 함께 더 증가하고, 의미는 홀로 있어도 경험된다.
우리가 쾌락과 의미 사이에서 큰 갈등을 겪지 않고 균형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까닭은 시간의 중재가 있기 때문이다. 신나고 즐거운 일은 당장 하고 싶어하고,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은 나중에 하려고 한다.
의미와 쾌락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인간은 때로는 쾌락을 때로는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