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1_체험을 구매하라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 버진 그룹의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 Richard Branson)이 설립한 우주여행회사)은 현재 우주여행을 상용화하고, 이 6분가량의 우주여행 사전 예약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한 사람당 20만 달러나 되는 우주여행 항공권 가격은 절대 만만한 금액이 아니다.
20만 달러를 좀 더 일반적인 구매를 위해 지출하면 어떨까?(집을 사서 개조하는 것) 사람들은 대부분 우주여행에 돈을 쓰느니 집을 고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행복에 관한 연구는 그러한 논의가 반대 방향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화려한 저택을 사는 일이 현명한 지출이 아닐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해보자.
[1] 1991년부터 2007년 사이 옛집이 뭔가 못마땅하여 이사를 한 수천 명의 독일 사람들을 추적 관찰해보았다. 사람들은 이사를 마치자마자 새집이 훨씬 더 맘에 든다고 밝혔다.
인간은 금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 또한 여러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흔히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새집에 대한 만족감은 일시에 사라지지 않는다. 조금 사그라질 뿐이다. 5년 동안은 옛집보다 새집에 상당히 만족해했다. 문제는 집에 대만 만족도는 상당히 높아졌으나 삶에 대만 만족도(전반적인 행복)는 전혀 향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버드대학교는 신입생들에게 무작위로 기숙사를 배정한다. 기숙사를 보면, 일부는 캠퍼스 중앙에 위치해있기도 하고, 최악의 시기에 건축된 기숙사들은 부동산에 내놓기도 민망한 것들이다.
그래서 신입생들은 정문에서 멀리 떨어진 라드클리프 쿼드 기숙사에 배정될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그런데 쿼드 기숙사에 배정된 학생들은 고통의 3년을 보낼 수밖에 없을까?
나는 동일한 집단을 연속적인 시간 간격으로 관찰한 끝에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캠퍼스와 가깝고 겉보기에 근사한 기숙사에 배정된 학생들이 쿼드 기숙사에 배정된 학생들보다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2] 평소 갈망했던 기숙사에 들어간다고 해서 더 행복한 생활을 한다는 보장은 없었다.
이런 조사 결과는 수수께끼를 낳는다.
[3] 2011년 전국적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주택 거품이 붕괴된 후에도 미국인들의 약 90퍼센트는 여전히 내 집 마련을 ‘아메리칸 드림’의 핵심으로 보았다.
그런데 미국 중산층의 심리로 보더라도 내 집 마련을 통해 행복감이 그다지 고양되지 않는다는 점은 놀랍다.
이와 관련하여 오하이오 주에 거주하는 여성 600명 이상을 대상으로 면밀히 조사를 실시했다.
[4]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주인이 세입자보다 체중이 5킬로그램 가량 더 나간 점은 특이할 만하지만, 집주인이라고 해서 세입자보다 딱히 행복을 더 많이 느끼지는 않았다.
물론 세입자들은 집을 매입하여 돈을 절약하기도 한다. 도구들을 통해 주택 매입의 투자 효과를 확실히 파악했다손 치더라도, 내 집 마련이 우리의 행복에 좋은 투자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주거가 인간의 행복에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다. 주거환경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며, 상대적 빈곤 국가에서 주가의 질이 삶의 만족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몇몇 증거도 있다*)
* 참고문헌 : Kaoki Nakazato, Ulrich Schimmack, Shigehiro Oishi. <Effect of Changes in Living Conditions on Well-being: A Prospective Top-Down Bottom-Up Model>, 사회지표연구(social indicators Research) 제 100권 1월호 115쪽 35줄.
1. 우주여행의 꿈을 실현하라
[5] 서른 살의 핵 기술자 마샤 피아멘고는 어린 시절 우주비행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어느 날 그녀는 남편 존과 버진 갤럭틱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날 부부는 나이가 들어 은퇴하면 우주여행을 떠나자고 약속했다.
그러던 중 2010년 그녀에게 시련이 닥쳤다. 존이 병에 앓다가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그녀는 생명보험금을 받긴 했지만, 슬픔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돈은 뒷전이 되어버렸다.
어느 날, 그녀는 우주여행 약속이 생각났다. 마샤 피아멘고가 말했듯이, 그녀는 남편의 죽음을 통해 ‘인생을 짧고 불확실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행복을 높일 목적으로 무언가를 구매했던 일을 떠올려보자. 물질적인 것을 생각해보고, 이제 인생에 체험을 제공해준 구매를 떠올려보자. 두 유형의 구매 중 어떤 구매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까?
[6] 이런 질문을 받은 미국 사람들 중 57퍼센트는 물건보다 체험을 구매할 때 더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반면에 응답자 중 34퍼센트만이 상반된 답변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된 연구가 거듭 실시되었는데, 결과는 일관되게 나왔다. 사람들은 ‘돈을 잘 썼다’고 할 수 있는 체험적 구매를 되새기며 좋은 기분을 느꼈다.
[7]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열쇠고리나 액자 같은 물건을 구매할 때보다 비디오게임이나 음악 감상 같은 체험을 구매할 때, 한층 더 지속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단돈 1달러를 쓰더라도 마찬가지다.
[8] 현재 진행 중인 한 연구에서 연구진은 50세 이상 장년층을 대상으로 생필품 구매, 집세, 음주, 문화생활 등에 얼마나 많은 돈을 지출하는지 관찰해보았다.
연구지는 여행, 영화감상, 운동경기 관람, 헬스클럽 정기회원 가입 등이 속한 ‘여가활동’에서 지출 결정과 행복의 관련성을 발견했다. 이 여가활동에 지출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삶에 대해 상당히 높은 만족감을 표현했다.
이 연구에서 주거가 삶의 만족도와 그다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2. 자아가 반영된 체험적 구매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직후 윌 딘은 터프머더 Tough Mudder라는 진흙 장애물 경주 회사를 창립했다.
[9] 장애물 경주는 본래 영국 특수부대가 만든 경주로, 딘은 이 행사를 두고 ‘아이언맨이 버닝맨을 만나는 경주’라고 말한다.
[10] 16킬로미터의 터프머더 경주는 진흙투성이로 뒤뚱거리며 뛰는 보통의 머드 런이나 혼이 쏙 빠지는 ‘극기’ 로드레이스가 아니다.
터프머더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티셔츠 같은 기념품을 사 입거나 몸에 문신을 새겨서 진흙탕 경주에 참여한 사실을 애써 드러낸다. 머리띠도 중요하다. 선수들은 길거리에서 머리띠를 한 사람들 만나면 서로 인사하고 하이파이브를 한다. 공동체 의식이 형성된 것이다.
그러한 사회적 관계 형성이 바로 딘의 사업 성공 비결이다. 이를 보면 체험의 가치를 확대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하버드 기숙사 관련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의 전반적인 행복은 기숙사의 물리적 특성과 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기숙사에서 누리는 사교활동의 질로 학생들의 행복을 예측할 수는 있었다. 흥미롭게도 건물이 물리적 특성에 대한 호감도가 가장 낮은 일부 기숙사에 ‘테킬라 튜즈데이 Tequila Tuesdays’ 같은 사회적 전통이 있다.)
[11] 한 연구에 따르면, 체험을 하면 다른 사람들과 어느 정도 유대감이 형성되기 때문에 물건을 구매할 때보다 더 큰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터프머더에서도 사회적 측면을 최대한 활용하는 쪽으로 잡았다. 선수들은 출발선에 나란히 서서 서약을 암송한다. 이 의식을 통해 팀워크와 동지애를 발휘하겠다고 맹세하는 것이다. 실제로 몇몇 장애물은 선수들끼리 힘을 보태야 넘을 수 있다.
터프머더 경주의 전염성이 강한 이유가 또 있다. 참가자들에게 추억이 생기기 때문이다.
[12] 딘은 터프머더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환멸감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철인 3종 경기와 마라톤을 보면,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단지 얼마나 버텼는가를 두고 잘 했나 못 했나를 따지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얼마나 뛰었어요?’라고 묻습니다. 사실 터프머더는 묻고 따지고 할 것도 없습니다. 굳이 물어본다면 ‘불타는 장애물은 어땠나요?’라고 물어야겠죠.”
꼭 불타는 건초더미를 통과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13] 또 한 블로그의 묘사처럼 수천 년 묵은 거위 똥 냄새가 나는 연못에 반드시 거꾸로 곤두박질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물건보다 체험을 구매할 때 좋은 이야깃거리가 생긴다.
이와 관련된 실험을 하려고 코넬대학교 연구진이 거리로 나서싸. 연구진은 행인을 붙잡고 행복해지기 위한 구매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다고 했다.
[14] 대화에 응한 사람들을 관찰해보니, 체험적 구매를 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들려주었다.
이 설문 결과를 놓고 보면, 체험적 구매를 우선시하는 사람들은 열린 사고를 가진 데다 영리하고 붙임성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대학생들(19세 정도의 어린 사람들)에게 자신의 ‘인생사’를 간략히 적어보라고 했다.
[15] 이에 학생들은 대부분 물건을 구매했던 일보다 체험을 구매했던 일을 소재로 삼았다.
또한 시카고 박물관이 18세에서 72세를 대상으로 실시한 추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험 대상자들 중 체험적 구매를 했던 사람이 물질적 구매만 했던 사람보다 ‘진실하고 본질적인 자아’를 더 명쾌히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넬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트레비스 카터(Travis Carter)와 톰 길로비치(Tom Gilovich)는 학부생들을 모아놓고 기억에 남는 물질적 구매와 체험적 구매를 네 가지씩 떠올려보라고 했다.
3. 체험적 이력을 만들어라
앞의 실험에서 학생들은 중요한 체험적 구매 또는 물질적 구매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어서 다음과 같은 글을 읽었다.
‘ 이렇게 상상해보세요. 잠깐 동안 그때로 돌아가서 다른 선택을 내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옵니다. 그 구매에 관한 현재의 기억은 모두 다른 선택으로 인한 기억으로 대체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에 여러분은 같은 시간, 같은 장소, 지금 있는 바로 그곳으로 돌아와 있습니다. ’
[16] 위의 전제에 직면했을 때, 체험적 구매를 떠올린 학생들은 그 기억을 별로 대체하려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 구매에 그토록 만족하는 이유를 설명하려고 했다.
초현대적 약리학의 관점과는 별개로, 사람들은 자신에게 소중한 기억을 어떻게든 지키려 든다.
유독 자신에게 특별했던 저녁 외식, 또 특별하진 않았지만 즐거웠던 저녁식사를 떠올려보자. 각각의 저녁식사 자리에 다른 누군가와 함께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가?
[17] 응답자의 10퍼센트 이상은 자신에게 특별했던 저녁 식사 자리를 다른 누군가와 함께 하려고 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답했다.
그와 같은 과거의 특별한 체험을 되돌아보다가 추억에 빠지기도 한다.
[18] ‘과거에 대한 아련한 갈망’이라고 정의되는 이 감정은, 1600년대 한 스위스 의사가 집에서 멀리 떠나와 싸우는 군인들을 진찰하고 나서 ‘대뇌질환’이라고 처음 이름을 붙인 것이다.
하지만 현대 연구에서는 이와 달리, 추억이 존재의 근원 같은 것이 된다고 말한다.
[19] 인생이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추억은 행복이 줄어들지 않도록 방패 기능을 하는 동시에 활력을 북돋우고 스트레스를 완화시킨다.
[20] 사회학 교수인 프레드 데이비스(Fred Davis)는 추억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추억은 과거의 행복과 성취를 우리에게 확신시킵니다. 이것들이 여전히 보관되기 때문에, 말하자면 기억의 저장고에 보관되기 때문에, 추억은 동시에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부여합니다.”
스웨덴 아이스 호텔 이야기를 해보자. 일반 호텔에서 안락하게 하룻밤을 보내도 될 법한데, 아이스 호텔 방문객들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이 호텔에서 밤을 보낸다.
[21] 바로 ‘체험적 이력 Experiential CV’(CV는 라틴어로 ‘urriculum vitae’, 즉 한사람의 일생을 의미한다)을 만들기 위해서다.
[22] 사람들에게 퀘벡 시의 아이스 호텔과 그보다 더 일반적인 호텔인 플로리다 메리어트 호텔 중 어느 호텔에 묵고 싶은지 물었더니, 응답자들은 대부분 플로리다 호텔이 더 편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응답자들 대부분은 아이스 호텔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고 답했다.
신기하고 기억에 남을 만한 체험에 대해 궁금증이 폭발한 사람에게는 흔히 판에 박힌 문구를 들려줄 필요가 있다.
[23] 예컨대 “죽을 만큼 힘든 고통을 겪고 나면 더 강해지는 거야” 라거나 “견디기 힘든 일이 달콤한 추억이 된다.”는 철학자 세네카(Seneca)의 말을 들려주는 것이다.
세네카는 핵심을 짚었다.
[24] 조금 기분 나쁜 기억도 변화무쌍한 만화경 같은 기억에 대해 더해 장밋빛으로 남는다는 근거도 있다.
[25] 한 연구진이, 캘리포니아로 3주간 자전거 여행을 떠난 한 무리의 학생들을 추적 관찰해보았다.
여행하는 동안, 학생들의 61퍼센트는 여행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여행이 끝나자 11퍼센트만이 실망감을 드러냈다.
우리 기억에서 부정적인 것들이 다 사라진다는 말은 아니다.
[26] 부정적인 체험은 간혹 기억의 백미러에서 확대되기도 한다.
체험적 구매를 하면, 후회의 감정이 미연에 방지되어 부정적인 영향을 치명적으로 받지 않는 것 같다.
[27] 트레비스 카터와 톰 길로비치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 텔레비전의 크기와 화질, 가격을 비교하여 모든 부분에서 가장 뛰어난 텔레비전을 선택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한 일입니다. 반면에 사과 타르트와 오렌지 셔벗을 두고 맛과 질감을 비교하여 하나의 디저트를 선택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사과의 맛과 오렌지의 맛을 비교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
[28] 고가의 구매를 하든 일반적인 구매를 하든, 대개 물품을 구입하고 나면 ‘구매자의 후회(Buyer’s remorse)를 겪기 마련이다.
이 개념은 혁신적인 기업들이 늘 염두에 두는 것이다.
한 설문에서 과거의 체험적 구매를 떠올렸던 응답자의 83퍼센트는 “지금부터 20년 후에는 자신이 저지른 일보다 저지르지 않은 일에 더 실망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 마크 트웨인의 말에 동조했다. 또한 땅을 치며 후회하는 일이 하나 있다면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 체험적 구매의 기회를 그냥 놓쳐버린 것이라고 응답자들은 말했다.
물질적 구매의 경우에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거의 모든 응답자들은 사지 않았으면 좋았을 물건을 산 탓에 마음이 쓰리다고 밝혔다.
코넬대학교에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한번 진행해보았다.
[29] 학생들에게 경품으로 고급 만년필을 주고 그것을 사용해보라고 권했다.
첫 번째 집단은 고급 만년필 주변에 깎지 않은 연필과 고무줄 한 봉지 같은 별 볼일 없는 경품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보았다.
두 번째 집단은 고급 만년필 옆에 USB드라이브와 가죽 장정 노트가 놓여있는 것을 보았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첫 번째 집단의 학생들은 고급 만년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은 반면, 두 번째 집단의 학생들은 고급 만년필에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이 간단한 연구는 인간의 행복 증진을 가로막는 주요한 장벽 중 하나를 보여준다. 우리의 만족감은 더 나은 것을 보는 순간 사라진다.
이런 경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썬칩 과자 한 봉지를 먹는 매우 단순한 체험에서는 매력적인 대안의 유해 효과에 비교적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예컨대, 한 실험에서 썬칩 한 봉지를 먹게 된 학생들은 캐드버리 초콜릿이나 클램 주스 같은 상큼한 간식을 보고도 썬팁의 아삭아삭한 맛을 즐겼다.
4. 물질적 구매를 체험으로 전환하라
물질적 구매와 체험적 구매는 우리가 실천하고 있는 것만큼 그 차이가 분명하지는 않다.
여러 구매의 혼합은 모호한 중간 어딘가에 속한다. 이 책은 물질적인 것일까? 체험적인 것일까? 책장을 장식하거나 동료들에게 과시하려고 이 책을 샀다면, 이 책은 물질적인 부분에 더 가까이 놓여있다. 반대로 이 책을 다 읽은 후 친구에게 넘겨준다면, 혹은 불구덩이에 던져버린다면, 이는 체험적 구매에 해당한다.
[30] 이 책을 체험적 구매로서 구매하더라도 후회할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앞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
생각의 초점을 전환하면 된다. 음반을 보관할지가 아닌, 그 노래를 들으며 음악과 하나가 되면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본다.
[31] 한 연구에서는 후자의 방식을 따를 때 음반 구매를 체험적 구매로 바라볼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와 같은 정신적 유연성(mental flexibility)은 무엇을 구매하든지 만족감을 높이는 출발점이 된다.
딸기를 떠올려보자. 유통기한을 고려한다면, 딸기는 분명히 물질적 상품이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셰프로 명성이 자자한 페란 아드리아의 손에서 딸기는 체험으로 바뀐다.
[32] 아드리아는 식사를 ‘식사를 대체하는 체험’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아드리아의 식상 엘불리에서의 체험은 음식 그 자체를 넘어선다.
[33] 클로틸드 뒤술리에라는 한 프랑스 여성은 그녀의 음식 블로그에 이런 글을 올렸다.
“ 그 갈망을 기억해요. 바짝 다가온 배고픔의 고통도요. 매 시즌 수용 인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제 꿈은 요원하게 보였어요. ”
엘불리에 가는 길도 체험이었다. 바로셀로나를 출발해 2시간가량 제대로 된 표지판 하나 없는 도로를 지나 산을 오르는 일도 체험이었다.
엘불리 식사하는 꿈을 이룬 뒤 클로틸드 뒤술리에는 그날의 체험을 회상하며 블로그에 재기발랄한 글을 올렸다.
[32] “ 식사를 다 마칠 때까지 여섯 시간이나 걸렸어요. 저녁 여덟시에 시작해서 새벽 두 시에 끝이 났답니다. 그래도 너무 기쁜 나머지 자리에 앉은 이후로 2분이 지났는지 이틀이 지났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어요. 엘불리에서의 식사는 일종의 체험이 분명했어요. 음식에 열정을 품으신 분, 폭넓은 미각을 가지신 분, 새로운 맛을 찾아 낼 때마다 흥분되시는 분, 그리고 약간 아찔해도 광적인 과학자가 조종하는, 날아다니는 양탄자에 휙 낚이는 기분을 즐기는 분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
물질적 구매보다 체험적 구매가 더 큰 만족이 되는 이유를 왜 이해해야 할까? 그것은 바로 가장 만족스러운 체험을 선택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한 것을 종합하면, 다양한 체험을 해나가면 다음과 같이 노력 대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알게 된다.
– 다른 사람들과 하나가 되고 사회적 결속감이 강화된다.
– 몇 년이고 두고두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억할 만한 이야깃거리가 생긴다.
– 체험을 통해 자존감이나 목적의식이 고양된다.
– 다른 조건의 선택과 단순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기회를 가진다.
그만큼 흥미를 주느냐 주지 않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20만 달러는 6분이면 끝날 우주여행에 투자하기에 엄청나게 비싼 금액이다.
[35] 그럼에도 주목할 만한 점은 체험의 기간이, 체험에서 얻는 기억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럴까? ‘아주 강렬한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뉴질랜드에서 피서객들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되었다.
[36] 피서객들은 휴가 기간 동안 매일 문자 메시지를 통해 휴가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했다.
또한 휴가를 마치고 1주일에서 2주일이 지난 후 휴가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을 이야기했다. 이어서 연구진은 만족도를 종합 분석해보았다.
그런데 휴가 기간은 휴가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과 별다른 관련성이 없었다. 문자 메시지를 보면 일상생활을 할 때보다 휴가를 보낼 때 더 큰 행복을 느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피서객들은 여행을 마친 후 실제 느꼈던 것보다 더 좋은 느낌으로 여행을 기억했다. 또한 가장 불편했던 일 때문에 휴가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떨어뜨리진 않았다. 체험의 기간은 중요하지 않다. 앞서 소개한 네 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체험이라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
5. 물질의 유혹을 물리쳐라
구글은 우수 사원들에게 백만 달러대 포상금을 지급하곤 했다.
[37] 그런데 최근 구글의 인력운영 담당 부사장 라즐로 복(Laszlo Bock)은 그런 제도에서 탈피했다고 밝혔다.
구글이 조사한 바로는 금전적인 포상금이 주식 기반 포상제도로 인해 조직의 분열이 초래될 수 있었다.
흔하디흔한 물질적인 것 대신 체험을 제공하여 고객과 직원들의 관심을 끌고 그들과 오래도록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런 개념은 물질주의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웨딩 레지스트리(wedding registry – 축의금 대신 신혼부부가 원하는 혼수용품을 선물하는 풍습) 풍습과도 통하고 있다.
여행의 즐거움(travel’s joy)이라는 한 웨딩 레지스트리 업체는 예비부부들의 정형화된 혼수품목에서 탈피하고 있다. 예비부부들은 흔히 가지각색의 물품을 구입하는데, 그 중의 태반은 창고에서 썩기 일쑤이다. 마이클은 신혼여행 가는 친구에게 이 회사를 통해 투우대회 입장권을 사서 선물했다. 아마 그 친구는 스페인에서 환상적인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우리는 물질적인 상품의 혜택보다 체험의 혜택을 더 관념적으로 느낀다. 때문에 흔히 시간에 의한 심리적 거리를 느끼며 체험적 구매의 가치를 인식하게 된다.
우리는 드넓은 대양과 전체 숲을 바라보면서도 강의 지류나 나무는 잘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38] 때문에 가까운 장래보다 먼 장래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관념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그래서 임박한 체험에 직면했을 때는 구체적인 부분에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한 연구 결과도 체험적 구매에 대한 만족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높아지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에 물질적 구매에 대한 만족은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진다고 한다.
[39] 한 응답자는 이렇게 말했다. “ 물질적 소유, 그런 것들은 어느 정도 배경의 일부가 됩니다. 체험은 시간이 갈수록 더 좋은 것이 됩니다. ”
[40] 마찬가지로 당장 내일 구매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1년에 한 번 구매한다는 생각을 할 때, 체험적 구매가 더 흥미롭게 보이는 것 같다.
그러나 살다 보면 순간 흥분을 참지 못하고 충동구매를 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처키치즈(Chuck E. Cheese – 체인점 형식의 어린이 놀이터)에서 아이의 생일 파티를 여는 부모들의 경우를 살펴보자. 이 실내 놀이터를 찾은 아이들은 토큰을 한 움큼 받아서 아주 소규모의 경제활동을 한다. 아이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파리 시내를 달리거나 총을 들고 외계인과 싸우는 등 다양한 체험을 매한다. 이런 게임은 금세 끝이 난다.
그렇지 않으면 운수에 맡기는 찬스게임에 토큰을 집어넣기도 하는데, 보통은 보조바퀴가 달린 슬롯머신으로 게임을 즐긴다.
외계인과 총격전을 벌이는 스릴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총 쏘는 게임과는 다른 묘한 중독성이 있다. 바로 티켓 때문이다. 게임기에 토큰을 하나 집어넣고 잠시 기다리면 티켓이 주르륵 나오는데, 그걸로 지우개부터 동물 모양의 고무인형까지 가지각색의 물건들을 살 수 있다.
이를 두고 여덟 살, 열세 살짜리 아이를 둔 스티브 스토로에스너(Steve Stroessner) 심리학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티켓은 마약 같은 것이에요.”
물질적인 것에서 즉각적인 기쁨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물질적인 것에 의한 기쁨은 서서히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체험적인 것에 의한 기쁨은 그보다 훨씬 오래 지속된다.
—-
‘체험을 구매하기’위해 기억할 것!
– 우리는 흔히 새로운 것에 익숙해진다.
– 우리의 만족감은 더 나은 것을 보는 순간 사라진다. 이는 인간의 행복 증진을 가로막는 주요한 장벽 중 하나다.
– 물질적인 것에 의한 기쁨은 서서히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체험에 의한 기쁨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된다.
– 여가활동에 지출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삶에 대해 상당히 높은 만족감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