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3_시간을 구매하라
1. 룸바 부대가 가져온 것
조그만 룸바 청소기가 가족의 일을 대신해준다. 룸바는 여러분의 시간 관리 방식을 바꾸게 해준다.
시간과 돈은 흔히 교체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몇 푼 아껴보겠다고 소중한 시간을 펑펑 쓰고 만다. 이는 다음과 같이 미국의 풍자 주간지 <어니언 – 이 신문에 실리는 기사는 모두 가짜다>에서 가장 많이 풍자하는 인간의 약점이기도 하다.
[1]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 – 서른한 살의 에드워드 브롤리는 그냥 눈에 보이는 분실물보관소를 찾아 우산을 얻을 작정이었습니다. 두 시간 동안 우산을 찾아다녔지만, 2달러 99센트밖에 아끼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몇 푼 아껴보겠다고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버리는 실수를 반복한다.
우리는 대부분 여가시간을 늘려 평소 좋아하는 일을 즐기고 싶어 한다. 이론상으로는 이런 유형의 시간을 돈으로 살 수도 있다.
[2] 하지만 한 연구 결과를 보면, 부유한 사람일수록 흔히 일상의 시간을 잘 즐기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부유한 사람일수록 쇼핑이나 업무, 출퇴근처럼 비교적 긴장과 스트레스가 많은 활동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경향이 있다.
[3] <우주가족 젯슨>이 첫 방영되었던 1960년 이래, 많은 국가의 평균 소득이 급격히 상승했다.
[4] 날아다니는 자동차나 근사한 로봇 하녀가 아직까지 탄생하지 않은 것은 약간 아쉽지만, 그보다는 50년 동안 미국 사람들이 소득 상승에도 불구하고 여가 시간을 좀 더 행복하게 사용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다.
관련 연구를 진행했던 연구진은 사람들이 불쾌한 기분으로 보내는 시간의 양을 지적한다.
긴장되고 우울하고 짜증나는 기분은 행복한 기분보다 훨씬 더 크게 다가온다 (U-인덱스).
U 인덱스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지출해야 한다. 이것이 오늘날 새로이 숙지해야 할 행복 증진 비결이다.
시간에 지출하고 싶다고 해서 늘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시간에 지출하려면 여러 장벽을 극복해야 한다.
시간을 구매하는 원칙을 신중히 실천해나간다는 것은 일상적인 지출을 다시 생각하고 돈에 관한 결정을 시간에 관한 결정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다. 생각의 전환을 전환하여 행복한 선택을 내리라는 말이다.
2. 바쁨에 대한 착각
인텔에서 일반 IT 직원들은 일주일에 평균 350통의 이메일을 받는데, 이렇게 24시간 내내 홍수처럼 쏟아지는 메시지를 처리하느라 진땀을 뺀다.
[5] 그런 이메일의 무려 30퍼센트는 그냥 휴지통으로 직행해도 문제없는 것들로 보인다.
이에 최근 인텔은 ‘이메일 없는 화요일’이라는 실험적인 제도를 시행했다.
[6] 이로써 직원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7] 인텔의 실험은 시간의 압박에서 자유로운 직원들이 그렇지 않은 직원들보다 업무 시간에 더 만족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8] 이처럼 시간 여유를 느끼게 되면 퇴근길에서도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터키에서 800명이 넘는 관리자와 전문직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9] 설문을 통해 “하루 종일 시간이 부족했어” “내 인생은 너무도 바쁘게 흘러 왔어” 같은 말에 사람들이 공감하는지 확인했다.
그런데 그런 말에 동의를 표시한 직장인들은 특히 자신의 직업에 별로 만족하지 못했다.
[10] 미국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일부러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도 시간적 여유를 느껴야 행복은 느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1] 시간 압박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한다.
현재의 순간에 집중해야 행복에 가까이 갈 수 있다. 사실 현재 하고 있는 활동이 만족스러운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12] 현재의 일에 집중하는 것이 바로 행복해지는 비결이다.
[13] 시간 여유를 많이 느끼는 사람들은 운동이나 자원봉사 등 행복감이 충만해지는 활동에 참여하는 경향이 높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보더라도 부유한 사람들의 입에서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다.
[14] 그들이 매일 직장과 가정에서 일하는 시간의 양을 고려해보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
[15] 또 세계 어디를 가도 부유한 사람들이 전날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말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물질적 풍요로움으로 인해 어느 정도는 시간적 여유가 줄어든다. 그 때문에 행복감이 줄어드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16]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더 바빠진 것 같다고 말한다.
[17] 사람들이 하루 몇 시간을 일하는지 계산해보면, 수십 년 전 동일한 일을 했던 사람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관련된 실험에서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개인의 편견과 기호가 반영되지 않도록 하는 차원에서 하루 1,440분 동안 했던 일을 전부 기록해보라고 했다. 이어서 이렇게 작성된 시간일지를 수십 년 전에 작성된 것과 비교 분석해보았다.
[18] 실험 결과에 따르면, 현재 미국 사람들은 1960년대와 비교해서 매주 여가활동에 4시간가량을 더 쓰고 있었다. 반면에 노동 시간은 비교적 변함이 없었다.
시간 기근 (Time Famine)을 느끼게 만드는 주범은 금전적인 성공일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다 보니 시간이 부족한 듯 느껴질 수 있다.
[19] 이와 관련된 실험이 토론토대학교에서 시행되었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컨설턴트 역할을 수행했는데, 가상의 회사에서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고 6분 간격으로 시간당 비용을 청구했다.
첫 번째 집단 학생들은 1분당 15센트를 청구한 반면, 두 번째 집단 학생들은 1분당 1달러 50센트를 청구했다. 동일한 시간 동안 동일한 업무를 처리했음에도, 이후 두 번째 집단 학생들은 첫 번째 집단 학생들보다 시간에 쫓기는 기분을 더 심하게 느꼈다. 달리 말해, 학생들의 시간을 많은 돈으로 보상했더니, 이들은 스트레스와 시간 압박에 시달리는 컨설턴트로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20] 돈보다 시간의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사람들은 시간을 점점 더 희소한 것으로 바라본다.
3. 시간이 절약된다고 시간이 확보될까?
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일상의 귀찮은 일 때문에 우리의 행복감이 바닥으로 추락한다고 한다.
[21]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에서 성인 1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9개월 이상 지속된 심리적 고통(Psychological distress)의 경우, 살면서 겪는 중대한 사건이 그 원인이라기보다 ‘성생활 문제’부터 ‘골치 아픈 이웃과의 불화’ ‘업무 보고서 작성’ 등에 이르기 까지 일상의 귀찮은 일들이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예측되었다.
사람들은 씻는 시간을 줄이고 신선한 샐러드를 맛보는 등 시간을 절약하여 평소 못 했던 일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투인원 샴푸부터 맥샐러드 셰이커까지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시간 절약 상품을 충동적으로 구매하려고 한다.
맥샐러드 셰이커가 출시된 직후, 맥도날드의 대변인인 조앤 제이콥스는 “우리는 절대로 운전 중에 먹는 것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라고 말했다.
[22] 그러면서도 제이콥스는 “맥샐러드 셰이커는 컵홀더에 쏙 들어갑니다.” 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시간 절약 상품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음이 최근의 연구 조사에서 드러났다.
[23] 패스트푸드 로고만 봐도 사람들이 참을성을 잃는다는 것이다.
요컨대, 주로 일상생활의 효율 향상을 목적으로 개발된 상품들 때문에 시간 여유가 줄어들기도 한다. 우리의 조급증이 심해지고 시간 절약에 더 효과적인 상품에 대한 욕망도 강해지기 때문이다.
시간 절약 상품을 잘 사용하면, 하루 중 최악의 시간을 줄이거나 없앰으로써 투자 대비 큰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
이를 주제로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한 시간 정도 실험을 진행했다.\
[24] 실험 말미에 학생들에게 마지막 임무를 부여했는데, 대학 입학 자기소개서 작성에 미숙한 고등학생을 15분 동안 도와주라고 한 것이다.
이 마지막 임무를 받은 학생들의 절반은 고등학생이 쓴 자기소개서와 교정용 빨간색 볼펜을 받았다.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은 자기소개서가 이미 다 수정되어서 일찍 집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달리 말해서, 학생들의 절반은 자원봉사를 하느라 자리에서 15분을 더 머물렀지만,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은 자유 시간을 얻는 ‘횡재’를 한 것이다.
실험을 마지고 소감을 종합해보니,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자기소개서를 수정했던 학생들은 일찍 자리를 떠서 여유 시간을 얻은 학생들에 비해 시간 여유를 더 많이 가졌다.
요컨대 다른 사람을 도우려고 시간을 내면 일의 효율을 따지게 된다. 이와 같은 능력감을 가지는 덕에 자원봉사자들은 일상에서 할 일이 태산처럼 쌓여있어도 시간에 별로 쫓기지 않는다.
시간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기업들의 경우, 직원들에게 자원봉사활동의 기회를 제공하여 시간 여유를 느끼게 할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의 건축자재 제조, 판매업체인 홈데포는 1990년대 이래 기독교 자원봉사운동단체인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꾸준히 지원해왔다.
[25] 홈데포 직원들은 그들의 전문 기술을 활용하여 저소득 무주택자들을 위한 집짓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또 리자이나(캐나다 남서부)점 직원들은 매서운 날씨의 서스캐처원 평원에서 사랑의 집짓기에 참여하여 버틸 때까지 버텨보기로 결심했다.
폴레트의 말에 따르면, 리자이나점 직원들은 집을 완성할 때까지 매달 한 번씩 집짓기에 참여했으며 눈과 비를 번갈아 맞으며 버텼다고 한다.
한 연구 조사결과가 암시하듯이, 홈데포 직원들은 그들의 여가 시간을 ‘포기’함으로써 오히려 시간적 여유를 한껏 느끼고 삶과 일에서 만족도를 높였다고 한다.
4. 약속된 시간이 주는 혜택
시간을 기부함으로써 시간 여유를 느끼듯이, 약간의 변화만 주어도 행복을 얻는 뜻밖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애완동물을 사들여봤는가? 애완동물을 집에 들이는 순간 그에 대한 책임도 생긴다. 나중에 성가신 이이 많이 생긴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생을 자초하는 꼴이라고나 할까.
[26] 개 한 마리 기르는데 1년에 평균 1,800달러가 들어간다고 한다. 이런 걸 보면 금붕어는 거저 기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애완견을 산책시키고 훈련시키면서 우리도 운동을 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27] 특히 노인들은 배우자나 친구와 다닐 때보다 개를 데리고 다닐 때 자주 산책길에 오른다고 한다.
운동을 하면 행복의 측면에서 즉각적이면서도 장기적인 이점이 생긴다.
[28] 대체로 운동을 하면 할수록 적어도 노력이라는 합리적 범위 내에서 스스로 더 만족하게 된다.
[29] 하지만 운동화 끈을 졸라매고 밖에 나가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운동을 얼마나 즐길지 확신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30] 산책을 15분만해도 실내에서 비슷한 운동을 할 때보다 기분이 훨씬 더 좋아지고 편안해지지만 사람들은 대개 밖에 나가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시간을 보내는 방식에 따라 어떤 긍정적인 결과가 있는지 골똘히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뿐만 아니라 운동 효과 외에 행복감이 높아지는 효과도 보게 된다.
5. 공통된 일상에서 만족감을 높여라
인간은 개성이 제각가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행복 연구가라도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프랑스 사람들은 에스프레소 한 잔을 즐겨 마시는 반면, 미국 사람들은 벤티 사이즈의 모카 프라푸치노를 즐겨 마신다.
[31] 그런데도 이 두 나라의 여성들은 공통된 일상 활동에서 아주 유사한 수준의 만족감을 얻는다.
‘시간을 구매하라’ 원칙은 각자 특유의 방식으로 활용하면 되겠지만, 사람들은 대개 지출을 통해 세 가지 핵심 활동(출퇴근, 텔레비전 시청, 가족 및 친구와 시간 보내기)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려고 한다.
– 출퇴근
[32] 미국 통계국은 미국 사람들이 출퇴근에 연간 2주가 넘는 시간을 쓴다고 발표했다. 2주면 연간 휴가 기간에 맞먹는 시간이다.
[33] 교통 전문가들은 ‘자동차 꼭지론 peak car’을 내세우며, 사람들이 일상에서 돌아다니며 보내는 시간의 양이 최대치에 가까워지면서 개발도상국의 자동차 수요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미국과 프랑스 두 나라의 여성들은 출퇴근 시간 중 25퍼센트가 넘는 시간 동안 찜찜한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34] 그들은 U-인덱스의 측면에서 출퇴근을 최악의 활동으로 꼽기도 했다.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로 유명한 독일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35] 출퇴근에 시간을 많이 쓰는 사람일수록 낮은 삶의 만족도를 보인다.
긴 통근거리를 감수해 좋은 직장과 집을 얻을 수 있다 해도, 장거리를 통근하다 보면 좋은 집도 싫증나고 자신의 일에도 그다지 만족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장거리를 통근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여가 시간을 별로 만족스럽지 않게 보낸다. 이를 보면 통근 시간이 시간적 여유감을 떨어뜨리는 것 같다.
사람들은 흔히 직업을 구할 때 자기 자신보다는 가족의 행복을 먼저 따진다. 장거리 출퇴근을 감수하는 덕에 가족이 더 행복해질 수도 있지만, 꼭 그렇다는 근거는 없다.
[36] 오히려 배우자가 장거리 통근을 할 때, 사람들은 다소 낮은 행복감을 보인다.
오늘날 일반 가정의 경우, 소득의 20퍼센트를 차량 유지비로 지출한다.
[37] 이 비율은 저소득층 가정의 경우 40퍼센트까지 치솟는다.
[38] 미국의 일반 직장인들은 자동차 할부금을 갚기 위해 1년에 500시간(하루 근무 시간 중 2시간)을 일해야 한다.
그런데도 근사한 자동차가 통근 시간의 고통을 별로 완화시키지 못한다는 점이 안타깝다.
높은 보수를 받고 먼 직장을 구하고서 멋진 승용차에 추가로 지출을 하느니, 보수가 좀 적더라도 집에서 가까운 직장을 다니는 편이 보통 사람들에겐 더 좋을 수 있다. 집 앞에 있는 직장에 다니다가 22분 통근거리의 직장을 다니면 행복감이 낮아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발생한 ‘행복 손실비용’을 벌충하기 위해 일반 직장인들은 소득을 30퍼센트 이상 올려야 할 것이다.
[39] 그렇게 하더라도 본전치기 밖에 되지 않는다.
한 연구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월급을 올려달라고 상사를 조르기보다 직장 근처로 이사를 가는 경우, 월급이 올랐을 때와 마찬가지로 행복감이 상승한다고 한다.
2011년 북주 뉴저지에서 뉴욕으로 출근하는 사람 약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40]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던 사람들은 기차로 출퇴근한 후 스트레스와 분노를 이전보다 훨씬 덜 느꼈다고 한다.
기차로 출퇴근하면 운전할 때보다 힘이 덜 들고 교통체증에 시달리지 않는다.
– 텔레비전 시청
[41] 미국 사람들은 출퇴근에 연평균 2주를 쓰는 것도 모자라 텔레비전 시청에 두 달을 쓴다.
[42] 미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람들은 일할 때 못지않게 텔레비전을 보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43] 거듭된 연구에서 텔레비전을 볼 때보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등 보다 활동적으로 여가활동을 할 때 즐거운 기분이 든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40년 동안 U-인덱스가 개선되지 않은 것도 다른 어떤 활동보다도 텔레비전 시청이 주요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44] 그렇다고 텔레비전의 감정적 효익이 높은 것도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유럽 32개국 출신 1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표본조사가 실시되었다.
[45]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텔레비전을 30분 이상 시청하는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30분미만 시청하는 사람들보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최신형 텔레비전을 고르고 구매하는 과정에서는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거나 가족끼리 영화를 감상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반면 텔레비전을 사들인 탓에 시간이 실제로 낭비될 수 있다는 생각은 잘 하지 못한다.
공정하게 말해, 텔레비전을 보는 것에도 큰 장점이 있다. 돈이 별로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텔레비전에 쏟는 시간의 일부를 좀 더 매력적인 활동에 쓴다면, 비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그렇게 해야 현명한 지출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사교활동
[46] 사람들은 하루 중 가족이나 친구들과 시간을 함께 보낼 때 가장 좋은 기분을 느낀다.
[47] 지난 10년 간 <뉴욕 New York> 이나 <슬레이트 Slate> 등의 언론 매체에서는 ‘왜 부모들이 육아를 꺼리고 마약중독자가 되는가? Why Parents hate parenting and parents are junkies’같은 제목으로 부모됨의 정서적 혜택에 관한 악의성 기사가 나가기도 했다.
[48]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실시된 전국적인 표본조사를 보면, 공통된 일상 활동을 할 때보다 아이들과 놀이를 함께할 때 행복감이 더 높아진다고 한다.
흔히 삶에 가장 좋은 것은 돈이 들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 언뜻 보더라도, 사교활동의 감정적 혜택에 관한 연구결과는 그처럼 위안적인 인생철학의 근거가 된다. 그래서 흔히 사랑하는 것을 본으로 살 수 없다는 말을 한다. 그렇지만 어쩌면 그런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우리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썼는지 생각해보자. 시골의 부모님을 뵈러가거나 지방의 친구들을 만나러 가려면 차비나 기름 값이 들어간다. 또 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동료들과 맥주 한잔 하더라도 혼자 소파에 누워 복근운동을 할 때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49] 또한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오늘날 중산층 가정의 연간 육아 비용이 1만 3,830달러에 육박한다고 한다.
무언가를 사고 나면 필연적인 시간의 덫에 휘말리게 된다.
[50] 2003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미국 사람들의 80퍼센트 이상(자녀 유무에 상관없이)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응답자들은 집값이 올라서 힘들다면서 수입을 줄이면서까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렇다고 해도 앞서 확인했듯이, 주택에 투자를 한다고 삶의 만족감이 대폭 높아진다는 법은 없었다. 이런 사람들은 행복의 기준을 잘못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그렇게 하려고 아이들과 노는 시간을 포기해야 한다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6. 일하지 않다고 월급 주는 회사
[51] 통근 시간은 차치하고, 프랑스와 미국의 여성들이 전체 시간의 25퍼센트 이상을 찜찜한 기분으로 보내는 유일한 활동 영역이 바로 업무 시간이다.
[52] 세계 여러 나라를 보더라도, 장시간 일하는 사람일수록 시간적 여유를 잘 느끼지 못한다.
구글에서는 업무를 하지 않아도 급여를 받는다. 구글의 인력운영 책임자 섀년 디간 Shannon Deegan의 말을 들으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53] “특히 우리 기술자들에게 당부합니다. 일상 업무 외에 정말로 멋지다고 생각되는 일이 있으면 그게 무엇이든 해도 된다고요.”
업무 시간의 20퍼센트를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쓰게 해준 덕분에 구글 스카이Googld Sky 같은 혁신이 일어날 수 있었다.
[54] 구글 스카이를 비롯한 신제품의 절반은 직원들의 여가 시간에 개발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55] 하버드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미국의 학자 찰스 앨리엇 Charles Eliot은 1880년 교수들의 임금의 절반만 받고 1년간 휴식을 취하는 안식년 제도를 최초로 도입했다.
이후 교수들은 안식년 기간에 연구를 마무리하거나 휴식을 취했다.
앨리엇이 안식년 제도를 도입하게 된 동기는 하버드에서의 삶을 질적으로 높이려고 한 그의 헌신에서 비롯되었는지, 다른 대학에서 유명한 언어학자를 끌어오려고 한 그의 욕망에서 비롯되었는지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래도 안식년 제도를 낳은 두 유형의 동기는 현대 기업 세계에서 안식휴가제도가 유행하고 있는 현상의 기저를 이루고 있다.
[56] 인텔 직원들은 7년마다 8주간의 안식휴가를 가질 수 있다. 1년으로 치면, 직원 20명 중 1명이 안식휴가를 가는 셈이다.
인텔은 이 제도를 진정성 있게 운영하는데, 안식휴가에 들어간 직원들은 회사 이메일 계정을 차단당한다. 회사를 통한 이메일 확인도 금지된다.
많은 기업들이 자체적인 안식휴가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등산용품 전문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직원들은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두 달의 안식휴가를 보낼 수 있다. 그러면서 급여는 꼬박꼬박 받는다.
[57] 파타고니아 직원인 리사 마이어스는 옐로스톤국립공원에서 늑대들의 흔적을 쫓으며 안식휴가를 보냈다.
[58] 그와 같은 횡재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도록 돕는 유어사바티컬닷컴이라는 회사도 있다.
엘리자베스 파가노와 그 어머니 바바라는 이 회사를 통해 안식휴가를 보내다가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안식휴가를 계기로 삶의 관점을 바꾸고 나서 두 사람은 하루하루를 가치 있게 보내고 있다고 한다.
7. 수영장 딸린 집의 모순
우리는 대부분 소위 ‘그렇지.. 젠장! Yes,, Damn!’ 효과를 체험한다.
[59]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 스쿨의 갈 자우버만 Gal Zauberman 교수가 이 말을 만든 것은 우리가 어떤 일을 하겠다고 해놓고 그 시간이 돌아오면 후회하는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시간을 염두에 두고 지출 결정을 내리려고 할 때, 자신의 시간 사용 방식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품에 눈길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장사꾼들은 상품 간의 미묘한 차이를 잘 감지하는 손님들의 능력을 감안하여 물건을 진열해놓는다.
예컨대 침대 가게에서 손님들은 이 침대 저 침대 옮겨 다니며 가격 차이가 무엇 때문인지 확인한다. 그러다보면 가격이 비싸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가게를 나오면서 여러 침대를 신중히 비교하며 느꼈던 것들을 차츰 잊어버린다.
[60]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처럼 ‘양’을 보고 느끼는 차이는 여러 상품을 나란히 두고 비교할 때 더더욱 마음에 꽂힐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비교 쇼핑이 현명한 쇼핑 전략처럼 보여도, 상품들을 비교하는 사이 사소한 차이가 크게 느껴지기도 하고 자신의 시간 사용 방식과 전혀 관계가 없는 기능에 비용을 더 쓰고 싶어지기도 한다.
우리의 시간 사용 방식은 구매로 인해 여러모로 바뀔 수 있다.
[61] 미국 사람들은 텔레비전이나 자동차 같은 필수품을 사들인 다음에는 수영장 딸린 집으로 들어가야 ‘행복한 삶’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62]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장차 수영장 딸린 지블 사겠다고 생각하면서 주로 수영장의 핵심적인 기능에만 집중한다고 한다.
하지만 올림픽을 치러도 될 만한 수영장에 마음이 꽂혔다면, 편안한 파라솔만 떠올릴 게 아니라 퇴근 후 휴양지 같은 집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도 고려해야 할지 모른다. 또한 수영장이 딸린 집을 샀다면, 그 ‘휴식용 물탱크’에서 나뭇잎을 건져내는 시간도 함께 구매한 것과 다름없다.
상상의 렌즈는 수영장을 가졌을 때의 모습에 집중되는 반면, 이후의 자세한 사정에는 흐릿해진다. 따라서 우리 두 저자는 대규모 구매를 결정하기 전에는 간단한 연습을 하길 권한다. 이를테면 가다오는 화요일에 아침부터 밤까지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 찬찬히 생각해보는 것이다.
[63] 특정한 날을 두고 그날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지 스스로 간단히 물어보는 연습을 하면 우리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편향된 예측을 덜 하게 된다.
8. 시간 중심 사고의 숨겨진 혜택
2010년에 한 실험에서 300명 이상의 성인들에게 간단한 임무를 부여했다.
[64] 실험 참가자들은 임무를 수행하며 시간이나 돈, 둘 중 하나의 개념을 강하게 인식했다.
이들 중 절반은 시간과 관련된 문장의 순서를 바로잡았다. 이를 테면 ‘침대시트, 바꿔라 , 시계’를 침대시트를 바꿔라‘나 ’시계를 바꿔라‘로 고쳤다. 나머지 절반은 돈과 관련된 문장의 순서를 바로잡았다. 이를테면 ’침대시트, 바꿔라, 가격‘이다.
이후 두 집단은 모두 다음날 24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계획을 세웠다. 그 결과 시간 관련 문장을 고친 사람들은 사람을 사귀고 ‘친밀한 관계’를 만들려는 경향을 보였으며 일하는 것을 별로 내켜하지 않았다. 반면에 돈 관련 문장을 고친 사람들은 일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으며 사교활동을 하거나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65] 왜 그럴까? 시간과 돈은 서로 다른 심적 경향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시간 사용 방식에 관한 우리의 선택을 우리 자신의 자아감과 깊이 연관된 것으로 바라본다. 반대로 돈에 관한 선택을 내리는 경우 대개 비교적 냉담하고 이성적인 태도로 생각하게 된다.
[66] 또한 관심의 초점을 시간에 두면서 부담 없이 행복감과 사회적 관계를 우선순위로 두게 된다.
이처럼 상충되는 마음가짐 때문에 우리는 아주 비슷한 환경에서도 달리 행동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인근에서 설문을 실시했다.
[67] 연구진은 카페로 들어가는 손님에게 다가가 시간이나 돈과 관련된 문장을 수정하고 두 개념 중 중요한 것을 하나 골라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사람들이 카페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관찰했다. 돈이 중요하다고 말한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 시간을 많이 보낸 반면에 시간이 중요하다고 말한 사람들은 카페에 머무르는 동안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에 시간을 쏟았다. 시간의 개념을 중시한 사람들은 사교활동을 활발히 한 결과 돈의 개념을 중시했던 사람들보다 행복감을 더 많이 느꼈다.
[68] 기부에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시간을 기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를 먼저 따져보고 나면, 가능한 많은 시간과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한다고 한다.
시간의 가치를 떠올리다가 베풂의 따듯한 기쁨에 집중하게 되고, 이어서 자신의 여건이 허락하는 선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게 되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야외 음악회장 앞에서 길게 줄서 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저이 있다.
[69] 그들은 그날 음악회를 보려고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썼는지 이야기해주었다.
그들은 시간의 가치를 따져보고 나서 (돈의 가치를 따져봤을 때보다) 음악회에 대해 훨씬 더 열의를 보였다.
패션잡지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시사 잡지 <뉴요커 The New Yorker>등 수많은 잡지의 광고를 300개 정도 추려서 콘텐츠를 분석해보았다.
[70] 그 결과, 마케팅 콘셉트의 거의 절반은 돈 아니면 시간과 관련 있음이 드러났다.
그런 광고들은 소비자들이 시간이나 돈에 집중하도록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반면에, 우리는 훨씬 더 급격한 태도의 변화를 일으킨다.
9. 시간은 곧 돈?
돈에 관한 선택을 시간에 관한 선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우리 두 저자는 주장해왔지만, 예부터 그 반대의 개념이 지배적인 게 사실이다. 시간은 곧 돈이라는 말이다.
[71] 프랭클린은 그의 저서에 이런 말을 남겼다. “기억하라. 시간은 돈이다. 하루에 10실링을 버는 사람이 외국에 나가 한가로이 한나절을 보냈다고 해보자. 비록 그가 기분 전환을 하거나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푼돈을 소비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유일하게 발생한 비용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는 실제로 5실링을 소비했거나 오히려 5실링을 허비한 셈이다”
그런데 이런 프랭클린의 시간관념을 수용하면 오히려 행복감이 떨어진다는 것이 한 연구 조사에서 나타났다. 시간을 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돈이 되지 않으면 즐거운 일상 활동에서도 기쁨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한번 다음과 같이 해보자.
1단계 : 작년에 일주일에 대체로 몇 시간을 일했는지 계산한다.
2단계 : 작년에 몇 주 동안 일했는지 합산하고, 세전소득이 얼마인지 계산한다.
3단계 : 작년 소득을 총 노동시간으로 나누어 평균 시간 당 임금을 계산한다.
실험 참가자 400명이 아름다운 음악을 들었는데, 위 3단계를 거치기 전후의 결과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72] 실험 참가자들은 위 3단계를 다 거치고 나서는 음악에 제대로 집중을 하지 못했다.
시간 당 임금을 계산해본 탓에 벤저민 프랭클린의 시간관념에 빠져, 시간을 돈으로 바라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73] 사실 시간제 근로자들은 시간을 돈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
[74] 그래서 신입 바리스타부터 영향력 있는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정해진 시간에 일하는 사람들은 돈을 더 버는 대신 시간을 포기하는 경향을 많이 보인다.
[75] 미국에서 실시한 어느 전국적인 여론조사에서 시간제 근로자들의 32퍼센트는 시간 대신 돈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샐러리맨들 중 시간을 포기하고 돈을 받겠다고 말한 사람은 17퍼센트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현재 시간제로 일하지 있지 않다 해도, 과거 시간제 보수를 받았던 경험에 여전히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체험의 효과가 사라지기까지 2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시간당 보수를 떠올리면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만, 돈은 안되도 정서적으로 좋은 활동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약해진다.
[76] 시간제 근로자들과 비시간제 근로자들이 보이는 여러 성향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그런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시간과 돈을 교환 가능한 자원으로 보는 태도는 경제의 관점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만, 행복의 관점에서 볼 때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시간을 돈 버는 수간으로 보지 말고, 좀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일, 그 자체를 중요시하라는 말을 우리 두 저자는 늘 입에 달고 산다. 돈보다는 시간의 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연습을 해나가다 보면, 두 자원을 더더욱 행복한 방식으로 활용해나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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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구매하기’위해 기억할 것!
– 몇 푼 아껴보겠다고 소중한 시간을 버리는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
– 일부러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도 시간적 여유를 느껴야 행복은 느낀다는 것을 기억하라.
– 시간을 기부함으로써 시간 여유를 느끼듯이, 약간의 변화만 주어도 행복을 얻는 뜻밖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긴 통근거리를 감수해 좋은 직장과 집을 얻을 수 있다 해도, 장거리를 통근하다 보면 좋은 집도 싫증나고 자신의 일에도 그다지 만족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기억하고, 이를 생활 속에서 적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