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2_돈에 대해 꼭 알아야 할 10가지
_가치 없이 가치를 평가하지 않으려면
10. 언어와 제의가 만드는 마법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언어는 경험을 어떤 틀로 묶을지 결정할 수 있다. 언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소비에 추가로 관심을 더 갖게 만들 수 있으며 그 경험 중에서도 특정 부분에 초점을 맞추게 할 수도 있다. 언어는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보다 중요하게 인식하도록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것에서 보다 큰 즐거움을 느낄 때 우리는 이것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도 또 그에 대한 대가로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한다.
말 자체가 자리를 안락하게 만들어주거나, 음식의 향미를 더해주거나, 고기를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거나 한다고는 볼 수 없다. 객관적으로는 음식의 설명은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의사결정을 주제로 한 연구조사가 시작된 초기부터 이미 분명하게 확인된 사실이 있다. 사람들은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들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들을 묘사한 것 중에서 선택한다. 바로 이 지점에 가치의 수준을 바꿔놓는 언어의 마법이 존재한다.
혀를 놀리는 것은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과 같아서 새로운 관점과 내용을 제시한다. 사례는 이미 앞에서 살펴봤다.
사람들은 은퇴 뒤에는 현재 소득의 80퍼센트 수입으로도 얼마든지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응답했지만, 현재 소득 가운데 20퍼센트가 줄어들면 제대로 살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1] 사람들은 일정 금액을 하루에 얼마씩 자선단체에 기부하라고 할 떄는 이 제안에 선뜻 응하지만, 이 금액의 1년치 총액을 한꺼번에 기부하라고 하면 고개를 젓는다.
[2] 또한 200달러의 돈으로 ‘세금 환급금’으로 받으면 저축을 하지만 똑같은 금액을 ‘보너스’로 받으면 휴가여행에 쓴다.
특히 언어 조작을 탁월하게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와인 제조업자들이다. 이들은 자기들만의 언어를 계속 창조해왔다. 이들은 와인의 맛을 묘사하기 위해서 ‘타닌’, ‘복잡성(맛과 향 등 조화를 잘 이룬 좋은 와인의 속성)’, ‘산도’와 같은 용어를 사용한다.
이 말 자체가 와인을 바꿔놓지는 않지만 실제 현실에서 사람들은 보다 자세히 묘사된 와인에서 보다 많은 것을 얻는다. 묘사가 우리가 평가하는 와인의 가치와 와인을 마시는 경험의 가치를 한껏 높은 수준으로 올려준다.
커피 산업도 제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창의적인 작가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단일 원두(싱글빈) 커피’, ‘공정무역 커피’ 같은 말은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묘사가 하나씩 보태질 때마다 우리가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은 조금씩 더 노아진다.
지금은 초콜릿이 이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언어를 내세우는 이 추세가 어디까지 이어질까? 나중에는 ‘단일 젖소 우유’상품도 나오지 않을까? 식당에서 라테를 주문할 때 미네소타에 있는 벳시라는 젖소 이야기를 듣게 되지는 않을까?
제 42대 미국 대통령이 먹었던 아이스크림콘에 들어간 우유가 벳시의 어미에게도 짠 우유였다는 이야기를 듣게되면 벳시의 우유를 넣어서 만든 그 라테의 가격이 한층 더 비싸지지 않을까?
지금까지 살펴봤듯 언어는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모든 종류의 경험이 지닌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을 바꿔놓는다. 수백년 동안 길고 긴 토론이 있었지만 마침내 줄리엣 캐퓰릿 이론이 틀렸음이 증명된 것 같다. 장미가 다른 이름으로 불릴 때는 그 이름으로 불릴 때처럼 달콤한 향기는 절대 나지 않는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에는 “우리가 장미라 부르는 그 꽃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더라도 향기엔 변함이 없을 것을,, 로미오도 마찬가지겠죠, 그가 로미오라 불리지 않았더라도 그가 지닌 완벽함은 그대로일거예요”라는 줄리엣의 독백이 나온다.)
소비경험의 질을 높이다
우리가 뭔가를 즐길 때 그 즐거움은 그 대상의 느낌과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것, 두 감각 모두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이 경험을 총체적인 ‘소비경험 full consumption experience’이라고 부른다.
언어는 이 소비경험의 질을 높일 수도 있고 떨어뜨릴 수도 있다.
언어가 어떤 것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에 강력한 영향을 주는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언어의 중요한 한 유형이 이른바 ‘소비단어 consumption vocabulary’이다.
소비단어는 사람들이 경험을 묘사하기 위해, 즉 예를 들어 와인의 ‘부케(와인이 익었을 때 나는 향)’와 같은 특정한 용어를 사용할 때 나타난다. 소비단어는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하고 집중하고 주의를 기울이고 마음을 느긋하게 하고 어떤 경험을 다른 방식으로 느끼게 하며, 궁극적으로는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게 해준다.
비록 건강식과는 거리가 멀지만 맥도날드의 광고 노래는 자사의 대표적인 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노래 가사에 담곤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참깨빵 위에 순쇠고기 패티 두장 특별한 소스 양상추 치즈 피클 양파까지”
맥도날드의 이 광고는 경험을 세부적인 요소로 나눈다. 햄버거를 한입 베어 물면 일곱 개의 제각기 다른 맛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오르게 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하는 것과 그냥 ‘햄버거’라고 말하는 것 중 어느 쪽이 소비자에게 더 근사하게 들리겠는가?
소비단어가 소비뿐 아니라 생산 과정까지 함께 묘사할 때 사람들은 그 제품이나 서비스에 한층 더 많이 고마워하며, 더 나아가 그 가치를 한층 더 높게 평가한다. 사람들은 또한 언어로 엮이면서 거기에 보다 많이 몰입한다. 어떤 것을 단기 가상으로 소유하기만 해도 그것에 대한 가치평가가 높아지는 소유효과를 기억하는가? 그러므로 시간이 조금 더 들더라도 이케아 책상이든 멋진 음식이든 어떤 것의 구조를 보다 잘 이해하고 평가할 때 이를 통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치는 더 커진다.
단어들은 공정하게 보인다
가치평가에 강력한 영향을 주는 것을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경로는 노력과 공정함을 사람들이 온전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이다.
노력의 단어들은 극단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중요하다. ‘장인이 만든’, ‘수제’, ‘공정무역’, ‘유기농’ 등의 단어는 창의성, 독창성, 정치적인 견해 그리고 몸에 좋은 특성들 드러내는 데만이 아니라 자기들이 추가로 들이는 노력을 알리려는 목적으로도 사용된다.
노력과 관련된 단어는 많은 인력과 자원이 그 상품에 투입됐음을 밝히는 동시에, 그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가 다른 것보다 더 높다고 주장한다. 이런 식으로 단어는 가치를 추가한다.
공유는 공정함이다
‘공유경제 sharing economy’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공유경제’라는 표현은 인간성의 선한 측면을 상기시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봉사의 가치를 보다 소중하게 여기도록 유도한다. 확실히 이 표현은 공유경제가 안고 있는 부정적인 측면에는 이목이 쏠리지 않도록 해준다.
그러나 사실 공유는 늘 이타적이지만은 않다. 실제로 공유경제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공유경제가 부상하는 현상은 노동시장이 완전고용 상태를 보장하지 못하고 노동자의 소득이 줄어들며 일자리 안정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됨에 따라 나타난 결과일 뿐이며, 아울러 공유경제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걷어내고 불완전고용 상태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덜어주려고 고안된 또 다른 단어인 이른바 ‘프리에이전트 국가 fee-agent nation’라는 개념을 악용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몇몇 기업은 스스로를 환경 친화적인 기업으로 홍보하고 싶은 마음에 아주 사소한 변화를 도입하면서 침소봉대했다가 녹색세탁(green washing, 그린워싱)을 한다고 비난받고 있다. 또 어떤 기업은 유방암 퇴치 단체인 수전 코멘 재단 Susan G. Komen 같은 기관으로부터 여성 건강 증진에 힘쓴다는 인정을 받기 위해 금전적인 후원을 하지만 실제로는 암을 유발하는 자사 제품을 홍보함으로써 분홍세탁(pink washing, 핑크워싱)을 한다는 비난을 받는다.
이들이 이런 행도을 하는 이유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는 이미지가 있는 제품에는 소비자가 보다 많은 돈을 지불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언어는 사람들이 그토록 보고 싶어 하는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창문을 제공한다. 노력이야말로 공정함과 높은 품질을 갖췄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정함과 품질에 대한 인식은 가치의 대리자가 된다. 바로 이것이 언어에서부터 가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지금껏 걸어왔던 길고 구불구불한 경로인데, 이 경로의 어느 지점에서든 우리는 발이 걸려 넘어지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
언어는 노력에 대한 인식과 가치에 대한 감각을 창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런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전문성을 인정하도록 우리를 유도할 수 있다.
우리같은 일반인들은 전문가가 구사하는 표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모르며 심지어 그들이 쓴 손 글씨조차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언어는 그들이 우리보다 훨씬 많은 지식을 갖고 있고 오랜 시간을 공들이며 노력했고, 또 이 리를 압도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복잡한 언어를 사용해서 그 지식과 기술을 우리에게 보여주려 함을 상기시킨다.
이런 언어 사용은 저술가인 존 란체스터 John Lanchester가 ‘사제의 말씀 priesthoods’이라고 불렀던 것을 생성한다.
[3] 그 전문가들은 정교한 제의 그리고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들고 위협하고 자신을 신비하게 포장하기 위해 고안된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지금 전문가가 하는 말이 도무지 뭔지 알아들을 수 없지만 그래도 어쨋거나 자격을 갖췄다고 검증된 사람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한 자신은 전문가의 통제 안에서 안전하다는 느낌에 사로잡히도록 만든다.
‘일’을 ‘노력’으로 바꾸는 언어의 마법
언어는 대상을 바꿔놓는 힘을 발휘한다. 고통을 기쁨으로, 혹은 취미를 일로 바꿔놓을 수 있으며 그런 변화가 일어나는 방향까지도 바꿔놓을 수 있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 <톰 소여의 모험 The Adventures of Tom Sawyer>에서 톰은 자기 집 울타리에 흰색 페인트칠을 해야 하는 지겹고 따분한 일을 해야 했다. 이때 친구들은 톰을 놀렸고 톰은 이렇게 대답한다.
“너희, 이 일을 뭐라고 부르는지 아니? … 어린애가 울타리를 흰색 페인트로 칠하는 기회가 날마다 있는 줄 아니? .. 폴리 이모가 울타리에 대해 얼마나 까다로우신데!”
울타리에 페인트칠을 하는 일이 즐거운 경험으로 묘사되는 말을 들은 친구들은 그 즐거움을 경험하고 싶어서 너도나도 달려들고, 톰은 글러수록 배짱을 튕긴다.
마법이 일어나는 순간
제품이나 서비스를 묘사하는 언어와 소비단어는 놀라울 정도로 일관적인 경향이 있다. 자주 바뀌지 않으며, 다른 것이 아닌 스스로를 기반으로 해서 차곡차곡 쌓여간다.
사람들은 어떤 제품에 대해 새로운 경험을 할 때마다 늘 동일한 단어를 생각한다. 와인의 향기, 치즈의 식감, 스테이크의 크기.. 앞서 살펴봤던 가치의 수준을 높이는 효과 이외에도 용어가 띠는 이런 일관성은 특정한 제의를 만들어 낸다.
건배 제의, 와인을 마시기 전 빙빙 돌리는 것과 같은 제의는 단일한 경험을 이것과 똑같은 과거와 미래의 다른 많은 경험과 이어준다. 이 연결 덕분에 그 경험은 과거로 또 미래로 확장되는 전통의 일부분이 되고, 그럼으로써 추가적인 의미를 획득한다.
대부분의 제의는 종교에서 비롯됐다. 유대교에서는 남자들이 야물커를 쓰고, 이슬람에서는 구슬을 세고, 기독교에서는 십자가에 키스를 한다. 이 모든 제의는 특정 절차와 묘사가 덧붙여진 행동이다. 모두가 다 사람들을 과거에 있었던 행동 및 본인의 역사와 연결해준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제의들이 의미에 추가적인 내용을 실어 나르는 상징이라는 점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제의와 연결되면 무엇이든 독자적으로 존재할 때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게 기도든 혹은 와인 한 잔이든 간에 말이다.
제의도 소비경험의 질을 높여주는데, 제의는 과거 경험과의 연결성을 확장하고 특정한 의미의 감각을 생성함으로서 우리가 느끼는 즐거움을 늘려준다. 이 과정에서 제의에 사용되는 것에 대한 가치평가가 높아진다.
[4] 캐슬린 보즈 Kathleen Vohs, 야진 왕 Yajin Wang, 프란체스카 지노 Francesca Gino 그리고 마이클 노튼이 제의를 주제로 연구를 했는데, 이들은 제의가 즐거움, 기쁨, 가치,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사람들이 대가로 기꺼이 지불하려는 금액을 보다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초코바 하나씩을 피실험자들에게 먹게 했는데,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게는 곧바로 먹게 하고, 다른 집단에게는 매우 특이한 절차로 포장을 뜯게 한 뒤 먹게 했다. 즉 후자 집단에는 거창안 의미가 있지는 않지만 소비 전에 제의를 거친 셈이다.
연구자들은 비슷한 실험을 하나 더 햇는데, 이번에는 당근이었다. 피실험자들은 나눠 한 집단에게는 평소대로 먹게하고 다른 집단에게는 자기 손을 톡톡 두드린 뒤에 심호흡을 몇 차례 한 다음 눈을 감고 잠깐 동안 있다가 당근을 먹으라고 했다.
이 연구자들은 일종의 제의 절차를 거친 피실험자들이 초콜릿 바든 당근이든 어떤 음식을 먹을 때 더 맛있게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제의는 경험과 즐거움을 증가시켰다. 경험을 기대하면서 상상하는 경우에서나 실제 경험에서나 모두 마찬가지였다.
지금 비행기가 입속으로 착륙하고 있습니다!
제의와 언어가 소비의 질을 높인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에게 으깬 완두콩을 숟가락으로 먹여보기 바란다. 이번에는 똑같은 동작을 하되 아기에게 숟가락이 비행기고 이 비행기가 이제 착륙을 시도한다고 말해보라.
어른이라고 다를까?
숯불구이 식당이나 애거나 크리스티 Agatha Christie의 미스터리 소설에서처럼 범인을 찾아내는 콘셉트의 테마 식당 같은 데 가서 음식을 먹을 때와 드라마를 정신없이 보며 자기 얼굴에 난 구멍으로 자기가 뭘 우겨넣고 있는지 모를 때를 비교해보면 잘 알 것이다.
제의와 소비언어가 부리는 마법은 일상생활에서 제품을 사는 경험을 결혼, 직업 그리고 주변 세상과 상호작용을 하는 방식처럼 커다란 의사결정을 하는 경험으로 바꿔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