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_거의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단어들의,
숨겨진 힘!
이 장에서는 단어 분석에 대한 전반적인 논리를 살펴볼 것이다. 이 부분은 앞으로 알아볼 내용의 토대인 셈이다. 다양한 유형의 단어들이 어떻게 사람들의 성격, 거짓말, 심리 상태, 지위 등을 반영하는지 그 사례들을 먼저 알고 싶다면 거리낌 없이 이 장을 건너뛰어도 좋다.
당신은 이 그림에 대해 어떻게 쓰거나 말하겠는가? 잠시 이 그림에 대해 마음속으로 묘사해보자.
실제로 다양한 심리학 실험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들이 이 그림에 대해 글을 썼다.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내용과 주제도 다양하지만 사람들이 그것을 글로 쓰는 스타일은 훨씬 더 놀랍다. 한 예로, 세 명의 대학생이 이 그림을 묘사한 각각의 글에서 첫 문장들을 살펴보자.
학생 1 : 상기의 그림에서는 나이 지극한 한 여성이 짐짓 겸손한 체하며 냉담해 보이는 중년 여성에게 뭔가 말하려는 참이다.
학생 2 : 내가 보기에는 한 할머니가 젊고 아름답던 시절의 기분을 떠올리며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
학생 3 : 늙은 여자는 마녀나 뭐 그런 사람이다. 그녀는 젊은 여자에게 뭔가하라고 부추기는 것처럼 보인다.
세 학생 모두 같은 그림을 보았지만 해석은 각각 달랐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각자 자신이 받은 인상을 묘사하면서 단어를 어떻게 사용했느냐는 데 있다. 이 간단한 문장만 보아도 이 학생들이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다.
1번 학생은 뻣뻣하고 거리감이 느껴지며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2번 학생은 좀 더 인간적이고 따듯한 느낌이 있다. 3번 학생은 앞 두 사람에 비해 가볍고 주어진 과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
세 명 모두 자신의 성격 일부를 글을 쓰는 스타일에 드러냈다. 이들의 거의 <무의식적인 단어 사용>을 통해 이들이 어떤 사람이고 타인과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금씩 엿볼 수 있다.
1번 학생이 남자고 나머지는 여자라는 사실은 꽤 쉽게 맞힐 수 있다. 1번 학생은 다른 두 사람에 비해 평균 성적이 높은 반면 사회생활에서 애를 먹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2번 학생은 우울한 성향일 가능성이 높다. 3번 학생은 학교 성적은 그리 좋지 않은 데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과음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을 것이다.
이것을 단지 경험에서 우러난 추측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추측들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그들의 성격, 나이, 성별, 사회 계층, 스트레스 수준, 생물학적 기능, 사회적 관계에 대해 엄청난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도출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들은 그 사람에 대한 단서를 남긴다. 우리는 이 단서를 분석함으로써 글쓴이의 개인적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아는가? 그 비결은 사람들이 <무엇을> 말하는가와 그것을 <어떻게> 말하는가, 그 두가지를 구분하는 데 있다.
1. 툭 던지는 하찮은 단어들
스타일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현대 성격심리학을 창시한 고든 올포트 Gordon Allport는 사람들 사이의 본질적 차이를 밝혀내려는 시도로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는 사람들이 거의 모든 행동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는 데 주목했다.
올포트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스타일 중 하나가 이 걷는 스타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옷을 입고, 음식을 먹고, 오렌지 까는 스타일도 사람마다 다르다. 이 같은 행동 스타일도 그들의 성격, 태도, 사회적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창의 역할을 한다.
언어 스타일도 예외가 아니다. 말하거나 글을 쓰는 스타일은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보여준다. 어려운 부분은 스타일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지 알아내는 일이다.
내용어(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
반면, 실질적 의미를 전달하기 보다는 말과 말 또는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는 보조적 단어인 <기능어>는 내용어를 연결하고, 형성하고, 조직하는 단어다. 이 정의가 다소 모호하기는 하지만 표현 스타일과 관련된 단어는 대부분 기능어나 숨어 있는 단어, 쓸모없는 단어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일반적 범주에 해당된다.
아래에서 굵은 글씨는 기능어를 강조한 것이다.
학생 1 : 상기의 그림에서는 나이 지극한 한 여성이 짐짓 겸손한 체하며 냉담해 보이는 중년 여성에게 뭔가 말하려는 참이다.
학생 2 : 내가 보기에는 한 할머니가 젊고 아름답던 시절의 기분을 떠올리며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
학생 3 : 늙은 여자는 마녀나 뭐 그런 사람이다. 그녀는 젊은 여자에게 뭔가하라고 부추기는 것처럼 보인다.
기능어가 뭐 이리 대단하다고 언급하는걸까? 대명사, 조사를 비롯한 기능어가 핵심으로 가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숨어있는 단어, 즉 기능어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매우 자주 쓰인다.
– 단어의 길이가 짧고 감지하기 어렵다.
– 뇌에서 내용어와 다르게 처리된다.
– 매우, 몹시 사회적이다.
2. 숨어 있는 단어, 그들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가 듣고, 일고, 말하는 단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몇 개 되지도 않는 숨어 있는 단어들, 즉 기능어다.
넓은 시각에서 보면 평균적인 영어 사용자는 약 10만 개라는 엄청난 어휘를 갖추고 있다. 이 말은 우리가 아는 단어 중에서 0.04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 극소수의 단어들이 우리의 언어 스타일과 관련 있다는 뜻이다. 나머지 99.96퍼센트의 어휘에 해당되는 단어는 내용어다.
이러한 분할은 독일어, 스페인어, 터키어, 아랍어, 한국어 등 우리가 연구한 여러 언어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3.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사소한 단어들의 작동법
누군가 최근 나눈 대화를 생각해보라. 상대가 말한 단어들 중 구체적으로 기억나는 것이 있는가? 아마 내용어만 기억이 날 것이다.
기능어의 불가시성을 확실하게 확인하는 방법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능어와 내용어를 의식적으로 들어보는 것이다.
언어 사용 스타일과 관련된 단어에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려고 해보라. 사람들이 그런 단어를 엄청나게 빨리 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기능어만 불리해서 주의를 기울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
존 케리와 보이지 않는 대명사의 힘
2004년 대통력 선거 기간이 되자 존 케리는 현직 대통령 조지 W. 부시에 대항하여 대선 후보로 출마했다. 선거운동 동안 케리는 부시에게 위협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케리에게서 거듭 나타나는 문제점은 냉담하고 다소 거만한 인상을 준다는 점이었다. 연설을 할 때 케리가 사용하는 바디 랭귀지는 딱딱하고 차가워 보였다. 케리의 연설과 인터뷰는 어색하고 진정성 없게 들리는 경향이 있었다.
<뉴욕 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케리의 참모들은 더 따뜻한 이미지를 위해 케리에게 <나>라는 단어보다 <우리>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이 기사를 읽으면 케리가 곤경에 빠졌다는 사실을 명백히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루겠지만, <나>라는 단어의 사용은 정직하고 사적인 경향과 관련이 있고, <우리>라는 단어는 특히 정치인이 사용할 경우 차갑고 딱딱하며 감정적으로 멀게 느껴진다. 케리의 참모들은 숨어 있는 단어, <우리>라는 단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는 분명히 중요한 교훈이다. 기능어는 듣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기능어의 작동 방식에 대한 당신의 고정관념은 아마 틀렸을 것이다.
—
4. 기능어와 뇌
기능어와 내용어의 차이는 뇌손상을 겪는 사람들을 통해서도 발견할 수 있다.
뇌의 어떤 특정 영역이 손상되는 경우 내용어를 사용하는 능력이 없어지고 기능어를 사용하는 능력만 남기도 한다. 다른 영역에 손상을 입으면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 두 뇌영역, 그러니까 브로카 영역 Broca’s area과 베르니케 영역 Wernicke’s area은 보통 좌뇌 중에서도 대뇌피질이라 불리는 표면에 위치해 있다.
1860년대 브로카는 브로카 영역이 손상된 환자가 지나치게 느리고 뚝뚝 끊기는 방식으로 ㅁ라하는 경우가 많다는 내용으로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환자들이 기능어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한 예로, 이 장 앞부분에 소개한 그림을 브로카 영역이 손상된 환자에게 묘사하라고 하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여자…으음….여성…아아….그림, 어… 늙은. 그래요, 늙은 여자”
브로카 영역이 손상된 환자들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에서 좌절을 겪거나 어색한 태도를 보일 때가 많다.
베르니케 영역은 브로카 영역이 손상되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증상이 나타났다.
베르니케 영역이 손상된 환자는 명사와 일반동사를 사용하는 능력을 잃는 한편 기능어는 여전히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음, 이쪽은 그들 중 한 명이고 제 생각에 그녀는 그 옆에 있네요. 그러니 제가 저쪽을 보면 당신 역시 그녀가 보일 거예요. 전 지금 그녀를 생각하고 있어요. 그녀는 저쪽에 있고요”
브로카 영역이 기능어를 통제하고 베르니케 영역이 내용어를 통제한다고 말하면 지나친 단순화일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기능어와 내용어의 구분히 상당히 근본적인 수준에서 일어나는 뇌의 작용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주목할 점은 기능어와 관련 있는 브로카 영역이 전두엽에 있다는 사실이다. 전두엽은 많은 능력들을 관장하는데 그 중 사회적 능력이 많이 포함된다. 예컨대 연구자들은 많은 연구를 통해 뇌의 앞부분(전두엽)이 감정을 표현하고 숨기는 능력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밝혀냈다.
전두엽에는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읽는 능력과 관련 있는 영역도 있다. 현재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수많은 연구들은 감정을 통제하고 타인과 사회적 관계를 맺는 능력의 대부분이 전두엽의 활동과 관련 있음을 암시한다.
전두엽 손상과 사회적 행동 및 성격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피이너스 게이지의 사례일 것이다. 게이지는 1800년대 중반 철도 공사 현장의 폭파 전문가였다.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게이지는 신중하고 성실하며 진지한 성격이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그는 바위를 제거하기 위해 폭파를 준비하면서 긴 막대기로 화약을 구멍에 눌러담고 있었다. 그때 어쩌다 불꽃이 일어 화약이 폭팔애 막대기가 순간적으로 튀어올랐다. 막대기는 게이지의 전두엽 대부분을 망가뜨리고 두개골에 구멍을 남기며 깨끗이 뇌를 뚫고 나갔다.
놀랍게도 게이지는 죽지 않았고 몇 주 안에 건강을 회복하고 돌아왔다. 다만 그 후 몇 달동안 피니어스 게이지의 인격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그는 시끄럽고, 충동적이고, 불쾌하고, 뭐랄까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변했다. 게이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고 다시는 예전의 성격으로 돌아오지않았다.
1900년대 초반, 이반 파블로프는 개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와 같은 현상을 발견했다.
파블로프는 고전적 조건화가 일어나는 뇌의 영역을 찾으려고 시도하면서 외과 수술을 통해 개의 뇌에서 다양한 부위의 활동을 방해해 보았다. 그 결과 그는 전두엽 손상만이 개의 성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발표했다. 전두엽 손상을 입은 개는 수술 전에 있었던 일들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지만 완전히 다른 개가 되었다.
전두엽이 성격 및 사회적 행동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면 브로카 영역처럼 전두엽에서 언어를 관장하는 영역 또한 당연히 성격 및 사회적 행동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5. 아주, 아주 사회적인 기능어
뇌 연구는 기능어가 우리의 사회적 세계와 관련 있다는 피할 수 없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사실 숨은 단어들은 본래 사회적이라는 특성이 있다.
기능어가 적절히 사용되려면 <사회적 기술>이 필요하다.
모든 기능어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의 개인적 관계에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역할을 한다. 예컨대 <~전에>, <~의 뒤에>, <~를 향해>와 같은 모든 기능어는 말하는 사람의 특정 시공간 속 위치에 대한 기본적 인식이 있어야 사용될 수 있다. <그 반지>와 <반지>의 차이는 미묘하지만 중요하다. <그 반지>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함께 알고 있는 특정 반지를 언급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기능어 사용은 기본적인 사회적 기술을 갖추었다는 표시다. 이와 반대로 명사와 동사에 대해 말하려면 어떤 문화에서 공유하는 범주와 단어의 정의를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놀라운 점은 우리 뇌는 어떤 기능어를 사용할지 거의 즉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능어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물과 사건에 대해 생각하는 미묘한 스타일을 반영하기도 하고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우리는 조사를 비롯한 기능어를 이용해 말하는 속도에 맞춰 즉각적으로 말의 의미를 바굴 수도 있다.
“나는 친구네 집에 갔다” 라고 할지, “나는 친구네 집으로 건너갔다”라고 할지 “나는 친구네 집을 지나쳤다”라고 할지 경정하기 위해 말을 하다가 중간에 멈추는 일은 상상하기 힘들다. 이 문장들은 듣는 사람 입장에서 차이를 거의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하지만 이동하는 행위나 친구, 친구네 집과 관련하여 각각 조금씩 의미가 다르다.
6. 내가 사용하는 단어는 나도 미처 모르는 나의 모습을 드러낸다
기능어는 어디에나 있고 우리는 항상 접하고 사용한다. 하지만 기능어는 포착하고 마음대로 조작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숨어있는 단어들은 대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그 둘의 관계에 대해 무언가를 알려준다. 하지만 이 책이 진자 하려는 이야기는 기능어 그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다.
일상 언어에서 관사를 사용한다고 해서 존 매케인처럼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나이가 많고 보수적인 정치인이 되지는 않는다. (실제 존 매케인은 08년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중 경쟁 후보에 비해 관사를 더 많이 사용했다) 그보다 관사의 사용은 사람들이 자신의 세계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해 무언가를 알려주기 시작한다. 대명사와 조사를 비롯하여 사실상 모든 기능어의 역할이 이와 마찬가지다.
이것이 내가 하려는 이야기의 핵심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능어를 듣고, 세고, 분석함으로써 그 사람들에 대해 알 수 있고, 그들 스스로 인식하거나 파악하지 못하는 측면마저 알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사람들이 기능어를 사용하는 스타일은 우리가 그 사람들 자체와 그들의 메시지를 인식하는 방식에 미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