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회계와 정보전달의 기술
사람들은 경제학적으로는 동일한 효용을 가지는 상황에 대해 심리학적으로는 다른 효용을 가진 것처럼 판단하곤 하는데, 이는 우리 마음에서 이루어지는 심리학적 회계가 경제학적 회계와 다르기 때문이다(Thaler, 1985; Thaler & Johnson, 1990). 아래 예시들을 살펴보자.
[시나리오 1]
《김씨》는 하나에 1,000원인 복권을 네 장 샀다. 이 중 하나는 5만원에 당첨되었고, 다른 하나는 2만 5천원에 당첨되었다.
《이씨》는 하나에 2,000원인 복권을 두 장 샀다. 이 중 하나가 7만 5천원에 당첨되었다.
*누가 더 행복할까요? 김씨: 56 (응답자수) 이씨: 16 차이없음: 15
[시나리오 1]과 같이 김씨와 이씨가 복권을 구매하는데 쓴 비용과 당첨된 금액의 총량이 같기에 경제적 효용에서는 차이가 없는 문제를 “등가문제”라고 부른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이 둘은 등가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사람들은 두 번에 나누어서 7만 5천원에 당첨된 사람을 단 번에 7만 5천원에 당첨된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5만원에 당첨되면서 얻은 행복을 심리적 회계를 통해 계산하여 저장해 놓은 후, 다시 한 번 2만 5천원에 당첨되면서 느낀 행복을 이전에 저장해 둔 행복과 합치는 것이 7만 5천원을 한 번에 획득할 때 느끼는 행복보다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손실에 대해서는 어떨까?
[시나리오 2]
《김씨》는 국세청으로부터 통지서를 받았는데, 전산상의 문제로 이전에 보낸 세금청구서에 100,000원이 누락되어 100,000원을 더 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같은 날 지방세무소로부터 통지서를 받았는데, 유사한 전산상의 문제로 이전에 보낸 청구서에 50,000원이 누락되어 50,000원을 더 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김씨의 실수는 전혀 없었고, 오직 국세청과 지방세무소의 문제였다.
《이씨》는 국세청으로부터 통지서를 받았는데, 전산상의 문제로 이전에 보낸 세금청구서에 150,000원이 누락되어 150,000원을 더 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씨의 실수는 전혀 없었고, 오직 국세청과 지방세무소의 문제였다.
*누가 더 화가 날까요? 김씨: 66 이씨: 14 차이없음: 7
독자들은 시나리오 2의 김씨와 이씨 문제도 동일한 경제적 효용을 가진 등가문제임을 눈치 챘을 것이다. 즉 김씨와 이씨 모두 더 내야 하는 세금은 150,000원으로 동일하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김씨가 더 화가날 것이라고 생각할까?
이는 100,000만원의 세금을 더 내면서 느낀 상실감을 심리적 회계를 통해 계산하여 저장해 놓은 후, 다시 한 번 5만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되면서 느낀 상실감을 이전에 저장해 둔 상실감과 합치는 것이 15만원을 한 번에 더 내면서 느끼는 상실감보다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 정보전달의 기술을 알 수 있다.
[정보전달의 기술-1] 여러 가지 좋은 소식은 나누어 전달하라.
나는 오늘 보너스를 50만원 받았고, 집에 가는 길에 우연히 백화점에 들렀다가 50만원 짜리 상품권 경품에 당첨되었다. 아내에게 이 두 가지 좋은 소식을 전달한다면, 나눠서 전달해야 좋다. 두 가지 소식을 두 번 나눠서 전달하는 것은 “0”이라는 기준에서 급격한 행복감을 두 번 겪에 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이 둘을 합치면, 행복감이 체감하여 “하나 반 정도”의 행복을 경험한 것과 같이 된다. 즉 행복감의 총합은 같은 이익을 두 번 겪을 때가 같은 이익을 한 번에 합쳐서 겪을 때가 더 크다.
[정보전달의 기술-2] 여러 가지 나쁜 소식은 반드시 한 번에 전달하라.
나는 오늘 10만원을 잃어버렸고, 아내가 아끼는 10만원짜리 손목시계를 망가뜨렸다. 아내에게 이러한 나쁜 소식 두 가지를 전달해야 한다면, 한꺼번에 전달해야 한다. 두 가지 나쁜 소식을 이틀에 걸쳐 나눠서 전달하는 것은 “0”이라는 기준에서 급격한 손실감을 두 번 겪게 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이 둘을 합치면, “0”이라는 기준에서 급격한 손실감을 한 번 반 정도 겪게 하는 것과 같이 된다. 즉 손실감의 총합은 같은 손실을 두 번 겪을 때보다, 같은 손실을 한 번에 합쳐서 겪을 때가 더 작다.
그렇다면, 좋은 일과 나쁜 일이 혼합되어 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통해 살펴보자.
[시나리오 3]
《김씨》는 경기도민 복권을 한 장 샀는데 100,000원에 당첨되었다. 그런데 동일한 날 그의 아파트 화단에 있는 화분을 깨뜨리는 바람에 관리자에게 8만원을 지불했다.
《이씨》는 경기도민 복권을 한 장 샀는데 2만원에 당첨되었다.
*누가 더 행복할까요? 김씨: 22 이씨: 61 차이 없음: 4
역시 최종적인 두 사람의 효용은 2만원으로 동일하지만, 사람들은 손실 없이 온전한 행운만 있었던 이씨가 더 행복할 것이라고 지각하였다. 이는 100,000원이 당첨되면서 느낀 행복감보다 8만원 지불하면서 느낀 상실감이 더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심지어 사람들은 10,000원을 얻을 때 보다, 동일한 10,000원을 잃었을 때 더 큰 상실감을 느끼는데 이러한 성향을 손실회피(loss aversion)이라고 부른다.
[시나리오 4]
《김씨》는 자동차를 주차하다가 실수로 차를 주차장 벽에 충돌하여 500,000원의 수리비가 들었다. 같은 날 차를 맡겨 놓기 길을 걷다가 50,000원을 주었다.
《이씨》는 자동차를 주차하다가 실수로 차를 주차장 벽에 충돌하여 450,000원의 수리비가 들었다.
*누가 더 화가 날까요? 김씨: 19 이씨: 63 차이 없음: 5
[시나리오 4]에서는 앞에서와 마찬가지도, 두 사람의 손실액은 450,000원으로 동일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온전히 손실만 겪은 이씨가 김씨보다 더 화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500,000원의 수리비를 지급하면서 느낀 상실감에 5만원을 획득하면서 느낀 행복감을 더한 것이 온전히 450,000원의 수리비를 지급하면서 느낀 상실감보다 더 작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사람들은 아주 좋지 않은 일이 있고, 작은 좋은 일이 있을 때 좋지 않은 일에서 느낀 상실감을 작은 좋은 일을 통해 일부 상쇄할 수 있다.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 정보전달의 기술을 추가적으로 알 수 있다.
[정보전달의 기술-3] 크게 좋은 소식과 조금 나쁜 소식은 동시에 전달하라.
오늘 직장에서 승진을 했고, 집에 오는 길에 10만원을 잃어버렸다면 이것은 동시에 발표하는 것이 좋다, 크게 좋은 소식이 작은 나쁜 소식을 상쇄하여 행복한 것만 남을 것이고, 작은 나쁜 소식은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될 것이다.
[정보전달의 기술-4] 크게 나쁜 소식과 조금 좋은 소식은 나누어 전달하라.
주식이 폭락하여 500만원 손실을 봤고, 경품행사에서 1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에 당첨되었다면, 나누어서 발표하라. 500만원 손실을 보면서 느낀 상실감을 10만원짜리 상품권으로 상쇄하긴 어렵다. 차라리 500만원에 대한 손실을 먼저 제시하면서 손실의 결과를 기준점으로 만든 후, 하루 후에 10만원짜리 상품권 받을 것을 제시하여 행복감만 남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다.
*더 알고 싶다면,
Thaler, R. (1985). Mental accounting and consumer choice. Marketing Science, 4(3), 199-214.
http://pubsonline.informs.org/doi/abs/10.1287/mksc.4.3.199
Thaler, R. H., & Johnson, E. J. (1990). Gambling with the house money and trying to break even: The effects of prior outcomes on risky choice. Management Science, 36(6), 643-660.
http://pubsonline.informs.org/doi/abs/10.1287/mnsc.36.6.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