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주의분산
프로이트는 분노를 표출하면 심리적 압박이 해소되고, 카타르시스(catharsis)를 경험함으로써 분노가 해소된다고 주장했다(Bushman, Baumeister, & Stack, 1999). 그러나 이후에 이루어진 과학적 연구는 프로이트의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준다.
실상 분노뿐 아니라, 우울함, 슬픔과 같은 부정적 감정은 이것을 표출한다고 하여 사라지지 않는다. 부시맨의 연구는 분노표출이 분노 조절에 적합하지 않은 방법임을 적절히 보여주었다(Bushman, 2002). 부시맨은 참가자들을 모아 논쟁이 되는 주제 중 하나인 낙태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 에세이를 써달라고 부탁하였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의견에 따라 에세이를 작성했다.
그 후 참가자들은 자신의 에세이에 대한 전문가의 평가를 받았는데, 모든 참가자가 동일한 문구의 혹평을 받았다.
“글 솜씨가 형편없고, 논의가 불분명하여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예시가 부적절하고, 전반적으로 글의 수준이 낮다. 내가 읽어 본 에세이 중에 최악이다. 반대편 주장이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모욕을 당한 참가자들은 화가 났고, 연구자는 이렇게 화가 난 참가자들 세 그룹은 분류하여 분노를 서로 다른 방법으로 다스리게 했다.
첫 번째 집단은 2분 간 펀칭백을 평가자의 얼굴이라고 생각하면서 분노를 표출하게 했다.
두 번째 집단은 2분 간 펀칭백을 치되 자기 건강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라고 지시하였다.
세 번째 집단은 2분 간 컴퓨터를 수리하게 하면서 주의를 분산시켰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 분노가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 보기 위해 데시벨 측정기를 앞에 두고, 분이 풀릴 때까지 소리를 질러보게 하였고, 어느 집단의 데시벨이 가장 컸는지, 또 어느 집단이 더 길게 소리 질렀는지 측정하였다.
결과적으로 펀칭백을 평가자 얼굴이라고 생각하면서 분노를 표출하게 한 집단이 다른 두 집단에 비해 소리를 가장 크게 질렀고, 또 길게 질렀다. 이 집단에 속한 사람 중 일부는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도 분이 다 풀리지 않아 합판으로 된 실험실 벽에 주먹질을 하여 구멍을 내기도 하였다.
다음으로 펀칭백을 자기 건강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 집단은 2분 간 컴퓨터를 수리하게 한 집단보다 더 크게 그리고 길게 소리 질렀다. 즉 컴퓨터를 수리하게 한 집단은 가장 작고, 짧게 분노를 표출했다.
이는 분노를 어떤 형태로든 표출하는 것보다는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이 분노와 공격성을 낮추는 것에 효과적임을 경험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이다(see also Bushman, Baumeister, & Stack, 1999; Bushman et al., 2005).
*더 알아보고 싶다면,
Bushman, B. J. (2002). Does venting anger feed or extinguish the flame? Catharsis, rumination, distraction, anger, and aggressive responding.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8(6), 724-731.
Bushman, B. J., Baumeister, R. F., & Stack, A. D. (1999). Catharsis, aggression, and persuasive influence: Self-fulfilling or selfdefeating propheci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6(3), 367-376.
Bushman, B. J., Bonacci, A. M., Pedersen, W. C., Vasquez, E. A., & Miller, N. (2005). Chewing on it can chew you up: effects of rumination on triggered displaced aggress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8(6), 969-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