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문화차이와 행복지각
서양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들은 삶에서 많은 기회와 재량권을 갖는게 보통이다. 이들은 자기 이익을 추구하되 다른 사람의 관심사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다른 문화권 사람들은 대개 서양인보다 삶에 제약이 많다. 서양의 자유는 고대 그리스에서 나타난 개인의 높은 주인의식에서 비롯한다. 반면에 그리스인만큼이나 오래되고 발전한 중국 문명은 개인 행동의 자유보다 타인과의 조화를 훨씬 더 강조했다. 중국에서는 항상 윗사람과 동료를 포함해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가 효율적인 사회생활에 필수였다. ‘독립’과 ‘상호의존’이라는 서양과 동양의 차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리처드 니스벳은 《생각의 지도 The Geography of Thought》라는 책에서 이런 사회적 성향의 차이가 경제에서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Nisbett, 2003). 그리스에서는 생계의 기초가 거래, 고기잡이, 목축처럼 주로 혼자 하는 일과 텃밭 가꾸기나 올리브 농장 같은 농사인 반면 중국은 쌀농사처럼 협동이 많이 필요한 농사였다. (대개는 자비로웠지만 더러는 그렇지 않았던) 전제정치는 자기 이익부터 챙기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효율적인 운영 방식이었을 것이다(Nisbett et al., 2001).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들은 그리스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맥락에 주목해야 했다. 이런 차이는 그리스의 독립적 문화를 물려받은 서양인과 중국의 유교 전통을 물려받은 동양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그중 한 가지를 소개하겠다.
그림 1. 참가자들이 평가해야 하는 타겟 얼굴은 가운데 있는 웃고 있는 얼굴이다(Masuda et al., 2008). 그런데 (A)는 슬픈 표정의 사람들이 주변이 있고, (B)는 행복한 표정의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
사회심리학자 마쓰다 다카히코는 일본대학생과 미국 대학생에게 그림-1에서 가운데 인물의 표정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말해보라고 했다(Masuda et al., 2008). 일본 학생들은 가운데 놓인 인물이 슬픈 사람들에게 둘러싸였을 때(그림-1A)보다 행복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였을 때(그림-1B) 더 행복해 보인다고 했다. 반면에 미국 학생들은 주위 사람들의 감정에 영향을 받는 정도가 훨씬 덜 했다. 즉 미국 학생들에게 가운데 있는 인물은 동일한 정도로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림 2. 참가자들이 평가해야 하는 타겟 얼굴은 가운데 있는 웃고 있는 얼굴이다(Masuda et al., 2012). 그런데 (A)는 타겟과 주변의 표정이 일치한다(일치조건), (B)는 타겟은 행복하지만 주변은 중립적이다(중립조건), (C)는 타겟은 행복하지만 주변은 슬픈 표정이다(불일치조건).
마쓰다의 최근 연구도 이러한 연구결과를 지지한다(Masuda et al., 2012). 이번에는 유럽계 캐나다인, 아시아계 캐나다인, 유학생, 일본 대학생의 4가지 그룹이 참여하였다. 참가자들은 그림-2에 있는 3가지 조건의 그림을 무선적인 순서로 보면서 가운데 있는 사람이 얼마나 행복하게 보이는지 10점 척도로 평정(0: 전혀 그렇지 않다, 9: 매우 그렇다)하였다.
그리고, 중립조건과 불일치조건에서의 평정값 평균을 일치조건의 값으로 뺀 차이값을 구해보았다.
※ 공식: {(그림2B 평정값 + 그림2C 평정값) / 2} – 그림2A 평정값
만약 주변 얼굴 표정들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 차이값이 ‘0’에 가깝게 나타날 것이지만, 중립조건과 불일치조건의 평균보다 일치조건의 행복을 더 높게 평정했다면, 값이 ‘0’보게 작게 나타날 것이고, 이 차이가 심할수록 ‘0’보다 크게 낮아질 것이다.
그림 3. Masuda et al. (2012)의 연구결과
그림-3은 Masuda et al. (2012)의 연구결과를 보여준다. 먼저 서양문화권으로 볼 수 있는 유럽계 캐나다인은 ‘0’에 크지만, 비교적 ‘0’ 가깝게 나타나면서 주변 얼굴표정보다 타겟에 집중하여 판단했음을 알 수 있다. 아시아계 캐나다인도 음의 방향이긴 했으나 ‘0’ 가깝게 나타나면서 주변 얼굴표정보다 타겟에 집중하여 판단하면서 문화적으로는 서양문화권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유학생집단도 비슷하게 서양문화권에 가까웠다.
그러나 동양문화권에 속한 일본인들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들은 주변 사람들의 표정에 따라 영향을 받았고, 그 결과 불일치조건과 중립조건에서 보다 행복한 얼굴 조건에서 타겟의 행복을 더 크게 지각하였다.
즉 서양문화권의 사람들은 개인이 행복하면 행복한 것이라고 지각하는 반면, 동양문화권 사람들은 개인과 주변이 함께 행복해야 진정한 행복이라고 지각하는 경향성이 있다.
*더 알고 싶다면,
Masuda, T., Ellsworth, P. C., Mesquita, B., Leu, J., Tanida, S., & Van de Veerdonk, E. (2008). Placing the face in context: Cultural differences in the perception of facial emo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4(3), 365-381.
Masuda, T., Wang, H., Ishii, K., & Ito, K. (2012). Do surrounding figures’ emotions affect judgment of the target figure’s emotion? Comparing the eye-movement patterns of European Canadians, Asian Canadians, Asian international students, and Japanese. Frontiers in Integrative Neuroscience, 6, 72-72.
Nisbett, R. E. (2003). The geography of thought: How Asians and Westerners think differently and why. New York, NY: Free Press.
Nisbett, R. E., Peng, K., Choi, I., & Norenzayan, A. (2001). Culture and systems of thought: Holistic versus analytic cognition. Psychological Review, 108(2), 291-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