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많아지면 더 행복해질까? 집중 환상
사람들은 흔히, “내가 돈만 좀 더 많아지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하게 살 거다”라고 말하고는 한다. 그러나 주관적인 행복에 대한 연구들에서 이는 대체로 일치하지 않는다. 소득 증가로 인한 삶의 만족도와 행복의 향상은 대개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위와 같은 생각을 진실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일까?
본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을 ‘집중 환상(the focusing illusion)’과 연결 지어 설명하였다. 집중 환상이란, 사람들이 웰빙 또는 행복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소들 중 한 가지에 집중하여 그것의 중요성을 과장하는 경향을 말한다. 즉, 사람들이 행복을 이루는 여러 가지 차원들 중에서 ‘돈’에만 집중하였기 때문에, 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집중 환상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일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였다. 참가자들은 하루 전날, 얼마나 기분이 좋지 못한 상태에서 시간을 보냈는지를 퍼센트로 응답하였다. 이후 다양한 환경의 사람들이 하루 동안 얼마나 기분이 좋지 못한 상태에서 시간을 보낼지 추측하여 마찬가지로 퍼센트로 응답하였다. 실험자들은 예측된 시간을 실제 환경에 포함되는 참가자의 응답과 비교하여 아래의 표 1로 제시하였다.
표 1. 다양한 상황 속에서 하루 동안 기분 나쁜 시간의 퍼센트
actual은 실제로 해당하는 사람의 응답, predicted는 해당하는 사람을 예상해서 한 응답
actual의 표본 크기는 열의 순서로 64명, 59명, 75명, 237명, 96명, 211명, 82명, 221명
predicted의 표본 크기는 열의 순서로 83명, 83명, 84명, 84명, 83명, 85명, 85명
표 1을 보면 2가지 편향된 반응을 볼 수 있다. 첫째, 나쁜 기분을 느낀 시간에 있어서, 실제보다 예측이 훨씬 더 과장되어있다. 둘째, 각각 초점을 맞춘 조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나쁜 기분을 느낀 시간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매우 과장되어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40세 이상의 여성 중 혼자 사는 사람이 결혼한 사람보다 훨씬 더 기분 좋지 못하게 살 것이라고 예상(41.1% vs 27.9%)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으며 심지어 혼자 사는 여성이 덜 기분 나쁜 시간을 보냈다(21.4% vs 23.1%).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특정 조건에 입각하여 주관적인 행복을 예측하는 것은 실제와는 차이가 있는 과장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표 2. 가계 소득에 따른 세계적 행복 정도(%)
소득과 행복 사이에 관련이 없느냐 한다면 그렇지는 않다. 소득은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 표 2에는 the General Social Survey(GSS)를 통해 2004년에 얻어진 데이터의 결과가 있다. 가계소득이 9만 달러가 넘는 사람들은 2만 달러가 안 되는 사람들에 비해 약 2배 정도 더 ‘행복하다’고 응답하였다.
하지만 이런 행복은 ‘세계적’인 수준에서의 행복에 가깝다. 삶의 만족도와 세계적 판단에서의 행복에 비해 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행복에서는 소득의 영향이 과장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표 3을 보면, 가계 소득은 삶의 만족도와 서로 의미 있는 상관을 갖지만, 행복을 느끼는 정도와 지속시간에서 서로 의미 있는 상관관계를 갖지 못한다.
표 3. 선택된 생활환경과 주관적 행복 사이의 상관관계
오하이오 주의 콜럼버스 출신인 740명의 여성이 대상(2005년 5월)
전날 하루 동안 어떤 기분을 몇 퍼센트 느꼈는지 적게 함
Duration- weighted “happy”는 각 항목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정도를 측정(지속 시간에 의해 가중치가 부여됨)
그렇다면 소득은 왜 주관적인 행복에 약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1) 상대적 소득수준이 객관적 소득수준보다 더 주관적 행복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2) 사람들은 자신의 소득수준에 적응하며, 특정 소비 수준 이상으로는 물질적인 상품이 행복에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3) 소득이 높은 사람들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덜 행복한 활동에 할당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표 4를 보면, 일과 출퇴근에 느끼는 행복감의 정도는 6점 만점에 3.94 정도로 다른 목록들에 비해 가장 낮고 스트레스 정도나 긴장감은 가장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소득이 10만 달러 이상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경우, 성별에 상관없이 ‘일과 출퇴근’에 할애하는 시간의 비율이 다른 소득 집단의 사람들에 비해 많은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일의 성취를 통해 삶의 만족도와 소득 정도는 높아질 수 있으나 개개인의 주관적인 행복은 그에 비례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준다.
표 4. 항목별 시간 할당량과 행복 또는 스트레스를 느끼는 정도
시간 할당은 American Time-User Survey(30)의 평균 백분율
표본은 3917명의 남성과 4944명의 18세에서 60세의 여성
마지막 두 줄은 2005년 5월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에서 81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의 결과
본 연구는 소득과 주관적 행복 사이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알아내고자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는 흔히 돈이 더 많아지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고, 수입을 늘리기 위해 많은 것들을 희생한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집중 환상으로 인한 일종의 과장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더 알고 싶다면,
Kahneman, D., Krueger, A. B., Schkade, D., Schwarz, N., & Stone, A. A. (2006). Would you be happier if you were richer? A focusing illusion. Science, 312(5782), 1908-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