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너를 안다 : 비대칭적인 통찰력의 환상
사람들은 ‘나’를 평가할 때와 ‘너’를 평가할 때 비슷한 통찰력을 발휘할까? 우리는 스스로를 공정한 판단자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자신과 타인을 평가함에 있어서의 비대칭적인 통찰력을 연구한 사람들이 있다. 다음은 그들이 수행한 연구들이다.
연구 1에서는 가까운 친구를 대상으로 대인 간 지식의 비대칭성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참가자는 총 125명의 Williams College와 the University of Illinois 학생들이었으며, ‘매우 가까운’ 친구를 떠올리면서 다음 질문들에 대해 응답하였다. (1) 친구를 얼마나 잘 아는지 (11점 척도, 1: 전혀 모르겠음, 11: 완벽하게 아는), (2) 친구의 생각, 감정, 동기, 성격을 이해한다고 느끼는 정도 (11점 척도), (3) 친구의 본질이 드러나지 앉은 것과 비교해 어느 정도로 참가자들 본인에게 보이는지(1~10까지 표시된 빙산 그림에 동그라미 표시), (4) 양극척도를 통해 참가자들이 친구에 대해 아는 정도와 그 반대를 비교.
연구 결과, 참가자들은 친구들이 그들을 아는 것보다 더 친구를 잘 안다고 대답했다. 또한 친구의 대해 스스로보다 참가자들이 더 잘 파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들의 친구에 비해 스스로에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평가하였다.
연구 2에서는 비교적 공개적이며 관찰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고자 하였다. 참가자는 스탠포드 대학 기숙사의 45쌍으로, 다양한 영역(전반적인 지식, 더러움, 부끄러움 등)에서 다음과 같은 4가지 질문에 9점 척도로 답하게 하였다. (a) “당신 자신을 얼마나 잘 알고 있나요?” (개인 내-나), (b) “당신은 룸메이트를 얼마나 잘 아나요?” (대인 간-나), (c) “룸메이트가 당신을 얼마나 잘 알고 있나요?” (대인 간-룸메이트), (d) “룸메이트는 그들 자신을 얼마나 잘 알고 있나요?” (개인 내-룸메이트).
표 1에서 개인 내 및 대인 간 지식 모두 스스로를 측정할 때와 룸메이트를 측정할 때 차이를 보였으며, 이 차이가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내(Interpersonal)-나(Self)’의 측정 평균이 ‘개인 내(Interpersonal)-룸메이트(Roommate)’의 측정 평균보다 크다는 것은 내가 스스로를 아는 정도가 룸메이트가 룸메이트 자신을 아는 정도보다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인 간(Intrapersonal)-나’의 측정 평균이 ‘대인 간-룸메이트’의 측정 평균보다 크다는 것은 내가 룸메이트를, 룸메이트가 나를 아는 것보다 더 잘 앎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편향은 판단 범위가 좀 더 사적인 영역일수록, 판단대상과 비교적 먼 관계일수록, 판단내용이 부정적인 특성일수록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1. 스스로와 룸메이트의 개인 내 및 대인 간 지식에 대한 참가자들의 평가
difference는 self와 roommate의 차이값을 의미
그림 1. 자신과 타인에 대한 개인 내 및 대인 간 지식의 인지된 불일치
연구 3에서는 사람들이 사적인 사고와 감정에 대한 지식으로만 본질적인 자질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타인의 본질은 상호작용 속에서 발생하는 말과 행동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을 연구하고자 하였다.
200명의 대학생들은 옴니버스 설문지로 자신과 친구에 관한 하나의 문장을 완성해야 항목들에 응답하였다. 문장은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가장 잘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사고, 느낌, 행동 등을 채워서 완성해야 했다. (예. “나는 내가 ……할 때, 가장 나다운 것 같다” 등)
그림 2. 자신과 타인의 ‘진정한 자아’를 설명하는 것에 사용된 관찰이 어려운(사적인) 표현과 관찰이 용이한 표현의 퍼센트 비율
그림 2에서는 자신의 본질을 나타낼 때는 비교적 사적이고 관찰이 어려운 표현들을 주로 사용한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타인의 본질을 나타낼 때는 비교적 외적이고 관찰이 용이한 표현들을 주로 사용하였다.
연구 4에서는 일대일 상호작용 속에서 나타난 대인 간 지식의 편향에 대해 연구하고자 하였다. 서로 이전에는 모르는 사이였던 스탠포드 학부생 17쌍을 대상으로 실험이 진행되었다. 각 쌍은 1분간 자유롭게 서로에 대해 질문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가 끝난 후에는 참가자가 파트너에 대해 또 파트너가 자신에 대해 얼마나 잘 알게 되었는지 9점 척도로 평가하였다. 척도 평가가 끝나면 파트너에 대해 알게 된 점과 파트너가 자신에 대해 알게 된 점을 모두 나열하였다.
이 단계를 마친 참가자들은 파트너에 대해서 더 잘 알기 위해 직접 고른 10개의 질문으로 대화를 나누었으며, 이때의 질문은 일반적인 질문이 아닌 구체적이고 다양한 질문들이었다. 대화가 모두 끝난 후, 다시 각자 설문으로 척도를 평가하고, 알게 된 점을 나열하였다.
처음 1분간의 대화에서는 서로에 대해 알게 된 정도나 나열하여 쓴 정보의 줄 수에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20분 정도가 걸린 구조화된 대화 이후에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참가자들은 파트너가 자신에 대해 아는 것보다 그들이 파트너에 대해 더 잘 안다고 평가하였다. 그림 3을 보면, 자신이 파트너에 대해 알게 된 정보를 나열한 줄의 수가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연구 4의 결과는 대인 간 비대칭적인 평가가 이전에 알지 못했던 사람들 간의 간단한 상호 작용 과정에서 만들어 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서로 듣고 관찰하는 상호작용 과정에서 비대칭적인 통찰의 환영이 커지는 것이다.
그림 3. 참가자들이 파트너에 대해 알게 된 것들에 대해 쓴 줄의 수와 그 반대의 경우에 대해 쓴 줄의 수
연구 5에서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부수적이고 덜 감시되는 반응에서 그 반대의 반응에 비해 더 많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을 연구하고자 하였다. 스탠포드에 재학 중인 21명의 남학생과 13명의 여학생을 대상으로 단어 조각 완성하기와 평가를 실시하였다. 실험자들은 이 과제가 참가자들의 성격, 욕망, 목표 및 동기 등을 암시한다고 설명하였다. 더불어 실험자들이 궁극적으로 알고 싶은 것은 이 과제가 그것을 해결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얼마나 잘 알려주는가라고 말하였다. 참가자들은 단어 조각 완성하기 과제를 15초 이내로 해결해야 했으며, 이를 완료하면 단어 조각에 대한 평가와 동기, 생각, 전반적인 것에 대해 7점 척도로 평가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나는 누구이고 한 사람으로서 어떤 사람인가”를 드러내는 과제 중 완성한 단어를 적었다. 자신의 과제를 평가한 후, 다른 참가자가 완성한 단어 조각 완성을 가지고 똑같은 과정을 거쳤다.
그림 4에서 4가지 항목 모두에서 비대칭적인 시선이 드러났음을 알 수 있다. 즉 타인의 단어 조각 완성은 그들의 성격을 반영한 것으로 본 것에 비해 자신의 단어 조각 완성은 상대적으로 덜 그렇다고 본 것이다.
그림 4. 자신과 타인의 단어 조각 완성에서 드러난 것으로 지각되는 양
연구 6에서는 대인 간 인식에서 집단 간 인식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사람들이 내집단에 대해 아는 것과 외집단이 내집단에 대해 아는 것 사이의 차이를 연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외집단의 사람들이 내집단의 관점에 대해 제대로 모른다고 생각하며 이와는 반대로 나를 포함한 내집단의 사람들은 외집단의 관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참가자는 80명의 스탠포드 재학생이었다. 참가자들은 9점 척도를 통해 자신의 정치성향을 측정하였으며, 낙태에 대한 태도를 9점 척도를 통해 측정하였다. 몇 주 후, 같은 참가자들은 세 가지 특정 집단(진보/보수, 낙태지지/반대, 여성/남성)이 서로를 얼마나 잘 아는지에 대해 설문을 작성하였다.
그림 5를 보면, 정치 성향과 낙태 지지문제의 경우, 정도에는 차이가 있으나 모두 자신들이 상대방 집단을 반대의 경우보다 잘 안다고 평가했다. 남성과 여성의 경우, 모두 여성이 남성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것에 동의했다.
연구 6의 결과는 대인 간 평가에서 발생했던 편견이 집단의 영역에서도 유사하게 작용함을 보여준다. 각 집단의 사람들은 내집단이 외집단에 비해 지식이 더 많고 정확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비대칭적인 통찰력의 발견은 우리가 서로의 의견과 입장을 좀 더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문화적인 요소가 고려돼야 하며, 추후 연구를 통해 비대칭적인 인식을 촉진시키는 요인과 영역을 구체화해야 함을 알려준다.
그림 5. 참가자가 소속된 그룹이 반대 그룹에 대해 아는 정도와 반대의 경우에 대한 평가
knowl = knowledge.
*더 알고 싶다면,
Pronin, E., Kruger, J., Savtisky, K., & Ross, L. (2001). You don’t know me, but I know you: The illusion of asymmetric insigh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1(4), 639-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