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가?
가난한 나라인지 부유한 나라인지에 따라 행복의 기준이 달라질까? 물질적인 가치와 비물질적인 가치 중 어떤 것이 더 행복에 영향을 줄까?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한번쯤은 하게 되는 이 질문을 연구 상황에 접목한 사람들이 있다. Weiting Ng와 Ed Diener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하며 연구를 설계하였다.
(a) 주관적 웰빙의 다른 구성 요소들을 예측할 때, 재정적 만족과 탈물질주의적 욕구가 보편적인가
(b) 재정적 만족과 탈물질주의적 욕구는 국가의 부유함에 영향을 받는가
연구를 본격적으로 살피기 전에 먼저 주요 용어들과 측정기준을 확인하고자 한다.
첫 번째 키워드는, ‘주관적 웰빙(SWB)’이다. 주관적 웰빙은 다양한 구성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개념이다. 삶의 만족,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 등이 구성 요소의 예라 할 수 있다. 주관적 웰빙의 인지적 요소는 Cantril의 사다리 척도(Self-Anchoring Striving Scale)를 사용하여 측정(0=최악의 삶, 10=최상의 삶)했다. 감정적 요소인 긍정적/부정적 감정은 응답자에게 조사 전 날 경험한 감정을 물어 확인하였다. ‘어제 즐거웠습니까?’, ‘어제 미소 짓거나 웃을 일이 많았습니까?’ 등은 긍정적인 감정으로, ‘어제 걱정이 많았습니까?’, ‘어제 슬펐습니까?’, ‘어제 화가났습니까?’ 등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구분되었으며, 각 항목에 “yes”라고 대답하면 1, “no”라고 대답하면 0으로 코딩되었다.
두 번째 키워드는 ‘부유함(Wealth)’이다. 부유함은 연구의 목적을 위해, 개인 수준과 국가 수준으로 나누어 측정하였다. 연간 가계 소득이 개인 수준의 부를, 각 국가의 1인당 GDP가 국가 수준의 부를 대변하는 측정치로 사용되었다.
세 번째 키워드는 ‘재정적 만족(financial satisfaction)’이다. 소득이나 물질적인 재화, 소유물 같은 것에 관심을 두는 것을 뜻한다. 이 키워드는 (a) 생활수준 만족 문항 : 응답자가 자신의 생활수준에 만족하는지, 그들이 사거나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만족하는지. (1=만족, 0=불만족) (b) 가계 소득에 대해 느끼는 점을 묻는 문항들 (1=만족, 0=불만족)들로 확인하였다.
네 번째 키워드는 ‘탈물질주의적 욕구(postmaterialist needs)’이다. 바로 위의 재정적 만족과는 상반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탈물질주의적 욕구는 자기표현, 자아실현, 삶의 질 등에 관심을 두는 것을 의미한다. 이 연구에서는 존중, 사회적지지, 자율성이라는 하부 개념으로 측정하였다. (a) 존중(respect): 응답자가 전 날에 타인에게 존중심을 가지고 대우받았는가(1=yes, 0=no) (b) 사회적지지(social support): 응급 시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는가(1=yes, 0=no) (c) 자율성(Autonomy): 스스로 삶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유에 만족하는가(1=만족, 0=불만족).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는 Gallup Organization에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이다. Gallup World Poll(GWP)는 전 세계 인구의 약 95%에 달하는 158개국 838.151명을 대상으로 수행되었다.
표 1. 개인 수준에서 주요 변인들의 기술 통계치
PA=긍정적 감정, NA=부정적 감정, M=평균, SD=표준편차
표 1은 개인 수준에서 도출된 결과 값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15개의 가장 부유한 국가의 결과와 15개의 가장 가난한 국가의 결과가 크게 차이난다는 점이다. 우선, ‘삶의 만족’을 확인해보자. 전 세계 평균값은 5.45이다. 15개의 가장 부유한 국가 사람들의 평균은 7.07로, 세계 평균을 훨씬 웃돈다. 반대로 15개의 가장 가난한 국가 사람들의 평균은 4.20이다. 전 세계 평균값에도 미치지 못하며, 부유한 국가들의 것과 비교했을 때는 차이가 더 벌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재정적 만족뿐만 아니라, 자율성, 존중, 사회적 지지와 같은 탈물질주의적 가치들이나 정서적 요소에서도 나타난다. 적어도 개인의 차원에서는 부유한 국가의 사람들이 가난한 국가의 사람들보다 (여러 차원에서)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표 2는 전 세계적으로 주관적 웰빙을 예측하는 데 각 요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낸다. 총 합을 100으로 두고, 예측요인들의 상대적 중요도를 표시하였다. 우선, 삶의 만족에서는 재정적 만족과 소득이 44, 40으로 가장 중요한 예측 요인으로 나타났다. 긍정적인 감정에서는 존중이, 부정적인 감정에서는 재정적 만족과 존중이 중요했다. 이러한 패턴은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만 따로 보았을 때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국가의 부유함은 재정적 소득에 어떤 영향을 줄까?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에 따라 물질적인 가치가 주관적 웰빙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까?
표 2. 세계 수준에서 예측요인의 상대적 중요성
DV(dependent variable)를 예측할 때, 합 100% 내에서 각 요인들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나타낸 값들이다. 값이 높을수록 DV를 더 잘 예측한다.
그림 1. 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의 재정적 만족과 삶의 만족 사이의 관계(개인수준)
그림 1에서 그 해답을 엿볼 수 있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재정적 만족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이 좋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영향력의 면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그림 1을 보면, 부유한 나라의 그래프가 가난한 나라의 그래프 보다 위쪽에 있다. 이것은 가난한 국가보다 부유한 국가에서 재정적인 만족이 삶의 만족 즉, 주관적 웰빙에 더 크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주관적 웰빙을 위해서는 물질적 부분(재정적 만족, 소득)과 탈물질주의적 욕구(자율성, 사회적지지, 존중)의 충족이 필수적이다. 둘째, 재정적 만족은 국가의 부유함에 따라 조절된다. 재정적 만족이 주관적 웰빙에 미치는 영향은 가난한 나라보다 부유한 나라에서 더 크다. 셋째, 탈물질주의적 욕구(자율성, 사회적지지, 존중)는 국가의 부유함과 상관없이 전 세계적으로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감정에 중요하다.
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주 관심사 중 하나였다. 현대에 와서도 연구에 따라 결과가 조금씩 차이 나곤 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 연구에서는 물질적인 가치와 탈물질주의적 가치가 적절하게 수준으로 동시에 충족되어야 함을 암시한다. 부유한 국가의 대열에 합류한 대한민국에서, 행복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 알고 싶다면,
Ng, W., & Diener, E. (2014). What matters to the rich and the poor? Subjective well-being, financial satisfaction, and postmaterialist needs across the world.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7(2), 326-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