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전통과 행복
: 이상적인 감정 상태에 대한 동서양의 차이
심리학 분야에서 정서를 측정하기 위해 가장 널리 사용되는 도구는 PANAS(Positive and Negative Affect Schedule)이다.
Positive affect |
Negative affect |
Attentive |
Hostile |
Active |
Irritable |
Alert |
Ashamed |
Excited |
Guilty |
Enthusiastic |
Distressed |
Determined |
Upset |
Inspired |
Scared |
Proud |
Afraid |
Interested |
Jittery |
Strong |
Nervous |
표 1. PANAS 척도에 포함된 긍정 및 부정정서 목록
표-1은 PANAS에 포함된 긍정 및 부정 정서 목록을 보여준다. 먼저 긍정정서를 살펴보면, 뭔가에 주의를 기울였는지(Attentive), 뭔가에 적극적이었는지(Active), 맑은 정신을 유지했는지(Alert), 뭔가가 굉장히 신이 났었는지(Excited), 뭔가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는지(Enthusiastic), 뭔가에 결단력을 발휘했는지(Determined), 뭔가에 영감을 받았는지(Inspired), 뭔가에 자부심을 느꼈는지(Proud), 뭔가 흥미를 끄는 것이 있었는지(interested), 자신의 강인한 면모를 발견했는지(Strong)가 여기에 해당한다.
부정정서를 살펴보면, 뭔가 반대에 부딪혔는지(Hostile), 뭔가 짜증나는 일이 있었는지(Irritable), 뭔가 창피한 일이 있었는지(Ashamed), 뭔가에 죄책감을 느꼈는지(Guilty), 뭔가 곤경에 처했는지(Distressed), 뭔가 속상한 일이 있었는지(Upset), 뭔가 두려워할 만한 일이 있었는지(Scared), 뭔가 걱정스러운 일이 있었는지(Afraid), 뭔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있었는지(Jittery), 뭔가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일이 있었지(Nervous)가 여기에 해당한다.
목록을 읽으면서 느꼈을 수 있지만, PANAS에 해당하는 정서들은 다소 고강도의 정서들이다. 고강도 정서(High arousal affect)란, 자동적인 정보처리(무의식적 정보처리)에 소모되는 것 이상의 인지적 ‧ 신체적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정서를 의미한다.
뭔가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자동적인 정보처리 정도로 가능할까? 뭔가에 집중하기 위해 사람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 굴하지 않고, 특정한 것을 지속적으로 선택하는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 능력을 발휘해야 하고, 무의식적 처리 이상의 인지적 ‧ 신체적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점심시간 이후, 몸이 노곤하고 잠이 오는데, 할 일이 있기에 억지로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Alert) 노력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긍정정서를 느끼기 위해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상태이다.
산 정상을 오르면서 또는 체력 훈련을 하면서,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 후 느끼는 강인함(Strong)의 크기는 그것을 얻기 까지 소모하는 인지적 ‧ 신체적 에너지가 클수록 커질 가능성이 있다.
뭔가 죄책감(Guilty)을 느끼는 상황은 어떤가? 아무 것도 모른다면, 즉 뭐가 죄인지도 모른다면, 뭐가 규범이고, 그 사회가 요구하는 윤리, 도덕인지 모른다면 죄책감도 없다. 죄책감은 다분히 인지적이고, 뭐가 죄인지에 대한 기준을 내가 알기 때문에, 뭐가 옳은 일인지 아는데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갈등에서 발생한다. 즉 죄책감은 그것을 느끼기 전에도 엄청난 인지적 에너지가 필요하고, 느끼는 동안에도 계속 인지적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해 전전긍긍(Jittery)했던 일을 상상해보자. 뭔가 해야 한다는 것은 알겠는지, 도대체 방법이 없다. 뭔가 기한이 엄습해오는데, 난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이 분비될 것만 같다.
뭔가에 하루 종일 신경이 곤두서 있었던 적(Nervous)은 어떤가? 누군가를 마주칠까봐, 누구에게 무슨 말을 들을까봐, 오늘까지 대금을 지급하기로 한 거래처가 연락을 하지 않을까봐, 오늘까지 자료를 주기로 한 누군가가 하루 종일 연락이 안 될 때, 불쾌하고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그런데 우리 삶에 이렇게 고강도의 감정만 있을까? PANAS에서 측정하고 있는 정서들이 모든 문화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까? Tsai, Knutson와 Fung(2006)은 고강도 감정에만 주목해 온 기존의 정서관련 연구들을 보완하고, 또 이상적인 정서의 형태가 문화에 따를 수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들의 첫 번째 연구는 유럽계 미국인과 아시아계 미국인 사이에 자신이 현재 느끼는 실제 정서와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정서에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유럽계 미국인은 서양 문화에 가깝다고 볼 수 있고, 아시아계 미국인은 동양문화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림 1. Actual and ideal affect (ipsatized mean and standard error) for the European American group (EA, top) and the Asian American group (AA, bottom) in Study 1. Sample items are provided for each octant. HAP high-arousal positive; P positive; LAP low-arousal positive; LA low arousal; LAN low-arousal negative; N negative; HAN high-arousal negative; HA high arousal.
먼저 그림-1은 서양문화에 가까운 유럽계 미국인들의 결과를 보여준다. 유럽계 미국인들은 긍정 정서를 실제로 많이 느낄 뿐 아니라,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여주었고, 저강도 정서(Quiet, Still, Passive)부터는 실제로 많이 느끼지 않을 뿐 아니라, 이상적이지 않다고 평가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2. Actual and ideal affect (ipsatized mean and standard error) for the European American group (EA, top) and the Asian American group (AA, bottom) in Study 1. Sample items are provided for each octant. HAP high-arousal positive; P positive; LAP low-arousal positive; LA low arousal; LAN low-arousal negative; N negative; HAN high-arousal negative; HA high arousal.
그러나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결과는 달랐다. 그림-2는 동양문화에 가까운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결과를 보여준다. 아시아계 미국인들도 유럽계 미국인과 마찬가지로 긍정정서를 이상적인 것으로 보았으나, 유럽계 미국인들만큼 긍정정서를 강하게 경험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아시아계 미국인은 저강도 긍정정서(Calm, Relaxed, Peaceful)의 실제 경험수준과 저강도 긍정정서를 이상적으로 보는 것의 차이가 유럽계 미국인보다 컸다. 또한 저강도 정서(Quiet, Still, Passive)와 저강도 부정정서(Dull, Sleepy, Sluggish)는 결정적인 차이를 보였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유럽계 미국인들보다 저강도 정서와 저강도 부정정서를 실제로 경험한다고 보고한 비율이 강했다.
이러한 결과는 두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 동양문화권 사람들은 서양문화권 사람들보다 저강도 정서를 자주 경험한다. 둘째, 동양문화권 사람들은 서양문화권 사람들보다 저강도 긍정정서, 고강도 긍정정서보다 더 이상적인 정서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
Tsai와 동료들(2006)의 두 번째 연구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되었다. 두 번째 연구에는 유럽계 미국인(EA), 중국계 미국인(CA), 중국계 홍콩인(CH)가 참여하였다. 유럽계 미국인은 서양문화에 가깝고, 중국계 미국인과 중국계 홍콩인은 동양문화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고강도 긍정정서와 저강도 긍정정서 중 어느 것을 더 이상적으로 평가하는지 확인하였다.
그림 3. Group differences in ideal high-arousal positive states (HAP) and low-arousal positive states (LAP) (ipsatized mean and standard error), controlling for actual affect, in Study 2. EA European American group; CA Chinese American group; CH Hong Kong Chinese group. *p < .05. ***p < .001.
그림-3은 이 두 번째 연구의 결과를 보여준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서양문화에 가까운 유럽계 미국인은 고강도 긍정정서와 저강도 긍정정서를 비슷한 수준으로 이상적이라고 평가한 반면, 동양문화에 가까운 중국계 미국인과 중국계 홍콩인은 고강도 긍정정서(Enthusiastic, Excited, Strong)보다 저강도 긍정정서(Calm, Relaxed, Peaceful)를 더 이상적이라고 평가하였다.
본 연구는 문화에 따라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정서에 차이가 있음을 경험적으로 검증한 연구로서 중요성이 높다.
*더 알고 싶다면,
Tsai, J. L., Knutson, B., & Fung, H. H. (2006). Cultural variation in affect valua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0(2), 288-307.
http://dx.doi.org/10.1037/0022-3514.90.2.288
General Happiness Stu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