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and Happiness
Christopher J. Boyce, Gordon D.A. Brown, and Simon C. Moore(2010)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돈으로는 개인의 효용을 높일 수 있는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돈과 행복은 인과적으로 연결되어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높은 소득이 높은 행복으로 이끈다고 본다. 우리는 이를 ‘절대 소득 가설(absolute-income hypothesis)’이라고 하는데, 절대 소득 가설이란, 같은 사회 안에서는 부유한 사람일수록 더 행복하다고 보는 가설이다.
하지만, 많은 선행연구들의 결과를 보면, 돈과 행복의 관계는 그렇게 간단한 인과적 관계로 설명할 수 없어 보인다. 간단한 예로, 절대소득 가설은 ‘소득이 일정수준을 넘으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는 이스털린의 역설을 설명할 수는 없다.
사실 우리는 절대적인 소득 수준에 영향을 받기 보다는 주변 동료들과의 비교를 통한 상대적인 소득 수준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준거소득가설(reference-income theory)이라고 한다. 준거소득가설은 소득 비교에서 가장 지배적인 모델이며, 개인이 자신의 소득을 ‘타인의 소득과 어떻게 비교하는지’에 관심을 갖는다. 준거소득가설은 돈과 행복간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가정하며, 다른 모든 것들이 일정하게 유지될 경우 소득이 증가하면 개인의 효용도 증가한다고 가정한다. 즉, 개인의 소득이 그들의 준거집단의 평균적인 준거 소득을 초과한다면 효용을 얻을 것이지만, 반면 개인의 소득이 준거 수준 아래로 떨어진다면 효용을 잃을 것이라고 본다.
한편, 순위소득가설(rank-income hypothesis)에서는 전통적인 준거소득 가설과는 대조적으로, 사람들이 비교집단 내에서 자신의 소득의 순위로부터 효용을 얻는다고 보았다. 순위소득가설에 따르면, 사람들은 절대적인 소득이나 준거집단의 소득 대비 상대적 지위 보다는, 소득분포에서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것으로부터 효용을 얻는다. 즉, 다양한 사람들을 포함하는 비교집단 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임금을 받는 사람인지, 8번째로 높은 임금을 받는 사람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소득의 순위는 상대적인 소득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준거소득의 증거들이 순위 소득 또한 설명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순위기반 모델과 준거기반 모델은 매우 다른 저축/소비행태를 예측하며, 순위소득 가설에서는 ‘돈과 행복 사이에는 단순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본다. 소득이 증가해도 반드시 순위가 오르는 것은 아니기에, 반드시 행복이 증가하지는 않는다. 효용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은 다른 양적 판단과 마찬가지로 상황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
몇몇 선행연구들은 이미 준거소득이나 절대소득보다는 순위소득이 더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영국의 만 육천명의 근로자에 대한 연구에서는, 임금 만족도는 직장 내에서의 개인의 임금 순위에 따라 결정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사람들의 경제적 상태에 대한 만족도가 이웃 내에서의 순위를 증가시킨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선행연구들은 넓은 맥락에서의 소득 순위를 고려했으나, 소득 순위가 일반적인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못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영국의 12000명을 대상으로 추출한 데이터를 사용하여 순위소득가설을 검증하고자 하였으며, ‘순위의 상향비교가 하향비교보다 삶의 만족도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에 대해 조사하고자 했다.
간단한 순위기반 모델을 검증하기 위해, 나쁜 소득을 가진 사람들의 수(i-1)에서 전체 참조 집단의 사람 수(n-1)를 나눈 비율(i-1/n-1)을 사용했다. 이 비율은 다중회귀분석에서 삶의 만족도를 예측하는 데에 사용되었다. 사용된 데이터는 총 7년치로, BHPS(British Household Panel Survey)에서 추출되었다. 모든 참가자들은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삶의 만족도 질문에 1~7점으로 응답하였으며, 이 응답은 개인의 효용에 대한 대리변수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소득 데이터를 가족구성원 수에 따라 조정하여 사용하였다. 인구통계학적 특성은 이 분석에서 통제되었다.
약 8만개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개인의 상대적인 소득 순위는 일반적인 삶의 만족도를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위소득가설에 따라, 소득과 효용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개인의 소득 증가가 순위를 올릴 때에만 효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절대 소득과 준거 소득은 일반적인 삶의 만족도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사람들은 타인들과 소득순위를 비교함에 있어서, 하향비교보다 상향비교에 더 큰 가중치를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자신보다 더 높은 소득순위에 있는 사람들과 비교하려는 경향이 더 컸음을 알 수 있었다.
본 결과를 토대로, 순위소득가설에 따르면, 소득과 행복 간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음을 알 수 있으며, 이는 실증적으로 증명되었다. 즉, 개인의 소득순위에 변화가 있지 않다면, 소득의 증가는 효용의 증가를 가져오지 않는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우리는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사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모든 사회에는 순위가 정해져있으며, 그 사회에서 오직 한 명만이 1등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모든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즉, 순위소득가설을 통해 우리는 ‘모든 사람의 소득을 늘리는 것이 모든 사람의 행복을 증가시키지는 못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Boyce, C. J., Brown, G. D., & Moore, S. C. (2010). Money and happiness: Rank of income, not income, affects life satisfaction. Psychological Science, 21(4), 471-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