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의 범주 경계 확장
: 긍정 정서와 더 넓고 추상적인 범주화
범주화는 유사한 구성원들을 하나의 개념으로 묶는 고차원적 정보처리 과정이다. 범주화는 개별 대상을 하나의 개념으로 취급함으로써 인간이 기억해야 하는 정보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만약 새로운 개를 볼 때마다 새로운 대상으로 취급하여 다시 학습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인간은 그러한 학습에 시간을 보내다가 미래를 준비하는 것과 같은 건설적인 일을 진행하지 못할 것이고 지금과 같은 문명도 이룩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개의 범주에 속한 것들은 모두 개라고 분류함으로써 다른 중요한 환경정보들에 주목하고, 기존 정보들을 종합하여 새로운 정보를 창출하며, 사회를 한 단계 진보시키는 일에 활용할 수 있는 인지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인공지능이 최근까지 부정확하고 수행하고, 어려움을 겪었던 작업이 다른 맥락과 각도에서 촬영된 같은 개를 이전에 보았던 그 개라고 파악하는 것이었다. 인간은 동일한 개가 다른 맥락과 각도에 있더라도 이전에 봤던 그 개라고 인식하고 범주화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지 않지만, 인공지능은 다른 맥락에서 다른 각도로 사진이 찍혀 있으면 모두 다르게 인식했던 것이다. 인공지능 덕분에 가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범주화는 일종의 경계 세우기라고도 볼 수 있다. 경계는 기준이 되는 속성에 의해 세워지기 마련인데, 이러한 속성을 범주 진단적 속성(category diagnostic properties)이라고 부른다. 범주 진단적 속성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무엇을 범주 진단적 속성으로 삼는지는 그 사람이 성장 배경, 문화, 상황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탈 것(vehicles)에 속하는 것을 판단할 때, 사륜구동이라는 구체적 속성을 떠올려 범주진단에 적용한 사람은 자동차, 버스, 트럭 등만 이 범주로 분류하는 매우 좁은 범주화를 할 것이지만, 이동수단이라는 추상적 속성을 범주진단에 적용한 사람은 엘리베이터, 배, 에스컬레이터, 마차, 비행기, 전동휠체어 같은 것들까지 폭넓게 탈 것으로 분류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럼 일상생활에서 범주의 경계를 구체적인 기준에 의해 좁게 설정하는 사람과 추상적인 기준으로 넓게 설정하는 사람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다른 말로 하면 범주적 사고의 범위를 최소한으로 한정하는 사람과 최대한으로 넓히는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 Isen과 Daubman(1984)은 정서에 따라 범주화에 차이가 있음을 실험을 통해 확인함으로써 이러한 질문에 답하였다.
이들의 첫 번째 실험에는 70명이 참가하였다. 이들 중 42명은 사탕을 선물로 받음으로써 기분이 좋은 상태가 되었고, 나머지 28명은 아무런 처치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범주화 과제를 진행하였다. 상위범주는 옷, 연장, 탈 것, 무기를 사용하였는데, 참가자들의 과제는 의복이라는 상위범주명이 등장한 후, 셔츠라는 하위 범주명이 나왔을 때 이것이 의복의 범주에 속하는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이었다.
탈 것과 의복 범주에는 크게 봤을 때는 그 범주로 판단할 수 있지만, 비전형적인 구성원이 3개씩 총6개 섞여있었는데, 예를 들어 탈 것에는 ‘엘리베이터, 낙타, 걷기’가 비전형적인 구성원이었고, 의복에는 ‘지팡이, 반지, 지갑’이 비전형적인 구성원이었다.
만약 참가자들이 이 6개의 비전형적 구성원을 해당 범주의 구성원이라고 판단한다면 범주 판단 기준이 넓고 추상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 6개를 해당 범주의 구성원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범주 판단 기준이 좁고 구체적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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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 선물받음 (긍정 정서) |
처치 없음 (중립) |
비전형적인 구성원을 해당 범주로 분류한 수 평균(개) |
4.10 |
2.86 |
표-1은 첫 번째 연구의 결과를 보여준다. 표에 나타나 있듯, 긍정 정서를 유발한 집단은 비전형적인 구성원 6개 중 4.10개를 해당 범주로 분류한 반면, 처치가 없었던 중립 집단은 6개 중 2.86개만 해당 범주로 분류하였다. 즉 긍정 정서를 유발시킨 집단의 범주 경계가 중립 집단의 경계보다 더 넓고 추상적 이었다.
91명이 참가한 두 번째 연구는 비디오를 시청하는 방법으로 정서를 유발한 후, 첫 번째 연구와 같은 범주화 과제를 진행하였다. 긍정 정서를 유발하는 비디오 조건에는 36명이 배정되었고, 부정 정서를 유발하는 비디오에는 34명이 배정되었으며, 중립 조건 비디오에는 21명이 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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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정서 비디오 |
부정 정서 비디오 |
중립 비디오 |
비전형적인 구성원을 해당 범주로 분류한 수 평균(개) |
4.61 |
3.09 |
4.05 |
표-2는 두 번째 연구의 결과를 보여준다. 표에 나타나 있듯, 긍정 정서를 유발한 집단은 비전형적인 구성원 6개 중 4.61개를 해당 범주로 분류한 반면, 부정 정서 비디오 집단은 3.09개, 중립 비디오 4.05개를 분류함으로써 긍정 정서의 범주 경계 확장효과를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74명이 참가한 세 번째 연구는 사탕을 선물로 주는 조건에 18명, 긍정 정서를 유발하는 비디오를 보는 조건에 22명, 부정 정서를 유발하는 비디오를 보는 조건에 16명, 중립적 비디오를 보는 조건에 18명을 무작위로 배정한 후, 14가지 색 카드를 원하는 만큼의 범주로 분류하도록 하였다. 색의 범주를 많이 나눌수록 구체적이고 좁은 기준을 적용한 것이며, 색의 범주를 적게 구분할수록 넓고 추상적인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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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 선물 조건 |
긍정 정서 비디오 |
부정 정서 비디오 |
중립 비디오 |
색 범주화 수 평균(개) |
3.72 |
3.55 |
4.88 |
3.83 |
표-3은 세 번째 연구의 결과를 보여준다. 표에 나타나 있듯, 긍정 정서를 유발한 집단은 사탕 선물 조건과 긍정 정서 비디오 조건은 각각 3.72개 범주와 3.55개 범주로 색을 구분하면서, 4.88개의 범주로 색을 분류한 부정 정서 비디오 집단과 3.83개로 색을 범주화한 중립 비디오 집단보다 넓고 추상적으로 색을 구분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연구는 긍정 정서가 범주를 진단하는 경계를 넓고 추상적으로 만든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검증한 것으로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가진다. 먼저 본 연구는 긍정 정서가 범주의 경계를 확장함으로써 범주 통합적 사고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범주의 경계를 확장하면 평소 연결되지 않았던 것을 연결할 수 있는 기회도 증가하는데, 이러한 통합적 사고는 창의적 문제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다음으로 본 연구는 행복한 사람들은 우울한 사람들보다 인지용량(작업기억용량 혹은 주의용량)에 여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서 설명한 대로 환경 상의 정보를 세부적으로 분할할수록 인지적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고, 통합할수록 인지적 에너지가 적게 소모되는데, 행복한 사람들은 통합적으로 정보를 처리함으로써 정보를 분류하는데 필요한 인지적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게 되고, 이렇게 절약한 인지적 에너지를 더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정보처리에 활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수 있다. 반면, 우울한 사람들은 환경의 정보들을 분류하는 것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소모하느라 정작 다른 중요한 의사결정에 사용할 인지적 에너지가 적게 남아 있을 수 있다.
유사점보다 차이점을 보고, 미시적인 기준에 매달리며, 조건 하나하나에 집착하면서 범주를 세분화하는 복잡하고 피곤한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면, 자신의 정서가 마이너스 상태가 아닌지 돌아보자. 그리고 마이너스 상태를 플러스로 전환할 수 있는 산책, 운동, 친구 만나기, 자연을 음미하기, 취미 즐기기 등의 활동을 통해 긍정 정서를 유발하자. 긍정 정서를 통해 더 넓고 추상적인 범주화를 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마음에 여유가 찾아올 것이며, 이 여유는 당신이 최적화된 행동과 의사결정을 하는데 필요한 심적 자원이 되어 줄 것이다.
*더 알고 싶다면,
Isen, A. M., & Daubman, K. A. (1984). The influence of affect on categoriza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47(6), 1206-1217.
http://dx.doi.org/10.1037/0022-3514.47.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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