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관계 형성을 돕는 학교 활동이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다른 이들 없이 홀로(심지어는 다른 이들과 척을 지며) 부유해지는 것은 가능하지만, 행복하려면 두 사람 이상이 함께 있어야 한다.’
2016년 아시아미래포럼(AFF)의 개막식 기조강연에서 루이지노 브루니 교수(로마 룸사대)가 행복과 사회적 관계의 함수를 이와 같이 설명하였다. 덧붙여 행복이란 건전한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시민적 에너지로,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행복이 중요하다고 말하였다. 이처럼 행복에 대한 논의의 초점이 최근 개인의 심리적, 경제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관계로 이동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친구/친척의 존재(사회관계)
출처: OECD <한눈에 보는 사회상, 2016>
위 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사회상>(Society at a Glance) 2016년판 보고서의 내용이다. 사회적 관계로 바라본 행복을 다른 나라와 비교를 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회관계의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상위권의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삶의 질, 즉 행복지수가 높은 것을 고려해 본다면, 사회적 관계와 국민의 행복은 밀접한 비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관계는 청소년의 삶에서도 확인이 가능한데, 아이들의 학업적 성공의 주요 역할을 하는 것 중 하나가 사회적 요인임을 밝혀낸 연구들이 그 예이다. 친사회적이고 공감적인 행동은 시험성적을 향상시키고(Malecki & Elliott, 2002), 사회적 기술은 긍정적 또래관계(Ladd, Kockenderfer-Ladd, Visconti, & Ettekal, 2012)와 학교와의 유대감(Valiente, Lemery-Chalfant, & Castro, 2007; Wentzel, et. al., 2009)과 같은 학업 조력요인들을 증진시킴으로서 학업적 성공을 돕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학급에서의 긍정적 또래 관계는 학습동기, 학업참여, 학교에서의 성과(Wentzel, Donlan, & Morrison, 2012)를 증진시키고, 또래 협업과 같은 교육을 촉진하는 활동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Ladd et al., 2012).
이처럼 청소년의 삶에서도 사회적 관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한 연구에서는 학생들의 사회적 관계 형성을 도울 수 있는 학교에서의 활동(Relationship Building Intervention)이 사회적 행동, 사회적 유대감, 학업성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았다(Miller, et. al., 2017). 또래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는 청소년기에 들어서는 5학년 학급을 대상으로 선정하고, 총 6개 학교의 627명의 학생과 담임을 연구대상으로 하였다. 활동의 내용은 다음 표와 같이 5개 영역 21개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 학교에서의 사회적 관계 형성 활동 내용
영역 |
목표 |
활동 내용 |
다양성과 통합 |
학급에 대한 정체성을 증진시킨다. |
* 서로를 알아보는 기회 가지기 * 서로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인식하고 인정하기 * 학급의 이름과 급훈 등을 함께 만들며 학급 정체성 세우기 |
공감과 비판적 사고 |
생각, 느낌, 행동이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게 한다. 공감하고 생각하는 것을 지속하게 한다. 고정관념을 줄이도록 한다. |
* 자신의 생각이 감정과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인식할 수 있는 상호작용이 있는 활동 및 게임하기 * 공감적으로 반응하는 기술 배우기 * 인간의 기질과 능력의 유연성 인식하기 * 고정관념의 결과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
의사소통 |
친구와의 상호작용 혹은 협동 활동 시 효과적인 의사소통 기술을 사용하도록 한다. |
* 자신의 (비)건강한 의사소통 패턴을 인식할 수 있는 관찰적/실험적 활동에 참여하기 * 협동학습 시 효과적인 의사소통 기술을 사용하고 비효과적인 의사소통 기술은 멀리하기 |
문제해결 |
대인간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한다. |
* 여러 갈등해결방식을 알고, 각 방식의 이점과 대가를 알기 * 대인간 갈등을 한 단계 한 단계 성공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법을 배우고 실행하기 |
또래관계 |
친구와 지지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관계를 맺도록 장려한다. |
* 친구관계의 질을 고려하는 행동하기 * 이성친구와의 관계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 하는 전략을 세우기 * 학교폭력 상황을 처리하는데 효과적인 책임을 배우기 * 친구에게 지지를 보내는 행동하기 |
활동을 시작하기 전 활동 개발자들이 직접 교사들에게 (a) 활동을 뒷받침하는 이론, (b) 활동의 목적, 핵심 개념, 구성, 방법 등의 개요, (c) 다양한 활동을 활용하는 방법, (d) 활동 실행 계획 및 구성방식에 대한 토론과정 등을 교육하여 개발의도를 성공적으로 반영한 활동이 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였다. 그리고 효과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사들은 각 활동에 대한 각본과 구체적인 기술, 활동과 관련한 자료들(활동 자료, 활동 기록 등), 활동 실천을 도울 수 있는 키트(게임 자료, 포스터, 동영상 클립 등 포함)를 제공 받았다. 나아가 교사들은 어떻게 그들이 성공적으로 학급에서 이 활동을 수행했는지에 대한 전략을 토론하고 훈련함으로써 다음의 활동에 피드백을 받을 기회를 마련하였다.
교사들에게는 학생들의 학급에 대한 소속감(“내 학급의 학생들은 모든 사람들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내 학급은 한 팀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의 정도와 학생들의 사회적 행동 정도(학생의 친사회성(“타인을 돕는 학생은 누구인가?”), 공격성(“타인을 놀리거나 못 살게 구는 학생은 누구인가?”))를 물어보고, 학생들에게는 학교에 대한 유대감(“학교는 재미있다”, “나는 학교에 있는 것이 좋다”)과 학급에 대한 소속감(“나는 학급 구성원의 일원이라는 느낌이 든다”, “나는 학급에 속해 있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을 물어보았다. 학업성취도는 언어, 쓰기, 수학, 과학, 사회 과목의 점수로 활동에 참여하고 나서 한 달 뒤에 한 번 측정하고 활동이 끝난 시점에 다시 한 번 측정하였다.
사회적 관계 형성 활동이 사회적 행동, 학교 유대감, 학급 소속감에 미치는 영향
(Miller, et. al., 2017)
연구 결과, 학교에서 사회적 관계 형성 활동을 경험한 학생들이 더 낮은 수준의 공격적 행동을 보였고, 친사회적 행동의 수준에는 통제집단의 학생들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활동을 한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유대감과 학급에의 소속감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고, 5개 과목 모두에서 학업 성취도가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교사들은 각 활동별로 매일 활동일지를 작성했고, 비디오 녹화를 통해 활동의 질(“교사가 열정과 긍정적인 감정을 보이고 있는가?”), 학생의 반응(“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가?”), 매뉴얼 이행(“교사가 대본대로 토론하고 있는가?”) 등을 평가하였다. 교사들이 느끼기에 45분 정도의 활동은 적당하게 느껴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대부분 매뉴얼대로 우수한 질의 활동을 이끌어 나간 것으로 파악되었다. 학생들의 활동 참여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활동이 모두 끝난 뒤 교사들의 활동 만족도(“나는 이 활동을 실행하는데 편안함을 느꼈다”)와 학생들의 만족도(“이 활동들은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를 측정하였는데 5개 영역에 대하여 교사는 3점 만점에 2.38-2.69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고, 학생은 그 보다 낮은 1.78-2.07의 만족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활동에 대해 학생보다 교사가 더 만족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활동이 끝난 뒤 실험적이고 공동체 형성 활동이 주로 포함되어 있는 다양성과 통합 영역을 제외한 4가지 영역에 있어 활동 중 배웠던 기술이나 개념에 대한 퀴즈(예; “공감의 두 가지 기술은?”, “의사소통 과정에서 자주 볼 수 있는 4가지 실수는?”)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의사소통, 문제해결, 또래관계 영역의 점수는 높았으나 공감과 비판적 사고 영역의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아 이 영역의 인지적인 활동이 더 요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적으로 사회적 관계 형성 활동에의 참여가 학생들의 사회적 행동, 사회적 유대감, 학업성취를 증진시키는데, 이 세 변인은 학교생활에서의 행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변인으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관계 형성 활동이 학생들의 행복을 궁극적으로 지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의 사회적 관계를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아이들의 관계 형성을 돕고 지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택하여 잘 숙지한 뒤 학급 및 학교에 적용해 보기를 권한다. 또 본 연구에서 질적인 활동을 위해 교사에게 활동과 관련한 교육, 평가 및 자료 제공 등이 이루어 졌음을 고려한다면, 근본적으로 국가수준에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활동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그것이 각 학교에서 올바로 진행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하는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Reference
Miller, C. F., Kochel, K. P., Wheeler, L. A., Updegraff, K. A., Fabes, R. A., Martin, C. L., & Hanish, L. D. (2017). The efficacy of a relationship building intervention in 5th grade. Journal of School Psychology, 61, 75-88. https://doi.org/10.1016/j.jsp.2017.01.002.
Ladd, G.W., Kockenderfer-Ladd, B., Visconti, K. J., & Ettekal, I. (2012). Classroom peer relations and children’s social and scholastic development: Risk factors and resources. In A. M. Ryan, & G. W. Ladd (Eds.), Peer relationships and adjustment at school (pp. 11–49). Charlotte, NC: Information Age Publishing.
Malecki, C., & Elliott, S. (2002). Children’s social behaviors as predictors of academic achievement: A longitudinal analysis. School Psychology Quarterly, 17, 1–23. http://dx.doi.org/10.1521/scpq.17.1.1.19902.
Valiente, C., Lemery-Chalfant, K., & Castro, K. S. (2007). Children’s effortful control and academic competence: Mediation through school liking. Merrill-Palmer Quarterly, 53, 1–25. http://dx.doi.org/10.1353/mpq.2007.0006.
Wentzel, K. R., Bukowski, W., & Laursen, B. (2009). Peer relationships and motivation at school. In K. Rubin (Ed.), Handbook on peer relationships (pp. 531–547). Guilford: New York, NY
Wentzel, K. R., Donlan, A., & Morrison, D. (2012). Peer relationships and social motivational processes. In A.M. Ryan, & G. W. Ladd (Eds.), Peer relationships and adjustment at school (pp. 79–107). Charlotte, NC: Information Age.
[Relationship building intervention & Happi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