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라는 단어의 사용이 행복에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
행복연구센터 연구원 윤 영
‘갈등(葛藤)’은 한자 그대로 번역을 하자면 칡과 등나무의 얽힘을 의미한다. 칡나무는 왼쪽으로,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이 두 식물이 한 곳에서 만나면 서로를 감고 올라가 얽히게 되는 것이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 갈등은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갈등경험은 개인의 일에 대한 효능감과 수행(De Dreu & Weingart, 2003)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관계의 질(Pistole, 1989), 심리적 건강(De Dreu & Beersma, 2005)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되어져 있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으로 ‘타협’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이는 대인관계 갈등을 해결하는 유용한 전략이지만 순응과 희생이 포함됨에 따라 불안과 우울이 수반될 수 있다(Chung-Yan & Moeller, 2010). ‘갈등’을 키워드로 검색한 아래의 그림에서 사람들의 갈등에 대한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데, 보다시피 ‘화’, ‘폭력’, ‘문제’, ‘힘’, ‘싸움’, ‘스트레스’ 등의 부정적인 단어들이 관련 검색어로 연결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갈등을 부정적인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갈등’에 대한 연관 검색어[google 검색]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갈등은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해 나가는 사람들의 특성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의 삶에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자기확장(Self-expansion)’이론으로 설명해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은 가까운 관계를 가지고 있는 상대를 자기개념 속에 포함하려는 동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자신과 상대를 각자를 독립체로 보기보다 하나로 인식하려는 경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자기중심적 관점에서 관계중심적 관점으로 인지적 변화가 일어나면 좋은 대인관계를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를 고려하기 시작한다. 실제로 사리사욕에 관심을 두게 되면 당장에는 고통을 덜 받겠지만 관계적 측면에서는 장기적 이익을 저해하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Aron & Aron, 1986). 또, 관계가 깊어지고 가까워질수록 서로에게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고, 관계를 증진시킬 수 있는 행동을 더욱 보이며(Van Lange et al., 1997), 관계에 더 헌신적인 사람들이 희생에 대한 상처를 적게 받고, 우울감을 적게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Whitton et al., 2007).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대인관계의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데 관계중심의 관점이 더욱 이로운 효과가 많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이제 관계중심의 관점이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데 주된 요인임을 알았다. 그렇다면 관계중심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한 연구에서는 대화 중 ‘우리’라는 단어 사용 양상을 통해 개인이 자신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고 하며(Pennebaker et al., 2003), 대화에 ‘우리’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일수록 긍정적인 문제해결행동을 보이고(Buehlman et al., 1992) 더 높은 관계 만족도를 나타낸다고 한다(Agnew et al., 1998). 이에 따라 관계중심 관점을 가진 사람 즉, 대화에 ‘우리’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갈등상황을 긍정적으로 해결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심리적 웰빙의 경험을 통해 개인의 행복을 가능하게 함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 연구에서는 261명의 대학생(평균 20.4세)을 대상으로 부모님과의 갈등 경험에 대해 적어보게 하고, 글에서 ‘우리’라는 단어를 얼마나 사용하였는지를 분석하여 관계중심 관점과 타협정도, 심리적 건강에 대한 관계를 살펴보았다. 갈등경험에 대한 글쓰기는 다음과 같은 안내글을 읽고 300자 이상을 작성하도록 하였다.
“인간관계의 갈등은 당신이 원하는 것과 타인의 기대가 다를 때 항상 존재한다.
당신의 부모와 있었던 가장 강하고 인상적인 갈등을 떠올려보고,
그 중 부모의 기대에 반함으로써 생겼던 갈등 경험에 대해 적어보시오.
자신의 깊은 감정과 생각들이 진정으로 드러나도록 쓰시오.”
‘우리’의 사용 빈도와 타협정도, 심리적 웰빙의 관계
이러한 방법으로 부모-자녀 갈등 경험을 상기했을 때 ‘우리’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가 타협정도 및 심리적 건강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를 살펴본 결과, 위 세 개의 그래프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었다. ‘우리’라는 단어를 평균 이상으로 많이 사용하는 사람의 경우 타협을 많이 할 때 삶의 만족과 심리적 웰빙, 행복의 정도가 높았지만, ‘우리’라는 단어를 평균 이하로 적게 사용한 사람은 타협의 정도에 따라 심리적 건강에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우리’라는 단어의 사용정도가 타협정도에 따른 불안 및 우울의 정도를 조절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져 부정적 심리상태에는 유의한 영향을 미치 않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를 정리해보면, 갈등상황을 떠올렸을 때 ‘우리’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에게서만 타협정도와 심리적 건강의 관계가 유의하다는 의미이다. 이는 관계중심적 관점을 가진 개인이냐의 여부가 중요한 요인으로, 타협이 인간관계의 갈등을 도움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필연적으로 개인의 심리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이 자신이 경험한 갈등상황에서 관계에 대한 어떠한 관점을 가지는지가 더욱 중요함을 알 수 있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갈등을 없애거나 피해야 할 잘못된 사안이 아닌, 개인의 성숙과 조직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변화의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갈등에 대한 태도가 중요함을 이야기 한다. 이러한 관점과 태도는 어린 나이에서부터 형성이 되기 시작하므로, 학교에서의 건강한 갈등해결과 관련한 생활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비폭력적이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해 본 경험이 있는 아이는 미래의 삶에서 수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갈등에 능동적이고 발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농구를 하자는 친구들과 축구를 하자는 친구들 사이에서 타협하기’, ‘애완견을 키우는 이웃집과 그렇지 않은 이웃들 사이에서 타협하기’ 등 아이들이 실제 생활에서 충분히 마주할 수 있는 갈등상황을 선정하여 토론 등의 비폭력적이고 민주적인 방법을 통해 타협을 해 볼 수 있는 장을 많이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겠다. 또, ‘상대의 의견 요약하기’, ‘상대의 의견이 가지는 의의 말하기’, ‘상대의 처지에 대해 공감 표시하기’, ‘상대에게 우호적인 표정이나 몸짓 보이기’와 같은 타협에서 상대를 존중하는 방법 등을 교육하여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타협기술이 행해질 수 있도록 지원해줄 필요도 있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에서 소개한 연구결과를 통해서도 알았다시피, 자신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사람들에 대해 ‘우리’라는 의식을 가지고 상대를 이겨 자신의 의견대로 상황을 이끌어나가기 보다, 나와 상대 즉, ‘우리’가 함께 상황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Reference
Agnew, C. R., Van Lange, P. A. M., Rusbult, C. E., & Langston, C. A. (1998). Cognitive interdependence: Commitment and the mental representation of close relationship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4(4), 939–954.
Aron, A., & Aron, E. N. (1986). Love and the expansion of self: Understanding attraction and satisfaction. New York: Hemisphere.
Buehlman, K. T., Gottman, J. M., & Katz, L. F. (1992). How a couple views their past predicts their future: Predicting divorce from an oral history interview. Journal of Family Psychology, 5, 295–318.
Chung-Yan, G. A., & Moeller, C. (2010). The psychosocial costs of conflict management styles. International Journal of Conflict Management, 21(4), 382–399.
De Dreu, C. K. W., & Beersma, B. (2005). Conflict in organizations: Beyond effectiveness and performance. European Journal of Work and Organizational Psychology, 14(2), 105–117.
De Dreu, C. K. W., & Weingart, L. R. (2003). Task versus relationship conflict, team performance, and team member satisfaction: A meta-analysi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88(4), 741–749.
Lin, W. F., Lin, Y. C., Huang, C. L., & Chen, L. H. (2016). We can make it better:“We” moderates the relationship between a compromising style in interpersonal conflict and well-being. Journal of Happiness Studies, 17(1), 41-57.
Pennebaker, J. W., Mehl, M. R., & Niederhoffer, K. G. (2003). Psychological aspects of natural language use: Our words, our selves. Annual Review of Psychology, 54, 547–577.
Pistole, M. C. (1989). Attachment in adult romantic relationships: Style of conflict resolution and relationship satisfaction.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 6(4), 505–510.
Van Lange, P. A. M., Agnew, C. R., Harinck, F., & Steemers, G. E. M. (1997). From game theory to real life: How social value orientation affects willingness to sacrifice in ongoing close relationship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3(6), 1330–1344.
Whitton, S. W., Stanley, S. M., & Markman, H. J. (2007). If I help my partner, will it hurt me? Perceptions of sacrifice in romantic relationships. Journal of Social and Clinical Psychology, 26(1), 64–91.
[Compromise & Happi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