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과 채소를 먹으면 학생들이 행복해질까?
행복연구센터 연구원 윤 영
‘바디버든(Body Burden)’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바디버든이란 인체 내에 쌓인 특정 유해인자 또는 화학물질의 총량을 말하는데, 이를 해독하고 배출하는 능력이 약한 어린이들과 이런 능력이 쇠퇴한 노인들에게 특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실제, 2010년 이후 최근까지 만 19세 이하의 어린이나 청소년이 환경유해인자로 추정되는 물질로 인해 질병이나 질환이 증가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게다가 아이들의 여러 신경정신관련 병리증상이 환경호르몬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장난감, 문구 등 아동·청소년용품의 유해물질 검출 제품목록이 환경부를 통해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아래의 환경부가 보고하는 환경유해인자 기준초과제품 리스트를 보면 아이들의 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되고 쉽게 노출될 수 있는 물건들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아이들은 생활 속에서 꾸준히 유해물질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조사대상 제품군 및 사용제한 환경유해인자 기준초과제품 리스트(환경부, 2016)
이러한 유해물질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들에서, 최근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ADHD(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증상이 여러 가지 환경호르몬 및 유해물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한다. ADHD는 초등학생 8~10%, 중고등학생 5~8%가 가지고 있을 정도로 최근에는 흔한 증상이다(김붕년, 2016).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에서 실시한 연구(권호장 등, 2016)에 따르면, ADHD를 앓고 있는 아동 180명과 일반 아동 438명의 소변을 비교한 결과 소변으로 나오는 프탈레이트의 양이 ADHD 아동에게서 훨씬 많음을 밝혀내었다. 프탈레이트는 장난감이나 방과 거실의 바닥재, 화장품에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성분이다. 프탈레이트가 10배 높게 배출되는 아동의 경우 그 증상이 7.5배 더 심하고, 프탈레이트에 많이 노출될수록 우전두엽과 측두엽, 즉 공격성과 과잉행동, 짜증과 관련 있는 두뇌 피질이 더 얇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리고 패스트푸드, 가공유, 탄산음료 등의 섭취가 ADHD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환경호르몬, 중금속이 아동의 과잉행동을 증가시키며(구남선, 구경옥, 정자용, 2012), 실제 급식용 식자재 통조림 캔 식품 29개 중 25개 식품, 즉 86%가 BPA에 오염된 것으로 밝혀져 아이들의 먹거리가 아이들의 신체·정신건강을 해치는 큰 요인임을 알 수 있다.
초·중·고등학교 학생 주 1회 이상 패스트푸드 섭취율(교육부, 2015)
이에 따라 최근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유해물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고 아동·청소년의 패스트푸드 섭취율이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면서, 아이들의 먹거리가 집중받기 시작했다. 아이들 먹거리를 통해 유해물질에의 노출을 막고 병리적 증상을 예방하며 나아가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려는 움직임이 생긴 것이다. 그 중 대표적으로 가정과 학교 등에서 아이들의 식사와 간식에 과일이나 채소를 활용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실제 여러 선행연구들에서 과일·채소의 섭취가 심리적 웰빙을 예측한다고 보고하고 있고, ‘건강한 음식먹기’를 행복을 위한 요인에 포함하기도 한다(Warner & Vroman, 2011). 이에 따라, 과일 및 채소의 섭취가 아동·청소년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 연구에서는 1270명의 대학생(18-25세)을 대상으로 과일·채소섭취가 웰빙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Pennell, Boman, & Mergler, 2015). 인구통계학적 변인(연령, 부모의 교육수준), 웰빙(삶의 만족도, 긍정정서, 부정정서), 과일 및 채소 섭취(하루 섭취 횟수), 식습관(고지방 음식, 설탕함유 음료, 커피와 차), 건강행동(수면, 흡연, 에너지 소비) 등을 조사하여 분석을 실시하였다.
하루 과일·채소 섭취횟수에 따른 긍정정서의 평균
(Pennell, Boman, & Mergler, 2015)
과일·채소섭취와 웰빙 간의 관계를 살펴 본 결과, 과일·채소섭취가 긍정정서는 유발하지만 삶의 만족도와 부정정서는 유발하지 못하며 이러한 경향성의 성차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위 그림을 보면, 하루 과일·채소를 6번 섭취하는 집단의 긍정정서 평균이 낮아보이는데 사후검증 결과 과일·채소를 5번 또는 7번 섭취하는 집단의 평균과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과일·채소섭취와 긍정정서는 선형적인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할수록 긍정정서가 증가함을 의미한다. 하루 과일·채소 섭취횟수가 0회인 사람들의 긍정정서 평균은 31.8인데 반해 섭취횟수가 8인 사람들의 긍정정서 평균은 36.0으로 나타나 과일·채소 섭취가 긍정적인 정서를 유발하는데 의미있는 요인임을 알 수 있다.
또, 고지방 음식이나 설탕함유 음료, 커피와 차를 마시는 식습관과 운동, 흡연과 같은 건강과 관련된 행동은 과일·채소섭취가 긍정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좌지우지 하지 않았지만, 건강 관련 행동 중 수면의 질은 과일·채소섭취가 긍정정서에 미치는 영향에 유의한 차이를 야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을수록 긍정적인 정서를 많이 경험하지만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면 그 정도가 감소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잠을 잘 자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었을 때 긍정적인 정서를 크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좋은 먹거리가 기분좋은 삶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적극적으로 우리의 먹거리에 유해물질이 포함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에 살면서 바디버든을 모두 덜어내기는 불가능하더라도,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 들어오는 양을 줄이고 좋은 식품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하면 바디버든은 얼마든지 줄여나갈 수 있다.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는 반면 채소섭취와 운동량은 줄어든다는 통계결과 등을 고려하여,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어떠한 생활습관을 제시해야 할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유해물질 배출경로
[출처: http://www.xn—ok0bn0k8oe1vorqa06erf.com/official.php/home/info/1904]
● 유해물질 함유 가능성이 높은 제품의 사용을 피하는 ‘노출 줄이기’
● 충분한 물 마시기와 적당한 운동을 통한 ‘적극 배출하기’
● 사용하는 제품에 바디버든을 증가시키는 성분이 없는지 ‘꼼꼼히 살피기’
위 세가지는 ‘한겨레’와 ‘자연드림’의 ‘바디버든 프로젝트‘에서 제시하고 있는 바디버든 줄이기 방법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햄, 소시지 등의 가공식품류 삼가기, 포장·배달 음식 삼가하기, 통조림과 캔음료 피하기, 외식 삼가기, 유해화학물질이 안 들어간 치약, 비누, 샴푸, 로션, 주방·세탁용 세제 사용하기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해 볼 수 있는 활동의 예 1
[브랜드 운동복 및 운동용품에 포함되어 있는 유해물질 조사해 보기]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해 볼 수 있는 활동의 예 2
[학용품 & 학습준비물에 포함된 유해물질 조사 및 대안 찾기]
학교에서는 이러한 생활습관 형성을 지원함과 동시에 학생들과 함께 자신의 물건이나 생활환경에서 유해물질이 포함된 것을 찾아보고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활동을 해보길 권장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돌볼 수 있는 습관과 능력을 가지게 되고, 대안을 모색하고 실천해 봄으로써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무턱대고 아이들에게 ‘과일 많이 먹어라’, ‘채소 꼭 먹어라’라고 강요하기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과일과 채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이유를 설명하고, 관련 이슈에 대해 토론·토의를 하며,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지하는 방향으로 생활지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Reference
교육부(2015). 2014년도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 주요결과.
구남선·구경옥·정자용(2012). 일부 초등학생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성향과 관련된 식이요인. 한국식생활문화학회.
권호장, 하미나, 김붕년, 임명호. (2016). Harmful Environmental Factors Leading to 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Journal of the Korean Academy of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y, 27(4), 267-277.
김붕년(2016). ADHD 유발자, 프탈레이트 : [작은것이 아름답다]화학독성물질, 내분비계를 교란하다. 『프레시안』. 2016..6.10.일자 보도자료.
환경부(2016). 시중 유통 중인 4633개 어린이용품 실태조사. 2016.9.21.일자 보도자료.
Pennell, C., Boman, P., & Mergler, A. (2015). Covitality constructs as predictors of psychological well-being and depression for secondary school students. Contemporary school psychology, 19(4), 276-285.
Warner, R. M., & Vroman, K. G. (2011). Happiness inducing behaviors in everyday life: An empirical assessment of ‘‘the how of happiness’’. Journal of Happiness Studies, 12, 1063–1082.
[Diet & Happi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