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절을 참신하고 특별하게 만들기
: 다양한 친절을 한꺼번에 베풀기
친절을 베푸는 것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증가시키고, 친절을 베푼 사람의 유능함을 드러낼 뿐 아니라, 친절을 베푼 사람의 평판을 높이고, 좋은 관계 형성에 기여함으로써 친절을 베푼 사람 자신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즉 다른 사람을 돕는 행위는 실상 자기 자신을 돕는 것이다(Schwartz & Sendor, 1999).
그렇다면, 매일매일 조금씩 친절을 베푸는 것이 행복에 도움이 될까? 아니면, 하루 날을 잡아 한꺼번에 친절을 베푸는 것이 행복에 도움이 될까?
Lyubomirsky, Sheldon과 Schkade(2005)는 연구를 통해 이 질문들에 답하고자 했다. 먼저 연구자들은 실험참가자들의 행복을 측정하였고, 6주에 걸쳐 실험을 진행하면서 참가자들에게 매주 5가지 친절한 행동을 하라고 지시하였다. 구체적인 지시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친절한 행동을 하면서 지냅니다. 이러한 행동은 큰 일일수도 있고 사소한 일일 수도 있으며 그 친절을 받는 사람이 의식할 수도 있고 모르는 채 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의 주차 미터에 동전을 넣어주거나, 헌혈을 하거나, 친구의 숙제를 도와주거나, 연세 드신 친척을 찾아보거나, 감사 편지를 쓰는 것이 그런 예가 될 것입니다. 다음 주부터 여러분은 다섯 가지 친절한 행동을 하게 될 것입니다. 꼭 한 사람을 정해서 그 사람에게 친절한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 대상이 당신의 행동을 의식해도 좋고 의식하지 않아도 좋으며, 위에 열거한 행동과 비슷해도 좋고 달라도 좋습니다. 당신이나 다른 사람을 위험하게 하는 행동은 하지 않기 바랍니다.”
이러한 지시문 뒤에 참가자들은 두 가지 실험조건 중 한 조건에 무작위로 할당되었다. 한 집단은 5가지 친절을 일주일 중 아무 때나 하도록 지시하면서 하루에 한 가지 내지 두 가지 친절을 분산하여 실천할 수 있도록 하였다(정원에 물주기 전략). 다른 집단은 5가지 친절을 일주일에 하루를 정하여 5가지 친절을 한꺼번에 행하도록 지시하였다(불지피기 전략). 아울러 이러한 두 종류의 친절 집단과의 비교를 위해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고, 매주 일요일에 행복만 보고하는 집단을 두었다.
참가자들은 매주 일요일 저녁에 친절 보고서를 제출하였는데, 이 보고서는 현재 얼마나 행복한지, 언제, 누구에게, 어떤 친절을 했는지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참가자들이 베푼 친절에는 ‘친구에게 아이스크림 사주기, 다른 사람 대신 설거지를 해주기, 헌혈하기, 친구의 이사를 도와주기, 양로원에 방문하기, 모르는 사람의 컴퓨터 고쳐주기, 여동생에게 차를 빌려주기, 노숙자에게 20달러를 주기, 교수님께 감사표현 하기’ 등 다양했다.
6주차의 마지막 보고서를 받은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의 6주 전의 행복과 마지막 6주차의 행복을 비교해보았다. 먼저 친절을 베푸는 행위 자체의 주효과가 관찰되었다. 즉 친절을 베푼 집단은 아무런 처치가 없었던 통제집단보다 더 행복하였다.
그러나 더 흥미로운 결과는 두 가지 방식으로 친절을 다르게 베푼 집단에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다섯 가지 친절을 하루에 몰아서 실행한 집단(불지피기 전략)은 유의미한 행복의 증진을 보였지만, 다섯 가지 친절을 서로 다른 요일에 분산하여 실천한 집단(정원에 물주기 전략)은 행복의 증진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 다시 말해 두 집단 모두 선행을 시행한 종류와 횟수는 동일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다섯 가지 선행을 집중시킨 집단은 행복이 증진되었지만, 선행을 각기 다른 날에 분산시킨 집단은 친절을 베풀기 전의 행복과 베푼 후의 행복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연구자들은 다섯 가지 선행을 하루에 집중해서 시행할 경우에는 그 일의 영향력과 의미를 명확하게 지각할 수 있지만, 선행을 일주일에 골고루 분배하여 실행하면 그 일이 주는 영향력과 의미를 명확하게 지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해석하였다. 선행을 일주일에 골고루 분배하면 평소 하던 친절한 행동 혹은 친절을 베푸는 습관과 구별이 안 되지만, 하루에 몰아서 할 경우에는 그 자체로 참신한 이벤트가 될 수 있는데, 이러한 친절이 개인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친절을 베푼 사람 본인이 친절한 행위를 참신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매일 조금씩 선행을 하면 대단히 산만하고 체력 소모가 크며, 집중력을 잃어버려 더 짧은 시간에 할 수 있었던 일에 더 오랜 시간을 소모하게 만든다. 또한 매일매일 정해진 선행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게 되고, 친절을 베푸는 행위 자체가 남겨둔 숙제처럼 느껴져서 심적 에너지 소모도 크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동료의 업무를 도와주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간헐적으로 동료의 업무를 돕다보면 자신의 업무를 집중적으로 수행할 시간이 줄어들게 되어 업무 효율성도 낮아지고, 자신의 업무에 대한 부담감과 동료를 도와야 한다는 부담감을 이중적으로 느끼게 되기에 좋은 일이 아니다. 동료를 도울 때는 시간을 정해 놓고 한꺼번에 돕고, 나머지 시간에는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 연구의 결과는 매일 정원에 물주는 습관과 같이 조금씩 선행을 베푸는 것보다, 수많은 장작더미에 불을 붙여서 일정시간동안 불을 활활 태우는 것 같이 특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집중적으로 선행을 베푸는 것이 개인의 행복과 타인 혹은 공동체의 행복 모두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Lyubomirsky, S., Sheldon, K. M., & Schkade, D. (2005). Pursuing happiness: The architecture of sustainable change.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9(2), 111-131.
http://dx.doi.org/10.1037/1089-2680.9.2.111
Schwartz, C. E., & Sendor, R. M. (1999). Helping others helps oneself: response shift effects in peer support. Social Science & Medicine, 48(11), 1563-1575.
https://doi.org/10.1016/S0277-9536(99)0004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