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행복1
: 국민소득과 국가적 행복
‘행복의 개인차’를 ‘어떤 요인이 잘 설명’하는가라는 질문과
‘개인의 행복’을 ‘무엇이 결정’했는가라는 질문은 다르다.
개인간 행복점수 차이를 설명할 때는 유전이 잘 설명하지만,
실제 한 개인의 행복이 왜 그 점수인지,
인과적으로 영향을 미친 요인은 돈일 가능성이 있다.
사람A의 행복은 10점 만점에서 7점이고, 사람B의 행복은 6점이라고 하자. 어떤 요인이 이 두 사람의 행복에 1점이라는 차이를 만들었을까? 다른 말로 어떤 요인이 사람A가 사람B보다 1점 더 높은 행복을 가지는지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할까? 이 질문에 대해 연구한 심리학자들은 세 가지 정도의 요인을 발견하였다. 먼저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나는 행복의 개인차, 즉 이 두 사람 사이에 왜 1점이라는 차이가 발생했는지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요인은 유전적 설정점(set-point)이다. 유전은 성격과 같이 사람A와 사람B가 타고난 성향을 의미하는데, 이는 한 개인과 다른 개인 사이의 행복 차이의 50% 정도를 설명할 수 있다.
유전 다음으로 행복의 개인간 차이를 많이 설명하는 요인은 자발적 행동(voluntary behavior)이다. 자발적 행동은 사람A와 사람B의 행복에서 왜 1점이라는 차이를 발생시켰는지의 40% 정도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봉사활동을 하는지, 관점 전환이 빠른지, 감사 일기를 쓰는지, 인생의 목표가 뚜렷하며 그 목표를 음미하고, 몰입하는지, 타인과 비교하기보다 자신의 내적 기준에 따라 생활하는지,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지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럼 행복의 개인차를 설명해주는 나머지 10%에 해당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상황(circumstance)이다. 거주지, 거주지 주변 환경, 치안, 부모님의 사회 경제적 지위, 문화, 종교 등이 상황에 속한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상황적 요소가 바로 부(wealth) 혹은 돈(money)이다. 구체적으로 그 사람이 얼마나 소득이 많은지, 또 얼마나 부를 많이 축적해두었는지 등도 행복의 개인차 중 10%를 설명하는 상황요인에 포함된다.
이 글을 여기까지 꼼꼼하게 잃으신 분들이 가지기 쉬운 오해 중 하나는 “그렇다면 행복은 결국 유전이 결정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다. 이것에 대한 명확한 답은 ‘아니다’이다. 이것은 행복의 개인차를 ‘어떤 요인이 설명하는지’라는 개념(상관관계)과 개인의 행복을 무엇이 결정했는지(인과관계)를 오해한 것에 따른 것이다. 유전이 개인간 행복 점수 차이를 많이 설명한다는 것은 개인마다 기준으로 삼는 행복의 점수가 다른데, 이렇게 개인마다 기준 행복 점수가 다른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이 유전이라는 의미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은 10점 중 5점 정도만 되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느끼는 반면, 어떤 사람은 7점 정도는 되어야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은 3점만 되어도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렇게 개인마다 설정된 행복의 기준점은 대부분 유전에 기인한 것이다.
행복을 결정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어떤 사람에게 설정된 행복이 5점인데, 현재 그 사람의 행복은 7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 사람으로 하여금 2점 행복을 유전보다 더 높게 만들었는가? 그것은 자발적 행동일 수도 있고, 상황일 수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의 설정된 행복이 5점인데, 왜 지금은 3점인가? 그것도 자발적 행동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고,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아울러 설정된 행복이 5점이라고 하면, 유전이 전적으로 이 점수를 결정했다기 보다, 자발적 행동을 통해 +2점 된 것을 악화된 경제적 상황이 –2점 시켜서 5점일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실제 이 사람의 5점에 영향을 미친 요인, 즉 인과적 요인은 자발적 행동과 경제적 상황의 상호작용이 된다.
사람들이 행복의 개인차를 가장 잘 설명하는 요인들을 보고, 오해하기 쉬운 두 번째는 “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력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미약한 것 아닌가?”라는 질문이다. 이것에 대한 답도 명확하게 ‘아니다’이다. 지금부터 살펴보겠지만, 돈 혹은 부(富)는 유전적으로 설정된 행복 점수를 올리고 내리는 것, 다시 말해 유전적으로 설정된 행복 점수를 넘어, 행복을 결정하는 실질적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돈 혹은 부라고 할 때,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개념은 국가적 수준에서 국민 일인당 소득이 얼마인지와 해당 국가 국민들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행복한지를 비교하는 것이다. Stevenson과 Wolfers(2008)은 일인당 국민소득과 국민들의 평균적 삶의 만족도를 비교한 연구를 통해 돈이 행복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였다.
그림-1은 일인당 국민소득(X축)과 삶의 만족도(Y축)의 관계를 보여준다. 이 자료는 131개국을 대상으로 한 2006년 갤럽 국제조사(Gallup World Poll, 2006)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이 조사 참가국의 국민들은 캔트릴의 사다리 척도를 사용하여 0-10점 사이로 삶의 만족도를 평가하였고(“Please imagine a ladder with steps numbered from zero at the bottom to ten at the top. Suppose we say that the top of the ladder represents the best possible life for you and the bottom of the ladder represents the worst possible life for you. On which step of the ladder would you say you personally feel you stand at this time?”), 각 국민들이 평정한 결과들의 문화적 차이, 유전적 차이, 상황적 차이를 통제한 후, 공정하게 비교하기 위해 각국 삶의 만족도 평균을 표준화한 표준화점수를 사용하였다. 표준화란 0-10점 사이로 응답한 점수들의 평균을 0으로, 표준편차를 1로 만드는 변형을 통해 도출된 점수를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일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할수록 행복도 증가하는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82라는 높은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다. 즉 일인당 국민소득이 한 단위(여기서는 1부터 시작하여 계속 2를 곱한 것이 한 단위) 증가할 때마다, 행복도 .82나 증가하는 높은 상관간계를 보였다.
그림 1. 국민소득과 삶의 만족도 사이의 관계. X축은 일인당 국민소득을 Y축은 삶의 만족도이다. 삶의 만족도는 점수는 표준화(평균을 0으로, 표준편차를 1로 변환시킨 점수)되었다.
본 연구는 돈의 효과를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음을 잘 보여준다. 특히 위에서 확인한 것처럼 국가 수준의 행복, 즉 국민의 평균적 행복은 국민 소득과 거의 1에 가까운 상관관계를 보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행복의 개인차를 어떤 요인이 많이 설명하는가라는 질문과 개인의 실제 행복을 무엇이 결정했는가라는 질문은 전혀 성격이 다르다. 두 사람 이상의 개인들의 행복점수 차이를 설명할 때는 유전이 가장 잘 설명하겠고, 돈은 설명력이 낮을 수 있지만, 실제 한 개인의 행복이 왜 그 점수인지, 인과적으로 영향을 미친 요인은 돈일 수 있는 것이다.
유전적 설정점은 느낄 수 없고, 대부분 그 존재조차 망각하지만,
돈의 효과는 보이고, 느껴지고, 그 존재가 잘 망각되지 않는다.
돈의 효과를 과대평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 효과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더 문제다.
*더 알고 싶다면,
Stevenson, B. & Wolfers, J. (2008). Economic growth and subjective well-being: Reassessing the Easterlin paradox. Brookings Papers on Economic Activity, 2008(1), 1-87.
https://doi.org/10.1353/eca.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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