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______ 면, 행복하다!’
위 빈칸(____)에 말을 채워 넣어 보자.
어떤 사람은
‘놀이동산에 가서 뼈 속까지 짜릿한 스릴 만점의 놀이기구를 타면, 행복하다!’ 이렇게 채웠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에 가서 유명한 화가의 미술 작품을 직접 보면, 행복하다!’ 이렇게 썼을 수도 있다.
또 다른 사람은
‘하루 종일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 활동(등산, 낚시, 급류 타기, 축구, 농구, 테니스 등등)을 실 컷 하면, 행복하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이 세 부류의 사람들의 공통점은 일단 굉장히 강력한 행복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원하는 건 강력한 한 방이다! 놀이동산에서 짜릿한 놀이기구를 매일 탈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한국 사람이 한국에 살면서 루브르 박물관에 매일 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직장일을 하면서 매일 등산, 낚시, 급류 타기를 매일 즐긴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힘들다.
이처럼 강력한 한 방은 대부분 일회적(단회적) 경험일 때가 많다. 다시 경험할 때까지의 시간 간격이 굉장히 길다. 그래서일까? 이렇게 행복을 강력한 한 방이라고 생각하다 보면, 일상에서 행복을 경험하기 힘들다.
강력한 한 번의 행복들은 대부분 부작용도 심하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장에서 광란의 밤을 보냈다고 하자. 콘서트를 즐길 때는 정말 미쳐버릴 정도로 황홀하고, 열정적이고, 희열에 찼을 것이다. 울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콘서트가 끝나면 어떨까? 그렇게 허무할 수가 없다. 꿈같은 시간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보면, 모든 게 너무 비현실적이다. 화려한 조명도 흥분된 목소리도, 부둥켜안았던 옆사람도 없다. 그냥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시간이 흐른다. 이런 사건이 반복되면, 즉 강력한 행복과 급격한 우울이 반복되는 삶을 살게 되면, 급격한 우울증이 올 수 있다. 감정 조절을 잘 못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양극성 장애(조울증)가 올 수도 있다. 자기 통제력이 하락하여 도덕적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사실 강력한 한 방의 행복은 체력 소모도 심하다. 생전 놀이기구 한 번 타지 못하다가, 하루 종일 뛰어다니면서 놀이기구를 타고, 소리 지르고 놀았다고 해보자. 다음날 너무 힘들어서 아무것도 못할 확률이 높다. 축구를 너무 하고 싶었는데, 못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5시간 넘게 축구를 했다고 하자. 직장인이라면 다음날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을 것이다. 급류 타기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놀 때는 좋았는데, 다음날에는 근육이 욱신욱신하는 후유증이 있다.
이제 다시 질문하려고 한다.
‘________ 면, 행복하다!’
당신은 이제 빈칸(____)에 어떤 말을 넣을 것인가?
강력한 한 방인가?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아침에 책상 정리를 하면, 행복하다!’
‘조용하게 음악을 틀고 책을 읽으면, 행복하다!’
‘라디오를 들으며 커피 한 잔 하면, 행복하다!’
‘집 근처 공원을 한 바퀴 걸으면, 행복하다!’
‘퇴근하면서 저녁노을을 보면, 행복하다!’
‘매일 기도하고 명상하면, 행복하다!’
‘길가에 핀 꽃을 보면, 행복하다!’
이제 이런 말들이 채워지지 않았을까?
이런 행복은 매일 경험할 수 있다. 강도는 좀 약하다. 놀이기구 타는 것이나 콘서트장에서 락이나 힙합 공연을 보는 것을 고강도 행복이라고 한다면,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은 저강도 행복이다.
그러나 이런 저강도 행복이 우리에게 더 활력을 준다. 우리에게 침착함을 유지하게 해 주고, 평정심을 주며, 만족을 느끼게 하는 건 바로 매일 경험할 수 있는 저강도 행복이다. 저강도 행복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지도 않는다. 그것을 경험한 후에 일상이 굉장히 달라 보인다거나,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로 피곤한 일도 없다. 그저 매일 나를 미소 짓게 하고, 매일 잔잔하게 나를 채워준다.
우리의 삶을 돌아보자. 과연 나는 강력한 한 방을 원하고 살았는가? 아니면 일상의 잔잔한 행복들을 자주 경험하고 살았는가? 전자였다면, 후자로 바꿔보자! 그것만으로도 당신의 삶은 행복해지고,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Happiness is the frequency, not the intensity!
*주요 참고문헌
Diener, E., Sandvik, E., & Pavot, W. (2009). Happiness is the frequency, not the intensity, of positive versus negative affect. In Assessing well-being (pp. 213-231). Springer, Dordrec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