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냉소적인 사람에게 냉소적이다
: 냉소적 신념과 낮은 소득
2015년 12월 1일, 세계최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 Facebook의 대표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와 프리실라 찬(Priscilla Chan)은 딸을 출산했다. 그리고 그날 마크 주커버그는 자신의 딸에게 편지를 쓰면서, 자신의 딸과 함께 자랄 모든 아이들의 교육과 건강을 위해 450억 달러를 기부한다고 선언한다. 이는 Facebook 주식의 99%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전 세계의 부자들 중에 자신은 1%만 가지겠으니, 99%는 사회를 위해 내놓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곳곳에서 찬사가 이어졌지만, 찬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2일 후인 2015년 12월 3일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는 “마크 주커버그의 이타심이 어떻게 자기 자신을 돕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표한다. 이 기사의 핵심은 마크 주커버그의 기부는 실상 세금 감면 혜택을 노린 것이며, 99%를 기부하면서 대단히 선한 일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가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주커버그가 아무런 사심 없이 순수한 목적으로 기부한 것이 아니며, 그 안에 감추어진 내막이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당신은 어떤 사실을 믿겠는가? 2015년 12월 1일에 마크 주커버그가 딸에게 쓴 진심 어린 편지를 믿을 것인가? 아니면, 2015년 12월 3일에 뉴욕타임즈가 의심과 냉소가 가득한 눈으로 쓴 기사를 믿을 것인가? 어느 것을 선택하든 당신의 자유이지만, 혹 후자를 선택했다면, 이 글을 읽고 나서는 전자의 선택을 했으면 한다. 지금 소개할 Stavrova와 Ehlebracht(2016)는 세상을 냉소하는 사람은 세상도 그 사람을 냉소하고 기회를 주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소득이 낮아짐을 보여주었다.
이들의 첫 번째 연구는 Americans’ Changing Lives 조사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된 3,617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이 데이터베이스에는 미국인의 소득이 5회기(1986, 1989, 1994, 2002, 2011)에 걸쳐 측정되어 있고, 냉소주의는 2회기(2002, 2011)에 걸쳐 측정되어 있었다. 이 연구의 관심은 냉소주의이기 때문에 2002년과 2011년 데이터를 통해 냉소주의와 소득의 관계를 확인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냉소주의는 Cook-Medley의 냉소적 불신 척도(Cook-Medley cynical distrust scale)를 통해 측정되었다. 냉소적 불신 척도에 포함된 문항에는
1)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자기 자신을 기꺼이 내놓지 않는다.
Most people inwardly dislike putting themselves out to help other people.
2)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익 혹은 이득을 얻는데, 다소 부정한 방법을 사용한다.
Most people will use somewhat unfair means to gain profit or an advantage rather than lose it.
3)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출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한다.
I think most people would lie in order to get ahead.
4)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에게 이득이 있기 때문에 친구를 사귄다.
Most people make friends because friends are likely to be useful to them.
5) 아무도 믿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It is safer to trust nobody.
6) 아무도 당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No one cares much what happens to you.
7)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짓말이 들통날까봐 두려울 때만 정직하다.
Most people are honest chiefly through fear of being caught.
8) 나는 일반적으로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의 숨겨진 저의가 무엇일지 궁금하다.
I commonly wonder what hidden reasons another person may have for doing something nice to me.
들이 있다(Cook & Medley, 1954). 조사 참가자들은 이 모든 문항에 1점부터 4점 사이로 답변했는데, “1점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2점은 동의하지 않는다, 3점은 동의한다, 4점은 매우 동의한다”이다. 결과분석은 이 모든 문항들의 평균을 사용하여 이루어졌다. 결과적으로 2002년에 냉소적 불신 점수가 높은 사람들 일수록 2011년에서 소득이 감소하는 냉소적 불신과 소득의 부적 상관관계를 관찰하였다(r = -.18, p < .001). 즉 10년 전에 냉소적 불신이 강한 사람일수록 10년이 지난 후에 소득이 감소하였고, 10년 전에 냉소적 불신이 약한 사람일수록 10년이 지난 후에 소득이 증가하였다.
이들의 두 번째 연구는 다른 데이터베이스에서 이루어졌다. The General Social Survey의 데이터베이스였는데, 2010년과 2012년에 걸쳐 냉소적 불신과 소득이 측정되었다. 두 회기에 걸쳐 두 가지 데이터가 모두 존재하는 사람은 497명이었고, 분석은 이 497명을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결과는 첫 번째 연구와 동일하였는데, 2010년에 냉소적 불신이 높은 사람일수록 2012년에 소득이 낮아지고, 2010년에 냉소적 불신이 낮은 사람일수록 2012년에 소득이 높아지는 냉소적 불신과 소득의 부적 상관관계가 나타났다(r = -.23, p < .01).
그림 1. German Socio-Economic Panel(GSOEP)에서 수집한 냉소적 불신 점수를 가장 낮음(cynicism min), -1표준 편차 낮음(cynicism –1SD), 평균(cynicism mean), +1표준 편차 높음(cynicism +1SD), 가장 높음(cynicism max)으로 구분한 후, 각 집단별 소득과 비교한 그림이다.
세 번째 연구는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독일에서 수집한 German Socio-Economic Panel(GSOEP)에서 냉소적 불신과 소득 모두가 측정된 15,698명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냉소적 불신이 측정된 2003년과 2012년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그림-1은 이 분석의 결과를 보여준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 냉소적 불신의 점수를 가장 낮은 수준부터 가장 높은 수준까지 다섯 개의 집단으로 구분하였고, 각 집단별 2003년 소득과 2012년 소득을 비교하였다. 먼저 2003년에 냉소적 불신이 낮을수록 2003년 소득이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2003년에 냉소적 불신이 낮을수록 2012년에 소득이 더 높아짐을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2003년에 냉소적 불신이 높을수록 2003년에 소득이 낮고, 2003년에 냉소적 불신이 높을수록 2012년에 소득이 증가하는 폭이 작다.
네 번째 연구는 냉소적 불신과 연관성이 높은 성격 변인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이를 위해 세 번째 연구에서 활용했던 German Socio-Economic Panel(GSOEP)의 데이터를 활용하였고, 개방성, 외향성, 원만성, 꼼꼼함, 신경증의 다섯 가지 성격변인과 냉소적 불신이 측정된 2005년과 2006년 데이터를 활용하였다. 이 데이터에 포함된 인원은 1,063명이었다. 결과적으로 냉소적 불신과 정적인 관련성이 가장 높은 성격 변인은 신경증(r = .22, p < .001)인 것으로 나타났고, 부적인 관련성 높은 요인은 외향성(r = -.15, p < .01)과 개방성(r = -.13, p < .01)으로 나타났다.
그림 2. 베풂 지수(Giving Index)와 개인의 냉소주의, 그리고 소득의 삼원상호작용
다섯 번째 연구는 국가적 비교를 위해 이루어졌다. 연구를 위해 European Value Data에 포함된 18개국 데이터가 활용되었는데, 이 데이터에는 사회적 수준의 냉소적 불신(Social cynicism)과 베풂 지수(Giving Index), 개인적 수준의 냉소적 불신(Individual cynicism), 국가 내 개인들의 소득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림-2는 베풂 지수(Giving Index)와 개인의 냉소주의, 그리고 소득의 삼원상호작용을 보여준다. 먼저 국가의 베풂 지수가 평균보다 1표준편차 낮은(검은 실선) 국가에 사는 개인들은 개인의 냉소적 불신 점수가 소득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다. 그러나 국가 수준에서 베풂 지수가 평균보다 1표준편차 높은(회색 실선) 국가에 사는 개인들은 냉소적 불신 점수가 소득에 미치는 효과가 커서 냉소적 불신이 높을수록 소득이 급격하게 감소한다.
그림 3. 사회적 수준의 냉소적 불신과 개인적 수준의 냉소적 불신, 그리고 소득의 삼원상호작용
그림-3은 사회적 수준의 냉소적 불신(Social cynicism)과 개인의 냉소주의(Individual cynicism), 그리고 소득의 삼원상호작용을 보여준다. 먼저 사회적 수준의 냉소적 불신이 평균보다 1표준편차 높은(회색 실선) 국가에 사는 개인들은 개인의 냉소적 불신 점수가 소득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다. 그러나 사회적 수준의 냉소적 불신이 평균보다 1표준편차 낮은(검은 실선) 국가에 사는 개인들은 냉소적 불신 점수가 소득에 미치는 효과가 커서 냉소적 불신이 높을수록 소득이 급격하게 감소한다.
본 연구는 냉소적 불신이 높을수록 소득을 얻을 만한 일을 얻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사회 전체가 서로 신뢰하는 수준이 높고, 냉소적이지 않으며, 서로 서로 베푸는 문화가 있을 때는 냉소적 불신을 가진 사람일수록 소득을 증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가 더 힘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어떤 사람의 행동에 순수한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 적어도 그렇기 믿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함께하려고 한다. 마크 주커버그가 재산의 99%를 기부하는가? 그리고 딸과 함께 자라갈 세대의 교육과 건강을 위해 그렇다고 하는가? 그 저의를 의심하기 전에 그의 선행을 칭찬하자. 그 저의에 세금 감면이 있을 것이라고 냉소적으로 불신하지 말고, 그의 이타심과 베풂에 박수를 보내자.
세상은 냉소적인 사람에게 냉소적이다.
The world is cynical to the cynical.
*더 알고 싶다면,
Cook, W. W., & Medley, D. M. (1954). Proposed hostility and Pharisaic-virtue scales for the MMPI.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38(6), 414-418.
http://dx.doi.org/10.1037/h0060667
Stavrova, O., & Ehlebracht, D. (2016). Cynical beliefs about human nature and income: Longitudinal and cross-cultural analys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10(1), 116-132.
http://dx.doi.org/10.1037/pspp000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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