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는가?
: 자신의 외모를 관리할 줄 아는 행복한 사람
매력이란 무엇일까? 국어사전의 정의에 의하면 매력은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힘’이다. 어떤 사람을 처음 봤을 때 ‘왠지 모르게 함께 해도 좋을 것 같았는가?’ ‘왠지 친해지고 싶었는가?’ ‘왠지 같이 일하면 좋을 것 같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그 사람을 매력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매력은 ‘관계를 형성하고 싶게 만드는 힘’이라고 다시 정의할 수 있다.
매력에 대한 새로운 정의는 한 가지 중요한 전제를 포함한다. 바로 매력은 나의 주관적 판단이 아니라, 타인(공동체 구성원)의 객관적 판단이라는 것이다. 매력은 ‘나는 관계를 형성하고 싶게 만드는 힘을 가진 사람입니다’라고 스스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매력은 ‘당신은 관계를 형성하고 싶게 만드는 힘을 가진 사람입니다’라고 타인이 평가해주는 것이다. 물론 내가 판단하는 주관적 매력은 인생에 아무 쓸모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긍정적 자기지각에 도움이 됨). 단지 매력이라는 것은 그 정의상 타인이 판단하는 것이지 내가 판단할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타인으로부터 매력적이라고 평가받는 사람의 특징은 무엇일까? 심리학적으로 타인의 눈에 매력적이라고 ‘지각’되는(perceived) 사람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더 나아가 타인의 눈에 매력적으로 보여 지도록 가꿀 줄 아는 사람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Diener, Wolsic와 Fujita(1995)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이 ‘행복’에 있음을 시사한다. 먼저 연구자들은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심리학개론 수업을 듣는 학생 420여명의 사진을 찍은 후, 마이크로소프트 파워포인트 소프트웨어의 한 슬라이드에 한 명의 사진이 들어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이 연구에 대해 모르는 8명의 평가들로 하여금 한 슬라이드씩 넘기면서 각 사람의 매력을 10점 척도로 평정하게 하였다(1: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10: 매우 매력적이다).
그리고 매력 점수 상위 4분의 1에 해당하는 68명은 더 매력적인 집단으로, 매력 점수 하위 4분의 1에 해당하는 63명은 덜 매력적인 집단으로 구분하였다. 이렇게 구분된 131명은 별도의 과제를 수행하였는데, 이들의 과업은 포다이스 행복도 검사(Fordyce Sixty-Second Measure of Happiness), 주관적 삶의 만족과 최근 3개월 간 이성과의 데이트 횟수에 응답한 후, 5장의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첫 번째 사진은 평소에 사진을 찍을 때처럼 자유로운 포즈와 표정으로 찍었고(자연스러운 조건), 두 번째 사진은 화장, 장신구, 머리 스타일 등으로 자신을 꾸밈으로써 한껏 멋을 낸 후 무표정하게 찍었으며(꾸미기-중립 조건), 세 번째 사진은 한껏 멋을 낸 후 자신이 지을 수 있는 가장 밝은 미소를 지은 후 찍었고(꾸미기-미소 조건), 네 번째 사진은 화장, 장신구, 머리 스타일 등을 다 제거한 후 무표정하게 찍었으며(꾸미기 없음-중립 조건), 다섯 번째 사진은 역시 화장, 장신구, 머리 스타일 등을 다 제거한 후 가장 밝은 미소를 지은 후 찍었다(꾸미기 없음-미소 조건).
그 후, 참가자들과 연구에 대해서 모르는 10명(남자 5명, 여자 5명)의 평가자들로 하여금 각 사진의 매력을 10점 척도로 평정하게 하였다(1: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10: 매우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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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매력적인 그룹 |
덜 매력적인 그룹 |
|||
남(N = 35) |
여(N = 33) |
남(N = 36) |
여(N = 27) |
||
포다이스 검사 |
7.0 |
7.0 |
6.6 |
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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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만족 |
24.6 |
23.5 |
23.8 |
2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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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횟수 |
9.7 |
17.8 |
9.9 |
10.4 |
|
매력도 |
자연스러운 |
6.4 |
5.9 |
3.5 |
3.8 |
|
꾸미기–중립 |
6.1 |
5.8 |
3.5 |
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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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미기–미소 |
6.1 |
5.7 |
3.7 |
3.8 |
|
꾸미기 없음–중립 |
5.5 |
4.7 |
3.4 |
3.2 |
|
꾸미기 없음–미소 |
5.1 |
4.8 |
3.4 |
3.1 |
표 1. Diener와 동료들(1995)의 연구-2의 결과를 보여준다.
표-1은 이 연구의 결과를 보여준다.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포다이스 검사와 삶에 만족에서는 더 매력적인 그룹과 덜 매력적인 그룹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 즉 매력적이라고 해서 더 행복한 것이 아니었다.
데이트 횟수에 있어서도 전반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매력적인 여성 집단은 매력적인 남성의 2배에 달하는 데이트 횟수를 보이면서 성별의 효과를 보여주었다. 구체적으로 남성은 매력적이라고 해서 데이트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은 매력적이면 데이트가 증가한다.
5장의 사진에 기초한 매력 평가에 있어서는 더 매력적인 집단이 덜 매력적인 집단보다 높은 매력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평소와 같이 자연스러운 포즈로 찍은 사진에서 지각된 매력과 한껏 멋을 부리고 찍은 매력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또한 꾸밀 때의 매력을 꾸미지 않을 때의 매력보다 높게 평가하는 꾸미기의 주효과는 있었지만, 중립적 표정인지, 미소를 지었는지 자체는 매력 평가에 영향을 발휘하지 못함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연구는 매력이 높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며, 미소 짓는다고 더 매력적이 되는 것도 아님을 보여준다. 그러나 자신을 꾸미고, 가꾸는 것은 매력에 중요한 요인임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옷이 날개다. 혹자는 덜 매력적인 사람들 사이에서는 꾸미는 것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결과는 덜 매력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를 가꿔보지 않은 결과일 가능성이 있기에 신중한 해석을 필요로 한다. 즉 두 집단의 매력 차이가 외모의 차이라기보다 더 잘 꾸미고, 못 꾸미고의 차이일 수 있다.
이처럼 매력은 행복을 예측하지 못하고, 매력은 타고난 외모가 아니라 자기관리와 꾸미기에 달렸다. 그렇다면 이제 반대로 질문해 보자. 행복한 사람은 더 매력적으로 보일까? 그리고 자기관리와 꾸미기를 더 잘하는 사람이 더 매력적이고, 심지어 더 행복할까?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 위에서 심리학 개론을 듣는 일리노이 대학생 450여명을 대상으로 포다이스 행복도 검사를 시행한 후(1: 최고로 우울한 상태, 6: 약간 행복한 상태, 8: 매우 행복한 상태, 11: 환상적인 상태), 행복 점수 상위 25%를 더 행복한 집단, 하위 25%를 덜 행복한 집단으로 구분하였다.
그렇게 구분된 146명의 참가자들은 삶의 만족과 데이트 횟수에 응답하였고, 자연스러운 반신 사진, 자연스러운 전신사진, 꾸미기 없는 전신 사진 그리고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45~60초 정도 자신의 대학생활에 대해 말하는 비디오를 촬영하였다. 그리고 이 연구에 대해 모르는 24명의 평가자들로 하여금 각 사진과 비디오 클립을 본 후, 얼마나 매력적인지 10점 척도로 평가하게 하였다(0: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9: 매우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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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행복한 그룹 |
덜 행복한 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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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N = 37) |
여(N = 57) |
남(N = 23) |
여(N = 29) |
||
포다이스 검사 |
8.0 |
7.9 |
5.8 |
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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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만족 |
28.6 |
27.9 |
20.3 |
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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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횟수 |
11.8 |
16.0 |
7.2 |
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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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도 |
자연스러운 반신사진 |
3.8 |
4.6 |
3.4 |
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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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전신사진 |
4.3 |
4.6 |
3.9 |
4.6 |
|
꾸미기 없음 전신사진 |
4.0 |
4.1 |
4.0 |
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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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비디오 인터뷰 |
5.2 |
5.5 |
4.6 |
5.2 |
표 2. Diener와 동료들(1995)의 연구-3의 결과를 보여준다.
표-2는 이 연구의 결과를 보여준다. 먼저 더 행복한 그룹이 덜 행복한 그룹보다 데이트를 많이 하였다. 이는 매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데, 연구에 대해서 모르는 24명의 평가자들은 더 행복한 그룹의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의 꾸미기(화장, 장신구, 머리스타일)가 있었던 자연스러운 반신사진과 전신사진을 덜 행복한 그룹의 같은 사진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평가하였다.
화장, 장신구, 머리스타일을 모두 제거 하게한 경우에는 더 흥미로운 결과를 관찰할 수 있었다. 즉 꾸미기를 모두 제거하게 하자, 더 행복한 집단과 덜 행복한 집단의 매력도에 차이가 없어진 것이다. 이를 직전의 결과와 함께 해석해보면, 행복한 사람들이 덜 행복한 사람들보다 평소에 더 잘 꾸미기 때문에 매력적이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또한 덜 행복한 집단의 자연스러운 사진이 매력적이지 못했던 이유는 더 행복한 집단보다 꾸미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이는 평소수준의 자연스러운 인터뷰 비디오에 대한 평가에서는 더 행복한 집단이 덜 행복한 집단보다 매력적이었다는 것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요약하면, 더 행복한 사람이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자신을 관리한 모습은 덜 행복한 사람의 그것보다 매력적이다. 그러나 행복한 사람이라도 평소에 꾸미고 다니던 것들을 다 제거하면, 덜 행복한 사람의 매력과 차이가 없다. 즉 더 행복한 사람이 덜 행복한 사람보다 평소에 자신의 외모를 더 잘 가꾼다.
본 연구는 매력적인 사람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매력적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가진다. 아울러 행복한 사람이 매력적인 이유가, 행복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외모를 관리하고, 가꾸는 것에 있음을 보였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본 연구는 자기관리를 통해 드러난 한 사람의 외모가 드러나지 않은 그 사람의 성실성(Sincerity), 근면성(diligence), 꼼꼼함(Conscientiousness) 등의 지표일 수 있음도 보여준다. 즉 매력적으로 평가받는 사람은 평소 자신의 할 일을 빼놓지 않고 다 하고(빨래나 빨래 널기, 다림질 등을 집안일을 미루지 않을 것임), 부지런하며(외모를 잘 가꾸고 출근하기 위해 일찍 일어날 것임), 체계적이고 꼼꼼한 사람(내일 뭐 입을지 전날 정해둬야 할 것임)일 가능성이 있다. 즉 사람이 외모관리를 매력의 중요한 요건으로 보게 된 근본에 매력이 내포하고 있는 성실성, 근면성, 꼼꼼함이라는 기제가 작용할 수 있다.
우리는 외모를 봄으로써 그 사람의 성실성, 근면성, 꼼꼼함 등의
자기관리 능력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렇게 자기관리를 잘하는 사람에게 발산되는
행복을 매력이라고 느끼는 것이 아닐까?
*더 알고 싶다면,
Diener, E., Wolsic, B., & Fujita, F. (1995). Physical attractiveness and subjective well-be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9(1), 120-129.
http://dx.doi.org/10.1037/0022-3514.69.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