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증가의 힘은 소득 불평등이 감소시킨다.
: 이스털린 역설(Easterlin paradox)-3
지금 이 순간 나보다 부자인 친구가 나보다 행복할까? 이 질문에 대한 경제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의 대답은 대부분 ‘네(yes)’일 가능성이 높다. 같은 시점에서 소득이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보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권리를 가질 가능성이 높고, 돈을 사용하여 서비스를 받음으로써 존중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즐거운 오락을 즐길 가능성이 높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가능성이 높으며, 지루함, 우울, 신체적 고통 등을 경험할 가능성이 낮다. 이처럼 소득은 인간의 기본욕구 충족에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같은 시점에서 소득이 높은 사람은 소득이 낮은 사람보다 기본욕구를 더 충족시킬 수 있고, 이에 따라 더 행복할 수 있다.
자! 그럼 질문을 바꿔보자. 부자인 그 친구는 10년 전보다 연소득이 3배 증가했다. 그 친구는 10년 전보다 지금 더 행복해졌을까? 비슷하게 나도 10년 전보다 연소득이 3배 증가했다. 나는 10년 전보다 지금 더 행복해졌을까? 이것에 대한 경제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의 대답은 대부분 ‘아니오(no)’일 가능성이 높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대표적인 요인은 두 가지 정도다. 먼저 그 친구는 10년 전에도 나보다 부자였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나보다 부자이다. 즉 두 친구 동일하게 3배 씩 소득이 증가했지만, 내가 부자였던 그 친구보다 경제적 지위가 높아진 것이 아니다. 경제적 지위는 그대로다. 즉 실질 소득 증가와는 별개로 내 사회-경제적 지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에 따라 내가 누리고 즐길 수 있는 것들도 사실상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부자 친구가 누리고 즐길 수 있는 것들도 사실상 별 차이가 없다. 부자이던 사람이 3배 더 부자가 됐다고, 하루에 3끼 먹던 것을 9끼 먹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두 번째, 요인은 비율로 봤을 때는 동일한 3배이지만, 부자이던 친구의 3배 자산 증가와 가난하던 나의 3배 자산 증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자산이 천만원이던 내가 10년 후 자산이 3배 늘어, 가지게 된 것은 삼천만원이다. 즉 실제 자산 증가는 이천만원이다. 그러나 원래 자산이 2억원이던 부자 친구의 3배 늘어난 자산은 6억원이다. 즉 4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요약하면 나는 이천만원 늘었지만, 친구는 4억원이 늘었고, 나는 3천만원이 되었지만, 친구는 6억원이 되었다. 친구와 나의 자산 차이가 10년 전에는 1억 9천만원이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5억 7천만원 차이가 되었다.
바로 이것이다. 부자인 사람은 더 부자가 되었고, 가난 사람과의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진 소득불균형(income inequality)이 특정 기간 동안 실질 소득 증가에도 불구하고, 소득이 행복을 크게 증가시키지 못하는 주원인이다. 지니계수는 소득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소득분배지표이다(Gini, 1912). 지니계수(Gini coefficient)는 0에서 1사이의 수치로 표시되는데 소득분배가 완전평등한 경우가 ‘0’, 완전불평등한 경우가 ‘1’이다.
그림 1. 로렌츠 곡선이다. X축은 인구누적 비율을 Y축은 소득누적 비율을 보여준다. 소득 불평등도는 A면적을 A와B를 합친 면적으로 나누어서 계산한다. 즉 A/(A+B)로 표현할 수 있다.
지니계수는 그림-1과 같은 로렌츠곡선을 이용하여 계산할 수 있다. 로렌츠곡선을 그리기 위해서는 소득이 낮은 사람부터 높은 사람 순으로 전체 인구를 나열하여 총인구를 100으로 설정하고 가로축은 인구누적비율로, 세로축은 이 사람들의 소득을 차례로 누적한 총소득을 100으로 하는 소득누적비율로 설정한다. 그리고 인구누적비율과 해당소득누적비율을 연결한 선을 로렌츠곡선(Lorenz curve)이라고 정의한다.
지니계수는 대각선과 로렌츠곡선 사이의 면적(A)을 대각선 아래 삼각형 전체의 면적(A+B)으로 나누어 얻은 값과 같기 때문에 로렌츠곡선을 이용하여 계산한다[A/(A+B)]. 소득분배가 완전히 평등하다면, 즉 모든 사람의 소득이 같다면 대각선과 로렌츠곡선 사이의 면적이 ‘0’이 되어 지니계수 역시 ‘0’이 된다. 반대로 소득분배가 완전히 불평등하다면 로렌츠곡선은 직각의 형태를 갖게 된다. 이때는 대각선과 로렌츠곡선 사이의 면적이 대각선 아래 삼각형 전체의 면적과 일치하여 지니계수는 ‘1’이 된다.
그림 2. 소득불평등과 아주 행복하다고 응답하는 사람의 비율의 관계.
Oishi와 Kesebir(2015)는 이 지니계수를 활용하여 소득불균형이 소득의 행복 증진 효과를 막는 중요한 요인임을 개인수준과 국가수준에서 보여주었다. 그림-2에서 확인할 수 있듯 지니계수가 낮은 해일수록 아주 행복한 사람들이 증가하지만, 지니계수가 높은 해일수록 아주 행복한 사람들이 감소함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소득이 불평등해질수록(지니계수가 높아질수록) 아주 행복한 사람들이 감소하고, 소득이 평등해질수록(지니계수가 낮아질수록) 아주 행복한 사람들이 증가한다. 이는 개인수준의 행복에 소득불평등이 미치는 효과를 보여준다.
그림 3. 소득불균형 그리고 돈과 행복사이의 연관성. X축은 지니계수이고, Y축은 돈과 행복의 연관성이다.
그림-3은 소득불평등이 심한 국가(지니계수가 높은 국가)일수록 소득이 행복에 미치는 효과가 작고, 소득불평등이 낮은 국가(지니계수가 낮은 국가)일수록 소득이 행복에 미치는 효과가 높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페루(Peru)같은 국가는 지니계수(X축)가 .5으로 매우 높은데, 소득과 행복의 관계(Y축)이 ‘0’에 가깝다. 즉 행복과 소득이 거의 관계가 없다. 그러나 스웨덴(Sweden)은 지니계수가 .3 이하로 상당히 낮은데, 소득과 행복의 관계가 +.5로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결과들에서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은 소득격차를 줄이는 것이 이스털린 패러독스를 해소하는데 유익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한 나라의 평균소득 증가가 1% 부자들에 의해 견인된 것이라면, 그리고 나머지 99%의 소득은 아무런 증가가 없었다면, 그 나라의 평균 행복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그 나라의 평균소득 증가가 그 나라 사람 30% 이상의 소득 증가에 의해 견인된 것이라면, 그 나라의 사람 30%의 행복이 증가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알고 싶다면,
Oishi, S., & Kesebir, S. (2015). Income inequality explains why economic growth does not always translate to an increase in happiness. Psychological Science, 26(10), 1630-1638.
https://doi.org/10.1177/0956797615596713
Gini, Corrado (1912). Variabilità e mutabilità. Reprinted in Pizetti, E.; Salvemini, T., eds. (1955). Memorie di metodologica statistica. Rome: Libreria Eredi Virgilio Ves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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