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실패는 나의 기쁨
: 비교를 통해 웃고 우는 불행한 사람
양팔 저울은 무게를 정확히 측정하는 용도와 무게를 비교하는 용도로 모두 쓰일 수 있다. 우리 마음에도 양팔 저울이 있다면, 당신은 이것을 무게를 측정하는 것에 쓰고 있는가? 비교하는 것에 쓰고 있는가?
양팔 저울은 무게를 측정하기 위해서도 쓸 수 있고, 무게를 비교하는 용도로도 쓸 수 있다. 무게를 측정하는 용도로 양팔 저울을 쓸 때는 한쪽에 600그램짜리 추를 올려놓은 후, 다른 쪽에 소고기를 한 조각이 올려놓다가 600그램에 도달하면 두 저울은 수평을 이루게 되는데,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소고기가 600그램(한 근)임을 알게 된다. 무게를 비교할 때는 한 쪽에 사과를 다른 쪽에 배를 올려놓고, 둘 중에 더 내려간 쪽이 무게가 무겁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저울을 우리 마음에 옮겨 놓는다면 어떤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까? 다양한 용도가 가능하겠지만, 먼저 우리의 성취를 달아보는 용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한쪽에 각자가 정한 성취의 목표를 올려놓은 후, 반대쪽에 우리가 실제로 수행하면서 이룬 성취를 올려놓아 둘이 수평이 되면,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아울러 성취를 비교하는 용도도 될 수 있다. 한쪽에 자신의 성취를 올려놓고, 다른 쪽에 타인의 성취를 올려놓아 내 쪽의 기울면 내가 더 잘한 것이고, 타인 쪽으로 기울면 타인이 더 잘한 것이 된다.
한쪽에 자신의 성취를 올려놓고 다른 쪽에 자신의 수행을 올려놓을 때는 자신의 성취에 대해서만 평가하기 때문에 수평을 이루면(목표 달성) 좋고, 더 무거우면(초과 달성) 더 좋고, 달성하지 못해도(미흡) 더 노력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한쪽에 타인의 성취를 올려놓는 순간 이것은 전혀 다른 문제가 되는 것 같다. 타인보다 무거우면 좋지만, 타인보다 가벼우면 기분이 좋지 못하며, 타인과 같더라도 그것은 타인과 내가 같은 수준이라는 뜻이기에 더 좋을 이유가 없다. 심지어 자신의 성취 목표라는 추는 이미 달성했음에도 타인이 그것을 넘어섰다는 것을 알게 되면 상대적 박탈감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 마음의 저울에 한 쪽에 대부분 타인의 성취를 올려놓는 사람, 즉 저울을 ‘비교의 용도’로 쓰는 사람과 우리 마음의 저울 한쪽에 대부분 자신의 성취를 올려놓는 사람, 즉 저울을 ‘측정의 용도’로 쓰는 사람을 구분하는 중요한 심리적 특성은 무엇일까?
Lyubomirsky와 Ross(1997)는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성취를 평가하는 사람들(비교의 저울)이 자기 자신의 성취 자체로 자신을 평가하는 사람들(측정의 저울)보다 불행한 사람들임을 보여주면서 비교를 통해 스스로를 평가하지 않는 것이 행복의 조건임을 확인하였다.
두 사람의 첫 번째 연구는 스탠포드 대학교 학부생 50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실험에 도착한 50명은 먼저 행복과 관련된 4가지 설문에 각각 7점 척도로 응답하였다. 첫 번째 문항은 자기 스스로 얼마나 행복하다고 생각하는지(1: 전혀 행복하지 않다, 7: 매우 행복하다), 두 번째 문항은 또래들에 비해 자신이 얼마나 행복하다고 생각하는지(1: 전혀 행복하지 않다, 7: 매우 행복하다), 세 번째 문항은 자신은 특별히 좋은 일이 없어도 행복한 사람인지(1: 전혀 그렇지 않다, 7: 매우 그렇다), 네 번째 문항은 자신은 특별히 나쁜 일이 없어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인지(1: 매우 그렇다, 7: 전혀 그렇지 않다)였다.
행복에 대한 측정을 마친 참가자들은 자신이 퍼즐 맞추기 능력을 7점 척도로 평가하였다(1: 매우 못함, 7: 매우 잘함).
행복과 자신의 수행을 예측하는 질문에 응답한 참가자들은 철자 맞추기 퍼즐을 진행하였다. 참가자는 다른 참가자와 함께 나란히 앉았고 실험자는 앞에 있는 테이블 곁에 앉았다. 이때 다른 참가자는 사실상 실험 조력자(연기자)였다. 실험자는 두 사람에게 뒤섞인 철자가 적힌 종이를 나눠주었는데, 종이에는 A-S-S-B-I, Y-O-N-S-W, N-O-X-T-I 등이 쓰여 있었고, 참가자는 이것을 BASIS, SNOWY, TOXIN이라고 맞추면 되었다.
참가자는 주어진 낱말을 맞출 때마다 받은 종이를 실험자에게 되돌려주었고, 그러면 실험자는 새로운 낱말이 적힌 종이를 제공하였다. 참가자는 옆에 앉은 다른 참여자가 자신보다 퍼즐을 빨리 맞추는지, 늦게 맞추는지가 알 수밖에 없었는데, 실험자가 퍼즐 종이에 숫자를 부여하고, 그 숫자가 선명하게 보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즉 한 참가자가 1번을 푼 후, 그 다음으로 5번을 받았다면, 다른 참가자가 2, 3, 4번을 이미 풀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반대로 내가 1번을 푼 후, 바로 2번을 받았다면, 다른 참가자보다 내가 빨리 풀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실험자는 참가자에게 연습장 사용을 허용하되 새로운 퍼즐을 받을 때마다 새로운 종이를 사용하도록 지시했다. 예상할 수 있듯이 종이를 넘길 때는 ‘사각사각’ 소리가 들리는데, 옆에 앉은 참가자에게서 이 소리가 들리는 간격이 당신보다 빠르다면, 당신은 옆 사람보다 퍼즐을 늦게 풀고 있다는 신호이다. 반면 옆에 앉은 참가자에게서 이 소리가 들리는 간격이 느리다면, 당신은 옆 사람보다 퍼즐을 빨리 풀고 있다는 신호이다.
낱말 퍼즐 맞추기 과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다시 한 번 자신의 행복(네 가지 질문에 7점 척도로 응답)과 능력(1: 매우 못함, 7: 매우 잘함)을 평가하였다.
분석을 위해 과제 수행 전 참가자들의 행복 점수 상위 50% 집단을 행복한 집단으로 하위 50% 집단을 행복하지 않은 집단으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행복한 집단과 행복하지 않은 집단의 참가자들의 행복이 과제 수행 전과 후에 얼마나 달라졌는지 그리고 과제 수행 전 능력 평가와 수행 후의 능력 평가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비교해보았다.
그림 1. 과제 수행 전후의 능력 평가 변화(수행 후 평가 – 수행 전 평가).
그림-1은 퍼즐 맞추기 수행 전과 후의 참가자들의 능력 평가 변화를 보여준다. 먼저 행복한 집단(happy)은 옆에서 수행한 사람이 자신보다 빠르게 했을 때와 느리게 했을 때 모두 과제 수행 전보다 과제 수행 후 자신의 능력을 더 높게 평가했다. 물론 옆에서 수행한 사람이 자신보다 느렸을 때 자신의 능력을 조금 더 높게 평가하긴 했지만, 처음 생각보다 스스로를 높게 평가했다는 사실 자체는 동일했다.
그러나 행복하지 않은 집단(unhappy)은 달랐다. 이들은 옆에서 수행한 사람이 자신보다 느리게 했을 때만 과제 수행 후 자신의 능력을 과제 수행 전보다 높게 평가했고, 옆에서 수행한 실험 조력자가 자신보다 빨랐을 때는 과제 수행 후 자신의 능력을 과제 수행 전보다 낮게 평가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그림 2. 과제 수행 전후의 행복 평가 변화(수행 후 평가 – 수행 전 평가).
그림-2는 퍼즐 맞추기 수행 전과 후의 참가자들의 행복도 변화를 보여준다. 먼저 행복한 집단(happy)은 옆에서 수행한 사람이 자신보다 빠르게 했을 때와 느리게 했을 때 모두 과제 수행 전보다 과제 수행 후 자신이 더 행복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행복하지 않은 집단(unhappy)은 여기서도 달랐다. 이들은 옆에서 수행한 사람이 자신보다 느리게 했을 때만 과제 수행 후 자신의 행복을 과제 수행 전보다 높게 보고했고, 옆에서 수행한 실험 조력자가 자신보다 빨랐을 때는 과제 수행 후 자신의 행복 과제 수행 전보다 낮게 보고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이는 행복이 높은 사람들은 비교를 통해 자신을 평가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내적 기준에 따라 자신을 평가한 반면, 행복이 낮은 사람들은 비교가 자신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스탠포드 대학교 학부생 81명(남 44, 여 37)이 참가한 두 번째 연구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보여주었다. 참가자들은 첫 번째 연구에서 사용한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행복을 측정하였다. 결과적으로 참가자들 중 42명은 행복한 집단으로, 나머지 39명은 행복하지 않은 집단으로 분류되었다.
참가자들의 과제는 6~7세 아동들이 관객이라고 상상하면서 <허락 없이 가지고 놀던 친구의 장난감을 망가지게 한 상황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메시지를 손가락 인형 연극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었다. 참가자들에게는 강의실 뒷벽의 반거울(one-way mirror) 너머에 평가자가 있다고 알려주었고, 또한 그들의 연기가 녹화되고 있는 것 같은 상황을 연출하였다. 이렇게 과제를 제시받은 참가자는 과제를 수행하기 전에 자신이 얼마나 잘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은지를 7점 척도로 측정하였고(1: 매우 못함, 7: 매우 잘함), 곧 이어 과제를 수행하였다.
과제 수행이 끝나면, 조건에 따라 전혀 다른 피드백이 제공되었다. 이 피드백은 실제 평가가 아니라, 연구자들에 의해 조작된 것이었다. 먼저 참가자의 4분의 1은 다른 동료들은 어땠는지에 대한 언급 없이 우수하다(7점 만점에 6점)는 평가를 받았고(positive; no peer feedback), 다른 4분의 1은 우수한데(7점 만점에 6점) 다른 참가자가 더 잘했다(7점 만점이라는 놀라운 점수를 받았다)는 평가를 받았다(positive; peer even better).
그리고 또 다른 4분의 1은 다른 동료에 대한 언급 없이 미흡하다(7점 만점에 2점을 받았다고)는 평가를 받았고(negative; no peer feedback), 나머지 4분의 1은 미습한데 다른 사람은 너보다 더 미습하다(다른 사람은 1점을 받았다고)는 평가를 받았다(negative; peer even better).
그림 3. 과제 수행 전후의 행복 평가 변화(수행 후 평가 – 수행 전 평가).
그림-3은 참가자들의 과제 수행 전후의 행복도 변화를 보여준다. 먼저 행복한 그룹은 동료와의 비교와 관계없이 우수한 성적이라는 긍정적인 피드백(7점 만점에 6점)을 받았을 때는 과제 수행 전보다 높은 행복을 보고 한 반면, 미흡하다는 부정적인 피드백(7점 만점에 2점)을 받았을 때는 과제 수행 전보다 낮은 행복을 보고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부여된 피드백에 의해서만 행복이 변화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행복하지 않은 그룹은 다른 동료의 결과를 모른 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는 과제 전보다 과제 후에 더 행복하였지만, 우수한데 다른 동료는 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는 과제 전보다 오히려 행복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심지어 행복하지 않은 그룹은 다른 동료의 결과를 모른 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는 과제 수행 후의 행복이 과제 전보다 낮아지지만, 다른 동료가 자신보다 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는 과제 수행 후의 행복이 과제 전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보였다.
그림 4. 과제 수행 전후의 자신감 평가 변화(수행 후 평가 – 수행 전 평가).
그림-4는 참가자들의 과제 수행 전후의 자신감 변화를 보여준다. 먼저 행복한 그룹은 동료와의 비교와 관계없이 우수한 성적이라는 긍정적인 피드백(7점 만점에 6점)을 받았을 때는 과제 수행 전보다 높은 자신감을 보고 한 반면, 미흡하다는 부정적인 피드백(7점 만점에 2점)을 받았을 때는 과제 수행 전보다 낮은 자신감을 보고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부여된 피드백에 의해서만 자신감이 변화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행복하지 않은 그룹은 다른 동료의 결과를 모른 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는 과제 전보다 과제 후에 더 자신감이 높았지만, 우수한데 다른 동료는 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는 과제 전후의 자신감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행복하지 않은 그룹은 다른 동료가 자신보다 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는 과제 수행 후의 행복이 과제 전보다 높아지는 기현상을 보였다. 이는 행복이 낮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부여된 평가에 집중하기보다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잘했는지, 못했는지에 주목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행복하지 않은 그룹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을 실천하듯이 다른 사람이 잘 된 것에 배 아파하고, 다른 사람의 실패를 보면서 고소해했다. 행복한 사람은 실패의 쓴 맛과 성공의 단 맛이 모두 자신에게 달려있었지만, 불행한 사람에게는 단 맛과 쓴 맛이 모두 타인에게 달려있었다.
마음의 저울을 자신의 내적 기준과 실제 성취 사이를 측정하는 용도로 쓸지, 아니면 내 성취와 타인의 성취를 비교하는 용도도 쓸지는 당신의 자유다. 그러나 그 저울로 내적 기준과 실제 성취 사이의 일치도를 측정하는 사람이 더 행복하고, 같은 저울로 타인과 나의 성취를 비교하는 사람은 더 불행하다는 사실은 당신의 자유가 아닌, 당신이 마음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영향을 받는 과학적 현상이다.
마음의 저울을 타인의 성취와 비교하는데 사용하기보다,
자신의 내적 기준을 측정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어떨까?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Lyubomirsky, S., & Ross, L. (1997). Hedonic consequences of social comparison: A contrast of happy and unhappy peopl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3(6), 1141-1157.
http://dx.doi.org/10.1037/0022-3514.73.6.1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