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청년경찰’의 배경이 되었던 대림동. 대림동 일대와 조선족이 범죄의 중심으로 그려지는 것에 대하여 지역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하였고, 상영금지 촉구 공동대책위를 결성하였다. 약 2년 반에 걸친 민사소송의 화해 권고에 따라, 청년경찰 제작사 측의 사과를 받은 바 있다. 점차 대림동은 다양한 먹거리와 이색문화로 관심받고 있기도 하지만, 코로나 19가 발생한 이후로 반중 정서 영향을 받기도 하였다.
오래 그리고 강하게 유지되는 낙인의 영향력에 관심을 두고, 낙인이 개인의 정신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이에 초점을 맞추는 부분이 ‘정서 조절 전략’이다. 사람들은 정서를 유지하거나 변화시키기 위해 자신만의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원치 않는 낙인이 찍힐 때도 마찬가지로 정서 반응을 관리하기 위해 전략을 사용하는데, 때에 따라 그 전략은 적절할 수도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전략 중 일부를 살펴보자면, 고통과 이를 둘러싼 환경에 반복적으로 집중하는 반추 전략이 있다. 낙인과 관련된 스트레스는 과도한 경계를 일으키기 때문에 반추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억압 전략은 감정적으로 표현하는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낙인을 감출 수 있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반응이다. 반추와 억압 전략은 잠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낙인 경험에서 사회적 지지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이는 낙인을 드러냄에 선택권이 있는가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자신의 낙인을 숨길 수 있는 사람은 그럴 수 없는 사람보다 타인으로부터의 부정적인 영향은 피할 수 있지만, 사회적 지지를 받을 기회도 적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낙인 관련 스트레스와 심리적 고통의 관계에서 정서 조절 전략(반추, 억압, 사회적 지지)의 역할을 확인하고자 하였으며, 낙인 관련 스트레스에 노출된 두 대상 그룹을 모집하였다. 첫 번째 그룹은 LGB(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으로, 본 연구에서는 낙인을 감출 수 있는 그룹으로 설정되었다. 두 번째 그룹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낙인을 감출 수 없는 그룹으로 설정되었다. 연구자들은 (1) 낙인 관련 스트레스가 심리적 고통을 예측할 것이고 (2) 낙인 관련 스트레스를 경험한 날에 반추, 억압, 사회적 고립이 더 심할 것이며 (3) 반추, 억압, 고립이 높을수록 심리적 고통이 심해질 것이고 (4) 이러한 정서 조절 전략이 낙인 관련 스트레스와 심리적 고통 사이를 이어줄 것으로 예측하였다.
48명의 연구 참가자들은 10일 동안 저녁 9시 이후에 온라인 설문에 참여하여, 낙인 관련 스트레스 경험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정서 조절 전략, 사회적 지지 및 고립, 심리적 고통(정적 정서와 부적 정서)에 대하여 응답하였다. 그 결과에 의하면, LGB 그룹과 아프리카계 미국인 그룹 간 낙인 관련 스트레스, 반추, 억압, 심리적 고통에는 차이가 없었으나,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느낀 사회적 지지가 더 높았다.
두 그룹 모두 낙인 관련 스트레스가 심리적 고통을 예측하였고, 낙인 관련 스트레스를 보고한 날에 반추와 억압이 더 많이 발생하였다. 또한, 반추와 억압 수준이 높을수록 심리적 고통을 예측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합해 보았을 때, 낙인 관련 스트레스는 반추를 통해 심리적 고통으로 이어졌지만, 억압은 낙인 관련 스트레스와 심리적 고통의 관계를 설명할 수 없었다.
LGB 그룹의 경우, 낙인 관련 스트레스가 발생한 날에 사회적 지지가 크게 저하되었고, 심리적 고통이 증가하였다. LGB 그룹에 한해 낙인 관련 스트레스는 사회적 지지를 통해 심리적 고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LGB 그룹은 낙인 관련 스트레스를 경험할 때 자신을 더 고립시키려는 경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반대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낙인 관련 스트레스가 있었던 날에 사회적 지지를 더 높게 보고하였고, 자신을 고립시키는 경향이 적다고 볼 수 있다.
종합해보면, 세 가지 정서 조절 전략 중 반추만이 두 그룹 모두에서 낙인 관련 스트레스와 심리적 고통 사이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었다. 이에 반추 전략의 영향을 확인하기 위하여 실험 연구를 통해 차별 사건 이후 반추 전략과 주의 분산 전략을 비교해 보았다. 연구자들은 반추 전략을 사용하는 참가자들이 더 큰 심리적 고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실험 연구에는 두 참가자 그룹에 과거 경험을 기억 및 회상하는 능력을 측정한다는 거짓 연구 목적을 알린 후에 명시적인 기분을 측정하였다(Time1). 그리고 자신의 성적 지향 또는 인종 때문에 차별받았던 경험을 생각해보라고 안내하였다. 참가자들은 이전 경험을 회상한 뒤 5분 동안 그 기억에 대해 작성하였고, 그 직후에 명시적 기분을 응답하였다(Time2). 다음으로 반추 조건과 주의분산 조건에 참가자들을 임의로 할당하여, 각 조건에 맞게 유도하였다. 과제 완료 후 참가자들은 명시적 기분에 더하여 암묵적 기분에 응답하였다(Time3).
실험 결과에 의하면, 그룹이나 성별에 따른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전체 참가자 대상을 기준으로 분석하였다. 유의미한 연구 결과로, 심리적 고통은 차별 경험을 회상한 후에 높아졌고, 조작(반추/주의분산) 후에 감소했다. 또한, 두 조건에서 경험 회상 전후에는 심리적 고통의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으나, 조작(반추/주의분산) 후에 차이가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주의분산 조건의 참가자들은 조작 후 심리적 고통이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나, 반추 조건의 참가자들은 조작 후에도 심리적 고통이 감소하지 않았다.
두 가지 연구를 통하여 정서 조절이 낙인과 심리적 고통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근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억압은 낙인이 심리적 고통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억압이 LGB그룹과 아프리카계 미국인 그룹이 차이를 보인 정서 조절 전략임을 알 수 있다. 억압은 자기를 보호하는 기능을 할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하지 않음으로써 타인의 변화가능성 마저 줄일 수 있다. 더불어 LGB그룹에게 사회적 지지를 확보하는 것은 낙인 관련 스트레스가 심리적 고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보호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집단 간 차이를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반추 전략을 살펴보았을 때 공통적으로 기능하는 정서조절전략도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앞으로 낙인 경험을 이해하고 심리적 고통에 대처하기 위해 공통적인 과정과 집단마다 상이한 특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참고문헌
Hatzenbuehler, M. L., Nolen-Hoeksema, S., & Dovidio, J. (2009). How does stigma “get under the skin”? The mediating role of emotion regulation. Psychological science, 20(10), 1282-1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