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관점과 새 힘
제한된 심적 자원(mental resource)을 가진 인간은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를 통해 수많은 외부자극들 중 일부만을 선택하여 처리한다(Treisman, 1969). 그리고 한 사람이 이 제한된 심적 자원을 활용하여 어떤 일을 집중적으로 수행하다보면, 더 이상 그 일을 수행할 수 없을 만큼 정신적 ․ 신체적 피로를 느끼게 되고, 결국 그 일을 중단하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를 자아고갈(ego depletion)이라고 부른다(Baumeister et al., 1998).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자아고갈 상태에 이른 사람은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집중적으로 수행하던 일에 한정하여 그 일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일까?
그림 1. 더 이상 어떤 일을 수행할 수 없을 만큼 정신적 ․ 신체적 피로를 느끼게 된 상태를 자아고갈(ego depletion)이라 부른다.
이것이 궁금했던 심리학자 애니트라 칼스텐(Anitra Karsten)은 거의 한 세기 전에 사람들에게 어떤 일을 시킨 다음 그것을 즐기면 계속 반복하게 하고, 지치기 시작하면 중단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Karsten, 1928). 실험 참가자들은 더는 할 수 없을 때까지 그림 그리기, 큰 소리로 시 낭독하기 같은 과제를 오랫동안 열심히 수행했다. ‘ababab’를 쓰고 또 쓰라는 과제를 받은 남성도 있었다.
모든 참가자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전히 지쳐버릴 때까지 그 일을 계속해야만 했다. 그러다가 손에 감각이 없어 한 글자도 더 쓸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 순간 연구자가 그에게 다른 목적으로 이름과 주소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 자아고갈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인지능력의 고갈이라면(한 주의 자원을 사용하는 것), 그 사람은 주소를 쓸 수 있는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아 쓰지 못했을 것이다(Reisberg, 1983). 혹은 일정 시간 휴식을 가진 후에 부탁을 들어주었을 것이다.
반면 자아고갈이 현재까지 집중하던 과제에 한정된 인지능력의 고갈이라면(여러 주의 자원 중 하나를 사용하는 것), 이전까지 수행하지 않았던 주소를 쓰는 과제에 대한 에너지는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고, 즉각적으로 쉽게 주소를 적을 수 있었을 것이다(Wickens, 2008).
그림 2. 인간의 심적 자원의 원천은 하나일까? 여러 개일까?
결과는 후자의 가설을 지지하였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아주 쉽게 그리고 즉각적으로 이름과 주소를 적어주었다. 이런 현상은 다른 과제에서도 나타났다. 한 여성은 팔을 들 수도 없을 만큼 지쳐서 더는 한 글자도 못 쓰겠다고 말했다. 그때 실험자가 팔을 들어 머리를 만져보라고 요청하였다. 그녀는 곧 팔을 들어 머리를 매만졌다. 보아하니 별로 힘들지도 불편하지도 않은 듯했다.
목이 쉴 때까지 큰 소리로 시를 낭독한 참가자들에게는 이 과제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 그리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불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목소리가 정상적으로 나왔다. 하버드대학 심리학자 랭거(Ellen Langer)는 참가자들이 일부러 지친 것처럼 둘러댄 것이 아니었다고 설명한다(Langer, 1975; 1989). 그리고 ‘맥락이 바뀌자 새로운 에너지’가 생긴 것이고 덧붙였다.
이처럼 자아고갈은 전체적인 인지능력의 저하가 아니며, 특정한 맥락 혹은 관점에서의 고갈일 가능성이 있다. 현재 하는 일에 지쳐서 도저히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었는가? 심적 자원이 고갈되었을 때 관점과 맥락을 전환해보자. 이것이 당신에게 새 힘을 선사할 것이다.
그림 3. 심적 자원이 고갈되었을 때 관점과 맥락을 전환해보자. 이것이 당신에게 새 힘을 선사할 것이다.
*더 알고 싶다면,
Baumeister, R. F., Bratslavsky, E., Muraven, M., & Tice, D. M. (1998). Ego depletion: Is the active self a limited resourc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4(5), 1252-1265.
http://dx.doi.org/10.1037/0022-3514.74.5.1252
Karsten, A. (1928). Untersuchungen zur Handlungs-und Affektpsychologie. Psychologische Forschung, 10(1), 142-254.
https://doi.org/10.1007/BF00492011
Langer, E. J. (1989). Mindfulness. MA: Addison-Wesley/Addison Wesley Longman.
http://psycnet.apa.org/record/1989-97542-000
Langer, E. J. (1975). The illusion of control.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32(2), 311-328.
http://dx.doi.org/10.1037/0022-3514.32.2.311
Reisberg, D. (1983). General mental resources and perceptual judgments.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Human Perception and Performance, 9(6), 966-979.
http://dx.doi.org/10.1037//0096-1523.9.6.966
Treisman, A. M. (1969). Strategies and models of selective attention. Psychological Review, 76(3), 282-299.
http://dx.doi.org/10.1037/h0027242
Wickens, C. D. (2008). Multiple resources and mental workload. Human Factors, 50(3), 449-455.
https://doi.org/10.1518/001872008X288394
Happiness Practice Se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