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로 평가받는 것의 불행
: 또래집단보다 불행한 패션모델들
패션쇼에 등장하는 모델들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워킹, 디자이너의 옷을 완벽 그 이상으로 소화해내는 신체 비율, 디자이너의 옷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포즈로 청중을 압도한다. 모델만으로도 충분히 멋있고 아름다운데, 적절한 무대장치, 조명, 음악, 그리고 여기저기서 터지는 카메라의 플래시가 더해지면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렇다면, 이렇게 화려한 겉모습을 가진 모델들의 내면은 어떨까? 이들의 내면도 이들의 외모만큼이나, 자신감 넘치고, 아름다우며, 행복할까? Meyer와 동료들(2007)은 패션모델들의 행복과 모델들과 비슷한 또래의 일반인들의 행복을 비교함으로써 이 질문에 답하고자 했다.
연구자들의 첫 번째 연구에는 패션모델 56명(여성은 63%)과 일반인 53명(여성은 63%)이 참여하였다. 먼저 참가자들은 인간의 3가지 기본적 욕구인 자율성(예: 나는 내 스스로 내 삶을 결정할 수 있다), 유능감(예: 나는 삶 가운데 내 역량을 증명할 기회가 충분하다), 관계성(예: 나는 언제든지 연락해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에 대해 7점 척도(1: 전혀 그렇지 않다, 7: 매우 그렇다)로 응답하였다(Ilardi et al., 1993).
그리고 자신의 현재 삶에 얼마나 만족하는지(삶의 만족도, Satisfaction With Life Scale)에 대해 5점 척도(1: 전혀 그렇지 않다, 5: 매우 그렇다)로 응답하였고(Diener et al., 1985), 주관적 행복(Subjective Happiness Scale)에 대해서도 7점 척도(1: 전혀 그렇지 않다, 7: 매우 그렇다)로 응답하였다(Lyubomirsky & Lepper, 1999).
이어서 자기 사실화(Self-actualization) 척도를 통해 현실의 자신과 이상적인 자신이 얼마나 가까운지에 대한 문항들(나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때도 내 감정에 솔직하다)에 7점 척도(1: 전혀 그렇지 않다, 7: 매우 그렇다)로 응답하였고(Jones & Crandall, 1986), 일반적 건강 척도와 불안-우울 척도, 사회적 기능 척도, 자신감 상실 척도에 응답하였다(Shevlin & Adamson, 2005; Werneke et al., 2000).
표 1. 첫 번째 연구의 결과
위의 표는 이 연구의 결과를 보여준다. 먼저 인간의 기본욕구(need satisfaction)의 측면에서 일반인들의 기본 욕구(M = 5.54, SD = .70)가 패션모델들의 기본 욕구(M = 5.12, SD = .59)보다 강하게 충족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향성은 자율성(Autonomy), 관계성(Relatedness), 유능감(Competence) 모두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행복과 관련된 측면(well-being)에서 일반인들의 행복이 패션모델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현상도 삶의 만족도, 주관적 행복, 자기 사실화의 모든 측면에서 일관성 있게 관찰되었다.
아울러 패션모델들이 일반인들보다 건강 이상 징후(general health), 불안-우울, 사회적 기능장애, 자신감 상실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패션모델들이 유사한 연령대의 또래집단에 비해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라는 인간의 내면적 욕구가 적게 충족되고, 그에 따라 행복감이 낮아지며, 낮아진 행복감은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의 두 번째 연구는 첫 번째 연구와 동일하게 진행하면서 인간의 기본 욕구 충족, 전반적 웰빙, 건강 이상 징후들이 실제 성격 장애와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이를 위해 35명의 패션모델과 40명의 일반인이 참여하였다. 기본적 욕구 충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자존감과 관계성을 측정하였고, 성격 장애 확인을 위해서는 DSM-IV에 있는 10가지 성격장애들(피해망상적, 조현증적, 정신분열형, 반사회성, 경계선, 연극성, 자기애성, 회피성, 의존성, 강박성 성격장애) 을 확인하기 위한 설문을 진행하였다. 웰빙 측정을 위해서는 삶의 만족감과 주관적 행복을 측정하였고, 자기 사실화는 측정하지 않았다. 나머지 실험 재료와 절차는 첫 번째 연구와 동일하였다.
표 2. 두 번째 연구의 결과
위의 표는 두 번째 연구의 결과를 보여준다. 첫 번째 연구와 마찬가지로 일반인들의 기본 욕구가 패션모델들의 기본 욕구보다 더 높게 충족되었다. 또한 일반인들이 패션모델들보다 더 행복하고, 자존감도 높았으며, 관계도 좋았다. 반면 일반인들은 패션모델들보다 자신감 상실을 덜 경험하였고, 전반적으로 성격 장애관련 증상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패션모델들이 일반인들보다 피해망상 증상이 많이 나타났고, 조현증적 증상도 많았으며, 정신분열증적 증상도 많았고, 반사회성 성격장애관련 증상도 많았으며, 경계선 장애, 자기애성 장애, 강박증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는 패션모델들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그늘이 짙게 드리워 있음을 다양한 측면에서 확인하였다. 본 연구는 패션모델들이 외모라는 외재적 목표를 추구하기 쉽다는 측면에서 몇 가지 시사점을 가진다. 먼저 외모, 돈, 성공, 성취와 같은 외재적 목표를 추구하거나 이것을 인생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 행복, 신체 및 정신 건강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개인적 성장,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사람 되기, 좋은 관계 만들기와 같은 내재적 목표를 추구하거나 이것을 인생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 행복, 신체 및 정신 건강을 향상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림 1. 본 연구의 시사점
더하여 인간의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것은 전반적인 웰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1은 패션모델과 같이 외재적 목표를 추구하는 집단 vs. 일반인과 같이 비교적 내재적 목표를 추구하는 집단 사이의 인간의 기본욕구 충족 차이가 전반적인 웰빙에 미치는 효과를 도식적으로 보여준다.
본 연구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킬 때 달성되는 자기실현적 행복(eudaimonic happiness)과 즐겁고 만족스러운 감정을 의미하는 쾌락주의 행복(hedonic happiness)이 높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가진다.
표 3. 첫 번째 연구에서 측정한 요인들 사이의 상관관계
구체적으로 표-3에 있는 것처럼 삶의 만족이나 주관적 행복 같은 쾌락주의적 행복과 인간의 기본 욕구와 같은 자기실현적 행복 사이에 높고,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끝으로 본 연구는 자기실현적 행복과 쾌락주의적 행복 모두 성격장애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음을 확인했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표 4. 두 번째 연구에서 측정한 요인들 사이의 상관관계
표-4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듯이 주관적 행복과 삶의 만족은 성격 장애의 높은 부적 상관관계를 보였고, 자존감과 관계성과 같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도 성격 장애 증상들과 높은 부적 상관관계를 보였다.
*더 알고 싶다면,
Diener, E. D., Emmons, R. A., Larsen, R. J., & Griffin, S. (1985). The satisfaction with life scale. Journal of Personality Assessment, 49(1), 71-75.
https://doi.org/10.1207/s15327752jpa4901_13
Ilardi, B. C., Leone, D., Kasser, T., & Ryan, R. M. (1993). Employee and supervisor ratings of motivation: Main effects and discrepancies associated with job satisfaction and adjustment in a factory setting. Journal of Applied Social Psychology, 23(21), 1789-1805.
https://doi.org/10.1111/j.1559-1816.1993.tb01066.x
Jones, A., & Crandall, R. (1986). Validation of a short index of self-actualization.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12(1), 63-73.
https://doi.org/10.1177/0146167286121007
Lyubomirsky, S. & Lepper, H. S. (1999). A measure of subjective happiness: Preliminary reliability and construct validation. Social Indicators Research, 46(2), 137-155.
https://doi.org/10.1023/A:1006824100041
Meyer, B., Enström, M. K., Harstveit, M., Bowles, D. P., & Beevers, C. G. (2007). Happiness and despair on the catwalk: Need satisfaction, well-being, and personality adjustment among fashion models. The Journal of Positive Psychology, 2(1), 2-17.
https://doi.org/10.1080/17439760601076635
Shevlin, M., & Adamson, G. (2005). Alternative factor models and factorial invariance of the GHQ-12: A large sample analysis using confirmatory factor analysis. Psychological Assessment, 17(2), 231-236.
http://dx.doi.org/10.1037/1040-3590.17.2.231
Werneke, U., Goldberg, D. P., Yalcin, I., & Üstün, B. T. (2000). The stability of the factor structure of the General Health Questionnaire. Psychological Medicine, 30(4), 823-829.
http://dx.doi.org/10.1017/S0033291799002287
General Happiness Se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