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덴탈 페트롤리엄의 회장이었던 기업가 아먼드 해머는 말년에 모든 친구와 가족에게서 사실상 소외도었고, 회사를 재정적 파탄 지경까지 몰아넣었으며 자신의 명성에도 먹칠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스로에게 매우 만족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나 같은 사람은 없었어. 나 같은 사람이 다시 나올 수도 없겠지. 나는 어찌나 현명한지 그저 놀랍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어. 나 자신도 놀랐다니까.”
고대 로마 제정기 시대부터 사람들은 배은의 주요 원인을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라고 생각해왔다. 로버트 이먼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사를 모르는 사람들의 성격은 아먼드 해머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 자기도취적 성향이 강하며 지나치게 자신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교만하고 허영심에 가득 차 있으며 끝없이 다른 사람들의 경탄과 박수를 갈망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진실하고 만족스러운 관계를 맺는 데 필요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 이들은 해머처럼 자신이 가진 바와 자신이 일궈낸 성공을 끊임없이 과시하려고 한다.
이러한 특성을 타고난 나르시시스트들이 감사를 느낀다는 것은 능력 밖의 일이다. 공감대를 만들지 못하므로 이들은 순수한 선의에서 제공된 선물에 대해서도 고마워할 줄 모른다. 왜냐하면 선물을 준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공감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즘은 영혼이 눈먼 상태이다. 또한 다른 사람이 나에게 공짜로 제공한 어떤 것을 얻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상태이다. 이들은 자기 자신에게만 빠져 있으므로 누군가 무엇인가를 베풀었다고 해도 그 사실을 금세 잊어버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신세 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고마워할 이유를 모른다.
*참고문헌
Emmons, R. A. (1987). Narcissism: Theory and measuremen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2(1), 11–17.
Emmons, R. A. (1984). Factor analysis and construct validity of the narcissistic personality inventory. Journal of Personality Assessment, 48(3), 291-300.
Emmons, R. A. (2007). Thanks!: How the new science of gratitude can make you happier. Houghton Mifflin Harcou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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