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자 더 있게, 없는 자 더 없게
: 행복을 영구적으로 낮출 수 있는 큰 고통과 시련
신약성경 마태복음에는 “있는 자 더 있게 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느니라.”는 구절이 2번이나 등장한다.
2015년 5월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K. 샌드버그(Sheryl Kara Sandberg, born August 28, 1969)는 남편 데이브 골드버그(Dave Goldberg, October 2, 1967 – May 1, 2015)와 여행을 즐기던 중, 호텔 체육관으로 운동하러 간다던 남편이 한참이나 돌아오지 않아 이상하고 느낀다. 그 이상한 느낌이 틀리지 않아, 호텔 체육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편을 발견한다. 안타깝게도 그것이 셰릴이 남편 데이브와 함께한 마지막 시간이 되었다.
알고 보니 남편은 관상동맥(coronary artery disease)이 막혀가고 있었고, 운동 중 급성으로 동맥이 막히면서 급사를 한 것이었다. 셰릴은 7살과 10살 된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혼자서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지, 과연 아이들은 잘 살 수 있을지 모든 것에서 혼란에 빠졌다. 주변의 동료들도 갑작스럽게 비극을 맞이한 친구에게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간혹 용기를 내서 그녀에게 말을 해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의 용기는 그녀에게 힘이 되기보다는 더 큰 좌절 혹은 상실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들이 했던 말 중 셰릴이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은 바로 “힘내, 다 괜찮아 질거야,” “지금 몹시 힘들다는 것을 알아, 그렇지만 다 괜찮아 질 거라고 믿어.” 도대체 어떤 면에서 괜찮아 진다는 걸까? 차라리 말이나 하지 말지. 그리고 그녀는 자신과 비슷한 비극, 혹은 비슷한 수준의 끔직한 일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결코 이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물론 그녀는 좋은 친구이자, 심리학자인 아담 그랜트(Adam Grant)의 도움을 받아 여전히 페이스북에서 일하고 있고, 아이들을 키우고 있으며, 일상의 작은 것들에 감사하는 법을 배우며 살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모든 것이 다 남편을 잃기 전과 같이 회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녀와 같이 갑작스럽게 배우자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들이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을 회복하고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사는 것이 가능할까?
유전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큰 건물에 있는 온도 조절 장치처럼, 우리 마음속의 행복도 유전적 온도 조절 장치가 있어서, 내려가면 다시 끌어 올려 설정된 온도로 돌아오게 하고, 올라가면 다시 끌어 내려서 설정된 온도로 돌아오게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좋은 일에서 올라간 행복과 나쁜 일에서 내려간 행복이 항상 돌아오는 걸까? 좋은 일에서 올라간 행복은 내려오지만, 나쁜 일에서 내려간 행복은 올라오지 않는 것 아닐까? 또 인생의 큰 사건이 계기가 되어 유전적 설정점 자체가 변화하는 일은 없을까?
Lucas(2007)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위의 질문들에 대한 과학적 답변을 제공한다. Lucas(2007)의 연구는 21년 이상 독일인의 행복을 추적조사해온 독일의 사회경제패널 40,000명에 대한 데이터와 14년 이상 영국인의 행복을 추적조사해온 영국의 가정패널 27,000명에 대한 데이터에 기초한다. Lucas(2007)는 이들의 데이터에서 ‘결혼(Marriage), 사별(Widowhood), 이혼(Divorce), 실직(Unemployment), 불구(Disability), 중증 불구(Severe Disability)’를 경험한 시점 전과 후에 개인의 행복이 어떻게 변화해 갔는지에 대한 정보를 추출하였다.
그림 1. 인생의 전환점(가로축의 ‘0’)이 될 수 있는 큰 사건 전후의 행복변화. (A) 결혼, 사별, 이혼 전후 행복의 변화를 보여준다. (B) 실직, 불구, 중증 불구가 된 경험 전후 행복의 변화를 보여준다.
그림-1은 이렇게 추출한 정보를 그림으로 모형화한 것이다. 그림-1A(좌측)는 결혼, 사별, 이혼 전후의 행복 변화(Y축, 삶의 만족도)를 보여주고, 그림-1B(우측)는 실직, 불구, 중증 불구가 된 사건을 경험한 전후의 행복 변화를 보여준다. 각 그림 X축의 ‘0’이 해당 사건이 발생한 해이고, ‘0’을 기준으로 마이너스(-)로 갈수록 그 사건이 발생하기 전을, 플러스(+)로 갈수록 그 사건이 발생한 후를 의미한다.
먼저 그림-1A를 살펴보자. 결혼(Marriage)의 경우 결혼한 당해까지 행복이 꾸준히 증가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결혼 후에는 해가 지날 때마다 결혼 5년 전 수준의 행복, 즉 설정된 행복의 수준으로 돌아간다. 사별(Widowhood)은 사별하기 5년 전부터 행복이 저하되기 시작하다가 사별 1년 전에 행복이 급격히 저하함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보통 배우자가 사별 5년 전부터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하다가, 사별 1년 전에 급격히 나빠지고, 그 후 사망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배우자의 사별 당해와 사별 5년 전의 행복 사이의 차이는 이혼 5년 전과 이혼 당해의 행복 차이에 비해 큰데, 이는 사랑하던 배우자와의 사별이 인생의 그 어떤 사건보다 충격적임을 보여준다.
이혼은 사별과는 조금 다른데, 이혼이 발생하기 5년 전부터 계속 행복이 감소하다가, 이혼 발생 1년 전이 가장 행복이 낮고, 이혼 당해에는 이혼 발생 1년 전보다 행복이 조금 증가한다. 이는 이혼 발생 1년 전, 즉 가장 불행할 때 이혼을 결정하고, 이혼을 하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행복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기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혼하는 사람들의 행복은 사별한 사람이나, 결혼한 사람들의 행복보다 처음부터 낮았음을 보여주는데(한 가지 가능성은 처음부터 원하지 않는 결혼을 했을 수 있으나 확실한 것은 아님), 이는 결혼할 때 얼마나 행복한지가 이혼할지, 사별할지를 어느 정도 예측하는 요인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더 중요한 것은 이혼과 사별 후 행복이 이혼과 사별이 발생하기 5년 전 수준으로 회복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혼과 사별 모두 각 사건이 발생하기 5년 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한다. 심지어 이혼한지 4년이 지나면서 부터는 행복의 증가가 체감하기 시작하여 이혼하기 5년 전 행복보다 0.5점 정도 낮은 상태에서 행복이 고정된 듯한 양상을 보인다. 사별도 비슷하다. 사별한지 5년 정도가 지나면 행복 증가가 체감하기 시작하여 사별하기 5년 전 행복보다 0.5점 정도 낮은 상태로 행복이 고정된 듯한 경향을 보인다.
그림-1B의 경우에는 조금 더 심각한다. 실직(Unemployment)을 경험한 사람은 그 다음 해에 행복이 회복하는 듯하지만, 결코 실직 5년 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계속 저하되는 양상을 보인다. 실직 7년 후에 이르러도 행복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며, 실직 5년 전과 비교할 때 0.8점 정도의 차이가 날 정도로 행복이 낮아진다. 특히 실직의 경우에는 실직을 경험하기 5년 전과 실직 당해 낮아진 행복의 격차가 거의 1점 이상인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실직의 충격이 거의 인생을 잃어버린 수준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어떤 사고로 인해 신체 일부가 불구(Disability)가 된 경우에는 불구가 된 그해에 낮아진 행복이 7년이 지나도록 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즉 신체의 일부가 불구가 되는 경험을 한 사람은 행복이 낮아진 상태로 평생 보낼 가능성도 있다. 신체의 절반 이상이 불구가 되는 중증 불구(Severe Disability)는 이 사건이 발생하기 5년 전보다 행복을 2.5점 정도 낮출 뿐 아니라, 신체 일부 불구와 마찬가지로 낮아진 행복을 결코 높이지 않는다. 이는 인생의 중대한 사건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발생할 경우 행복의 설정점 자체가 낮아질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이혼, 불구, 중증 불구와 같은 불행한 일을 경험한 사람의 행복이 결혼 사람의 행복보다 처음부터 낮다는 것이다. 이는 불행한 일을 경험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평균적인 수준보다 행복이 낮은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즉 불행한 사람에게는 좋지 않은 일들이 계속 생기고, 행복한 사람에게는 행복한 일을 계속 생기는 것인지 연구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심리학에 분야에서 이 현상을 마태 효과(Matthew effect)라고 부르는데, 이는 신약 성경 마태복음서에 “있는 자 더 있게 하고, 없는 자는 있는 것도 빼앗는다.”(마태복음 13장 11-12절, 마태복음 25장 29절)라는 구절이 두 번이나 나오기 때문이다.
그림 2. Lucas(2005)에서 인용함. Lucas, R. E. (2005). Time does not heal all wounds: A longitudinal study of reaction and adaptation to divorce. Psychological Science, 16(12), 945-950.
Lucas(2005)에서 인용한 그림-2는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과 결국 이혼한 사람들이 처음부터 행복에서 차이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집단은 결혼 당해가 가장 행복하지만, 결국 이혼한 사람들은(마치 그림-1A의 이혼 당해 전이 가장 불행했던 것처럼) 결혼 1년 전에 가장 행복하고, 결혼 당해에는 오히려 행복이 감소한다. 즉 이들에게는 결혼 자체가 벌써 불행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이혼한 사람들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결혼을 계속 지속한 사람들에 비해 결혼 후에 행복이 감소하는 폭이 크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마치 불행한 사람에게는 계속 불행한 일이 찾아오고, 행복한 사람에게는 불행한 일이 없거나, 행복한 일이 더 많은 것처럼 보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낮아진 행복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서 내버려 두어야 할까? 아니다. 마태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자발적 행동을 통해 자신의 행복을 증가시키기 위한 활동들을 해야 한다. 바로 지금이 관점을 바꾸고,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하며, 비교하지 않으며, 목표를 다시 세우고, 삶을 음미하며, 무언가에 몰입해보고, 관계를 돈독히 하고, 나누고 베풀며, 용서하는 일들을 해야 하는 때이다.
셰릴 샌드버그의 중요한 조언자 아담 그랜트는 갑작스럽게 배우자를 잃은 셰릴에게 더 큰 불행을 겪지 않아서 감사하도록 권장했다. 셰릴은 처음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아서 감사하라고! 화를 내고 싶었다. 그러나 아담 그랜트는 담담하게 만약 급성 심근경색이 남편 데이브가 아이들과 함께 운전을 하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을 때 발생했다고 어땠을 것 같은가? 셰릴은 가슴이 철렁했다. 정말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남편만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을 잃어버릴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셰릴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적극적이 되어야 함을 느끼고 실천했다.
당신은 어떤 종류의 마태 효과를 경험하고 싶은가?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이 더 행복해지는 데는 소용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더 큰 불행을 막는 것에는 효과 있어 보인다.
* 더 알고 싶다면,
Lucas, R. E. (2007). Adaptation and the set-point model of subjective well-being: Does happiness change after major life events?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16(2), 75-79.
https://doi.org/10.1111/j.1467-8721.2007.0047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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