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의 경제적 지위와 주관적 행복 간의 관계: 메타 분석
돈 많은 사람들이 돈 없는 사람들보다, 부자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가난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행복하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들에서 밝혀져 왔다. 소득과 행복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마냥 진리인 것 같은 이 사실은 선진국에서 다소 약한 모습을 보인다. 경제적 지위(부유함)가 줄 수 있는 행복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발도상국의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선진국처럼 경제적 지위와 주관적 행복 사이의 연결이 강할 것인가 약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두 Howell 들이 연구자로 나섰다. Howell과 Howell이 정한 연구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개발도상국 내에서 객관적인 경제적 지위와 주관적 행복(Subjective Well-Being, SWB) 간의 평균적인 관계는 무엇인가?
둘째, 이 상관관계는 선진국에서 보고된 것보다 통계적으로 더 강한가?
셋째, 경제적 지위와 주관적 행복 관계에 영향을 주는 조절변인들에는 무엇이 있는가?
본격적인 방법을 설명하기 전에, ‘조절변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보충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조절변인(Moderator variable)은 상호작용 효과를 갖게 하는 변인으로, 영향력에 관한 것이다. 이 연구에 맞춰 말하자면, 경제적 지위가 주관적 행복에 미치는 영향력이 조절변인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크게 5가지 조절변인을 확인한다. (a) 경제 발전 단계 (b) 교육수준 (c) 주관적 행복 개념의 구성 (d) 경제적 지위 개념의 구성 (e) 성별이 그것이다.
이 연구를 위한 메타분석은 우선, 문헌 검색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키워드는 삶의 만족, 행복의 질, 소득, 부, 돈, 개발도상국, 저소득층 등이며, 2006년 7월 1일까지 게시된 영어 아티클들이 대상이었다. 모은 자료 중에서 연구자들이 세운 기준에 합당한 것들만 추리자, 최종적으로 총 56개 경제 개발도상국의 111개의 독립적인 표본(응답자 131,935명)이 선정되었다. 분석에는 피어슨 상관계수(Pearson product–moment correlation)와 Comprehensive Meta-Analysis 2.0가 사용되었다.
표본들을 분석한 결과, 개발도상국의 전반적인 경제적 지위-주관적 행복 관계의 효과크기는 .196 (95% 신뢰 구간 [CI]=.191, .200), 비가중 효과크기는 .183 (95% 신뢰구간 [CI]=.160, .206)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 관계는 선진국 표본과 비교했을 때 훨씬 강한 걸까? 선진국의 경우, 평균 효과크기가 .122, 비가중 효과크기는 .118이었다. 이것은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에서 경제적 지위-주관적 행복 간의 관계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개발도상국 사람들은 선진국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부자일수록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연구의 세 번째 목적이었던 조절변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5가지 요인 모두 모두 경제적 지위-주관적 행복 관계에 영향을 주는 조절변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에 대해 풀어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표 2. 경제 발전 단계별 효과 크기
저소득 low income ( 1인당 국민총소득이 $ 905 이하 )
중하위 소득 lower middle income ( $ 906 – $ 3,595 )
중상위 소득 upper middle income ( $ 3,596 – $ 11,115 )
고소득 high-income developing ( $ 11,116 이상 )
표 2에는 ‘경제 발전 단계’ 조절 변인에 대해 나와 있다. 표 2의 평균 r 효과 크기(Mean r effect size)를 보면, 저소득 개발도상국에서 .28로 가장 높고, 고소득 개발도상국에서 .10으로 가장 낮다. 즉, 저소득 개발도상국에서는 부자일수록 행복할 가능성이 다른 개발도상국들에 비해 큰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고소득 개발도상국의 경우, 선진국에서 계산된 것과 통계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고소득 단계쯤 되면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돈과 행복의 연결고리가 많이 약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표 4. 중등교육 비율별 효과 크기
이런 양상은 ‘교육 수준’ 조절 변인에서도 나타난다. 표 4를 보면, 중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비율이 낮을수록 경제적 지위-주관적 행복 간의 관계가 강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0%-25% 비율의 경우, 평균 r 효과 크기가 .36으로 압도적으로 높다. 경제 발전 단계 변인과 마찬가지로, 중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76%-100% 비율이 되는 국가의 경우 선진국에서 계산된 것과 통계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표 5. 주관적 행복과 경제적 지위 개념의 구성별 효과 크기
SWB는 주관적 행복, SES는 사회 경제적 지위를 뜻한다.
세 번째, 네 번째 조절변인이었던, 주관적 행복과 경제적 지위 개념의 구성은 어떻게 될까? 이 두 변인은 ‘주관적 행복’과 ‘경제적 지위’가 복합적 개념이기 때문에 포함되었다. 주관적 행복이라는 큰 개념으로 묶이지만, 실제 연구들에서는 삶의 질, 삶의 만족도, 행복 등등 다양한 이름과 척도로 측정되기 때문이다. 경제적 지위도 가계 소득, 1인당 소득, 개인 소득, 사회경제적 지위 등으로 측정된다.
표 5를 보면, ‘행복(Happiness)’과 함께 측정된 샘플에서 경제적 지위-주관적 행복의 관계가 .11로 다른 개념들보다 많이 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행복이 각 나라와 문화권마다 매우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경제적 지위에서는 ‘SES’가 가장 강하게 경제적 지위-주관적 행복 관계에 영향을 주었다. SES는 사회 경제적 지위를 말하는 것으로, 소득뿐만 아니라 부가적인 부(예: 생활 여건, 편의 시설, 주택 품질)와 심리적 속성까지 측정한다.
이외에도 남성 응답자의 비율이 높은 경우, 경제적 지위와 주관적 행복 관계의 강도가 증가했다. 여성 응답자가 관계, 가족으로부터 더 많은 행복을 얻는다면, 남성 응답자는 비교적 부와 직업 활동을 통해 더 큰 행복을 얻기 때문이다.
표 8. 주관적 행복과 경제적 지위 개념의 구성별 효과 크기
지금까지 서술한 결과가 탄탄함을 표현하기 위해,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s Survey, WVS)’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메타 분석을 수행하였다. 세계가치조사의 데이터의 경우, 표준화된 방법론을 이용하였기 때문에 훨씬 깔끔한 집계가 가능하다. 1990년, 1995년, 2000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연구자들이 샘플을 통해 메타 분석한 결과와 다르지 않음이 발견되었다. 다만, 성별의 경우 변수가 너무 적어 조절 변인으로 유의미하지 못했다. 표 8를 보면, WVS가 거의 모든 영역에서 샘플 메타분석보다 더 큰 효과크기를 가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오히려 샘플 메타분석에서 경제적 지위-주관적 행복 관계가 다소 과소평과 되었을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종합하자면,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에 비해 경제적 지위-주관적 행복 관계가 더 강하며, 이 강도를 경제 발전 단계, 교육수준, 두 개념의 구성, 성별 등이 조절한다. 그렇다면 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에 비해 부유함이 행복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 것일까?
우선, 개발도상국의 경우 부유함이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과 직결되기 때문일 수 있다. 밥 먹고 자는 것뿐만 아니라 생활을 보다 편안하고 즐겁게 만드는 상품(예: 냉장고, 매트리스, 자동차, 식기 세척기 등)을 구입하는 데 있어서 부유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선진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이런 기본적인 욕구 충족에 필요한 것들이 갖추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심리적으로 빈곤이 개인의 자율성에 제한을 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거나, 선진국의 경우 자신의 소득을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평가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경제규모 11위의 국가이다. 선진국으로 분류되기도 하며, 최소한 개발도상국 중 초고소득 국가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대한민국의 교육수준은 세계에서도 손꼽을 만 하다. 이런 사실들로 짐작할 때, 우리나라에서 부유함과 행복 간의 연결고리는 약할 가능성이 높다. 돈돈돈 하며 돈만 쫓는 것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그다지 좋은 방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개인들은 어디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
+) 더 알고 싶다면,
Howell, R. T., &Howell, C. J. (2008). The relation of economic status to subjective well-being in developing countries: A meta-analysis. Psychological Bulletin, 134(4), 536-5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