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것이 더 가치 있다?
가시적인 비교대상의 존재 유무는 사람들이 어떤 대상이나 사건을 평가할 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사람들은 가시적인 비교의 대상이 있을 때는 그 대상과 비교하지만, 가시적인 비교의 대상이 없을 때는 자신의 지식에서 생성한 임의의 기준을 적용하여 판단(휴리스틱)한다.
아래의 문제를 살펴보자. 당신은 세트A와 세트B 중 어느 것에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였는가?
당신의 집과 가까운 식기류 매장에서 염가 처분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처분하는 식기들은 한 개당 3~6만원 사이로 판매하던 것들이며, 여러가지 식기류들을 하나의 세트로 묶어서 판매합니다.
당신은 세트A를 위해 얼마를 지불하겠습니까? 당신은 세트B를 위해 얼마를 지불하겠습니까? |
당신이 일반적인 사람들과 같다면, 세트A에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였을 것이다. 사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진다. 세트A가 세트B보다 컵 6개와 받침 1개가 더 많기 때문이다. 만약 세트A와 세트B가 같은 가격이라면, 당신은 세트A를 구매하고 싶을 것이고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다.
그리나 만약 당신이 세트A에 대한 정보만 있고, 세트B에 대한 정보는 없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은 세트B에 대한 정보만 있고, 세트A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면 어떨까? 과연 각각의 집단이 지불하겠다고 밝힌 금액의 평균은 어느 집단이 더 높았을까?
이렇게 세트A와 세트B를 별도의 집단에게 측정한 결과, 두 가지를 함께 비교하면서 측정했던 결과와 다르게, 세트B에 대한 지불의도가 세트A에 대한 지불의도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비교할 것이 없는 절대평가 상황에서 그릇의 총 개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깨진 그릇의 유무’라는 더 쉬운 단서가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유사한 현상이 다른 연구에서도 관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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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A |
사전B |
단어수록 |
1만 단어 |
2만 단어 |
표지 상태 |
새것 같음 |
약간 찢어짐 |
한 사람이 두 가지 사전을 상대평가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사전B의 가치를 사전A의 가치보다 높게 책정했으나, 한 사람이 둘 중 하나만 절대평가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사전A의 가치가 사전B의 가치보다 높게 책정되었다. 상대평가할 수 있을 때는 단어수록수의 차이를 명확히 알 수 있지만, 절대평가 상황에서 수록 단어의 수를 알 수 없을 때는 표지의 찢어짐 정도가 판단의 기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절대평가 상황에서 객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단서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별로 중요하지 않은 조건에 집착해 잘못된 선택을 할 때가 많다. 현재 절대평가 상황이라면 비교할 수 있는 참고 자료를 하나 이상 찾아 상대평가를 상황을 만들자. 이것이 당신의 합리적 선택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더 알고 싶다면,
Hsee, C. K. (1996). The evaluability hypothesis: An explanation for preference reversals between joint and separate evaluations of alternatives.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67(3), 247-257.
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749597896900771
Hsee, C. K. & Hastie, R. (2006). Decision and experience: Why don’t we choose what makes us happy?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10(1), 31-37.
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1364661305003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