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평가와 상대평가
다음 이야기를 읽고 답해보자.
[스토리1] 당신은 지금 자동차 모델A를 사려고 생각 중이다. 이 차는 디자인이나 성능 면에서 닛산 블루버드와 비슷하다. 신용도 있는 한 리서치 기관에서 모델A를 구입한 5,000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만족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소비자의 82%가 만족했고, 18%는 불만족을 표했다. 그리고 당신의 친구가 1년 전 이 모델A를 구입했다. 친구는 지난 1년간 이 차로 6만km를 달렸다. 그러나 차의 성능은 여전했고 잔 고장도 없었다. 친구는 예전에 닛산 블루버드도 타 봤는데, 모델A의 성능이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차의 새 차 가격은 현재 3,000만원이다. 구매력이 충분하다면, 이 차를 사겠는가?
(1) 산다.
(2) 안 산다.
[스토리2] 당신은 지금 자동차 모델B를 사려고 생각 중이다. 이 차는 디자인이나 성능 면에서 닛산 블루버드와 비슷하다. 신용도 있는 한 리서치 기관에서 모델B를 구입한 5,000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만족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소비자의 88%가 만족했고, 12%는 불만족을 표했다. 그리고 당신의 친구가 1년 전 이 모델B를 구입했다. 친구는 지난 1년간 이 차로 6만km를 달렸다. 그런데 이 때 골치 아픈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고속도로에서 차가 갑자기 멈춰 서서 목숨이 위태로울 뻔 했으며, 비오는 날 브레이크 고장으로 사고가 나기도 했다. 이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친구도 이때 사고로 몸이 여전히 좋지 않다. 이 차의 새 차 가격은 현재 3,000만원이다. 구매력이 충분하다면, 이 차를 사겠는가?
(1) 산다.
(2) 안 산다.
당신은 현재 이 두 상황을 같이 살펴보았지만, 실제 실험에서 두 스토리는 서로 다른 참가자들에게 제시되었다. 그리고 모델A는 ‘산다’는 응답이 우세했던 반면, 모델A를 ‘안 산다’는 응답이 우세했다. 사람들은 리서치 기관의 만족도 조사결과보다는 친구의 사례를 더 중요한 의사결정 기준으로 삼았다.
만약 사람들이 두 가지 스토리를 객관적으로 비교한다면, [스토리1]에서 모델A를 사겠다고 응답한 비율보다 [스토리2]에서 모델B를 산다고 응답한 비율이 더 높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 두 스토리를 함께 보면 친구의 사례는 특별한 사례일 뿐이고, 리서치 기관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6%나 더 모델B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말이 6%이지 모델B에 만족을 느낀 사람이 모델A에서 만족을 느낀 사람보다 300명이나 많다는 뜻이다.
유사한 연구도 사람들이 비교할 대상이 없는 절대평가 상황에서 판단이 부정확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연합(UN)에서는 태평양에 있는 태풍피해를 입은 섬 주민들을 대상으로 얼마를 원조해야 할지 심의 중이다. 당신이 UN의 원조 담당자라고 상상하면서 얼마를 지원할지 책정해보라.
A섬: 전체 주민 1,000명, 주민의 60%가 태풍 피해를 입음
B섬: 전체 주민 18,000명, 주민의 5%가 태풍 피해를 입음
두 섬을 객관적으로 비교한 당신은 1천명 중 60%는 600명이고, 1만8천명 중 5%는 900명 임을 계산할 수 있었을 것이고, 어떤 금액을 제시하던 A섬보다는 B섬에 더 많은 금액을 책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대평가 상황이 아니라, 각 섬에 대한 보고서를 다른 담당자가 보듯이 A섬을 판단한 사람과 B섬을 판단한 사람이 별개로 존재한다면 어떨까? 이것에 대한 실제 연구는 A섬에 대한 지원금액이 B섬에 대한 지원금액보다 높게 책정됨을 확인하였다. 이는 인구를 명확히 비교할 수 없는 절대평가 상황에서 사람들이 비율에 의존하여 평가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사람들이 절대평가 밖에 할 수 없다면, 작은 컵에 넘치게 채워주는 아이스크림이 큰 컵에 모자르게 채워주는 아이스크림보다 가치 있다. 즉 적은 것이 많은 것보다 좋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당신이 현재 절대평가 상황에 높여 있고, 어느 것의 가치가 더 높은지 알기 어렵다면, 객관적인 자료를 동반한 상대평가 상황으로 만드는 것이 합리적 선택에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알고 싶다면,
Hsee, C. K. (1996). The evaluability hypothesis: An explanation for preference reversals between joint and separate evaluations of alternatives.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67(3), 247-257.
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749597896900771
Hsee, C. K. & Hastie, R. (2006). Decision and experience: Why don’t we choose what makes us happy?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10(1), 31-37.
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1364661305003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