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통제력 고갈이 물리적 환경과 인과관계 지각에 미치는 효과: 착각적 패턴 지각과 미신 행동
한 가지 일에 대한 집중적 수행과 자기 통제력 사이에는 교환이 존재한다(Baumeister et al., 1998). 쉽게 말해 인간은 자기 통제력을 소모하면서 집중적으로 일하고, 집중적으로 일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 자기 통제력이 충전된다. 사람이 일에 집중하는 것은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에 기여하기 때문에 일을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일정시간 일을 집중적으로 수행한 결과로 자기 통제력 저하도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금 살펴볼 연구는 일을 집중적으로 수행한 결과로 나타나는 자기 통제력 저하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시각적 패턴을 지각하게 하고 미신에 빠지기 쉽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Whitson & Galinsky, 2008).
연구자들은 자기 통제력을 고갈 시키는 조건과 고갈 시키지 않는 조건에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할당한 후 실험을 진행하였다. 자기 통제력을 조작하기 위한 과제는 개념-식별 과제(Concept-identification task)을 사용하였다. 표-1은 개념-식별 과제의 개념 구조를 보여준다(Levine, 1966).
A (letter) |
B (letter color) |
C (letter size) |
D (position) |
E (underli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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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
T |
black |
red |
upper |
lower |
left |
right |
dotted |
solid |
1 |
2 |
1 |
2 |
1 |
2 |
1 |
2 |
1 |
2 |
표 1. 개념-식별 과제의 개념 구조(Levine, 1966)
표-1 가장 윗줄의 A부터 E는 속성의 다섯 가지 차원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다음 줄은 속성의 유형을 보여주고, 가장 아랫줄은 속성을 부호화하는 방식이다. 즉 A차원은 글자가 X인지 T인지를 알려주는데, X는 ‘1’로 표현되고, T는 ‘2’로 표현된다.
참가자들의 과제는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표-2와 같은 자극을 보면서 윗줄에 표현된 부호 ‘11111’이 그 아래에 있는 두 문자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 왼쪽 화살표 또는 오른쪽 화살표로 응답하는 것이다. ‘11111’은 검정색 대문자 점선 밑줄이 쳐진 왼쪽 박스 X이므로 오른쪽이 정답이다.
11111 |
|
X |
t |
표 2. 식별 과제의 예시
참가자들은 표-2와 같은 과제를 60회 반복하였다. 정상적인 환경이라면 처음에 시행착오를 겪던 참가자들은 보통 10번 정도가 지나면 90%가 넘는 정답률을 보이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통제력을 고갈 시키는 과제의 참가자들에게는 연구자의 실험적 조작이 가해진다. 이 조건 참가자들에게 ‘정답/오답’ 피드백을 주되 실제 정답과 관계없이 무작위로 피드백을 주면서 참가자들로 하여금 계속 새로운 규칙을 찾는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도록 만들었다. 반면 통제력을 고갈 시키지 않는 과제의 참가자들에게는 별도의 피드백을 주지 않다가 나중에 얼마나 잘 했는지 알려 주었다.
그림 3. 패턴 지각 과제에 사용되는 자극의 예(Andreou et al.,2015): 왼쪽 그림은 카메라가 윤곽이 삽입되어 있다. 오른쪽 그림은 무선적인 패턴으로 만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과제를 수행한 참가자들은 그림-1과 같은 형태의 Snowy Picture Task를 수행하였다. Snowy Picture Task란, 함박눈이 오는 날에 바깥을 보았을 때 눈 사이로 어떤 형체가 보이는 것과 같이 흰 배경에 검은 색 윤곽을 보고, 검은 색 윤곽으로 되어 있는 것이 무엇인지 쓰는 과제이다. 이때 대상이 없다고 생각되거나 알아보기 어렵다면, 아무 것도 쓰지 않도록 했다. 총 24개의 그림이 있는데, 이중 12개는 실제로 어떤 대상의 윤곽이 있지만, 12개는 아무런 윤곽이 없다. 예를 들어, 그림-1의 왼쪽에는 카메라 윤곽이 보이지만, 그림-1의 오른쪽 그림은 아무런 윤곽이 없다. 만약 참가자들이 아무런 윤곽이 없는 12개의 그림에서 무엇인가를 봤다고 응답한다면, 이것은 착각적 패턴 지각(illusory pattern perception)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자극의 전체 세트는 부록 참고).
과연 자기 통제력이 고갈된 집단과 고갈 되지 않은 집단 중 어느 쪽에서 더 착각적 패턴 지각이 많이 나타났을까? 먼저 패턴에 대한 명확한 윤곽이 있던 12개의 그림에 대한 수행을 확인한 결과, 통제력 고갈 집단과 비고갈 집단 간에 차이가 없었고, 평균 11.4개의 정확도를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 패턴이 없었던 12개의 그림에 대해서는 두 집단 간 응답에 차이를 보였다. 자아가 고갈되지 않은 집단에서는 12개 중 3.47개에서 무엇인가를 봤다고 응답한 반면, 통제력이 고갈된 집단에서는 12개 중 5.16개에서 무엇인가를 봤다고 응답한 것이다. 즉 통제력이 고갈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착각적 패턴 지각이 더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연구는 통제력이 고갈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미신에 빠지기 쉽다는 것도 경험적으로 증명하였다. 연구자들은 앞 선 실험과 같은 방법으로 집단을 구분하여 자아를 고갈 시킨 후, 참가자들에게 아래의 스토리를 읽고 11점 척도(1: 전혀 연관성이 없다, 11: 매우 연관성이 높다)로 응답하게 하였다.
<스토리>
“당신은 대기업 마케팅 부서의 직원이라고 생각해보라. 당신은 아이디어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오른 쪽 발로 왼 쪽 발을 세 번 밟고 들어가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하루는 너무 급하게 회의에 들어가느라고 이 습관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날 회의에서 당신이 낸 아이디어는 채택되지 않았다. 발을 세 번 밟지 못하고 들어간 것과 당신의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은 것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만약 참가자들이 연관성이 있다는 쪽으로 강하게 응답한다면, 인과관계가 없는 두 가지 사건 사이의 인관관계를 착각적으로 지각한 것이며, 이러한 현상을 미신이라고 한다.
결과는 통제력을 잃어버린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이러한 미신 행동이 강하게 나타남을 보여주었다. 즉 통제력을 잃은 사람들은 두 사건의 연관성을 평균 4.92로 평가한 반면, 통제력을 잃지 않은 사람들은 평균 3.5로 연관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연구의 결과는 자기 통제력의 저하는 물리적 환경에 대한 지각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과 인지적 인과관계에 대한 지각도 왜곡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측면에서 시사점을 가진다.
*더 알고 싶다면,
Andreou, C., Bozikas, V. P., Luedtke, T., & Moritz, S. (2015). Associations between visual perception accuracy and confidence in a dopaminergic manipulation study. Frontiers in Psychology, 6, 414.
http://journal.frontiersin.org/article/10.3389/fpsyg.2015.00414/full
Baumeister, R. F., Bratslavsky, E., Muraven, M., & Tice, D. M. (1998). Ego depletion: is the active self a limited resourc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4(5), 1252-1265.
http://psycnet.apa.org/record/1998-01923-011
Levine, M. (1966). Hypothesis behavior by humans during discrimination learning.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71(3), 331-338.
http://dx.doi.org/10.1037/h0023006
Whitson, J. A., & Galinsky, A. D. (2008). Lacking control increases illusory pattern perception. Science, 322(5898), 115-117.
https://goo.gl/QWgcfR
※ 부록
Snowy Picture Task를 보여준다(1부터 12번). 1, 3, 4, 5, 6, 10, 11, 17, 19, 21, 22, 24는 안에 패턴의 윤곽이 비교적 명확하게 있는 그림이다. 2, 7, 8, 9, 12, 13, 14, 15, 16, 18, 20, 23은 본래 그림 안에 있던 패턴의 윤곽을 지워서 실제로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