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주요 차원에서의 정서적 안정성
행복은 어떤 성향과 관련성이 높을까? 전통적으로 학자들은 행복을 외향성(extraversion), 신경증(neuroticism)과 관련 있는 것으로 여겼으며, 전자에 더 무게를 두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외향성은 행복의 필수적인 요건이 아니며, 오히려 신경증이 행복과 삶의 만족도를 더 크게 예측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행복을 논할 때 신경증이 간과되어 온 이유는 쉽게 말해 그것의 부정적인 뉘앙스 때문이다. 과거에는 긍정적인 개념에 해당하는 ‘행복’을 ‘부정적인 것들의 부재’라고 보았다.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느낌을 내포한 ‘신경증’은 덜 고려된 것이다. 본 연구를 실시한 학자들은 ‘신경증‘을 보다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정서적 안정성’으로 바꾸어 관련성을 다시 측정해보고자 하였다.
연구에는 244명의 옥스퍼드 대학 출신 사람들과 그들의 친구들, 지인들이 참가하였다. 참가자들은 옥스퍼드에서 행복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한 29문항의 OHI(the Oxford Happiness Inventory)와 외향성, 정서적 안정성, 자존감, 삶의 만족도 문항들에 응답하였다.
표 1. OHI 점수와 삶의 만족도, 자존감의 예측변수로서의 외향성과 감정적 안정성
표 2를 보면, OHI와 외향성(E), 정서적 안정성(ES)의 상관관계를 알 수 있다. 먼저, correlations는 두 변인간의 단순한 관련성을 의미한다. 외향성(E)와 정서적 안정성(ES)의 수치를 비교할 때, 총 29개의 문항 중 19개의 문항에서 정서적 안정성이 외향성보다 더 높은 관련성을 보임을 알 수 있다.
오른쪽 단에 해당하는 partial correlations는 편상관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관련성 사이에서 다른 변수를 없앤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는 정서적 안정성의 영향력을 제거한 외향성의 값이며, 는 외향성의 영향력을 제거한 정서적 안정성의 값인 것이다. 편상관에서도, 정서적 안정성이 외향성보다 19개의 문항에서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주관적인 행복을 가장 직접적으로 묻는 항목인 1번 “나는 매우 행복하다”에서의 결과에 주목할 만하다. 이 문항에서 정서적 안정성의 영향력을 제외하자, 외향성과 1번 문항의 관계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표 2. The Oxford Happiness Inventory(OHI) 문항들과 외향성(E), 감정적 안정성(ES)의 상관관계
correlations는 단순상관을, partial correlations는 편상관을 의미.
란, ES의 영향력을 제거한 값, 란, E의 영향력을 제거한 값
이쯤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연령대에 따라 외향성 또는 정서적 안정성이 행복에 미치는 효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본 연구의 참가자들은 평균 연령 46세로, 전체의 3분의 2는 고용되었거나 은퇴한 상태이며, 비슷한 비율로 안정된 관계에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표본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전체적으로 정서적 안정성이 외향성보다 행복과 관련이 높다고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젊은 사람들은 중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을 구축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역동적으로 사회활동을 하게 되기 때문에 외향성이 행복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과연 젊은 사람들은 행복에 미치는 외향성과 정서적 안정성의 효과를 어떻게 바라볼까?
표 3. 젊은 사람과 나이든 사람들의 OHI 회귀 데이터
30세 이상은 나이든 참가자(186명)로, 30세 미만은 젊은 참가자(50명)로 분류하였다.
표 3에서는, 전체 표본을 30세를 기준으로 두 집단으로 나누었다. 30세 이상은 나이든 참가자 집단(186명)으로, 30세 미만은 젊은 참가자 집단(50명)으로 명명하였다. 놀랍게도 젊은 참가자 집단이 평가한 외향성의 영향력은 나이든 참가자 집단이 평가한 것보다도 훨씬 적었다. 나이든 참가자 집단의 경우, 근소한 차이로 정서적 안정성을 행복에 더 중요한 요소로 보았다. 그러나 젊은 참가자 집단의 경우, 외향성이 행복에 대한 예측변수로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 정서적 안정성의 효과도 나이든 집단에 비해 더 크게 평가되었다.
본 연구는 정서적 안정성이라는 개념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했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정서적 안정성은 부정적인 뉘앙스의 ‘신경증’으로 표현되었기에 외향성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에 비해 많이 간과되었다. 그러나 긍정적 개념으로 대체된 ‘정서적 안정성’은 외향성보다도 전반적인 행복, 삶의 만족도, 자존감과 더 큰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젊은 연령층에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더 알고 싶다면,
Hills, P., & Argyle, M. (2001). Emotional stability as a major dimension of happiness.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31(8), 1357-13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