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뚜껑을 따거나 짐을 들고 갈 때, 혹은 누군가와 팔씨름을 할 때 우리는 손을 힘껏 쥐게 됩니다. 이처럼 손을 쥐는 힘을 악력이라고 합니다. 악력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근력 중 하나로 개인의 전반적인 건강 수준을 가늠해 보는 지표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악력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수행되었습니다. 악력에 관한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악력이 높을수록 신체적, 정신적으로 더욱 건강하다는 것입니다. 85세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악력이 유난히 센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신체적 불편함이 더 적고 외로움 역시 더 적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Taekema 등, 2010). 악력에 관한 또 다른 연구들도 악력이 셀수록 우울감을 더 적게 느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현보람 등, 2021; Noh &. Park, 2020; Park 등, 2019).
그렇다면 행복은 어떨까요? 악력이 센 사람들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넘어 일상의 행복도 더 많이 느끼고 있을까요? 악력과 행복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노인들 가운데 악력이 셀수록 행복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Shah 등, 2021). 악력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악력의 긍정적인 효과가 노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악력과 행복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2019년에 수집된 국민건강영양조사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전체 분석대상자는 6,019명(남성 2,674명, 44.4%, 여성 3,345명, 55.6%)이고, 만 19세 이상 80세 미만의 사람들입니다(평균 연령 51.71세, 표준편차 16.91세). 악력의 측정은 디지털 악력기를 통해 3초씩 양손을 각각 3번씩 측정합니다. 다시 말해, 왼손 3번, 오른손 3번, 총 6번을 측정하는 것입니다. 전체 악력(kg)의 평균을 분석에 사용하였습니다. 악력이 클수록 손아귀 힘이 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악력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남성 평균이 36.3kg로 여성 평균 21.1kg보다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연령대에 따른 악력을 살펴보면, 20대부터 80대까지 나이가 들수록 악력이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한편, 행복의 측정은 전혀 행복하지 않다(1점)부터 매우 행복하다(4점)까지 항목 중 자신의 행복감에 해당하는 곳에 체크하였으며, 그 밖에 평소 활동 상태(하루 중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 일주일 중 하루 10분이상 걷는 날의 수)에 대해서도 응답하였습니다. 지금부터 나의 악력이 행복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그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악력이 셀수록 행복도 높아집니다. 악력이 1kg 증가하면 내가 매우 행복한 사람(행복 상위 30%)일 가능성이 10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악력이 행복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만 34세 이상에게서만 발견되었으며 나이가 들수록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일단 만 34세가 넘었다면, 나이가 들수록 악력과 행복의 관계가 더욱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악력 외에도 하루 중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적을수록, 그리고 일주일 중 하루 10분 이상 산책하는 날이 많을수록 행복은 높아집니다.
이 결과를 읽은 후에, 행복해지기 위해 ‘악력만’ 키우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섣부른 판단입니다. 악력은 근육의 세기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건강이 좋은 상태라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이번 분석 결과는 체력을 키우고, 나의 건강을 돌보는 것이 곧 행복을 높이는 방법이라는 것을 시사합니다. 조금 더 행복해지고 싶다면 운동을 시작해 보세요. 만약 어떤 운동을 시작해야 할 지 망설여진다면, 악력과 전완근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팔굽혀 펴기나 플랭크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습니다.
참고문헌
현보라, 윤영숙, 양윤준, 이언숙, 이준형, 허연, … & 강보람. (2021). 악력과 정신 건강의 연관성: 국민건강영양조사 (2015 년, 2017 년). Korean Journal of Family Practice, 11(5), 338-344.
Noh, H. M., & Park, Y. S. (2020). Handgrip strength, dynapenia, and mental health in older Koreans. Scientific Reports, 10(1), 1-9.
Park, S., Cho, J., Kim, D., Jin, Y., Lee, I., Hong, H., & Kang, H. (2019). Handgrip strength, depression, and all-cause mortality in Korean older adults. BMC geriatrics, 19(1), 1-8.
Shah, S. A., Safian, N., Ahmad, S., Wan Ibadullah, W. A. H., Mohammad, Z. B., Nurumal, S. R., … & Shobugawa, Y. (2021). Factors associated with happiness among Malaysian elderly.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18(7), 3831. Taekema, D. G., Gussekloo, J., Maier, A. B., Westendorp, R. G., & de Craen, A. J. (2010). Handgrip strength as a predictor of functional, psychological and social health. A prospective population-based study among the oldest old. Age and ageing, 39(3), 331-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