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서의 Benefit
✏ 용서에 대한 오해
✏ 용서하기 4딘계
✏ 삶에 적용하기
자녀를 살해한 범인을 용서하고 양자로 삼았다는 어느 부모의 이야기를 뉴스를 통해 접한 적이 있다. 아내를 살인한 범인을 용서한 목사, 억울한 누명을 쓰고 45년간 옥살이한 중년의 덤덤한 용서와 이해. 가상의 영화 주인공이나 고도로 훈련된 성자들만이 할 수 있을 법한 수준의 용서가 삶의 현장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용서, 나는 어디까지 해보았던가.
✏ 용서의 Benefit
이렇게 대단한 용서가 아니라도 일상에서 실천하는 소소한 용서가 우리의 정서와 신체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용서할 때 심리적 안녕과 신체 건강 모두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Worthington et al., 2007; Toussaint et al., 2012; Tpissaint et al., 2015).
먼저 용서는 복수에 대한 생각 혹은 부정적 감정 해소를 돕는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5주간의 추적조사연구 결과 용서를 많이 할 때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이러한 스트레스 감소는 정신건강증상을 완화시켰다(Toussaint et al., 2016a). 흥미롭게도 한 연구에서는 용서를 많이 하는 사람의 경우 스트레스가 정신건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을 밝혀냈다 (Toussaint et al., 2016b). 스트레스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용서가 끊어낸 것이다. 이처럼 용서는 우리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해결해준다.
용서는 분노도 해소시켜준다. 온갖 사회 부조리와 갑질 논란 등으로 분노가 대한민국을 뒤덮는 시기가 있었다. 일시적으로 표출되는 강한 분노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분노가 매우 깊고 오래 지속된다면 그것은 체계적으로 우리에게 많은 해를 가한다. 연구에 따르면 분노를 없애면 근육이 이완되고, 불안감이 덜하며, 에너지가 많아지고, 면역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한다 (Chida & Steptoe, 2009). 용서가 부정적 요인을 제거하기도 하지만 긍정적 요인을 강화시켜주기도 한다. 용서는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이 불의한 일을 당했을 때 그들이 결국 좋아하지 않게 되는 대상은 (아이러니하게도) 본인 스스로라고 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일어난 일의 고통에 맞서서 자신을 해친 사람에게 선함을 바칠 때, 스스로에 대한 관점을 바꿀 수 있다. 바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 용서에 대한 오해
이처럼 용서가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신체적 정신적 유익함에도 불구하고 용서를 실천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용서에 대해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용서란 단순히 나에게 해를 가한 사람을 놓아주거나 넘어가는 것이 아니다. 용서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용서가 잘못한 사람을 풀어주거나 그들과 화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용서는 공정성이나 정당성의 영역이 아니다. 내가 용서를 하고 안하고가 어떤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나를 학대한 가해자를 용서했다고 가해자의 행동이 옳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용서는 화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학대 피해자가 가해자와 화해(두가지 이상의 생각과 요구 등을 조화시키는 과정) 할 수는 없다. 다만, 피해자가 가해자를 “이해”하는 영역에는 나아갈 수 있다. 진정한 용서는 나를 해친 사람에게 “공감, 동정, 이해심”을 갖는 것을 말한다. 바로 이것들이 용서를 미덕이며 강력한 요인으로 만든다.
용서에 대한 또 다른 오해는 무엇일까? 누군가를 용서하는 것이 나약함의 표시라는 것이다. 학생들 사이의 관계를 중재하다 보면 끝까지 상대방의 잘못을 관철시키며 절대 용서하려들지 않는다. 목소리 큰사람이 이긴다고 했던가. 용서하면 내가 지는 것 같고, 내가 약하다는 걸 증명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용서는 누군가의 행동 혹은 사건의 잘잘못을 결정하지 않는다. 다만 상대방에게 따뜻한 이해의 시선을 주는 것이다. 용서는 나약함의 표시가 아니라 성숙함의 결과이다.
진정한 용서란, “우리를 부당하게 해친 자에게 원망할 권리, 부정적인 판단, 무관심한 행동을 버리고, 그에게는 과분한 동정심, 관대함, 심지어 사랑을 키우려는 의지” (Enright et al., 1998)를 뜻한다.
✏ 용서하기 4단계
타고난 용서 전문가가 있을까? 누가 용서를 잘 할 수 있을까? 대체적으로 우호적이고 덜 신경질적인 성향의 사람, 종교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용서를 잘 한다고 한다. 반대로 곰곰이 생각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일수록 용서하기가 어려운데 그것은 자기가 받은 상처나 원한에 보다 오래 메어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이 용서하기를 잘 하는(잘 못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성향은 있지만 이것이 용서하기가 타고난 재능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연습하면 더 잘 용서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처음부터 대단한 용서를 할 필요는 없다. 용서하려고 했다가 갑자가 용서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올라올 수 있다.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마음이 올라온다고 해도 놀랄 것 없다. 그렇다고 내가 용서하기를 실패한 것은 전혀 아니다.
여러 중재 연구를 통해 효과를 보인 용서하기 모델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Enright의 용서 치료 과정 모델(Enright, 2001)은 총 20개의 세분화된 과정으로 이뤄져 있으며 크게는 4가지 (범죄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기, 용서하기로 결심하기, 가해자를 이해하는 데 노력하기,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공감과 연민 발견하기)로 분류된다. 이러한 일련의 인지 연습은 상대방을 그들이 저지른 행동으로 정의하고 고정관념화 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상처입은 인간으로 보도록 돕는다. 이런 점에서 용서하기는 친 사회적 행동으로 정신건강을 돕는 정서 중심적 대처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Worthington,2006; Worthington & Scherer 2004).
📒준비단계
🏷누가 당신을 다치게 했습니까?
🏷얼마나 많이 다쳤습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에 초점을 맞출 건가요?
🏷그 당시 상황은 어땠나요? 오전이었나요, 오후였나요? 흐렸나요, 맑았나요?
🏷상대방이 뭐라고 했나요? 당신은 어떻게 반응했나요?
📒1단계 : 분노 드러내기
🏷분노 감정을 다루는 것을 피한적이 있습니까?
🏷화난 적 있나요?
🏷당신은 수치심이나 죄책감을 드러내는 것이 두려운가요?
🏷당신의 분노가 당신의 건강에 영향을 미쳤나요?
🏷상처나 가해자에 대해 집착한 적이 있나요?
🏷당신은 당신의 상황과 가해자의 상황을 비교했나요?
🏷그 상처가 당신의 삶에 영구적인 변화를 가져왔나요?
🏷그 상처가 당신의 세계관을 바꾸었나요?
📒2단계 : 용서하기로 결정하기
🏷지금까지 당신이 해왔던 방법이 그리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인정하세요.
🏷용서 과정을 기끼이 시작하세요.
🏷용서하기로 결심하세요.
📒3단계 : 용서 작업
🏷이해하기위해 노력하세요.
🏷연민의 마음을 갖기 위해 노력하세요.
🏷고통을 받아들이세요.
🏷상대방에게 선물을 전달해 보세요.
📒4단계 : 감정의 감옥으로부터 해방 및 발견
🏷고통의 의미를 생각해보세요.
🏷용서의 필요성을 발견해보세요.
🏷당신이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떠올리세요.
🏷당신의 삶의 목적을 발견하세요.
🏷용서의 자유를 찾아보세요.
Enright는 이 모델이 배우자로부터 정서적 학대를 경험한 여성의 우울증, 불안, PTSD를 완화한다는 연구 결과를 포함하여 다양한 일대일 개입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Reed & Enright, 2006). 이 모델을 사용한 54개의 용서 연구를 대상으로 한 메타연구에서도 용서와 여러 정신건강이 향상되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흥미롭게도 이 연구에서는 강한 용량-반응 관계가 있는 것 또한 밝혀냈다 (Wade et al., 2014). 즉, 용서하려고 노력한 양과 용서를 성공적으로 경험한 양 사이의 유의미한 정적 관계가 있었다.
✏ 삶에 적용하기
내가 아직 용서하지 못한 누군가가 있다면 지금 잠시 머리속에 떠올려 보자. 위 4가지 단계 중 나는 어디에 멈춰서있는가. 용서하기를 결심하지 못하고 그 앞을 서성이고 있는가, 아니면 결심은 했지만 어떻게 이해해야하는 지 몰라 헤메고 있는가.
용서에 대한 오해의 실타래를 풀고 용서 과정 단계를 확인하여 내가 가졌던 용서의 지경을 서서히 넓혀보자. 용서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개인의 노력 뿐 아니라 용서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용서 문화를 형성하고자 하는 가정과 교육현장의 노력이 뒷받침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용서를 실천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참고문헌]
Chida, Y., & Steptoe, A. (2009). The association of anger and hostility with future coronary heart disease: a meta-analytic review of prospective evidence.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53(11), 936–946. https://doi.org/10.1016/j.jacc.2008.11.044
Enright, R. D., Freedman, S., & Rique, J. (1998). The psychology of interpersonal forgiveness. In R. D. Enright & J. North (Eds.), Exploring forgiveness (pp. 46–62). Wisconsin: University of Wisconsin Press
Enright, R. D. (2001). Forgiveness is a choice: A step-by-step process for resolving anger and restoring hope.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Reed, G. L., & Enright, R. D. (2006). The effects of forgiveness therapy on depression, anxiety, and posttraumatic stress for women after spousal emotional abuse. Journal of consulting and clinical psychology, 74(5), 920–929. https://doi.org/10.1037/0022-006X.74.5.920
Toussaint, L. L., Owen, A. D., & Cheadle, A. (2012). Forgive to live: Forgiveness, health, and longevity. Journal of Behavioral Medicine, 35(4), 375-386.
Toussaint, L. L., Worthington, E. L. J., & Williams, D. R. (2015). Forgiveness and health. Springer Netherlands.
Toussaint, L. L., Shields, G. S., & Slavich, G. M. (2016a). Forgiveness, Stress, and Health: a 5-Week Dynamic Parallel Process Study. Annals of behavioral medicine : a publication of the Society of Behavioral Medicine, 50(5), 727–735. https://doi.org/10.1007/s12160-016-9796-6
Toussaint, L., Shields, G. S., Dorn, G., & Slavich, G. M. (2016b). Effects of lifetime stress exposure on mental and physical health in young adulthood: How stress degrades and forgiveness protects health. Journal of health psychology, 21(6), 1004–1014. https://doi.org/10.1177/1359105314544132
Wade, N. G., Hoyt, W. T., Kidwell, J. E. M., & Worthington, E. L., Jr. (2014). Efficacy of psychotherapeutic interventions to promote forgiveness: A meta-analysis. Journal of Consulting and Clinical Psychology, 82(1), 154–170. https://doi.org/10.1037/a0035268
Worthington, E. L., & Scherer, M. (2004). Forgiveness is an emotion-focused coping strategy that can reduce health risks and promote health resilience: Theory, review, and hypotheses. Psychology & Health, 19(3), 385-405. doi: 10.1080/0887044042000196674
Worthington, E. L., Witvliet, C. V. O., Pietrini, P., & Miller, A. J. (2007). Forgiveness, health, and well-being: A review of evidence for emotional versus decisional forgiveness, dispositional forgivingness, and reduced unforgiveness. Journal of Behavioral Medicine, 30, 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