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10월 29일(토) 행복연구센터 제16기 교사행복대학 3차 교육 현장
| 최종안 교수님, “환경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면”
| 곽윤정 교수님, “뇌과학을 통해 학생들을 이해하면”
2022년 10월 29일 토요일 9시,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와 사범대학교육연수원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제16기 교사행복대학의 세 번째 교육이 열렸다. 이번 교육은 총 6회차의 행복대학 프로그램 중 세 번째 시간으로,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석영중 교수님의 명사초청 특강, 강원대학교 심리학과 최종안 교수님의 사회심리학 강의, 세종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곽윤정 교수님의 청소년심리학 강의, 그리고 실천 팀프로젝트 시간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시간은 <팬데믹 시대의 도스토옙스키, 그 희망과 갱생의 서사>라는 제목의 명사초청 특강이었다. 석영중 교수님은 본인의 삶이 힘들고 절망적일 때마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을 읽으며 힘을 얻었다고 말씀하시며, 이런 경험을 선생님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번 강연을 준비하였다고 설명하였다. 교육 현장에서 오랫동안 팬데믹 시대를 버텨온 선생님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되는 순간이었다. 도스토옙스키의 일생은 ‘고통으로 점철된 삶’이었지만, 그는 좌절하는 대신 인간을 탐구하고, ‘삶은 선물이고 행복’이라고 말하며, 삶을 갱생시키는 노력을 통해 자신의 작품 세계를 완성하였다. 그러한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인간적 애정과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세계에 대한 탐구심이 듬뿍 담긴 강연은 한 시간 내내 선생님들께 웃음과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단 하나, 부활과 갱생과 새로운 생활에 대한 강렬한 희망만이 나를 지탱할 수 있게 해준 힘이었다.” 는 대목이나, “그 모든 상실에도 불구하고 나는 삶을 사랑한다.” 는 대목을 소개할 때는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두 번째 시간인 최종안 교수님의 사회심리학 강연은 지난 시간 ‘자기(self)’를 중심으로 풀어간 내용을 복습하면서 시작하였다. 상황을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주체가 바로 자기이기 때문에 자기를 이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더해, 그렇다면 자기는 상황을 어떻게 인식할까? 교수님은 “자기는 아주 독특하고 특이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어떤 상황이든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해하려고 하는 성향(positive illusion)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것이지요.” 라고 설명하였다. 이는 얼핏 부정적인 성질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사람의 적응을 돕고 심리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약간의 ‘근자감’이 스트레스나 위기, 도전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라는 점에는 모든 선생님이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선생님들은 이러한 ‘근거 없는 자신감’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다시 말해 과도하여 나르시시즘이 되거나 부족하여 자신을 지나치게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있도록 학생들을 지도해야겠다고 다짐하였다.
이후 최종안 교수님은 자기(self)를 넘어, ‘환경’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본격적으로 설명하였다. 교수님은 ‘팝콘 실험’을 예시로 들며 작은 환경의 변화도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도록 도와주었다. 팝콘 실험은 작은 바구니에 팝콘이 담겨있을 때보다 큰 바구니에 팝콘이 담겨있을 때 사람들이 팝콘을 훨씬 많이 먹고, 심지어 자신이 먹은 양을 적게 생각한다는 결과를 보여준 실험이다. 이는 환경이 사람들의 행동과 인지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이러한 원리를 토대로 살펴본다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사회적 환경으로 ‘사회적 규범’이 있다.
이때 사회적 규범이란, ‘어떤 것을 해야 한다(rule)’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다 그렇게 하는 것(agreement)’이다. 남들이 다 그렇게 한다는 것은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교수님이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전거를 탈 때 헬멧을 쓰지 않으면 벌금을 물겠다는 규칙이 있었을 때보다,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이 헬멧을 쓴다는 캠페인이 시행된 후에 훨씬 헬멧 착용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이렇게 사회적 규범이 작동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의 ‘또래문화’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또래문화는 따라야 하는 규칙이기보다는 ‘내 또래들은 다 이렇게 하는데, 나도 이렇게 해야지’라는 생각에 가까운 것이다. 교수님의 말씀대로, 이를 이해한다면 학생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후에는 세종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곽윤정 교수님의 ‘청소년 심리학’ 수업이 이어졌다. 지난 시간 10대 아이들의 뇌 발달 특성에 대해 말씀해주신 것에 이어, 이번 시간에는 성별에 따라 뇌 발달의 특성이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보았다. 정리하면, 남성과 여성의 뇌는 1)언어영역, 2)공간영역, 3)뇌량(뇌연결망 구조), 4)시상하부의 발달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한다. 교수님은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자신의 뇌가 ‘남성형’의 특징을 더 많이 가진 뇌에 가까운지, ‘여성형’의 특징을 더 많이 가진 뇌에 가까운지를 검사할 수 있는 ‘두뇌 성별검사’를 소개해주시기도 하였다. 뇌과학은 평소에 접하기 힘든, 다소 생소한 분야의 지식이다보니 열성적으로 필기를 하고 사진을 찍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선생님들의 집중력은 교수님이 현장 교육에 뇌과학이 접목될 수 있는 지점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특히 크게 발휘되었다. 예를 들어, 교수님은 남학생들이 여학생들보다 언어영역의 발달이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남학생들을 상담할 때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질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였다.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때, 지금 화가 난 것인지, 답답한 것인지, 슬픈 것인지를 질문한다면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를 표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시상하부의 차이로 인해 남성이 여성보다 욕구를 강력하게 느끼고 지속기간 또한 길다는 점을 성교육에 적용할 수도 있다. 좀 더 강렬한 욕구를 느끼는 것을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이해하면서, 그 욕구를 다루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뇌발달에 도움이 되는 요인과 도움이 되지 않는 요인(스트레스, 식습관, 운동과 놀이)에 대한 설명은 성장기의 청소년들을 지도하시는 선생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졌다.
팀 프로젝트 시간에는 지난주와 같이 야외활동을 펼친 B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고자 했다. B팀은 ‘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라는 책을 주교재로 독서토론을 진행하였다. 책의 내용을 읽고 소감을 나누고, 떠오른 질문을 나누고 답하며, 몸과 마음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것이 B팀의 활동 목표이다. 이번 주는 ‘마음 가꾸기’를 주제로 풍성한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여전히 나누고 싶은 말들이 많아 마칠 때쯤 선생님들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묻어나기도 했다. 다행히 다음 시간은 1박 2일로 선생님들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서로를 가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