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것은 강하게, 약한 것은 약하게
: 정서와 동서양인의 추론
그림 1. 동양인들은 직접 연결되지 않은 퍼즐 조각이라도 전체를 구성하는데 기여한 환경이라면 추론의 대상으로 삼는 경향(종합적 추론)이 있다. 서양인들은 개별 퍼즐 조각들과 직접 연결된 조각들만 추론의 대상으로 삼는 경향(분석적 추론)이 있다.
동서양 문화의 차이에 대한 연구들은 동양인과 서양인이 다른 추론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을 관찰하여 왔다. 특별히 어떤 사건의 인과관계에 대한 추론을 할 때 동양인(East-Asian)들은 사건을 둘러싼 맥락과 환경 안에서 그 사건이 발생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법한 모든 가능성들을 종합적으로 추론(holistic reasoning) 하지만, 서양인(Westerner)들은 환경에 있는 해당 사건을 그렇게 귀결시킨 특정한 요소들이 무엇이었는지 분석적으로 추론(analytic reasoning) 한다(Nisbett, 2003; Nisbett et al., 2001).
그림-1과 같은 퍼즐 결합에 비유하자면, 동양인들은 직접 연결되지 않은 퍼즐 조각이라도 전체를 구성하는데 기여한 환경이라면 추론의 대상으로 삼는 경향(종합적 추론)이 있다. 서양인들은 개별 퍼즐 조각들과 직접 연결된 조각들만 추론의 대상으로 삼는 경향(분석적 추론)이 있다. 예를 들어, 그림-1의 동양인들은 빨간색 조각의 특성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것과 직접 연결된 갈색과 녹색뿐 아니라 직접 연결되지 않은 흰색 조각도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서양인들은 빨간색 조각과 직접 연결된 갈색과 녹색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한 동서양인의 추론방식에 정서가 개입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즉 긍정적 정서가 동서양인의 추론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각각의 추론 방식을 더 강화시킬까? 아니면 약화시킬까? 또 부정적 정서는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인가?
이를 알아보기 위해 모국어가 영어인 69명의 미국국적 소유자와 모국어가 한국어인 41명의 한국국적 소유자가 참여하였다(Koo et al., 2012). 그리고 이들 중 한 그룹은 긍정정서 유발을 위해 모차르트(Mozart)의 《Eine Kleine Nacht Musik》를 들려주었고, 다른 그룹은 부정정서 유발을 위해 말러(Mahler)의 《Adagietto》를 들려주었다(Niedenthal & Setterlund, 1994; Storbeck & Clore, 2005).
정서점화를 마친 참가자들은 추론과제를 수행하였다. 추론과제는 학생이 지도교수를 살인한 사건과 관련된 97가지 정보 중 사건에 불필요한 정보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표-1은 과제의 예시를 보여준다.
이제 귀하가 대학원생이 교수를 살해한 살인 사건의 책임을 맡은 경찰관이라고 가정해 보십시오. 죽은 교수는 대학원생의 지도교수였습니다. 왜 그 대학원생은 자신의 지도교수를 살해하였을까요? 이제 담당경찰관으로서 살인의 동기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래에는 가능한 정보들이 제공되어있습니다. 각 정보들은 살인의 동기를 추정하는데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 정보들 중에서 관련이 없다(실험2에서는 ‘있다’)고 생각되는 정보들을 제거(실험2에서는 ‘포함’)해 주시기 바랍니다. 관련이 없다(실험2에서는 ‘있다’)고 생각되는 정보들 옆에 있는 칸에 “∨”표시를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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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Koo et al. (2012)의 실험재료
참가자가 종합적으로 추론한다면 “대학원생이 최근에 연애에서 실패했는가”와 같은 대학원생이 처한 최근 외부환경 등의 간접적인 단서들도 포함시키려는 경향이 증가할 것이고, 이에 따라 정보를 제거하는 수가 감소할 것이다. 분석적 추론을 한다면 “교수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대학원생을 조롱한 적이 있는가”와 같이 교수와 대학원생 사이에 있었던 직접적인 단서들만 포함시키려는 경향이 증가하여 정보를 제거하는 수가 증가할 것이다.
표-2는 이 실험의 결과를 보여준다. 먼저 한국인의 경우 부정정서를 점화했을 때가 긍정정서를 점화한 조건에서 더 많은 정보를 제거하였다. 즉 한국인의 경우 긍정정서일 때 종합적 추론 경향이 부정정서일 때보다 강해졌음을 의미한다. 반면 미국인의 경우 긍정정서 조건일 때가 부정정서 조건일 때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제거하였다. 이는 미국인의 경우 긍정정서일 때 분석적 추론 경향이 부정정서일 때보다 강해졌음을 의미한다. 즉 긍정정서는 각 문화권의 우세한 정보처리를 더 강하게 만들었고, 부정정서는 각 문화권의 우세한 정보처리를 약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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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
미국인 |
긍정정서(p<.05) |
평균 48.73개 제거 |
평균 55.25개 제거 |
부정정서(p<.05) |
평균 55.42개 제거 |
평균 49.73개 제거 |
표 2. Koo et al. (2012)의 실험1의 결과
이것을 반복검증하기 위한 또 다른 실험은 표-1과 같은 과제를 동일하게 수행하되, 정보 중 증거가 될 만한 정보를 포함하게 하였다. 만약 참가자가 종합적으로 추론한다면, 더 많은 정보를 포함할 것이지만, 분석적으로 추론한다면, 더 적은 정보만 포함할 것이다.
표-3은 이 추가 실험의 결과를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한국인은 긍정정서일 때가 부정정서일 때보다 정보를 더 많이 포함시켰고, 미국인은 긍정정서일 때가 부정정서 일 때보다 정보를 더 적게 포함시키면서 실험-1과 동일하게 긍정정서는 각 문화권의 우세한 정보처리 방식을 더 강하게 만드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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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
미국인 |
긍정정서(p<.05) |
평균 33.82개 포함 |
평균 26.34개 포함 |
부정정서(p<.05) |
평균 27.32개 포함 |
평균 29.12개 포함 |
표 3. Koo et al. (2012)의 실험1의 결과
본 연구는 긍정정서가 전역적 주의(global focus)를 유발하고, 부정정서가 국소적 주의(local focus)를 유발한다는 저수준 정보처리(low-level processing)에 관한 연구(주로 시지각)를 상대적으로 고수준 정보처리(high-level processing)인 문화적 추론맥락(주로 귀납추론, 인과추론)에 그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에서 시사점을 가진다(Gasper & Clore, 2002; Huntsinger, Clore, & Bar-Anan, 2010).
*더 알고 싶다면,
Gasper, K., & Clore, G. L. (2002). Attending to the big picture: Mood and global versus local processing of visual information. Psychological Science, 13(1), 34-40.
Huntsinger, J. R., Clore, G. L., & Bar-Anan, Y. (2010). Mood and global–local focus: Priming a local focus reverses the link between mood and global–local processing. Emotion, 10(5), 722-726.
Koo, M., Clore, G. L., Kim, J., & Choi, I. (2012). Affective facilitation and inhibition of cultural influences on reasoning. Cognition & Emotion, 26(4), 680-689.
Niedenthal, P. M., & Setterlund, M. B. (1994). Emotion congruence in perception.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0(4), 401-411.
Nisbett, R. E. (2003). The geography of thought: How Asians and Westerners think differently and why. New York, NY: Free Press.
Nisbett, R. E., Peng, K., Choi, I., & Norenzayan, A. (2001). Culture and systems of thought: Holistic versus analytic cognition. Psychological Review, 108(2), 291-310.
Storbeck, J., & Clore, G. L. (2005). With sadness comes accuracy; with happiness, false memory: Mood and the false memory effect. Psychological Science, 16(10), 785-7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