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 주어진 단위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일도 3개로 나누면, 그 중 1개를 정량이라 생각하고, 반대로 다른 일 3개를 합쳐서 1개로 만들어도, 그것 역시 정량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것을 단위편향(unit bias)이라 한다. 좀 더 학술적으로 정의하자면, 단위편향이란 자신의 효용체계와는 무관하게 외부적으로 주어진 양을 자신의 소비효용을 극대화하는 양으로 간주하고 이를 모두 소비하고자 하는 인식오류 혹은 의사결정 오류를 말한다.
예를 들어, 500ml 캔 콜라를 구매하여 개봉하였을 경우 대부분 이걸 한 번에 다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포장 단위를 곧 단번에 먹어야 하는 정량처럼 느끼는 현상이 바로 단위 편향이다. 다른 예로, 음식점에서 1인분의 메뉴를 주문하였을 경우, 제공하는 음식의 양이 많고 적음과는 전혀 관계없이, 주어진 1인분의 양을 자신의 최적 소비량으로 생각하여 이를 모두 섭취하려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음식 섭취량은 포장 크기와는 관련이 없어야 하며, 칼로리나 부피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단위 편향은 2006년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심리학과의 Andrew B. Geier 교수와 Pal Rozin 교수가 제안한 개념이다. Geier 와 Rozin은 단위 편향이 특히 음식 섭취량에서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고, 세 가지 식품을 사용하여 세 번에 걸친 실험을 진행했다. 세 번의 실험에서는 모두 공공장소에서 간식을 무료로 제공하고, 그 간식의 섭취를 비교했다. 두 번째까지는 제품 단위의 크기를 다양하게 하여 연구를 진행했으며, 세 번째 실험에서는 먹는 기구의 크기를 다양하게 했다.
첫 번째 실험 – Tootsie Roll
첫 번째 실험에서는 연구자가 매일 아침 큰 그릇에 Tootsie Roll을 가득 담아 간식을 주로 두는 사무실 건물 1층에 두고, 하루가 끝나면 남은 캔디의 양을 계산하여 사람들이 얼마나 먹었는지 확인했다. 실험기간 동안 매일 캔디를 교체를 하였는데, 교체일에는 3g짜리 80개를 채워 넣거나 혹은 12g짜리 20개로 채워 넣었으며, 총 240g을 지켜 매일매일 캔디의 양을 유지하였다. 이 측정은 10일간 수행되었으며, 3g짜리 80개 5일, 12g짜리 20개 5일로 진행되었다.
두 번째 실험 – 프레즐
두 번째 실험에서는 연구진들이 정기적으로 월, 수, 금 오전 8시에 프레즐을 아파트 로비에 비치하고, 오후 4시에 남은 프레즐을 계산했다. 일반적으로 프레즐은 3온스짜리 하나가 제공되었으며, 매주 교대로 1개의 프레즐(3온스) 60개 혹은 절반의 프레즐(1.5온스) 120개를 두었다. 즉, 한 주는 일주일 동안 월, 수, 금에 온전한 프레즐 하나를 60개 두었고, 그 다음주에는 동일한 날에 프레즐 반개를 120개 두었다. 12주 동안 이 패턴을 반복하여 총 36일간(한개 18일, 반개 18일)의 매일의 프레즐 섭취량을 기록했다.
세 번째 실험 – M&M
마지막 실험에서는 연구진들이 매일 오전 9시에 M&M 1파운드가 들어있는 큰 그릇을 두 번째 실험을 진행한 곳과 같은 아파트 건물의 프론트 데스크에 비치해두었으며, 오후 5시에 남은 M&M을 계산했다. 첫 번째 주(월~금)에는 작은 스푼을 두었고, 두 번째 주(월~금)에는 4배 더 큰 스푼을 두었다. 사람들은 M&M을 각 주차에 맞는 스푼으로 직접 떠서 먹어야만 했다. 그릇에는 “마음껏 드세요. 단, 함께 놓인 숟가락을 사용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써 붙였다.
모든 실험이 끝나고,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Tootsie Rolls, 프레즐 모두 큰 부피의 음식을 두었을 때가 작은 부피의 음식을 두었을 때보다 더 많은 양을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Tootsie Rolls의 경우, 3g짜리보다 12g짜리를 두었을 때 2.27배 더 많이 가져갔으며, 프레즐의 경우 1.5온스짜리보다 3온스짜리를 두었을 때 1.69배 더 많이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M&M의 경우에도 큰 스푼을 두었을 때가 작은 스푼을 두었을 때보다 1.67배 더 많은 초콜릿을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이 예측한대로, 세 가지 실험 모두 더 큰 부피의 단위의 음식일수록 사람들이 더 많은 양을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실제로 음식을 먹었는지 확인하지 못하였으며 그저 가져간 음식의 양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어떤 음식은 주머니에 남겨졌을 것이고, 또 어떤 음식은 다른 이에게 전달되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단위가 커질 때 사람들이 선택한 음식의 양이 증가하는 것을 여러 번의 실험을 통해 밝혔으며, 이로 인해 단위 편향이 큰 영향력을 끼치는 휴리스틱임을 입증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외부에서 주어진 1단위가 적정량이라고 쉽게 받아들이는 소비자의 경향은 기업에서 보면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이 적정량인지 따지지 않고 소비하기 때문에, 제품 2개를 파는 것보다 이를 하나로 합쳐 대용량으로 만들어 팔면, 유통과 포장 등의 비용을 절약하면서도 매출을 높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때문에 상품 진열대에는 점점 대용량 상품이 많아지고,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양을 먹고, 소비하게 된다.
*더 알고 싶다면,
Geier, A. B., Rozin, P., & Doros, G. (2006). Unit bias: A new heuristic that helps explain the effect of portion size on food intake. Psychological Science, 17(6), 521-525.
https://doi.org/10.1111/j.1467-9280.2006.01738.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