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훈련은 기억력 증진과 성적 향상에 도움을 준다?
미국에서는 SAT나 GRE와 같은 표준화된 시험을 통해 학생들의 인지 능력과 예상되는 교육적 성취를 평가한다. 한국에서도 대학 입학을 위해 매년 많은 학생들이 수학능력시험을 치른다.
과연 이러한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선행연구들에 따르면, 학생들이 과제나 시험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서는 ‘잡념(Mind-wandering)’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Mind-wandering이란, 특정한 일과는 전혀 무관한 걱정이나 생각들로 주의가 분산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SAT, WMC와 같은 다양한 시험에서의 나쁜 성적을 거두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있다. 오랫동안 학자들은 ‘현실에서 마음놓고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해왔고, 마음챙김 훈련(mindfulness training)이 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이와 관련한 연구들이 다수 진행되었다. 연구들에 따르면, 마음챙김 훈련은 스트레스가 많은 기간 동안에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예방하고, 주의집중력을 강화시키며, 공간지각능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마치 마음챙김 훈련이 대단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처럼 보인다.
본 연구의 저자들은 “진정으로 마음챙김 훈련이 잡념(Mind-wandering)을 감소시키고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는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마음챙김 훈련이 성적을 향상시키는지”의 여부를 실험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2주간의 마음챙김 훈련을 실시하였다.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48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였으며, 이 중 26명의 학생들은 처치집단으로, 22명의 학생들은 통제집단으로 무작위로 나눈 후 실험을 실시했다. 처치집단의 학생들은 마음챙김 수업을, 통제집단의 학생들은 영양수업을 듣게 하였으며, 두 조건 모두 2주간 총 8번의 수업을 듣게 했다.
마음챙김 수업에서는 주의집중을 할 수 있게 하는 다양한 정신적 전략과 신체적 자세를 강조하였으며, 마음챙김을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생들로 하여금 매일 10분씩 수업 외의 시간에 마음챙김 훈련을 하도록 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은 모두 둥글게 원을 그리며 앉아 10분에서 20분 정도의 마음챙김 훈련을 하고, 일상생활에서 마음챙김 훈련을 했던 경험을 서로 공유하며 피드백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학생들은 수업시간을 통해 마음챙김의 개념과 마음챙김을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배웠는데, 구체적으로 (1) 다리를 바르게 하고 시선을 아래로 깔고 똑바로 앉기 (2)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생각과 정교한 사고를 구분하기 (3) 현재 발생하는 일들을 정신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들을 최소화하기 (4) 명상 중에 깊은 호흡을 쉬기 (5) 최대 21회까지 연이어 계속 호흡하기 (6) 생각을 인위적으로 억제하기 보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쉬도록 하기 등을 매 수업시간 배웠다.
한편, 영양 수업에서는 영양학의 기본 주제를 다루었으며,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전략들을 가르쳤다. 처치 조건에서 매일 마음챙김 훈련을 하도록 과제를 내준 것과 마찬가지로, 통제조건에서도 매일 매일 음식섭취량을 기록하는 과제를 하게 하였다.
모든 참가자들은 수업이 시작되기 1주일 전에 기억력 테스트 과제(WMC)와 수학능력시험 과제(GRE)를 수행했으며, 수업이 종료된 후 1주일 이내에 다시 한 번 비슷한 난이도의 WMC 과제와 GRE 과제를 수행하였다. 뿐만 아니라, 사전, 사후 과제를 각각 수행하는 동안 떠올린 잡념들도 측정하였는데, 이는 시험이 끝난 후에 이를 회고하는 방식으로 측정되었다. GRE 과제 동안 과제에 얼마나 집중하였는지의 정도를 5점 리커트척도로 보고하게 하였으며(1점=완전히 집중, 5점=거의 대부분 잡생각을 함), 이와 더불어 주로 어떤 잡념이 떠올랐는지를 수기로 쓰게 하였다.
그 결과, 마음챙김 훈련은 GRE 점수와 WMC 점수를 모두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a 그래프와 b 그래프를 살펴보면, 수업을 듣기 전, 처치조건과 통제조건의 시험성적은 모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각 조건의 참가자들이 마음챙김 혹은 영양수업을 들은 이후에 측정한 시험성적은 차이가 있었다. 통제조건의 영양수업을 들은 참가자들은 사전, 사후 성적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나, 처치조건의 마음챙김 수업을 들은 참가자들은 사전 성적보다 사후 성적이 유의하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마음챙김 훈련은 특히 집중이 산만한 참가자들에게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의 잡념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즉, 사전 과제에서 평균보다 높은 수준으로 잡념을 보고한 참가자들이 마음챙김 훈련을 한 이후에, 사후 과제에서는 잡념이 유의하게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으며, 이것이 성적향상이 유의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발견은 특히 정신 집중을 잘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마음챙김 훈련을 하였을 때에 시험 중 잡념이 줄어들고, 이것이 성적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시사한다.
본 연구의 결과는 ‘마음챙김 훈련’이 인지기능을 향상시키고, 더불어 집중력이 약한 학생들로 하여금 잡념을 줄이고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임을 시사한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장기간에 걸친 마음챙김 훈련이 아닌, 2주 동안의 8회에 불과한, 비교적 단기간의 마음챙김 훈련이 큰 효과를 나타냄을 입증하였다는 의의를 지닌다.
입시로 힘들어하는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마음챙김 훈련을 하도록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들의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성적을 향상시키는 데에 마음챙김 훈련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더 알고 싶다면,
Mrazek, M. D., Franklin, M. S., Phillips, D. T., Baird, B., & Schooler, J. W. (2013). Mindfulness training improves working memory capacity and GRE performance while reducing mind wandering. Psychological Science, 24(5), 776-7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