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매거진 <topclass> 의 최인철 교수 인터뷰 내용을 발췌하였습니다.
“행복하려면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보다 환경을 바꾸는 게 더 중요합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공간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야 행복해지는 건
아주 단순한 비결이에요. 하지만 이런 걸 전부 무시하면서
나쁜 환경에서도 마음 잘 먹는 것을 강조하고,
나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잘 견뎌내라고 합니다.
그렇게 접근하면 행복이 너무 어려운 거죠.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공간을 바꾸고, 사람을 바꿀 필요가 있어요.
행복을 공부하면 더 행복해질까요?
“안 배운다고 덜 행복한 건 아니에요. 다만 행복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삶인지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과정은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내 삶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죠. 건강과 몸에 대해 공부하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몸에 대해 안다고 바로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몸에 대해 공부하지 않으면 건강하지 않은 삶을 살 확률이 높아지죠. 인류가 몸에 대해 공부한 결과물을 공유하면서 많이 건강해졌고, 삶의 지혜로 남아 있잖아요. 행복도 마찬가지예요. 마음을 배우지 않으면 해가 되는 생각이나 행동을 할 수 있죠. 어떤 생각이 행복에 도움이 되는지 공부하고 연구하면 그 결과가 쌓여서 개인뿐 아니라 사회가 공유하는 지식이 됩니다.”
14년간 행복 연구를 하면서 깨달은 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 꼽는다면요?
“행복이 생각보다 훨씬 단순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보통 많이 알면 복잡해서 길을 잃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지 않아요. 행복의 기술은 아주 단순하다는 걸 알게 된 것이 큰 수확입니다.”
행복은 찾아오는 게 아니라 찾는 것이다?
“그렇게 바뀌어가는 거죠. 이런 관점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과거 행복의 개념으로 보자면 저절로 찾아오는 소소한 행복이 많았어요. 날씨가 좋고, 노을이 예쁘고, 오늘 이렇게 인터뷰 시간을 통해 깨달음이 있었다면 ‘찾아온 행복’이죠.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이런 행복을 많이 놓쳐요. 우연히 찾아온 행복을 충분히 느끼기보다 추구하는 행복을 찾아 나서죠. 빨리 집에 가서 단어 하나라도 외워야지,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뭔가를 얻어야지, 하는 식으로. 그래서 중요한 건 ‘균형’입니다. 행복을 열심히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연히 찾아오는 행복을 충분히 만끽하기위해 잠시 멈추는 것도 필요해요.”
‘행복 천재’ ‘행복 둔재’라는 표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행복 천재는 행복에 대한 자기 나름의 기준이 명확한 사람을 의미하는데요, ‘행복 천재’라는 표현을 만든 이유가 있어요. 우리나라는 ‘공부 천재’라는 말을 너무 좋아합니다. 그렇다 보니 부모들은 아이를 공부에 올인시키고, 아이들은 불행해하죠. 그 과정에서 놓치는 것도 많고요. 공부 천재만큼이나 행복 천재도 중요하다고 봤어요. 행복 천재라는 말을 좋아해서 만들었다기보다 공부 천재, 재테크 천재처럼 이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썼습니다.”
행복하려면 시간과 공간, 사람의 변화를 주라는 조언도 새로웠습니다.
“심리학의 ‘마음 심(心)’자 때문에 생기는 오해를 말해야겠군요. 일본에서 ‘물리(physical)’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심리(psychology)’번역을 한 건데, ‘심(心)’이라고 하니까 내면에 대한 학문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요. 심리학은 인간 행동을 주로 연구하거든요. 심리라는 개념에는 물론 마음가짐도 들어가지만, 우리 행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옆에 있는 사람이에요. 누구를 만나는가가 중요하죠. 또 어떤 공간에서, 언제 하는지도 빼놓을 수 없고요.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공간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야 행복해지는 건 아주 단순한 비결이에요. 하지만 이런 걸 전부 무시하면서 나쁜 환경에서도 마음 잘 먹는 것을 강조하고, 나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잘 견뎌내라고 합니다. 그렇게 접근하면 행복에 너무 어려운 거죠.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공간을 바꾸고, 사람을 바꿀 필요가 있어요. 쉬운 길을 두고 너무 어려운 길을 가려 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