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인철 교수, 돈과 행복 사이에 놓인 징검다리 요소들을 검토하다
| 이인아 교수, 맥락과 패턴을 익히는 해마 학습의 비결을 제시하다
| 최종안 교수, 행복한 사회는 자기 이해로부터 시작된다
2024년 10월 12일, 서울대학교 교육정보관에서 제20기 교사행복대학의 4차 행사가 열렸다. 알록달록 단풍이 물든 캠퍼스는 생기로 가득했다. 푸르던 잎이 완연한 단풍으로 변하듯, 선생님들의 행복에 대한 지식과 인사이트도 첫 회차부터 네 번째에 이른 지금, 단풍처럼 풍성하고 다채로운 빛깔로 자리하고 있었다. 이날 강연은 ▲최인철 교수의 ‘굿라이프 심리학’, ▲이인아 교수의 명사초청특강, ▲최종안 교수의 사회심리학 강의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로 연단에 오른 최인철 교수는 ‘굿라이프 심리학’ 강의를 통해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돈과 행복의 관계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행복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최신 연구들을 바탕으로 돈과 행복의 관계가 단순히 비례하지 않으며, 여러 외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소득 불균형, 처분가능소득, 행복의 정의, 연령대, 돈의 사용 방식 등이 그 예이다. 그는 “돈과 행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복잡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행복을 위해서는 돈의 총량뿐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인이 왜 행복하지 않은지에 대한 정교한 해설이 이어졌다. 한국인의 행복 수준이 낮은 이유로 강력한 집단주의 문화와 ‘되어야만 하는 나’에 대한 압박을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마치 지나치게 까다로운 심사위원이 너무 많은 경연에 참여하고 있는 듯한 삶을 살고 있다”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개인의 행복을 저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 사회의 행복 문제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며 선생님들의 공감과 호응이 이어졌다.
다음으로 이인아 교수는 ‘뇌의 자연스러운 학습으로 세상에 적응하기’라는 주제로 명사초청특강을 이어갔다. 학습이란 해로운 것을 피하고 이로운 것을 취하는 생존을 위한 적응적인 기능이라고 소개하며, 뇌의 학습과 기억 매커니즘을 심도 있게 설명했다. 회상과 절차적 기억의 차이를 통해 뇌가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지를 설명했다. 특히 해마(hippocampus)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하며, 맥락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이 학습의 핵심임을 밝혔다. 이 교수는 “변칙적인 세상에서 적응적으로 학습하기 위해서는 패턴 완성과 패턴 분리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직접 경험하고 실천하는 학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강연을 통해 선생님들은 뇌의 학습 매커니즘을 이해하며 교육 방법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최종안 교수는 행복을 부정적 경험으로부터 피하는 것으로 정의하는 것이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최신 연구를 소개하며, 행복에 대한 정의가 실제 행복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제시했다. 또한 자아(self)와 사회적 현상들(동조, 사회적 태만, 몰개인화)을 소개하며, 사회심리학은 사회와 개인의 상호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기에, 모든 상호작용의 근본적인 시작과 끝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 있음을 끊임없이 일깨워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이해할 때 비로소 더 행복한 삶과 사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하며, 고전적인 연구 결과와 최신의 연구 결과를 균형 있게 소개했다. 이를 통해 사회심리학적 연구 결과가 교육에 갖는 함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오후부터는 팀티칭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은혜정교사가 이끄는 팀은 ‘행복에 이르는 마음 훈련’을 진행했다. 선생님들이 서로 얼굴을 보게 된 지 3주 차인 만큼, 참가자들이 조를 이루어 서로의 근황을 공유하고, 살아오면서 고마웠던 사람, 미안했던 사람, 후회되는 경험, 올해 자신에 대해 알게 된 사실, 현재 가장 스트레스나 걱정을 주는 일 등을 나누었다. 은 교사는 “감사는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떠오르는 것”이라는 인사이트를 전달하며,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감사의 개념을 심리학적 지식과 ‘행복 교과서’로 뒷받침할 수 있다는 팁을 전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감사의 기술을 소개했다.
같은 시각, 오란주 선생님이 이끄는 팀은 서울대학교 버들골의 들판에 둘러앉았다. 선생님들은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며 ‘나는 기억합니다’ 활동을 진행했다. 한 명씩 일어서서 “나는 ~하던 내 모습을 기억합니다”라고 말하며, 과거의 독서 토론 및 활동을 공유했다. 서로의 강점을 되새기고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교사 공동체의 따뜻한 모습이 돋보였다.
이번 교사행복대학 행사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보는 돋보기를 선물해 준 듯하다. ‘행복 교과서’의 활용을 통해 행복이란 무엇인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것인지, 어떻게 누구와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행복한지에 대해 생각할 때 기분에 의해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를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행복의 안쪽 정의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행복의 바깥 요소들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렌즈를 제공했다. 앞으로도 교사행복대학 행사가 타당한 연구 결과를 반영한 지침으로서, 행복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든든한 창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