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1] 행복의 비밀 코드를 찾아라!
이 책은 한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삶에 적응하며 변해간 이야기와, 지금까지 75년 동안 이어져온 그랜트 연구(Grant Study)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랜트 연구(Grant Study)
연구의 원래 이름은 ‘하버드 대학교 종단 연구(Harvard Longitudinal Study)였으며, 이듬해 ’하버드 대학교 그랜트 사회적응연구(Harvard Grant Study of Social Adjustments’로 바뀐 뒤, 1947년에 현재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이름인 ‘하버드 대학교 성인발달연구(Harvard Study of Adult Development’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연구자, 연구대상자, 초기 저술에는 그랜트 연구로 알려져있다.
- 연구 목적 : 1938년 당시 의학계가 병리학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을 뛰어넘어, 최적의 건강 상태와 이를 결정하는 잠재적 요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건강과 건강한 삶을 결정하는 잠재 요인을 향상시키는 조건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려는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 최초 대상자 : 1939년, 1940년, 1941년에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64명의 엄선된 2학년 남학생이며, 뒤이어 1942년, 1943년, 1944년 졸업생들도 참여하여 최종적으로 268명의 대상자 집단인 코호트(이러한 종류의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 집단)가 구성됨.
-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성인 발달 연구
그랜트 연구는 종단적 관점에서 진행된 연구이다. 전향적 연구는 여러 해를 거치며 촬영한 영상 기록과 같다. 전 생애에 걸쳐 이루어진 전향적 연구는 많지 않으며, 1995년 이전에는 전무하다. 여기서 잠깐 언급할 것이 있다.
성인발달에 관한 관찰 자료는 매우 희귀해서 1970년대에 게일 시히(Gail Sheehy)와 대니얼 렌빈슨(Daniel Lenvinson)이 성인 발달에 관한 획기적인 책을 발표했을 때 횡단 연구로 인해 몇 가지 결론에 오류를 낳았다.(이른바 중년의 위기가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한 것이 그 예이다.)
전향적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에 일어나기 마련인 왜곡 없이 시간에 따른 변화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러한 연구 방식이 우리가 알고자 하는 결과물에 대한 전후 관계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랜트 연구는 인생에서의 성공과 ‘최적’의 건강 상태를 탐구하여 이러한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이 책에서 나는 그랜트 연구와 하버드 집단에 관해 주로 이야기하겠지만, 때로는 다른 두 연구와 그 대상자 집단에 대해서도 말하겠다.
- 글루엑 연구 : 하버드 대학이 두 번째로 시작한 전향적 종단 연구로, 그랜트 연구와는 별도로 1940년에 시작되었다.
- 터먼 여성 집단 연구: 터면 여성 집단은 스탠포드 대학교에 다니던 재능 있는 학생들을 1920년에서 2011년까지 연구한 터먼 연구(Terman Study)에 참가한 집단이다.
나는 터먼 연구의 조사 결과와 대상자에 관한 일부 자료를 활용할 수 있었다.
그랜트 연구자들은 이너시티 집단과 터먼 여성 집단의 자료를 참조했기 때문에, 특권을 갖고 지능이 높은 하버드 집단의 남성 대상자들을, 이들과는 매우 다른 사회경제적 배경과 지능을 가진 남성들, 그리고 하버드 집단보다 지능은 더 높지만 특권을 갖지 못한 여성들과 대조할 수 있었다.
글루엑 연구와 터먼 연구는 부록 B에 실었는데, 내가 전에 쓴 <행복의 조건 Aging Well>과 <알코올리즘의 자연적 역사에 관한 재고찰 The Natural History of Alcoholism Revisited>에도 언급했다.
그랜트 연구보다 더 많이 알려진 종단 연구가 3개 있는데, 이들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 버클리 앤드 오클랜드 성장연구(Berkeley and Oakland Growth Studies 1930~2009)
남성과 여성 대상자를 모두 포함한 연구이고, 하버드 집단보다 더 어린 나이에 대상자들을 조사해서 아동기 심리상태에 대해 그랜트 연구보다 더 자세한 자료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연구에는 대상자들에 대한 의학 정도가 거의 없다는게 단점이다. 또한 그랜트 연구보다 대상자 수가 적고 도중에 이탈한 대상자도 그랜트 연구보다 많다. - 프레이밍햄 연구(Framingham Study 1946~현재 진행 중)
- 하나는 ‘청소년 범죄에 관한 글루엑 연구(Glueck Study of Juvenile Delinquency)에 참여한 이너시티(Inner City)집단이다.
그랜트 연구보다 더 많이 알려진 종단 연구가 3개 있는데, 이들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두 연구는 신체 건강에 관해서 그랜트 연구보다 더 좋은 자료를 갖고 있지만 심리사회적인 자료가 부족한 점이 아쉽다.
위 언급한 연구들은 그 자체로도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매우 소중한 연구들로 그랜트 연구보다 더 자주 인용된다. 그러나 그랜트 연구도 이에 뒤지지 않는 독창적인 성과를 갖고 있다.
그랜트 연구는 70년 넘게 진행되고 있으며, 여전히 가장 많은 대상자들과 접촉하고 있고, 중도에 연구에서 이탈한 대상자의 수가 가장 적고, 대상자의 3대에 걸친 친척들과 면담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랜트 연구는 성인 발달에 관한 가장 중요한 연구로 지금도 계속해서 대상자들의 사회심리적, 생의학적 건강에 관한 객관적인 정보를 쌓아가고 있다.
그랜트 연구는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종단 연구 가운데 통계적 자료뿐만 아니라 대상자의 전 생애에 관한 이야기를 실어놓은 유일한 연구일 것이다.
영국, 독일, 미국에는 지금까지 말한 오래된 종단연구보다 규모가 더 크고 대표성이 뛰어난 연구들이 있다.
예컨대 1957년에 시작한 ‘위스콘신 종단연구(Wisconsin Longitudinal Study)는 그해 위스콘신 고등학교 졸업생의 3분의 1을 대상자로 선정해 진행한 연구로 지금까지 5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생존자 가운데 88퍼센트가 65세인 현재에도 활발히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이 연구는 다른 연구와 비교했을 때 인구통계적 대표성이 뛰어나고, 사회경제적 자료가 풍부하고, 분석 또한 뛰어나다. 단점은 일대일로 진행한 의료적 신체조사와 면담 자료가 부족하다.
나는 그랜트 연구에 참여한 뒤 처음 10년 동안은, 1942년에서 1944년 사이에 졸업한 대상자 100명의 자료를 임의로 선택하여 30개의 명확히 좋은 결과와 30개의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해 연구했다. 그리고 1977년 출간한 <성공적 삶의 심리학 Adaptation to Life>에 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 어른의 성장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다
장 피아제(Jean Piaget)와 벤저민 스포크(Benjamin Spock)가 아직 어린아이였고, 이 두 학자가 밝혀낸 아동기의 발달 단계들에 대해 무지했던 시절은 그리 오래전이 아니다. 그러나 그 후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심지어 성인도 계속 발달하고, 성년이 되어서도 그 발달을 멈추지 않는다는 생각은 많은 관심을 얻지 못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아동기라는 한정된 시기는 인간의 전 생애보다는 장기적 조망을 하기 쉽기 때문이다.
1938년 그랜트 연구가 출범했을 때, 전 생애에 걸친 인간 발달 과정에 대해 우리가 알아낸 사실은 대부분 영감이나 직관에 기초를 둔 것이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1599년 <뜻대로 하세요 As You Like it>에서 인간 발달의 일곱 단계에 대해 묘사했고, 그 후로 350년이 흐른 뒤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은 <아동기와 사회 Childhood and Society>에서 인간 발달 단계를 8단계로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은 연구에 사용할 만한 자료가 부족했다. 이 점에서는 시히로, 레빈슨도 마찬가지였다.
- 인간의 전 생애를 알고자 하는 거대한 시도
이 책을 읽을 때 조심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그랜트 연구가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백인 남성만을 연구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번 언급했다. 그랜트 연구를 처음 기획한 의사 알렌 V. 복 Arlen V. Bock은 이점 때문에 교만하고 남성우월주의자라는 비난을 자주 받았다. 그러나 그랜트 연구는 인간에게 최적의 건강 상태는 무엇인가를 규명하려는 연구였다.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첫째, 인생 전반을 연구하는 종단 연구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둘째, 인간의 전 생애를 알고자 하는 거대한 시도를 위해서는 누구든 성공 가능성을 최적화해야한다. 그랜트 연구의 대상자들은 장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는데, 대상자들이 오래 생존한다는 것은 종단적 생애 연구에는 필수 조건이다. 복이 그랜트 연구에서 동질적 대상자들을 선정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연구 목적 외에 다른 변인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함.
- 이 책을 쓴 까닭
연구팀에서는 성인발달연구에 근거하여 7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금까지 9권의 책과 159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그 중에는 내 저술도 상당히 포함되어 있다.(부록 F 참조)
그렇다면 나는 왜 이 책을 또 쓰고 있는가? 그것은 한 시점에서 이루어진 연구가 미래, 심지어는 과거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어렵기 때문이다. 순간적인 조망으로 역사 전체를 읽어낼 수는 없으며, 같은 일도 시간이 지나 바라보면 다른 모습으로 비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종단 연구가 중요하다.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다섯 가지다.
첫째, 하버드 대학교 성인발달연구는 독보적이고 전례가 없는 인간 성장에 관한 매우 중요한 연구이다.
둘째, 그랜트 연구는 4세대에 걸친 과학자들이 참여한 연구로, 각 세대마다 서로 다른 접근 방법이 통합되어 있다. 첫 번째 그랜트 연구 책임자는 생리학, 두 번째는 사회심리학, 세 번째인 나는 전염병학과 적응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했다. 현재 책임자는 인간관계와 뇌 영상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셋째, 이 책은 지난 70년 동안 여러 학회지에 발표된 자료들을 집대성했다는 의미가 있다.
넷째, 그랜트 연구는 시간이 흐르며 등장한 많은 이론과 기술적 변화를 목격하며 그 흐름들 받아들였다. 이러한 경향은 진보하고 있는 정신생물학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하나의 사례를 통해 그랜트 연구의 역사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뉴먼은 중하위층 가정에서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고등학교를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 은행원이었다. 친가와 외가 할아버지 중 한쪽은 의사였고, 한쪽은 술집을 운영했다. 뉴먼의 가계에서 정신병을 앓았던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의 어린 시절은 암울했다.
애덤은 극도로 절제된 행동을 하는 아이로 성장했고, 가톨릭의 가르침을 굳게 믿고 따랐으며, 학교 시험에서 A학점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그에 관한 기록에는 어린 시절을 행복하다고 표현한 부분이 한 군데도 없다.
고등학교 시절 애덤은 리더였다. 4년 동안 학급 임원을 맡았으며, 이글스카우트의 회원이기도 했다. 그는 아는 사람은 많았어도 가까운 친구는 한명도 없었다. 하버드 2학년 때 그를 면담한 연구자 중 누구는 매력적인 학생이라고 묘사했으며 다른 연구자는 그를 이기적인 학생으로 묘사했는데, 이는 그가 모순된 모습을 가졌음을 시사하는 첫 기록이다.
뉴먼이 연구에 참여했을 때, 그의 신체 건강 상태를 매우 세밀하게 조사했다. 뉴먼은 ‘남성적 체격을 가진 북유럽 게르만계의 중배엽형’의 특징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었으며, 이러한 특징은 당시 이론에 따르면 성공적인 삶을 예견하게 하는 뛰어난 특징들이었다. 그러나 건강 상태는 나쁘다고 적혀있다. 일반 지능 검사는 연구 대상가 상위 10퍼센트 안에 속했으며, 성적 또한 매우 뛰어났다.
애덤은 대부분을 자신만의 틀에 갇혀 살았다. 그가 받은 심리검사는 두 가지 면에서 두드러진 특징을 보였다. 그가 선천적으로 매우 뛰어난 지능을 가졌다는 점과 실험에 가장 비협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뉴먼은 대학 2학년 때에 성에 대해 매우 강경한 태도를 갖고 있었다. 그는 자위행위를 경멸했으며, 혼전 성관계를 경험한 친구는 누구든 상대하지 않는다고 연구팀 정신과 의사에게 자랑했다. 그러나 그 의사는 애덤이 말로는 성관계를 부정하지만 “사실은 성에 대해 매우 많은 생각을 하고 있음”이라고 평가했다.
10년이 지나 과학계의 분위기가 자연인류학에서 사회심리학으로 옮겨가고 인간관계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뒤에야, 그랜트 연구는 뉴먼이 룸메이트 외에는 가까운 친구가 없으며 여자 친구를 거의 사귀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기록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뉴먼이 대학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스스로 벌어야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의과 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나 그는 환자를 돌보는 대신 생물통계학을 공부하고자 했으며 징집도 피했다. 1950년대 그랜트 연구 책임자였던 히스 박사는 의사로서 환자를 진찰하지도 않고 냉전 중 핵 억제에 이바지하던 뉴먼 대위가 의사가 된 연구 대상자 45명중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특이점이 있는데도, 뉴먼이 32세이던 1952년까지의 기록을 보면 그는 계속 성장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던 분야에서 평생 직업을 찾았고, 자신이 가진 지도력을 발휘하여 부서를 효율적으로 이끌었다. 그는 자신의 도덕적 관심도 직업 속에서 구현했다. 결혼생활 또한 지난 50년 동안 충실하게 유지했다고 말했다. 암울한 아동기를 보낸 많은 대상자들은 서로에게 관계의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오랜 외로움을 달래줄 결혼 생활을 추구했으며, 애덤 뉴먼은 그런 결혼을 찾은 것 같다. 아마도 이 점 때문에 그가 친밀감 형성, 직업적 안정, 생산성과 같은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거치는 과업들을 어렵지 않게 성취한 것 같다.”
나아가 뉴먼은 전에 감정에 사로잡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강렬한 감정을 거부했으나, 점점 자신이 가진 강렬한 감정들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으로 변하고 있었다.
60세가 되던 해 그는 워싱턴 대학의 제인 뢰빙거(Jane Loevinger) 교수가 자아성숙도를 알아보기 위해 고안한 검사를 받았다.
72세의 뉴먼은 자신의 응답 내용을 기억하지 못했다. 인간은 복잡한 심리상태를 가진 동물이다. 인간의 심리는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방법에 따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기억, 감정, 실체 이 모든 것이 변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전향적 연구 자료가 중요한 의미를 띤다.
45세가 되던 해 뉴먼은 삼십대에 느끼던 편안한 자유를 다시 한번 잃었다. 반항적이고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딸들의 행동에 대한 방어막으로 자신에게 엄격한 생각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이후 뉴먼이 훨씬 더 여유로운 사람이 되었을 때 그와 딸 사이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이를 말해주는 정보가 없었다. 뉴먼은 육십대의 변화를 겪으며, 또 저돌적인 딸을 기르면서 성적으로 관대해졌다.
그의 변화는 완전하지 않았다. 사람은 언제나 과거의 모습을 최소한 어느 정도는 품고 산다. 그의 변화는 급격한 인성이나 지적 변화가 가져온 결과는 아니었다. 이는 점진적으로 발달한 결과인데, 이런 형상은 사람이 나이 들면서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것으로, 불편한 감정을 제어하거나 거부하지 않은 채 알아차리는 능력이 증가하면서 나타난다. 그랜드 연구 대상자들이 모두 뉴먼이 보여준 성적 발달 과정을 따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방법을 쓰든지 간에 우리는 모두 자신의 성과 타협해야 하며, 우리가 어떻게 타협하느냐(그리고 타협하지 않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이 바뀔 것이다.
뉴먼의 이야기는 그랜트 연구 같은 장기 연구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고질적인 문제를 드러냈는데, 바로 대상자들의 기억이 변한다는 사실이다. 뉴먼의 회고는 시간이 지나며 계속 달라졌다. 이런 변화는 언제나 심리 발달 과정의 결과이다.
전향적으로 쓴 기록이 없으면, 좋지 않은 사실을 억압하기 쉽다. 뉴먼이 72세 때 사람을 볼품없고 쇠약하게 만드는 암이라는 병으로 죽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20년 동안 편하게도 잊고 있었다. 암이 그의 생명을 앗아가기 일년전, 애덤 뉴먼은 연구팀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기록에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썼다. 그가 한 말은 에릭슨이 발달의 마지막 단계라고 한 통합(integrity)단계의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세월이 흘러 정신과 의사가 된 후로 인생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보다는 인간의 삶 전체를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나는 이 책에서 천체 망원경 같은 넓은 시각으로 인생을 보았을 때 알게 되는 사실들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그 가정에서 기존의 이론을 뒤집는 놀라운 결과들이 많이 나타날 것이다. 예컨대 전향적 연구를 통해 보면, 운동을 하고 사회적 도움을 받기 때문에 몸이 건강해질 수 있는 만큼, 몸이 건강하기 때문에 따뜻한 사회적 원조를 받고 활발히 운동도 할 수 있다. 장기간 이루어진 연구들은 우리에게 전에는 몰랐던 놀라운 사실을 밝혀주는 동시에 많은 문제를 던져준다.
더욱 혼란스러운 사실은, 우리가 최근에 알아낸 연구 결과들이 어느 정도까지나 신뢰할 만한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종단연구도 변한다. 나는 이들 가운데 몇몇은 계속 진실성을 보유한 채 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