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_두 번째 관문: 건강하게 나이 들기
건강하게 나이 드는 것에는 사회적, 정서적 건강 뿐만 아니라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 장에서는 다른 장에 비해 객관적인 연구 자료들을 자주 소개할 것이며, 80대까지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자세히 다룰 것이다.
1.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은
사람은 제 나이에 비해 생물학적으로 젊은 수도 있고 늙을 수도 있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병이 들기도 하고, 생물학적 쇠퇴를 직접 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러나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고 늘 의욕적으로 생활하며 절친한 친구를 곁에 두고 정신건강을 유지한다면, 실제로는 병에 걸렸지만 아픔을 모르고 살아갈 수도 있다.
정신사회적 건강은 신체적 건강보다 측정하기가 더 어렵지만, 노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우울하거나 병에 거리지 않은 것을 두고 건강한 노화라고 할 수 있듯이, 삶에 만족하는 ‘동시에’ 활력이 넘치는 것도 역시 건강한 노화라 할 수 있다.
건강하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1] 1948년 세계보건기구(WHO) 창립자들은 “건강이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행복한 상태를 말하며, 단순히 질병에 걸리지 않은 상태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정의했다.
노화 과정에서 각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 건강이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신체 건강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CASE STUDY: 알프레드 페인 – 하버드 졸업생 집단
– 스스로를 외면한 불행하고 병약한 삶의 표본
알프레드 페인이 지닌 최대 장정을 꼽자면 불평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기가 알코올 중독인지, 우울증을 앓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알프레드 페인은 범선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그가 태어난지 2주만에 어머니는 분만 후유증으로 세상을 뜨고 말았고 2살이 되던 해 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말았다.
고아가 된 페인은 여러 유모들의 품을 전전하다 할머니와 고모들 손에 자라났다. 할머니와 고모들은나이가 많은 데다 힘이 넘쳐나는 어린 남자아이를 돌보는 데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대학 시절 그는 쉽게 사랑에 빠지곤 했다. 그러나 페인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건 곧 자기를 돌봐줄 사람이 생겼다는 의미였다. 그는 몇 차례 결혼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인생에서 가장 불행했던 시절이 언제였냐는 질문에 그는 47세에는 한 살에서 열세살까지였다고 답했다. 그러나 70세가 된 페인에게 그 질문을 다시 던졋을 때 스무살에서 서른살 사이였다고 바꿧다. 그는 살면서 한번도 행복한 시기를 경험해보지 못했다. 나는 페인의 불행이 그가 불평할 줄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점점 더 커졌을지도 모른다고 본다.
이너시티 출신 연구 대상자들의 삶을 지켜보면서도 몇 번이고 절실하게 느끼는 바지만, 인간의 말년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경제적 빈곤이 아니라 사랑의 빈곤이다. 알프레드 페인은 처음 기대 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노년에 이르렀다. 치과 진료를 받을 형편이 된다 하더라도 본인이 치과에 가지 않는다면 즉 그가 아프다고 불평할 줄 모른다면 경제적으로 풍족한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 마찬가지로 사랑을 가슴 깊이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라면, 곁에서 아무리 사랑을 쏟아봐야 소용이 없다. 페인이 노년에 이르렀을 때, 세 번째 아내는 곁에서 그를 지켜주고 사랑으로 감싸주었다. 그러나 페인은 그녀를 무시하고 함부로 대했다.
한편 연구 대상자들 중 101세가 된 한 노인은
[2] “나이가 들수록 가족간에 서로 친밀하게 지내는 것 이상 더 좋은게 어디 있겠소. 서로 의지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말이지. 나이가 들수록 돈보다는 곁에 함께 있어줄 사람이 필요해요”라고 연구원에게 말했다.
3. CASE STUDY: 리처드 럭키 – 하버드 졸업생 집단
– 놀이와 창조로 불멸의 삶을 예약한 행복한 사람
리처드 럭키의 삶은 알프레드 페인과 전혀 딴판이었다. 페인과 달리 럭키의 가정은 평범하기 그지 없었다. 그는 언제나 자기관리가 철저했고 결혼생활도 행복했다. 페인과 달리 럭키는 재산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아내를 어떻게 이해하고 또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지 잘 알았다.
내과 의사들의 소견만 참조하면 같은 70세 나이에 리처드 럭키의 신체건강 상태는 객관적으로 알프레드 페인의 상태보다 더 나빴다. 그러나 럭키는 실제로 병을 앓으면서도 결코 스스로 병자라고 느끼지 않았다. 70세를 넘기면서 페인은 죽음에 바짝 다가섰지만, 럭키의 건강은 오히려 조금씩 더 좋아졌다. 76세에 이르렀을 즈음, 리처드 럭키의 건강상태는 몰라보게 좋아졌다. 또 다른 결정적 차이점을 꼽자면, 페인과 달리 럭키에게는 오랫동안 꾸준히 사귀어온 친구들이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럭키는 담배르 피우지 않았고 술도 기분 좋을 정도로 적당히 즐기는 편이었다.
럭키는 늘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삶에 감사하며 살았다. 럭키는 다른 사람이 베푼 사랑을 소중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었다.
럭키의 아내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럭키가 고집을 부리며 까다롭게 행동할 때면 일단 한발 물러서서 양보했다. 그런 아내가 있었기에 럭키의 결혼생활이 더욱 행복할 수 있었다.
럭키는 남은 인생에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 가운데 하나로 다음을 꼽았다. “아버지가 나에게 보여주셨던 것처럼, 나도 내 가족에게 생을 아름답게 마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는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이미 영원히 남을 만한 많은 것들을 간직하고 있었다.
페인과 럭키, 두 사람의 인생에서 보았듯이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계급이 아니라 부모의 진정한 사랑과 보살핌이 노년의 경제 수준을 결정짓는 지표가 될 수도 있다.
4. 행복하고 건강한 삶, 불행하고 병약한 삶, 조기사망
건강한 노화란, 관점에 따라 또 문화적 차이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다.
[3] 60세에서 80세 사이에 행복하고 건강한지, 불행하고 병약한지를 뚜렷하게 구분하기 위해, 건강 상태를 여섯 가지 방법으로 분류해서 살펴보자.
4-1. 신체 질환 유무에 따라(하버드 출신 75세, 이너시티 출신 65세 기준)
연구팀은 하버드 출신자와 이너시티 출신자들을 대상으로 5년에 한번씩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1등급은 심각한 병을 앓지 않는 경우, 2등급은 병을 앓고 있으나 수명 단축이나 신체장애로까지 확대되지 않는 경우, 3등급은 치유가 불가능하고 생명에 위협이 되는 만성질활을 앓고 있는 경우, 4등급은 병이 점차 진행되고 있으며 수명이 단축 될수도 있고 결국 일상생활까지 불편해지겠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신체적 무능 상태라고 보기는 어려운 경우가 속한다.
4-2. 신체건강에 대한 주관적 평가에 따라(하버드 출신 75세, 이너시티 출신 65세 기준)
신체건강은 다분히 주관적인 성격을 지니므로 그 평가 또한 쉽지 않다. 전문가가 심각한 무능 상태라고 분류하지 않았는데도 자기 스스로 신체적, 정신적 무능 상태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건강에 대해 명쾌하게 흑백을 가리기란 불가능하다.
신체건강에 대한 주관적 평가를 위해 연구대상자들에게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활동을 어떻게 하는지 물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신체적인 무능에는 사고력, 판단력과 같은 영역도 포함되어 있다. 뇌졸중이나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들은 사고력과 판단력을 상실한다. 이 병을 앓고 있는 대부분이 신체적 활동 능력까지 상실해버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때문에 사고력과 판단력까지 주관적 건강 평가에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4-3. 신체적 무능 상태의 지속 정도에 따라
79세까지 원기 왕성하게 생활하다가 80세 생일 일주일 전에 심장 발작을 일으킨 사람이라면 그의 건가을 어떻게 평가해야하는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관적 객관적인 신체적 무능 상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가?’라는 세 번째 항목을 추가해보았다.
하버드 집단 중에는 2002년 기준으로 80세가 안 된 이들도 있었다. 그 경우에는 75세 생일까지 행복한 삶을 유지해 온 사람에 한해서 80세에도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온 62명 중에서 75세에서 80세 사이에 사망한 사람은 단 한명 밖에 없었으며, 불행하고 병약한 삶을 살아온 40명 중에서는 그 기간 내 사망한 사람이 6명이나 되었다(알프레드 페인이 대표적). 비율로 따시면 열배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4-4. 객관적 정신건강에 따라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상태에서는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그리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건강한 노화의 네 번째 항목에 객관적 정신건강을 추가했다.(부록 G참조). 65세에 이른 하버드 졸업생이나 이너시티 출신자들의 건강상태는 대체로 양호했다. 그러나 정신건강면에서 살펴볼 때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온 이들은 거의 모두가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불행하고 병약한 삶을 살아온 이들 대다수는 최하위 4분의 1에 포함되는 실정이었다.
4-5. 사회적 유대관계를 기준으로
(먼저 부록 H를 살펴보라.) 사회적 유대관계는 건강한 노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훌륭한 사회적 유대관계라고 하면 아내, 자녀, 형제, 놀이 친구, 종교 모임, 사교 모임, 절친한 친구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4-6. 삶에 대한 주관적 만족도를 중심으로
삶의 즐거움이란 무엇인가?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경이와 행복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건강한 노화의 여섯 번째 요소로 삶에 대한 주관적 만족도를 추가했으며, 아래 여덟가지 항목으로 평가를 시도했다.
– 결혼
– 수입과 직결된 직업
– 자녀
– 친구, 사교활동
– 취미
– 단체 봉사활동
– 종교
– 여가, 운동
‘행복하고 건강한 삶’으로 분류되려면, 2년마다 작성하는 설문지 중 최근 2회분에서 위의 여덟가지 중에서 두 가지 활동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고 답해야 했다(부록 1 참조). 간단하게 분류하면 행복하고 건강한 이들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불행하고 병약한 이들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삶에 대한 만족도는 때로 매우 모호하다.
5. 건강한 삶의 세 갈래길
앞서 제시한 노화의 여섯가지 측면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하버드 졸업생과 이너시티 출신자의 불류 결과는 비율로 따져보면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잊지 말하야 할 것은 이너시티 출신자와 하버드 졸업생의 나이차가10년이나 난다는 사실이다.
6. 50세 이전의 삶으로 70대 이후의 삶을 예견하다
나는 전향적 연구 자료를 수집하면서 70대에 건강한 노년을 맞이하는지 아닌지를 50세 이전의 삶을 보고 예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요인들을 얼마든지 미리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4] 10년 전, 노인학 연구의 대표적 인물인 폴 발테스는 기존의 노인학 연구가 아직은 건강한 노화를 예측하는 결정적 지표들을 발견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5], [6], [7], [8], [9] 신체의 노화에 관해서는 10년, 20년에 걸친 전향적 조사들이 계속 진행되어 왔다.
그 덕분에 노화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한결 풍부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조사들은 50세를 넘긴 연구 대상자들에게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25년 남짓 동안만 지속될 뿐이었으며, 각 연구 대상자들이 50세 이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없었다.
7. 건강한 삶과 ‘직접적 연관서이 없는’ 여섯 가지 변수
– 조상의 수명 : 과학자들은 인간의 전 생애를 연구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는 한계 때문에 초파리를 대상으로 노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연구 결과, 초파리의 수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유전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선 첫 번째 변수로 조상의 수명을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온 이들과 ‘불행하고 병약한 삶’을 살아온 이들 모두 이전 세대의 평균 수명이 거의 비슷했다. 그러므로 유전자가 인간의 수명을 좌우한다고는 보기 힘들다. 물론 특정 유전자가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켜 수명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수명을 연장시키는 유전자, 수명을 단축시키는 유전자들이 무수히 많으며, 결국 이전 세대로부터 받은 유전자의 영향을 서로 상쇄되어 평균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 콜레스테롤 :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는 것 중에 콜레스테롤을 들 수 있다. 대중 잡지에 빠지지 않는 것이 콜레스테롤에 대한 경고 내용이다. 그러나 그런 잡지는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끼치는 흡연이나 알코올 중독에 대해서는 무관심해 보인다. 광고 수입만 줄어들게 뻔하기 때문이다. 50세 하버드 졸업생이나 이너시티 출신자들의 경우,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이나 불행하고 병약한 사람, 심지어 조기사망자까지 콜레스테롤 수치는 별 차이가 없었다.
[10] 이는 더 폭넓고 심도 깊은 여러 연구들을 통해서도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 스트레스 : 스트레스는 신체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50세 이전에 스트레스로 인해 생겨난 신체적 질병들은 75세의 신체건강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예외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몇십년이 지나면 심신상관 질병들은 말끔하게 치유되었다.
– 부모의 특성 : 부모는 자녀들에게 유전자를 물려주고 사랑을 쏟고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주며, 때로는 자녀를 통해 자신이 못다 이룬 꿈들을 실현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어떤 부모를 만나는가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운명이다. 놀라운 사실른 10대나 20대에 중요하게 여겨지던 여러 변수들, 이를테면 부모의 사회적 신분, 부모의 안정된 결혼생활 등이 70세 이후의 삶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하버드 졸업생은 물론 이너시티 출신자들의 삶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 유년기의 성격 : 어려서 수줍음이 많고 매사 걱정이 많은 성격은 10대, 20대의 신체건강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이 경우도 70세 이후가 되면 어린 시절의 성격이 그다지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 사회적 유대관계
[11], [12] 하버드 졸업생들은 대학생활을 통해 일찍부터 훌륭하게 정신사회적 경험을 쌓아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건강한 노년을 맞이한 것은 아니었다. 이 연구를 통해 배운 소중한 교훈이 있다면, 누구든 오랫동안 살다 보면 건강한 노화에 걸림돌이 되는 여러 위험요소들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콜레스테를 수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시기가 있고, 그럴 필요가 없는 시기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8. 건강한 노년을 부르는 일곱 가지 요소
하버드 졸업생의 경우, 건강한 노화를 예측하는 요소로 여섯가지를 들 수 있다. 페인과 럭키의 삶을 통해 여실하게 입증된 여섯 가지 요소를 <도표 1>에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보았다. 이에 덧붙여 일곱 번째 요소로 교육을 꼽을 수 있는데, 교육년수는 이너시티 출신과 터먼 여성 집단의 노화에서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
[13] 하버드 집단의 경우에는 교육년수가 엇비슷하므로, 마지막 두 집단에 대해서만 교육년수를 비교해보았다.
– 비흡연 또는 젊은 시절에 담배를 끊음 : 두 남성 집단의 경우 50세 이전에 담배를 많이 피웠는지 여부는 건강한 신체적 노화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45세 이전에 담배를 끊었다면 20년 동안 하루 한갑 정도 담배를 피웠던 경우라 하더라도 70세나 80세에까지 심각한 영향으 ㄹ끼치니는 않았다.
– 적응적 방어기제(성숙한 방어기제) : 세 집단 모두에게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을 약속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는 바로 적응적 방어기제였다. 일상 생활에서 성숙한 방어기제라고 하면 소소하게 불쾌한 상황에 부딪히더라도 심각한 상황으로 몰라가는 일 없이 긍정적으로 전활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다. 성숙한 방어기제들이 객관적인 신체건강까지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숙한 방어기제를 통해 주관적으로 신체적 무능 상태라고 느끼는 것인이 실제 객관적으로 무능한 상태인지를 구분할 수는 있다. <도표1>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50ㅔ 때 사회활동의 폭은 정서적인 성숙을 촉진하는 것은 물론 노년에도 정신사회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이끄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 알코올 중독 없음 “ 세 번째 로 중요한 요인은 알코올 중독에 빠진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알코올 중독은 노년의 정신 사회적 건강은 물론 신체건강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다.
[14] 메사추세츠 주의 프레이밍햄 연구
[15] 캘리포니아 주의 앨러미다 카운티 연구
가 장기적으로 건강에 대해 연구해오긴 했지만, 그 연구에서는 알코올 중독이 아니라 알코올 소비량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음식을 많이 먹는다고 반드시 비만이 되는 것이 아니듯 알코올 소비량이 곧 알코올 중독을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엇다.
[16] 전향적 연구를 통해 본 결과, 알코올 중독은 과중한 스트레스
로 인한 결과라기 보다는 오히려
[17] 그 자체가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18] 또한 알코올 중독은 자살, 살인, 암, 심장질환, 면역체계 약화를 유발하므로,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사망률이 간경변이나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률보다 높다고 볼 수 있다.
<도표 2>에서 나타나 있듯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점
에서 볼 때, 비흡연자가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것은 담배를 많이 피우면서 사교를 위해 적당히 음주를 즐기는 경우와 다를 바가 없다.
<도표 3>에서와 같이, 이너시티 출신의 경우에도 하버드 졸업생들과 마찬가지로 비흡연, 적응적 방어기체, 알코올 중독 없음이라는 처음 세가지 요소가 성공적인 노화에 주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알맞은 체중, 안정적인 결혼생활, 운동 : <도표1>과 <도표3>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세가지, 즉 알맞은 체중, 안정적인 결혼생활, 규칙적인 운동 역시 건강한 노화를 위해 중요한 요소들이다. 비만은 담배를 피우는 것 만큼이나 신체건강에 나쁜 영향으 ㄹ끼친다. 행복한 결혼생활과 규칙적인 운동은 신체건강은 물론 정신사회적 건강까지 좋은 영향을 끼친다.
– 교육년구 : 이너시티 출신자의 경우, 교육 년수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교육년수가 단순히 사회적 계급이나 지적 능력만을 반영하는 것 같지만, 교육년수가 건강한 노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사실 사회적 계급이나 지적능력 같은 요소 때문이 아니다. 노년의 신체건강에 영향으 ㄹ끼치는 교육의 요소는 아이큐나 유년 시절 가정의 소득이 아니라 자기관리와 인내심이다.
<도표 3>에서 나타나듯 50세 이전 이너시티 출신들의 알코올 중독이나 흡연율은 하버드 졸업생에 비해 거의 두배였으며, 비만율을 세 배였다.
교육이 사회적 계급이나 지적 능력과 관계없이 건강한 노화를 예측할 수 있는 요소라는 근거는 여럿 있다. 사실 70세 이너시티 출신자들의 신체건강은 80세에 이른 하버드 졸업생들의 상태만큼이나 나빳다.
[19] 하지만 놀랍게도 ‘대학 교육을 받은’ 70세 이너시티 출신자들의 건강은 같은 70세 하버드 졸업생들의 건강상태와 다를 바 없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아직 분명하게 밝혀진 바 없으나 건강과 교육의 연관성에 대해 두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첫째, 어느 정도 앞일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가능한 한 교육을 많이 받고 싶어하며 자기관리에 충실하다. 둘째, 사람들은 교육을 받음으로써 자기 삶의 진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믿는다.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개인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한결 수월하게 이해할 것이다.
두 남성집단과 달리 터먼 여성의 건강기록은 체계적으로 수집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너시티 출신들의 건강한 노화에 도움이 되었던 요소들이 터먼 여성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9. 50세 이후, 운명은 스스로가 결정한다
<도표 1, 3>에서 살펴본 여섯가지 변수들 역시 건강한 노화를 예측하는 각기 독립된 지표들일 뿐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서 ‘독립적’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다른 다섯가지 요소들을 통계의 근거로 삼는다 하더라도, 특정 하가지 변수만으로도 얼마든지 건강한 노화를 예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록 J 참조)
우리는 대부분 적어도 50세 이전까지는 체중, 운동, 담배, 알코올을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열심히 노력하고 꾸준히 치료를 받는다면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얼마든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하고 부적절한 방어기제를 줄여나갈 수 있다. 활기차고 건강한 노년은 뜻밖의 행운이나 유전자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다.
10. 피할 수 없는 쇠퇴, 그리고 다행스러운 소식
80세까지 살 수 있다 하더라도, 그때까지 ‘정상적인’ 노화를 거치며 살아갈 수 있을지 염려될 것이다. 남자의 경우 20세붙 성교 능력이 쇠퇴하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노년이 되면 누구나 성생활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걱정한다.
[20] 그러나 시몬 드 보부아르는 88세 노인이 90세 아내와 일주일에 네 번 이상 성관계를 가진다는 얘기를 전하면서 희망을 선사한다.
신체가 쇠약해지면서 정신마저도 놓아버리는게 아닌가 걱정하기도 한다. 건강한 70대와 90대 노인에 대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정상적인 뇌세포 감소량은 우리가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적으며, 뇌세포가 감소하더라도 그 양은 어디까지나 가지치기 정도라고 한다.
오래된 뇌를 가지고 있는 것은 오래된 차를 소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오래된 차들이 덜거덕 거리고 폐차 지경에 이르는 이유는 수명이 오래되어서가 아니라 사고나 관리 소홀 때문이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의 노쇠 역시 사고나 질병 때문인 경우가 많다.
모든 일이 스무살 때와 똑같지는 않겠지만, 테니스 시합에서 노려한 65세가 거드름을 피우는 30세에게 이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21] 파블로 카잘스가 91세가 되어서도 날마다 꾸준히 첼로를 연습하자 한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은 왜 계속 연습을 하시는 겁니까?” 이 물음에 카잘스는 “요즘도 조금씩 실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라네”라고 답했다.
11. 사회적 유대관계는 삶을 어떻게 바꿔주는가?
훌륭한 사회적 유대관계가 건강한 노화를 불러오는가, 아니면 건강한 노화가 사회적 유대관계를 발전시키는가? 아마 대부분의 평자들은 전자를 택할 것이다. 그러나 앞에 살펴보았듯이 이 둘은 밀접한 관계지만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해온 사람 수는 불행하고 병약한 사람들보다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들 가운데 여섯 배나 많았다. 알프레드 페인은 어린 시절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성인이된 뒤에도 자기 관리에 허술한 것인가, 아니면 페인의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에 친구들이나 가족, 자녀들과 사이가 멀어졌는가? 도대체 무엇이 원인이고 결과인가? <도표 4>에는 두가지 설명 모두가 옳다고 말한다.
<도표 4>에서 좋은 습관이라고 하면, 50세 이전에 담배를 끊고 술을 절제해서 마시는 것을 의미한다. 하버드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나타낸 <도표 4>에서 훌륭한 사회적 유대관계와 좋은 습관을 지닌 사람들 중 4분의 3은 75세에도 여전히 건강했다. 그러나 50세 이전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75세에 신체적 무능 상태이거나 그 전에 사망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과거 나쁜 습관을 가졌지만 현재 폭넓은 사회적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건강이 과거에 나쁜 습관을 가져본 적이 없지만 현재 사회적 유대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나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양호한 신체건강을 예측하는 방어요소들이 훌륭한 사회적 유대관계를 예견하는 데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논의를 발전시켜 보자.
[22]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과 비교해 볼 때, 이혼한 이들이 사고로 사망한 확률이 네 배 이상, 간경변으로 사망한 확률은 여섯 배인데 비해, 백혈병으로 사망한 확률은 1.2배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정리해 얘기하면, 이혼한 이들은 이혼을 불러일으켰던 바로 그 요인들로 말미암아 악화된 질병 때문에 유독 사망률이 높았다.
그렇다면 알코올 중독의 원인은 무엇인가?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술은 우울증을 더 악화시킨다.
[23] 최근 연구들을 통해 알수 있듯이, 알코올 중독의 병인은 환경보다는 유전과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24] 알코올 중독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은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다 하더라도 알코올 중독에 빠지기 쉬운 반면, 알코올 중독에 빠진 계부 때문에 불행한 유년기를 보낸 사람은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일이 거의 없다.
즉 알코올 중독은 성공적인 노화를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지만, 이를 인식하는 사람은 드물다. 알코올 중독은 주요 원인으로 본다고 해서 사회적 유대관계를 부차적인 요인으로 치부해버리려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