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세계행복보고서는 흥미로운 분석들을 많이 담고 있다. 오늘은 그중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세계 대도시들의 행복순위다! (Global Ranking of Cities — Current Life Evaluation)
먼저 행복* 상위권 도시들을 살펴보자(*삶의 만족도로 0점이 가장 나쁜 삶, 10점이 가장 좋은 삶이다).
그림 1. 행복 순위 상위권 도시들(1-15위) *출처: 2020 세계행복보고서
그림 1을 보면, 1위는 핀란드의 헬싱키이다. 2위는 덴마크의 오르후스, 3위는 뉴질랜드의 웰링턴이다. 핀란드는 국가 행복순위도 1위지만, 대도시 행복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뉴질랜드는 한국과 경제력 순위가 비슷한데, 행복은 늘 상위권일 뿐 아니라, 대도시 행복순위에서도 높은 랭크를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역시 한국과 경제력 매우 유사한 호주(국가적 행복 순위는 12위: 7.223 포인트)의 대도시 브리즈번과 멜버른, 페트는 각각 10위와 14위, 15위를 차지하면서 도시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3개나 올렸는데, 한국의 대도시는 20위 권은 고사하고, 70위권 안에 이름이 없다. 국가적 행복 순위가 70위 권 이내 인데(61위; 5.872포인트), 대도시의 순위는 60위 권 밖이라는 것은 실제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경험하는 행복은 국가 전체의 평균보다 더 낮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럼 한국의 대도시들은 몇 위일까?
그림 2. 행복 순위 중위권 도시들(82-108위) *출처: 2020 세계행복보고서
그림 2를 보면, 일단 서울은 83위다. 그리고 인천이 88위를 기록했다. 그 다음은 대구로 102위, 끝으로 부산이 107위다. 즉 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린 서울, 인천, 대구, 부산 중 80권이 2곳, 100위 권 밖에 2곳이다. 조사대상이 186개 도시였는데, 중간 정도를 차지한 것이다. 나쁘지 않은 점수이긴 하다. 그러나 한국과 경제력이 비슷한 뉴질랜드나 호주의 도시에 사는 시민들의 행복이 매우 높은 것과 비교해볼 때, 도대체 뉴질랜드나 호주에 비해 무엇이 다르기에 도시에 사는 한국인들의 행복이 유난히 낮은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연구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대도시 거주자들의 행복에서 2014년부터 2018년의 최근까지 대도시 거주자들의 행복을 뺀 값인, 대도시 행복 변화 순위도 한국의 대도시 거주자들이 별로 행복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림 3. 행복 변화 하위권 순위(서울은 129위) *출처: 2020 세계행복보고서
그림 3에 보면, 행복 변화량에서 서울이 129위를 기록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 비해 최근의 행복이 0.263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동안 한국과 경제력이 비슷한 뉴질랜드의 웰링턴은 0.372포인트 증가했다.
그림 4. 행복 변화 하위권 순위(대구 144위, 인천 152위, 부산 155위) *출처: 2020 세계행복보고서
대구, 인천, 부산은 더 나쁘다. 그림 4에 나타나 있듯이, 대구는 과거에 비해 최근의 행복이 0.426포인트 감소하면서 144위, 인천은 0.575포인트 감소하면서 152위, 부산은 0.589포인트 감소하면서 155위에 랭크되었다. 조사 대상이 173개 도시임을 감안하더라도 서울, 인천, 대구, 부산 모두 하위권이다.
이것을 본 후, 모두 자연으로 돌아가서 살아야 한다라고 결론을 내린다면, 엄청난 실수이다. 비슷하게 발전해 있고, 규모면에서도 비슷한 대도시 거주자들 중, 행복하게 사는 시민들이 있지 않은가! 단적인 예로 미국의 보스톤(23위; 7.091포인트), 시카고(25위; 7.033포인트), 뉴욕(30위; 6.964포인트), LA(31위; 6.956)만 하더라도 한국의 서울보다 훨씬 순위가 높으며, 심지어 모두 상위권이다.
도시 생활의 무엇이 행복의 차이를 만든 것일까? 연구해볼 가치가 있는 문제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