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행복한 나라의 국민들과 더 행복한 도시에 사는 시민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무엇이 다른 걸까?
2020 세계행복보고서는 그 동안의 보고서에서 (전혀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이 문제를 조금 더 깊게 파고 들어간다. 그리고 한 가지 결론에 이른다.
어느 나라 사람이던, 어느 도시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누구나 고충이 있다. 문제는 고충을 상쇄할 수 있는 사회적 지원(Support)이 있는지, 고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고 느끼는지, 고충이 있더라도 언제든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지일 것이다. 2020 세계행복보고서가 발견한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바로 “삶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고충들을 완충해주는 강력한 사회적 환경(Strong social environments provide buffers against adversity)”이 존재하는지 아닌지가 더 행복한 국민과 시민을 가르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하나 씩 살펴보자.
첫째, 어느 나라나 차별(Discrimination)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나라에 차별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불행한 것은 아니다. 차별이 있지만, 사회 시스템이 그것을 적절히 보완해 준다면, 그래서 그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System trust), 행복하다. 오직 차별이 있는데 사회 시스템이 그것을 상쇄해주지 못하고, 그래스 그 사회 시스템을 믿지 못할 때만 불행해진다.
둘째, 어느 나라나 고용불안과 실업(Unemployment)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나라에 고용불안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고용불안이 있지만, 이러한 상황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가족, 친구, 친척이 있다면, 이 사람은 최소한 행복이 떨어지지 않는다(Social trust). 고용불안이 있는데,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조차 없을 때에야 진정으로 불행해진다.
셋째, 어느 나라나 저임금 노동자(Low income)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저임금이라고 해서 항상 더 불행한 것은 아니다. 이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과 관계가 있다면, 이들은 행복하고, 최소한 행복을 더 떨어뜨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저임금인데, 국가적 시스템의 지원을 받을 수 없고(System trust),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면(Social trust), 그것이야 말로 저임금 노동자들을 진정으로 고통스럽게 하는 요소이다.
한 마디로 신뢰(trust)다! 사회적 관계에 대한 신뢰, 사회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있으면, 사람들은 적어도 최악이 되진 않는다. 심지어 객관적 환경이 나쁘더라도(차별, 고용불안과 실업, 저임금), 사회적 환경(Social environments)을 믿을 수 있다면, 더 정확하게는 사회적 환경이 나를 도울 거라는 것을 믿을 수 있다면, 그 개인은 행복을 유지하거나, 심지어 더 행복해질 수 있다.
행복순위 최상위권인 핀란드(1위), 덴마크(2위), 스위스(3위), 아이슬란드(4위), 노르웨이(5위) 그리고 한국과 경제력이 비슷하지만, 행복 순위는 많이 다르고, 실상 최상위권인 뉴질랜드(8위)와 호주(12위)의 차이점이 바로 이것이다. 관계에 대한 믿음과 사회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어려운 중에도 행복한 사람들과 어려움이 곧 불행이 되는 사람들을 가르는 요인이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는 우리에게, 아니 나에게 믿음을 주는가? 차별, 고용불안과 실업, 저임금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가?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가?
“믿음을 주는가? 믿음을 주지 않는가? 그것이 문제로다!”